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寒山詩 105

空空 2024. 7. 15. 09:41

寒山詩 105

시가유량아施家有兩兒 시씨施氏 집안에 아들 둘이 있었는데

이예간제초以藝干齊楚 재주를 가지고 제齊나라와 초楚나라에서 벼슬을 구했을 때

문무각자비文武各自備 문文과 무武를 각자 스스로 갖춰

탁신위득소托身爲得所 몸을 맡겨 알맞은 자리를 얻었네.

 

맹공문기술孟公問其術 맹공孟公이 그 방법을 시 씨 집안에 묻고는

아자친교여我子親敎汝 내 아들들도 친히 그대가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진위량불성秦衛兩不成 진나秦라와 위衛나라에서 둘 다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실시성저어失時成齟齬 때를 놓쳐 일이 어긋났기 때문이네.

 

 

시씨施氏에게 아들 둘이 있었는데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벼슬을 구할 적에

문과 무를 저마다 스스로 갖춰

몸 맡겨 의탁할 자리를 얻었네

 

맹공이 시씨에게 그에 대해 묻고서

내 아들을 그대가 가르쳐달라고 했으나

진나라와 위나라에서 모두 뜻 못 이루고

때를 놓쳐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네

 

 

시施씨 집의 두 아들

재주로 제齊·초楚 나라에서 벼슬을 구했네.

각기 스스로 학문과 무예를 갖춰

몸을 맡겨 벼슬자리 얻었네.

 

맹孟씨가 그 방법을 묻자,

“제 자식들이 당신에게 직접 알려드릴 겁니다.”

진秦·위衛 두 나라에서 뜻을 못 이뤘으니

때를 놓쳐 어긋났을 뿐이로다.

 

►시가施家와 孟公맹공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시씨와 맹씨 두 집안의 자제들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간干 구하다. 요구하다.

►탁託 의탁하다, 부탁하다, 의지하다. 바치다.

 

►저어齟齬 틀어져서 어긋남.

원래는 아랫니와 윗니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저齟’ 이가 어긋나다. ‘어齬’ 아래윗니가 어긋나다.

 

 

이 시는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두 집안의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열자列子 설부說符>편

 

로시씨유이자魯施氏有二子 노魯나라에 시씨施氏 성을 가진 이에게 아들 둘이 있었는데

기일호학其一好學 기일호병其一好兵 첫째는 학문을 좋아하고 둘째는 무예 닦기를 좋아하였다.

 

호학자이술간제후好學者以術干齊侯 첫째는 제齊나라 제후를 찾아가 학문으로 일자리를 구했는데

제후납지위제공자지부齊侯納之為諸公子之傅 제후가 그를 받아들여 아들의 사부로 삼았다.

 

호병자지초好兵者之楚 이법간초왕以法干楚王 왕열지王悅之 이위군정以為軍正

초楚나라로 찾아간 둘째는 왕이 흡족해하며 군정으로 삼았다.

 

록부기가祿富其家 작영기친爵榮其親

그리하여 봉록으로 집안이 펴고 영예가 그 부모에게까지 이르렀다.

 

시씨지린인맹씨施氏之鄰人孟氏 시씨의 이웃에 맹씨가 살았는데

동유이자同有二子 그에게도 아들 둘이 있었고

 

소업역동所業亦同 이군우빈而窘于貧

두 아들의 좋아함이 시씨 집 아들들과 같았으나 살림이 군색하였다.

 

선시씨지유羨施氏之有 인종청진추지방因從請進趨之方

시씨네를 부러워하던 이들은 그에게 간청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이자이실고맹씨二子以實告孟氏 맹씨지일자지진孟氏之一子之秦

이술간진왕以術干秦王 진왕왈秦王曰

그 후 맹씨의 한 아들은 진秦나라로 가서

학문으로 벼슬을 구하려고 했는데 진왕이 말하였다.

 

당금제후력쟁當今諸侯力爭 소무병식이이所務兵食而已

“지금은 제후들이 서로 다투는 때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군사를 먹이는 일일 뿐이다.

 

약용인의치오국若用仁義治吾國 시멸망지도是滅亡之道

만약 인의仁義로 이 나라를 다스리려고 한다면 망하는 길이 될 것이다.”

 

수궁이방지遂宮而放之 말을 마친 왕은 그를 궁에서 내쫓았다.

기일자지위其一子之衛 이법간위후以法干衛侯 위후왈衛侯曰

또 한 아들은 위衛나라로 가서 병법으로 벼슬을 구하려고 했는데 위후가 말하였다.

 

오약국야吾弱國也 이섭호대국지간 而攝乎大國之間

“우리 같은 약소국은 대국들의 협박을 받으며 지낸다.

 

대국오사지大國吾事之 소국오무지小國吾撫之 시구안지도是求安之道

대국은 섬기고 소국은 위로함으로써 안전을 구한다.

 

약뢰병권若賴兵權 멸망가대의滅亡可待矣

만약 병권에 의지한다면 멸망이 있을 뿐이다.

 

약전이귀지若全而歸之 적우타국適于他國 위오지환불경의為吾之患不輕矣

그대를 온전하게 돌아가게 한다면

다른 나라로 가서 적이 되어 우리의 근심이 될 테니 가벼운 일이 아니다.”

 

수월지이환제로遂刖之而還諸魯 기반既反

말을 마친 위후는 그의 발뒤꿈치를 베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맹씨지부자고흉이양시씨孟氏之父子叩胸而讓施氏

맹씨 부자는 가슴을 치며 시씨를 원망했다.

 

시씨왈施氏曰 시씨가 말했다.

범득시자창凡得時者昌 실시자망失時者亡 “무릇 때를 얻은 자는 번창하고 때를 잃은 자는 망한다.

자도여오동子道與吾同 이공여오이而功與吾異 그대의 길이 나와 같았으나 이룬 공은 나와 달랐다.

실시자야失時者也 비행지류야非行之謬也 때를 맞추지 못한 것이지 그 행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차천하리무상시且天下理無常是 사무상비事無常非

천하의 도리에 항상 옳은 것이 없고 일에 항상 그른 것이 없다.

 

선일소용先日所用 금혹기지今或棄之 금지소기今之所棄 후혹용지後或用之

전에는 쓰임이 있었더라도 오늘은 혹 버려질 수 있듯이

오늘 버려졌더라도 나중에는 쓰임이 있는 것이다.

 

차용여불용此用與不用 무정시비야無定是非也

이렇게 쓰임과 쓰이지 않음에는 정해진 옳고 그름이 없다.

 

투극저시投隙抵時 응사무방應事無方 속호지屬乎智

시기와 형세를 파악하고 일에 고정불변한 법이 없다는 것에

대응하는 것은 지혜에 속하는 것이다.

 

지구부족智茍不足 사군박여공구使君博如孔丘

지혜가 불충분하면 설사 그대의 학문이 공자처럼 넓고 깊다 하더라도

 

술여려상術如呂尚 언왕이불궁재焉往而不窮哉

또 수완이 여상처럼 대단하다 하더라도

어찌 가는 곳마다 다 통할 수가 있겠는가?”

 

맹씨부자사연무온용孟氏父子舍然無慍容 왈曰

맹씨 부자는 모든 것을 다 알았다는 듯 얼굴에서 화낸 표정을 풀고 말했다.

 

오지지의吾知之矣 자물중언子勿重言

“더 말씀하시지 않아도 잘 알겠습니다.”/들돌

 

 

어째서 속세이 이야기가 이렇게 끼었을까?

자신의 과거 투영일까?

수행은 안 되고 생각이 자꾸 달아나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