漢詩/寒山詩

寒山詩 103

空空 2024. 7. 15. 09:38

寒山詩 103

층층산수수層層山水秀 여러 층으로 겹겹이 쌓인 산과 물 빼어나고

연하쇄취미煙霞鎖翠微 안개와 노을은 산 중턱을 둘렀네.

남불사건습嵐拂紗巾濕 산바람은 젖은 비단緋緞 두건頭巾을 스쳐 지나가고

노첨사초의露沾蓑草衣 이슬은 도롱이를 적시네.

 

족섭유방리足躡游方履 발로는 걸어서 널리 세상을 떠돌고

수집고등지手執古藤枝 손은 오래된 등나무 지팡이를 잡았네.

갱관진세외更觀塵世外 티끌세상 밖을 다시 보았으니

몽경복하위夢境復何爲 꿈속에서 또 무엇을 하겠는가.

 

 

거듭되는 산과 물 저마다 빼어나고

안개와 노을 짙푸른 산허리를 둘렀네

산바람은 땀에 젖은 두건을 스쳐가고

이슬은 몸에 걸친 도롱이를 적시네

 

발로는 걸어서 널리 세상을 떠돌고

손에는 꼬부라진 등나무 지팡이 들었네

바깥세상 티끌 같은 일 돌아보고서

꿈과 같은 경계를 다시 말해 무엇 하리

 

 

층층이 산과 물 수려하고

안개와 놀 청산을 가두었네.

스쳐가는 산안개 두건을 적시고

이슬은 도롱이를 적시네.

 

발에 짚신 신고

등나무 지팡이 손에 들었네.

진세塵世 밖을 또 보고 있나니

꿈속 세상 다시 찾아 무엇 하리?

 

►연하煙霞 안개와 노을, 고요한 산수의 경치

►쇄鎖 가두다.

►취미翠微 산허리, 산중턱, 먼 산에 어른어른 보이는 푸른 빛.

‘微’ 어렴풋하다. 옅다. 푸른 산을 지칭.

 

►람嵐 이내. 산안개. 산바람, 산 속에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

►불拂 스치다. 스쳐 지나가다. 닦다. 씻다.

►사건絲巾 가는 명주실로 만든 두건

►사蓑 도롱이.

►초의草衣 속세를 떠나서 숨어 사는 사람의 의복. 은자隱者.

 

►방方 두루, 널리

►섭躡 신을 신다.

►유방리遊方履 짚신. 초혜草鞋.

스님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배움에 참여하고 도를 물을 때 신고 다니는 신발.

 

►고등지古藤枝 오래된 마른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

►몽경夢境 꿈. 꿈속. ‘진세塵世’의 비유.

 

 

이 시의 전반부는 깊은 산속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후반부를 보면 그 속에 들어와 있는 화자는 수도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승려가 사방을 돌아다니며 배움에 참여하고 도를 묻는 것을

‘유방遊方’이라 하며 이때 신는 신발을 ‘유방리遊方履’라고 한다.

유방리는 짚신을 말한다.

 

발에 짚신을 신고 손에 고목 진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있는

화자는 수도자로 속세를 떠나와 있다.

 

종밀宗密의 ‘꿈[夢]’에 관한 말을 살펴보자.

마치 근심으로 꿈을 꾸는 사람이 그 꿈의 힘으로 마음에 갖가지 바깥 경계가

번갈아 나타나서 꿈을 꾸고 있을 때는 밖의 사물들이 실제로 있는 것 같지만

깨고 나면 비로소 오직 꿈속에서만 일어난 변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이 몸과 밖의 경계도 이와 같아서 오직 마음이 일으킨 변화일 따름이다.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 卷二

 

이 시에서 한산은 ‘진세塵世(티끌세상. 속세)’를 ‘꿈속 세상’으로 보고 있다.

‘진세塵世 밖을 또 보고 있나니’는 한편으론

‘속세를 벗어나 있는 자연의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정禪定에 들어 이 세상 너머의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자로 보면 이 세상이 더욱 꿈속 같은 세계가 될 것이다.

 

이 시의 핵심 주제는 마지막 시구詩句에 나타나 있다.

“꿈속 세상 다시 찾아 무엇 하리?”라고 하여

악몽 같은 사바세계를 영원히 떠나고 싶은 열망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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