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37
寒山詩 137
하우독아시下愚讀我詩 아주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은 내 시를 읽고
불해각치초不解卻嗤誚 알지도 못하면서 도리어 비웃고 꾸짖으리라.
중용독아시中庸讀我詩 평범한 사람들은 내 시를 읽고
사량운심요思量云甚要 생각하여 헤아린 뒤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리라.
상현독아시上賢讀我詩 제일 어진 사람들은 내 시를 읽고
파착만면소把著滿面笑 반가워서 온 얼굴에 웃음 지으리라.
양수견유부楊修見幼婦 그 옛날 양수楊修는 ‘유부幼婦’라는 비문碑文을
일람변지묘一覽便知妙 한 번 죽 훑어보고 곧 ‘묘妙’라는 한 글자를 알아내지 않았던가.
어리석은 사람들은 내 시를 읽고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거나 웃을 것이고
글 깨나 아는 이는 내 시를 읽고
깊이 생각한 뒤에 요긴하다 말할 테지만
지혜로운 이들은 내 시를 읽고
반가워서 얼굴 가득 웃음 번지리
그 옛적 양수는 유부幼婦라는 비문에서
단박에 묘妙라는 한 글자를 알아내지 않았던가
아주 어리석은 사람은 내 시를 읽고
알지도 못하면서 비웃고 꾸짖네.
중간치는 내 시를 읽고
깊이 생각한 끝에 말하네, "아주 중요해."
가장 현명한 사람은 내 시를 읽고는
손잡고 얼굴 가득 웃음을 짓네.
양수楊脩는 ‘유부幼婦’ 비문을 봤을 때
한 번만 보고도 이내 ‘묘妙’임을 알았네.
►하우下愚 극히 어리석은 사람.
►치초嗤誚 웃고 꾸짖음. 즉 비웃음.
‘치嗤’ 비웃다. 웃다.
‘초誚’ 꾸짖다. 책망하다. 책비責備(남에게 모든 일을 잘하여 나가도록 요구함).
►중용中庸 재능이 중간인 사람. ‘용庸 천칭賤稱(천하게 이르는 말).
►심요甚要 심위중요甚爲重要 매우 중요하다.
►상현上賢 최고의 재능과 덕을 지닌 사람.
►파착把著 나착拿着 잡다. 붙잡다.
착실하게 동작을 하다, 또는 동작을 계속 진행하는 것을 나타낸다.
‘파’ 악握(쥐다). ‘지持’의 의미.
►양수견유부楊脩見幼婦 일람변지묘一覽便知妙
<세설신어世說新語 첩오捷悟>에서 전하는 조조와 양수에 관한 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한번은 조조가 양수와 함께 강남에서 효행의 상징이자 수신水神이 된 조아曹娥의
비석을 지나가다가 비석에 쓰인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韲臼’
여덟 글자를 보고 양수에게 해석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양수가 대답했다.
“알 수 있습니다.”
위 무제(조조)가 말했다.
“경은 말하지 말고 내가 생각해 볼 테니 기다려 보시오.”
30리를 가고 나서 위 무제가 말했다.
“내가 알았소.”
그리고는 양수에게 아는 바를 적어보라고 했다.
양수가 써준 내용은 이랬다.
황견색사야黃絹色絲也 어자위절於字爲絶
황견은 색실을 말하는 것이니 글자로는 ‘절絶’이 되고
유부소녀야幼婦少女也 어자위묘於字爲妙
유부는 어린 여자를 말하니 글자로는 ‘묘妙’가 되며
외손녀자야外孫女子也 어자위호於字爲好
외손은 딸의 아들을 말하니 글자로는 ‘호好’가 되고
제구수신야韲臼受辛也 어자위사於字爲辭
절구통은 고통(辛) 받는 것(受)을 말하니 글자로는 ‘사辭’가 됩니다.
소위절묘호사야所謂絶妙好辭也
그러니 이들을 모두 합하면 ‘절묘호사絶妙好辭’가 되는 것입니다.
위 무제(조조)가 자기도 양수와 똑같이 알고 있었다고 하며 감탄하면서 말했다.
“내 재주가 경에 미치지 못하여 30리를 지나서야 깨달았소.”
조조는 자기의 재주가 양수에 미치지 못함을 알았다.
한산은 이 같은 절묘호사의 고사를 인용하여
어진 이들이 자기 시에 담긴 뜻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제虀 버무리다. 무치다. 채소 절임. ‘회 제韲’(회, 양념)
►구臼 절구.
●양수楊脩와 조조曺操
동한東漢 말년에 양수楊脩라는 문사가 있었다.
재사 민첩하고 기지 발랄한 인물로 조조 군중의 모사가 되어
조조를 대신해서 문서를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한번은 조조가 처소 뒤편에 화원을 만들었는데 낙성식을 할 때 조조가 한번
둘러보고 난 다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원의 문 위 ‘활活’ 한 글자를 써놓았다.
공인들이 그 뜻을 몰라 양수에게 물었다.
양수가 공인들에게 말해주었다.
“문門 안에 활活 자를 더해놓았으니 ‘활闊’이 되는 것인데
승상께서 그대들에게 화원의 문을 더 크게 만들라는 말씀인 것 같소.”
공인들이 그때서야 알아듣고 돌아가서 새로 화원의 문을 크게 만들고
완공하고 나서 조조에게 다시 봐줄 것을 청하자 조조가 둘러보고 물었다.
“누가 내 뜻을 알아차린 것인가?”
주위에 있던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양주부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조조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싫은 마음이 생겼다.
또 한 번은 멀리 북쪽 변방에 사는 어떤 사람이 조조에게 술 한 통을 보내왔다.
맛을 본 조조가 자기 주위에 있는 문신과 무신들의 기지를 시험해볼 요량으로
술통 위에 ‘일합소一合酥’ 세 글자를 적어서 문무 대신들에게 내려 보냈다.
대신들은 술통 앞에 모여 그 뜻을 알아내려고 하였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하고 양수를 불러 물어보았다.
양수가 와서 통 위의 글자를 보더니
여러 사람들에게 그릇을 나눠주고 먹어보게 했다.
사람들이 양수에게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감히 위왕의 것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양수가 말했다.
“위왕께서 우리에게 한 사람이 한 입씩 먹어보라고 하셨는데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양수의 총명함에 놀랐다.
나중에 조조가 그 연유를 묻자 양수가 말했다.
“통 위에 분명히 한 사람이 한 입씩 소를 맛보라고 적어두셨는데
어찌 감히 승상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얼굴로는 웃고 있었지만 역시 속으로는 질투하는 마음이 생겼다.
조조는 의심이 많아서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꿈속에서도 자주 살인을 한다.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너희들도 절대 가까이 있지 말라.”
하루는 조조가 잠을 자다가 고의로 바닥에 떨어졌다.
옆에서 시위하던 환관이 깜짝 놀라서 조조를 바로 눕히려고 다가서자
조조가 벌떡 일어나더니 칼을 뽑아 그를 찌른 후에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을 잤다.
잠에서 깬 조조가 마치 꿈을 꾸기라도 한 것처럼 물었다.
“누가 오늘 근무하던 내시를 죽였는가?”
사람들이 본 대로 사실을 고하자 조조를 통곡을 하며
죽은 이의 장사를 후하게 치르도록 했다.
사람들이 모두 조조의 몽중살인을 정말인 것처럼 생각했으나 양수 한 사람만은
조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장례식장에서 죽은 내시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승상이 꿈을 꾼 것이 아니라 그대가 꿈속에 있었구려.”
조조가 이 말을 전해 듣고 더욱 양수를 미워하게 되었다.
조조가 한중의 유비를 공격하려고 출병했다가
사곡계 입구에서 마초가 지휘하는 부대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철군을 하려 해도 蜀軍의 비웃음을 살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요리사가 닭으로 만든 탕을 올렸다.
조조가 손에 든 닭갈비(鷄肋)를 보고 있을 때
하후돈이 장막 안으로 들어와 야간구호를 무엇으로 정할지 물었다.
조조가 바로 말했다.
“계륵鷄肋으로 하라.”
행군의 주부를 보고 있던 양수가 이 말을 듣고
돌연 행군사에게 행장을 수습하여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후돈이 크게 놀라 양수를 장막 안으로 불러 물었다.
“공은 무슨 일로 행장을 수습하는 것이오?”
양수가 말했다.
“오늘의 야간군호를 보니 위왕께서 조만간 철군하실 듯합니다.
계륵이란 먹으려 하면 먹을 것이 없지만 버리기에는 그 맛이 괜찮은 편입니다.
지금 군은 전투를 벌여 이기는 것도 없고
물러서려 해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로울 게 없을 때는 빨리 돌아감만 못합니다.
내일 필시 위왕께서 철군을 지시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바쁘지 않게 미리 행장을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공은 정말로 위왕의 폐부를 들여다보고 있구려.”
하후돈이 돌아가 행장을 수습하자 다른 장수들도 모두 돌아갈 준비를 했다.
조조가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양수를 불러 묻자 양수가 계륵의 뜻에 대해 말했다.
조조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감히 요언을 만들어 퍼뜨리다니 나와 군의 마음을 어지럽혔도다.”
그러고는 도부수를 불러 군문 밖에서 양수의 목을 치게 했다.
이같이 된 데는 양수의 어머니가 조조의 라이벌인 원술의 딸이라는 점과
양수가 조조의 아들들의 황위 계승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
작용한 것으로 사가들은 보고 있다./후한서後漢書 양수전楊脩傳
자신의 마음을 읽는 이에게 어찌 편히 대할까.
뻔히 내 속을 읽고 있는데 어느 누가 가까이 하랴.
그 사람 앞에서는 발가벗고 선 기분인데 어찌 기껍고 달가우며 수치스럽지 않겠는가.
재주를 감추고 알아도 모른 척, 윗사람보다 자신이 모자라고
덜 떨어진 모습을 보여 줘야 상관은 흡족해 한다.
똑똑하고 일 처리 잘하지만 한편으론 어리숙하고 멍청한 면도 있어야 상관은
내가 훨씬 나으니 생각하고 우월감에 젖어 가르치고 지시하는 맛을 느끼는 것이다.
동서고금 나보다 니은 놈을 시기하고 부러워하다 못해 목숨까지 빼앗는다.
양수는 자신의 능력을 너무 드러내어 스스로의 죽음을 재촉한 것이다.
더욱이 아랫사람이 아닌 윗사람의 자존심을 매번 건드렸었다.
내 보물은 모름지기 감추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