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84
寒山詩 284
유인소아시有人笑我詩 사람들이 내 시를 보고 비웃지만
아시합전아我詩合典雅 내 시는 법도法度에 맞고 아담雅淡하네.
불번정씨전不煩鄭氏箋 정현鄭玄의 주註도 번거롭게 할 것 없는데
기용모공해豈用毛公解 어찌 모형毛亨과 모장毛萇의 해석解釋을 들여다볼 것인가.
불한회인희不恨會人稀 이해하는 사람이 드문 것을 한恨하지 않으니
기위지음과祇爲知音寡 다만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이 적을 뿐이네.(祇=只)
약견진궁상若遣趁宮商 만약 성률聲律을 따랐더라면
여병막능파余病莫能罷 내 병은 낫지 않았으리라.
홀우명안인忽遇明眼人 갑자기 통찰력洞察力이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즉자류천하卽自流天下 곧 저절로 온 세상에 번져 퍼지리라.
有人笑我詩 사람이 있어 내 詩를 비웃는구나.
我詩合典雅 그러나 내 詩는 高尙하고 法에 맞네.
不煩鄭氏箋 鄭氏의 註釋도 번거롭게 할 것 없고
豈用毛公解 毛公의 解說도 힘입을 것 없나니
不恨會人稀 아는 사람 드문 것 不平하지 않노라.
只爲知音寡 다만 眞情 아는 이 적기 때문이니라.
若遣趁宮商 萬一 거기 宮商을 찾게 한다면
余病莫能罷 내 病은 永遠히 그칠 때 없으리라.
忽遇明眼人 어쩌다가 眞實로 눈 밝은 이 만나면
即自流天下 이내 저절로 天下에 퍼지리라.
이 사람 저 사람 내 시를 비웃지만
내 시는 언제나 단정하고 아름답네
정나라 속된 풍속 따르지 않았고
모시의 해석 또한 써먹지 않았네
이해하는 이 드문 것은 그렇다 쳐도
알아보는 이 적어도 너무나 적네
만약에 시 짓는 법 따라 했다면
내게도 병이 생겨 못 고쳤을 것이네
어쩌다 눈 밝은 이 만나게 되면
곧바로 천하가 내 시 읽게 될 것이네
►전아典雅 법도에 맞고 아담하다.
말은 근거가 있는 데서 나왔으며 취향이 고아高雅(고상하고 우아함)하다.
‘전典’은 중국 전설상의 다섯 임금이 지은 책. 특히 <書經>
‘아雅’는 <詩經>의 2부와 3부.
►불번정씨전不煩鄭氏箋
‘정씨전鄭氏箋’ 주대周代의 정鄭나라 음악.
정풍鄭風은 세속에 영합하고 음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씨鄭氏’ <詩經>을 주해한 후한後漢의 유명한 학자 鄭玄.
‘전箋’ 주註내다. 주석註釋을 달다.
►모공해毛公解 시경詩經에 대한 모씨毛氏의 주해.
‘모공毛公’ <詩經>을 주해한 전한前漢의 유명한 학자 모장毛萇.
漢나라 시대에 <詩經>에 관한 노魯, 제齊, 한韓, 모毛의 四家가 있었으나
그 중 노魯, 제齊, 한韓 삼가三家의 시학詩學은 실전失傳 되고
단지 조趙나라 사람 모형毛亨이 전한 것만 지금까지 전해져
<모시毛詩>라 일컫게 되었기 때문에 이 시에서 ‘모공의 해석’이라 했다.
한漢나라 사람 정현鄭玄이 <모시毛詩>에 대해
주註를 달았기 때문에 한산시에서 ‘정씨의 주’라고 했다.
►지음知音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
거문고를 잘 타는 백아 伯牙라는 사람에게
음률에 대해 잘 아는 종자기鍾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백아는 오직 종자기 한 사람만이 자기의 연주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고
자기가 만들어내는 음률을 통해 마음의 소리까지 설명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한번은 백아가 먼 곳을 다녀와서 종자기를 찾아갔는데 그의 아내가 울면서
종자기는 이미 세상을 떠나 마안산馬鞍山에 묻혔다고 했다.
이에 백아는 종자기의 묘를 찾아가 그 앞에서
한 곡을 연주한 후에 거문고를 땅바닥에 던져 부숴버렸다.
그리고 이후로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음을 알다’라는 뜻의
‘지음知音’이 막역한 벗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보낼 견遣’ 하여금. 보내다, 떠나보내다. 파견하다
►진궁상趁宮商 성률聲律을 따르다.
‘쫓을 진趁’ 따르다. 뒤쫓다.
‘궁상宮商’ 원래는 오음五音(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중에
宮音과 商音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일반적으로 음률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나아가 시율의 평측平仄과 성운의 四聲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
‘성률聲律’ 한자의 발음에 대하여
성조聲調를 平聲, 上聲, 去聲, 入聲의 네 가지로 나누어 놓은 규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