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득시拾得詩 36
습득시拾得詩 36
후래출가자後來出家者 요사이 출가라고 했다는 이들
논정입골치論情入骨癡 어리석음 뼈에 박혀 세상 정리 논하고
본래구해탈本來求解脫 근본인 해탈을 구하는 일 말고
각견수구치卻見受駒馳 헛된 일로 치달으며 세월 보내네.
종조유속사終朝遊俗舍 하루 종일 속세로 나가 놀고 있으면서
예념작위의禮念作威儀 예불하고 염불하고 위의 세우겠다네.
박전고주끽博錢沽酒喫 돈 걸어 도박하고 술을 사서 마시고
번성객작아翻成客作兒 몸 뒤집어 속세사람 되어버리네
요즈음의 집 떠나 중 되는 사람
생각하면 뼈 속까지 어리석어라.
그들 본래는 解脫을 구했거니
도리어 번뇌 길에 휘몰려 있네.
아침저녁으로 俗家에 놀아
체면을 생각해 겉치레 차리며
내기 장기로 술을 사 먹고
도리어 남의 심부름꾼 되는구나.
►입골入骨 뼈에 사무치다. 뼛속 깊이 새기다.
►구치驅馳 부리다. 질주하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
►종조終朝 (이른) 아침. 하루 종일.
두보 杜甫는 <동일유회이백冬日有懷李白> 시에서
적막서재리寂寞書齋裏 조용한 서재에서
종조독이사終朝獨爾思 아침 내내 홀로 그대를 생각했네. 했다.
►박전博錢 도박하다.
►고주沽酒 술을 팔다(사다). 술을 사 먹다.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
유우석과 더불어 술을 사다 한가로이 마시다가 후일을 기약하며
/백거이白居易(772-846)
소시유불우생계少時猶不憂生計 젊었을 때도 오히려 생계 걱정 안 했거늘
노후수능석주전老後誰能惜酒錢 늙은 뒤에도 누가 능히 술값을 아낄까
공파십천고일두共把十千沽一斗 만냥을 함께 잡아서 팔아 온 술 한 말을
상간칠십흠삼년相看七十欠三年 서로 바라보는 칠십에 삼년이 모자라네.
한정아령궁경사閑征雅令窮經史 한가히 경사를 취해 고상하게 연구하고
취청청음승관현醉聽淸吟勝管弦 취해 듣는 맑은 시가는 관현악보다 낫네.
갱대국황가온숙更待菊黃家醞熟 다시 노란 국화와 집의 술이 익길 기다려
공군일취일도연共君一醉一陶然 그대와 한 번 취하고 함 거나하게 취하세.
<고주沽酒 익은 술>/경허鏡虛(1849-1912) 禪師
고주제시질탕다沽酒題詩跌宕多 고주가 되어 응얼거리는 주정이 과다한데
풍진정불야장하風塵鼎沸也將何 풍진 세상 들끓는 이것을 장차 어이 할꼬
동풍점석천산설東風漸釋千山雪 동풍에 점점 천산의 눈이 녹아내리고
이일경성만리파異日竟成萬里波 뒷날 기어이 만리 파도 닥치겠지
정이신교금상별政以神交今相別 그렇게 좋았던 벗과 이제 헤어지니
여능승흥경상과與能乘興更相過 흥겨운 이 자리를 언제나 다시 가질지
림옥청량진루원林屋淸凉塵累遠 숲 속의 집 청량하고 소란한 세상 멀어 졌는데
뢰망상해빈사가賴忘桑海鬢絲加 무상한 상전벽해 실 같이 백발만 더해가네
<민극悶極 더할 수 없는 답답함>/김시습金時習(1435-1493)
화시산중력花是山中曆 꽃은 산 속의 달력이요
풍위정리빈風爲靜裏賓 바람은 고요 속의 손님이라.
한무고주채恨無沽酒債 한스러움은 술 살 돈이 없음이요
우흠과장린又欠過墻隣 또한 담 너머 부를 이웃도 없음이라.
죽오량취급竹塢凉吹急 대숲 언덕에서 서늘한 바람이 바삐 불어오고
송창월색신松窓月色新 솔 숲 창가엔 달빛이 새로워라.
한음료견적閑吟聊遣寂 한가로히 읊조리며 애오라지 쓸쓸함을 달래니
개시도중인箇是道中人 이것이 도리에 맞는 사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