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15
寒山詩 115
우차탁람처吁嗟濁濫處 아, 혼탁混濁하고 어지러운 세상
나찰공현인羅刹共賢人 악귀惡鬼가 어진 사람과 함께 사네.
위시등류류謂是等流類 그 둘을 같은 무리라고 말하지만
언지도불친焉知道不親 그 도道가 서로 가깝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호가사자세狐假獅子勢 여우가 사자의 위세威勢를 빌려
사망각칭진詐妄却稱珍 거짓으로 속여서 도리어 王이라 일컫네.(却↔却)
연광입로야鉛礦入鑪冶 납이 든 쇳돌을 용광로鎔鑛爐에 집어넣어 봐야(鑪↔爐)
방지금부진方知金不眞 비로소 금金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혼탁하고 막돼먹은 세상에서는
어진 이와 악귀가 섞여 사나니
하는 말로 그 둘이 다를 게 없다 하니
그 도가 서로 먼 걸 어찌 알겠나
여우가 사자의 위세를 빌어
망령되게 짐승들의 왕처럼 구네
납 든 돌은 용광로에 넣어보고서야
비로소 금 아닌 걸 알게 되느니
아아 혼란스럽고 탁한 곳이여
나찰과 어진 이가 함께 사는구나.
이들이 사람으로 같은 부류라지만
도道가 다름을 어찌 알랴?
여우가 사자의 위세를 빌려
거짓으로 망령되이 왕이라 칭한다.
납 광석 용광로에 들어가야
비로소 가짜 금임을 알리라.
►우차吁嗟 [감탄사] 아아. 감탄사(吁)와 발어사(嗟).
‘吁’ 아(탄식하는 소리). 탄식하다. ‘嗟’ 탄식하다.
►탁람처濁濫處 혼란스럽고 악하고 탁한 곳. 인간 세상.
‘탁濁’ 흐리다. 혼탁하다. 더럽다. 혼란하다. 어지럽다.
►나찰羅刹 악한 귀신의 총칭.
푸른 눈ㆍ검은 몸ㆍ붉은 머리털을 하고서
사람을 잡아먹으며 지옥에서 죄인을 못살게 군다고 함.
►등류류等流類 같은 부류의 사람. ‘유류流類’ 부류. 종류.
►도불친道不親 도가 다르다.
►연광鉛礦 납이 든 광석
►노야鑪冶 용광로. 화로 로(노)鑪=爐. ‘야冶’ 용광로.
‘혼란스럽고 탁한 곳’은 인간 세상을 가리킨다.
물론 이 세상에는 사람이 산다.
그러나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은 아니다.
막 지옥에서 올라 왔음직한 잔인무도하기 그지없는 사람들부터
부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인간 세상이다.
그런데 부처나 성인聖人 또는 현인賢人보다는 악한 성질의 소유자로서
악독한 행동을 일삼는 자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혼탁混濁한 곳, 곧 ‘혼란스럽고 탁한 곳’이다.
그렇다면 ‘나찰’과 ‘어진 이[賢人]’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그들의 도道가 서로 다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우가 사자의 위세를 빌려
거짓으로 망령되이 왕이라 칭하’듯,
‘나찰’이 ‘현인’ 행세를 한다면 악한 사람이 착한 사람 행세를 한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산은 이렇게 노래한다.
“납 광석 용광로에 들어가야
비로소 가짜 금임을 알리라.”
<대지도론大智度論>에
“비유하면 마치 가짜 금을 불에 넣고 녹여 갈고 두드리면
검거나 붉거나 희게 되니 이내 금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현인’ 행세를 하는 ‘나찰’도 언젠가는 결국 그 정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시는 인간 세상에 같이 사는 사람들 가운데 가짜 인간과 참된 인간을
식별할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innerlight34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