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08
寒山詩 208
대해수무변大海水無邊 넓고 큰 바닷물은 끝이 없어
어룡만만천魚龍萬萬千 물고기와 용龍이 수도 없네.
체호상식담遞互相食噉 번갈아 서로서로 잡아먹으니
용용치육단冗冗癡肉團 쓸데없이 어리석은 고깃덩어리네.
위심불료절爲心不了絶 마음이 완전히 비어 있지 못하기에(不↔下)
망상기여연妄想起如煙 헛된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네.
성월징징랑性月澄澄朗 사람 마음은 달처럼 맑고 밝아서
확이조무변廓爾照無邊 널리 끝없이 비춰 준다네.(爾↔你)
大海水無邊 바다는 끝없이 넓고 넓어서
魚龍萬萬千 數많은 고기들이 살아가는데
遞互相食噉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느라고
冗冗癡肉團 한낱 어리석음의 고깃덩이네(쓸데없을 冗용)
爲心下了絶 마음을 내려놓고 끊어내지 못하면
妄想起如煙 헛된 생각 煙氣처럼 피어난다네
性月澄澄朗 마음이란 달처럼 맑고 환해서
廓爾照無邊 막힘없이 고루고루 비춰준다네.
큰 바다의 물 끝이 없고
물고기와 용龍 한이 없구나.
번갈아 서로 잡아먹는
무지하고 미련한 고깃덩어리들.
마음 위해 다 끊어야 할
망상 연기처럼 피어오르네.
맑고 밝은 자성自性의 달빛
텅 비고 넓어 가없이 비추도다.
►무변無邊 무변리無邊利의 준말. 끝이 닿은 데가 없다.
►어룡魚龍 물고기와 용. 물속동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
►체호遞互 번갈아. 교대하다. 교체하다. 바꾸다.
<여사미진가위육운중기미지餘思未盡加爲六韻重寄微之>
미진한 생각에 6운을 더해 다시 미지에게 보낸다/백거이白居易(772-846)
해내성화병재신海內聲華併在身 세상에 널리 알려져 명성을 온 몸으로 받고
협중문자절무륜篋中文字絶無倫 상자 속 시문이 뛰어나 견줄 이가 없네
요지독대봉장초遙知獨對封章草 황제를 독대하며 상주문을 올리는 것을 아는데
홀억동위헌납신忽憶同爲獻納臣 생각하니 우리 둘은 충언하는 신하였지
주필왕래영권축走筆往來盈卷軸 붓이 바쁘게 주고받은 글들이 많고
제관체호장사륜除官遞互掌絲綸 관직을 받고 교체되도 바꿔서 조서를 썼다네
제종장경사고고制從長慶辭高古 장경 이후 사령장 문장이 고상하게 되고
시도원화체변신詩到元和體變新 시문도 원화체로 새롭게 바뀌었다
각유문희재치치各有文姬才稚齒 둘 다 문희 닮은 어린 딸이 있으나
구무통자계여진俱無通子繼餘塵 모두 다 아들로 뒤를 잇진 못해도
금서하필구왕찬琴書何必求王粲 노래하고 시 쓰는데 왕찬이 뭐가 필요한가
여녀유승여외인與女猶勝與外人 딸과 함께해도 남보다 낫구나.
‘원화체元和體’
唐 헌종憲宗의 연호 원화元和(806-820) 때 유행하기 시작한 시체詩體의 총칭.
넓게는 당 헌종 이래 형성된 새로운 체제의 시문을 가리키고
좁은 의미에서는 원진과 백거이의 작품 中 차운하면서 주고받은
장편 배율과 작품 속에서 산수 자연을 감상하는 내용이 담긴
염체艶體를 포괄한 중단편의 잡체시雜體詩를 가리킨다.
선비들로부터 여염집 골목의 비어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해 풍자했고
파촉과 강촉에서부터 장안의 소년들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다투어 이를 모방하면서
새로운 가사를 지어내니 스스로 이것을 원화체라고 불렀다.
이조李肇의 <唐國史補> 下券 기록이 있다.
원화이후元和以後 위문필칙학기궤우한유爲文筆則學奇詭于韓愈
원화 이후 문장을 쓴다면 한유(768-824)에게서 기궤한 풍격을 배웠고
학고삽우번종사學苦澁于樊宗師 번종사(?-821?)에게서 쓰고 난삽함을 배웠다.
가행칙학류탕우장적歌行則學流蕩于張籍
가행에 있어서는 장적(768?-830?)에게서 유탕함을 배웠고
시장칙학교격우맹교詩章則學矯激于孟郊
시장에 있어서는 맹교(751-814)에게서 교격을 배웠으며
학천절우백거이學淺切于白居易 백거이(772-846)로부터 천절함을 배웠고
학음미우원진學淫靡于元稹 원진(779-831)에게서 음미함을 배웠다.
구명위원화체俱名爲元和體 이들의 이름을 다 갖춰 원화체라고 했다.
원화 이후 유행한 새로운 문풍과 시풍은 한유 등 원화시기에 활약한 작가들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총칭해서 원화체라고 불렀다.
►식담食噉 먹다. ‘먹을 담, 소리칠 함噉’ 먹다. 씹다.
►용용冗冗 번잡스럽고 뒤섞여 어지러운 모양.
번거롭게 많다. 사람이 우글우글하다.
‘우뚝하다’는 뜻의 ‘올올兀兀’로 쓰는 자료도 있다.
‘올올兀兀’ 어둡고 어리석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
►치육단癡肉團 어리석은 고깃덩어리.
물속에 사는 동물들이 몸만 있지 생각이 없음을 형용한 말.
►요절了絶 단절. 여기서는 ‘망상을 단절하다’의 뜻.
►망상妄想 허망하여 실체가 없는 마음.
불교에서는 만법萬法(우주의 모든 법도)이
일여一如(진여眞如의 이치가 평등무차별하여 둘이 아니고 하나임]한데
중생이 망상을 일으켜 분별을 하니 갖가지 그릇되고
실체가 없는 相을 이루어져 한량없고 끝없는 번뇌가 생긴다고 한다.
‘妄想’
진실에 합당하지 않음을 가로되 망妄이니
망妄으로 분별하여 갖가지 상相을 취함이 망상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8 남대수안南臺守安
남대정좌일로향南臺靜坐一鑪香 남대에 정좌靜坐하여 1로爐가 향기롭나니
종일응연만려망終日凝然萬慮亡 종일 응연凝然하여 만려를 잊었다
불시식심제망상不是息心除妄想 이 식심息心하거나 망상妄想을 제함이 아니라
도연무사가사량都緣無事可思量 도무지 가히 상량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굉지광록宏智廣錄>5
소이도所以道 소이로 말하되
일체중생一切衆生 일체중생이
구유여래지혜덕상具有如來智慧德相 여래의 지혜의 덕상德相을 갖추고 있지만
단이망상집착但以妄想執著 단지 망상妄想으로 집착하기 때문에
이부증득而不證得 증득하지 못한다 했다.
이약리망상리집착爾若離妄想離執著 너희가 만약 망상을 여의고 집착을 여읜다면
즉무일성사卽無一星事 곧 일성사一星事(하나의 작은 일)도 없다.
►성월징징랑性月澄澄郞
불교에서는 마음의 성품이 본래 깨끗하여 달의 밝은 빛과 같다고 한다.
‘澄澄’ ‘징징하다’(매우 맑다) 해맑은 모습.
<경포대鏡浦臺>/황희黃喜(1363-1452)
징징경포함신월澄澄鏡浦涵新月 해맑은 경포호 초승달을 머금었고
낙락한송쇄벽연落落寒松鎖碧煙 낙락장송에 푸른 이내 서리었네
운금만지대만죽雲錦滿地臺滿竹 구름비단 땅에 가득, 누대에는 대나무 가득.
진환역유해중선塵寰域有海中仙 먼지 같은 세상에도 바다 신선 있다네.
<청계靑谿 푸른 시냇물>/시불詩佛 왕유王維(701-761)
언입황화천言入黃花川 황화천黃花川에 들어서면
매축청계수每逐靑谿水 늘 청계수를 따라간다네
수산장만전隨山將萬轉 산 따라 굽이굽이 돌아 나아가고
취도무백리趣途無百里 가는 길은 백리도 안 되는 길이라오
성훤란석중聲喧亂石中 어지러운 돌 속에서 물살이 시끄럽고
색정심송리色靜深松裏 깊은 소나무 숲 속에 빛은 고요하다
양양범능행漾漾汎菱荇 출렁거리는 물결에 수초가 떠다니고
징징영가위澄澄映葭葦 맑디맑은 수면에 갈대 그림자 비친다
아심소이한我心素已閒 내 마음 본디 한가로우니
청천담여차淸川澹如此 맑은 냇물 이렇게 깨끗하구나
청류반석상請留盤石上 청하니 넓고 편편한 바위에 머물며
수조장이의垂釣將已矣 낚싯대 드리우고 바라건대 일생을 마쳤으면
►확이廓爾 텅 비고 넓은 모양. ‘廓’ 크다. 넓다. 텅 비다.
묵묵망언默默忘言 침묵하고 침묵하여 언어가 끊어짐이여
소소현전昭昭現前 밝고 또렷하게 앞에 드러남이로다.
감시확이鑑時廓爾 거울처럼 밝게 비칠 때에 툭 트임이여
체처영연體處靈然 본바탕은 신령스럽도다.
/굉지정각宏智正覺(1091-1157)<묵조명默照銘>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