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습득시拾得詩 1

空空 2024. 7. 31. 06:11

습득시拾得詩 1

제불류장경諸佛留藏經 부처님들 삼장 불경 남기셨으니

기위인난화祇爲人難化 그게 모두 교화와 제도 어려워서네.

불유현여우不唯賢與愚 우둔해도 현자라도 다르지 않으니

개개심구가個個心構架 모두의 마음에 나라는 게 있어서네.

 

조업대여산造業大如山 지어 쌓은 업 마치 산처럼 크지만

기해회우파豈解懷憂怕 걱정과 두려움 어떻게 알랴

나긍세심사那肯細尋思 찬찬히 자기 안 보려 하지 않고

일야회간사日夜懷奸詐 밤낮으로 그치잖고 간사한 맘 품네(姦↔奸)

 

 

모든 부처님이 경經을 남기신 것은

다만 사람들 교화하기가 어렵기 때문.

오직 지혜롭고 어리석은 이뿐 아니라

사람마다 마음속에 계교를 가져 있네.

 

모두들 업業을 지어 산처럼 큰데

어떻게 근심 걱정 품지 않으랴

자세히 또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밤낮 생각하는 것이 간사와 거짓인 것을.

 

►유장경留藏經 경經을 남김.

‘땅 귀신 기, 다만 지祇’ 땅 귀신鬼神. 크다

 

►우파憂怕 근심과 두려움.

 

 

한산과 습득은 형제와 같이 지냈다.

습득은 한산을 형으로 불렀지만 실상 그들은 서로를 알아주는 知己요, 도반이었다.

다음 시는 습득이 처음 한산을 찾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입천대동閑入天臺洞 한가하게 천대동에 들어와

방인인부지訪人人不知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한산위반려寒山為伴侶 한산이 벗이요 도반이 되어

송하담영지松下啖靈芝 소나무 아래에서 영지를 씹었도다.

 

습득은 어느날 천대동天臺洞에 들어왔다.

풍간 선사가 길에 떠돌던 아이를 국청사에 데려온 것이다.

 

천대동은 국청사나 천대산에 있는 마을일 것이다.

습득은 불도를 공부하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 물었으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절에서도 눈 밝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습득은 한산을 만났다.

한산이 도반이 되면서 습득은 마침내 소나무 아래에서 영지靈芝를 씹었다고 말한다.

영지는 예로부터 不老長生을 가져오는 영험한 버섯이다.

습득은 한산을 만나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뜻이 아닌가.

두 사람은 평생 서로 벗이자 도반이 되었다.

 

습득의 시에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 많다.

때로는 과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는다.

한산의 시가 삶에 대한 성찰과 고고한 깨달음을 읊은 것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습득은 젊고 세상에 대한 걱정이 치열했다.

습득은 한산과 만날 때마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보며 서로 탄식을 나누었다.

 

매담금고사每談今古事 ​매번 고금의 일을 담론하며

차견세우치嗟見世愚癡 세상의 어리석음을 탄식하였다.

개개입지옥個個入地獄 ​모두 다 지옥에 들어가리니

조만출두시早晚出頭時 ​어느 때나 여기서 벗어나리오.

 

습득은 거짓과 탐욕이 가져오는 업보를 의심하지 않았다.

습득의 시에는 천당과 지옥 등 내생의 과보를 설하는 시가 많다.

세상의 어리석음을 한탄한 습득의 시를 몇 수 읽는다.

 

제불유장경諸佛留藏經 부처님들이 경전을 남기신 것은

지위인난화只為人難化 다만 사람이 교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불유현여우不唯賢與愚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개개심구가個個心構架 모두 다 마음에 거짓과 꾸밈이 있도다.

 

조업대여산造業大如山 업을 산처럼 크게 지으니

기해회우파豈解懷憂怕 어찌 가슴 속 근심과 두려움을 풀리오.

나긍세심사那肯細尋思 저들은 즐겨 세심하게 헤아리며

일야회간사日夜懷奸詐 밤낮으로 간사하게 남을 속일 생각만 품는다.

 

인생부세중人生浮世中 사람은 덧없는 세상에서

개개원부귀個個願富貴 하나같이 모두 부귀를 원한다.

고당거마다高堂車馬多 높게 솟은 집에다 수레와 말이 많아

일호백낙지一呼百諾至 한 번 부르면 백 사람이 '예' 하고 모여든다.

 

탄병전지택吞並田地宅 남의 밭과 집을 삼키고서는

​준의승후사準擬承後嗣 으레 후손에게 물려줄 생각을 한다.

미유칠십추未逾七十秋 나이 칠십을 넘기지 못하고

빙소와해거​冰消瓦解去 얼음이 녹고 기와가 무너져 내리리라.

 

습득은 보시를 강조하며 사람의 위선을 성토하였다.

보시는 먼저 마음에서 출발한다.

다음 시는 진정한 보시가 무엇인지 습득의 생각을 보여준다.

 

운심상관광運心常寬廣 마음을 늘 넓고 관대하게 쓰면

차즉명위보​此則名為布 이것이 곧 이름 하여 보布요

철기혜어인輟己惠於人 자기를 버리고 남에게 베풀면

방가명위시方可名為施 이것이 바야흐로 시施로다.

 

후래인부지後來人不知 뒤에 오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언능회차의焉能會此義 어찌 이 뜻을 깨달을 수 있으랴?

미설일용승未設一庸僧 보잘 것 없는 일개 스님에게 베푼 적도 없으면서

조의망부귀早擬望富貴 성급한 마음으로 부귀를 꿈꾼다.

 

국청사 공양간에서 그릇을 씻으며 살아간 습득은

출가자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아견출가인我見出家人 ​내가 출가자들을 보니

총애흘주육總愛吃酒肉 모두 술과 고기를 좋아하더라.

차합상천당此合上天堂 이는 흡사 천당에 오르다

각침귀지옥卻沈歸地獄 도리어 지옥으로 떨어지는 꼴이로다.

 

염득양권경​念得兩卷經 한두 권 경전을 머리에 넣고는

기타도전속欺他道鄽俗 저를 속이며 속인들에게 도를 말한다,

기지전속사豈知鄽俗士 어찌 알리오, 속인들에게

대유근성숙大有根性熟 뿌리가 익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습득의 시에 스스로 자기의 공부를 밝히는 시가 있다.

시를 보면 만년에 지은 것임을 알 수 있어

세상을 바라보는 습득 거사의 속 익은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자종도차천대사自從到此天臺寺 내 천대산 절에 온 이래​

경금조이기동춘​經今早已幾冬春 지금껏 겨울과 봄이 얼마나 지났는고

산수불이인자로山水不移人自老 산과 물은 변하지 않는데 사람이 저 스스로 늙으니

견각다소후생인​見卻多少後生人 후세에 몇 사람이나 이것을 볼까?

 

군불견​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삼계지중분요요三界之中紛擾擾 3界가 그 속이 뒤엉키고 시끄러운 것은

지위무명불요절​只為無明不了絕 다만 무명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념불생심징연一念不生心澄然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아 마음이 맑아지면

무거무래불생멸​無去無來不生滅 가고 옴도 없으며 나고 죽지 않는 도다.

 

‘산과 물은 변하지 않는데 사람이 저 스스로 늙는다.’는 구절은

절절하면서도 또한 뜻이 심오하다.

 

세상이 늘 싸우고 시끄러운 것은 無明이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명을 끊는 일은 오직 자기의 성품을 밝히는 일이라고 습득은 강조한다.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져 여여한 자성을 본다.

습득이 한산과 벗이 되어 불로장생의 영지를 먹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如雲 2020.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