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句經 序
法句經 序
담발게자曇鉢偈者 담발게曇鉢偈(法句經)에는
중경지요의眾經之要義 온갖 경전의 중요한 이치가 담겨져 있다.
담지언법曇之言法 담이란 법法이라는 뜻이고
발자구야鉢者句也 발鉢이란 구句라는 뜻이다.
이법구경而法句經 별유수부別有數部
그런데 이 <법구경法句經>은 별도로 여러 부部가 존재하는데
유구백게有九百偈 900게송으로 되어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혹칠백게或七百偈 혹은 700게송
급오백게及五百偈 혹은 500게송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게자결어偈者結語 게偈란 결론짓는 말이라는 뜻으로
유시송야猶詩頌也 시송詩頌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불견사이작是佛見事而作 이 <법구경>은 부처님께서 보셨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서
비일시언非一時言 어느 한 특정시기에 설해진 말씀이 아니므로
각유본말各有本末 포재제경布在諸經
제각기 그 내용에 본말本末이 따로따로 되어 있으며 여러 경전에 분포分布되어 있다.
불일체지佛一切智 일체지一切智이신 부처님의
궐성대인厥性大仁 성품은 매우 인자하시어
민상천하愍傷天下 천하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셨기에
출흥우세出興于世 세상에 출현하셔서
개현도의開顯道義 도道의 이치를 열어 밝혀서
소이해인所以解人 그것으로써 사람들을 깨우쳐 주셨는데
범십이부경凡十二部經 그 가르침은 모두 12부경部經으로 되어 있다.
총괄기요總括其要 그리고 그 요점을 총괄總括하여
별위수부別為數部 특별히 몇 부部로 만들었으니
사부아함四部阿含 불거세후아난소전佛去世後阿難所傳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아난阿難이 전한 네 부部의 아함경阿含經이 그것이다.
권무대소卷無大小 이 경에 나오는 경전의 권수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개칭문여시皆稱聞如是 모두 '이와 같이 들었다[聞知是]'는 말과
처불소재處佛所在 구창기설究暢其說
설법한 장소 그리고 그 경을 설할 때 부처님께서 계셨던 곳 등을
일컬어 경의 서두를 장식해 왔는데 그 말이 내내 번창해 왔다.
시후오부사문是後五部沙門 그 뒤로 5부의 사문들이
각자초중경중사구륙구지게各自鈔眾經中四句六句之偈
각각 여러 경전들 중에 나오는 4구句 게송과 6구 게송을 초록하고
비차기의比次其義 뜻에 맞추어 순서를 정하고
조별위품條別為品 조목을 나누어 품品을 만들었는데
어십이부경미불짐작於十二部經靡不斟酌
12부경에 대하여 어느 것 하나 헤아려 참고하지[斟酌]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무소적명無所適名 거기에 붙일 만한 적합한 이름이 없어서
고왈법구故曰法句 이것을 법구法句라고 하였다.
제경위법언諸經為法言 모든 경전이 다 법언法言이 되니
법구자유법언야法句者由法言也 법구란 법언이라는 말을 따른 것이다.
근세갈씨近世葛氏 전칠백게傳七百偈 근세에 갈葛씨가 700게송을 전했는데
게의치심偈義致深 그 게송의 뜻이 심오하였다.
역인출지譯人出之 그런데 이것을 번역해 낸 사람이
파사기혼頗使其渾 자못 그 내용을 흐려놓았으니
유불난치惟佛難值 그것은 오직 부처님을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으며
기문난문其文難聞 또한 그 글을 듣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우제불흥又諸佛興 게다가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곳은
개재천축皆在天竺 천축天竺국이었으므로
천축언어天竺言語 여한이음與漢異音 천축국의 말과 한문화漢文化권의 말이 서로 다르며
운기서위천서云其書為天書 천축국에서는 자칭 천축의 글을 천서天書라 하고
어위천어語為天語 그 나라 말을 천어天語라고 하였으니
명물부동名物不同 이름과 사물이 서로 같지 않아
전실불이傳實不易 사실 그대로를 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석람조안후세고唯昔藍調安候世高 다만 옛날 남조藍調 안후安候 세고世高(安淸)와
도위불조都尉佛調 도위都尉 불조佛調(嚴佛調)가
역범위진譯梵為秦 진秦나라 말로 범어梵語를 번역한 것만이
실득기체實得其體 진실로 그 체體를 얻었다 할 만한데
사이난계斯已難繼 그것마저 오래도록 계승하기 어려웠다.
후지전자수불능밀後之傳者雖不能密 그 후에 전해진 것들도 비록 정밀하지는 못했지만
유상귀기보猶常貴其寶 그래도 항상 그 보배를 귀하게 여겼으므로
조득대취粗得大趣 대강이나마 큰 뜻은 갖추고 있었다.
시자유지난始者維祗難 처음에 유기난維祇難이
출자천축出自天竺 천축을 나와
이황무삼년래적무창以黃武三年來適武昌 황무黃武 3년(224)에 무창武昌으로 왔는데
복종수차오백게본僕從受此五百偈本
복종僕從(이 글을 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인 듯함)이
그에게서 이 500게송으로 된 책을 받아 가지고
청기동도축장염위역請其同道竺將焰為譯
그의 도반[同道]인 축장염竺將焰(竺律焰)을 청해다가 번역하게 하였다.
장염수선천축어將焰雖善天竺語 장염이 비록 천축 말을 잘하긴 했지만
미비효한未備曉漢 한문漢文에 밝지 못해서
기소전언혹득범어其所傳言或得梵語 그가 전역한 말 중에 혹 범어를 만나면
혹이의출음或以義出音 혹은 뜻으로 풀어 번역하기도 하고 혹은 음을 그대로 쓰기도 하여
영질진박迎質真樸 그 내용이 질박質樸하였다.
초겸기위사불아初謙其為辭不雅
처음에 지겸支謙이 그(축율염)의 문장이 청아[雅]하지 못하다고 하자
유지난왈維祗難曰 유기난이 말하기를
불언의기의佛言依其義 “부처님의 말씀은 그 뜻을 중요하게 여기시고
불용식不用飾 수식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셨으며
취기법取其法 그 법만을 취하셨지
불이엄不以嚴 엄숙함을 원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기전경자령이효其傳經者令易曉
그러니 경을 전역하는 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알기 쉽게 해서
물실궐의勿失厥義 그 뜻을 잃지 않으면
시즉위선是則為善 그것이 최선입니다”라고 하자
좌중함왈坐中咸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로씨칭미언불신老氏稱美言不信 “노씨老氏(老子)는 '아름다운 말은 믿음이 안 가고
신언불미信言不美 믿을 만한 말은 아름답지 않다'고 하였다.
중니역운仲尼亦云 서부진언書不盡言
중니仲尼(孔子)도 또한 '글로는 말의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없고
언부진의言不盡意
말로는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다'(書不盡言 言不盡意)고 하였으니
명성인의明聖人意 심수무극深邃無極
성인의 뜻을 밝히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도 깊고 깊어서 다할 수 없으나
금전범의今傳梵義 실의경달實宜經達
지금 전한 범어의 뜻은 진실로 경의 의미를 통달하기에 적절합니다”라고 하였다.
시이자게是以自偈 수역인구受譯人口
이 때문에 이 <법구경> 게송을 번역할 때에 번역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 옮기고
인수본지因修本旨 본 뜻에 충실했을 뿐
불가문식不加文飾 문장을 수식하지 않았다.
역소불해譯所不解 즉궐부전則闕不傳
번역한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빼고 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유탈실故有脫失 다불출자多不出者
빠진 부분도 있고 애당초 전역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연차수사박이지심然此雖辭朴而旨深
그러나 이 경은 비록 문장은 질박하지만 그 뜻은 심오하며
문약이의박文約而義博 문장은 축약되었으나 그 의미는 넓다.
사구중경事鈎眾經 장유본章有本
경의 내용이 온갖 경전과 연관되어 있으나 장章마다 근본이 있고
구유의설句有義說 구절마다 말의 의미가 명확하다.
기재천축其在天竺 천축에서는
시진업자始進業者 처음 공부를 하는 사람이
불학법구위지월서不學法句謂之越叙
법구경을 배우지 않으면 순서를 뛰어 넘었다고 말한다.
차내시진자지홍점此乃始進者之洪漸
그러니 이 책이야 말로 처음 공부에 들어선 사람의 홍점洪漸이며
심입자지오장야深入者之奧藏也
공부에 깊이 들어간 사람에게는 오장奧藏이 되는 것이다.
가이계몽변혹可以啟矇辯惑
몽매한 사람을 깨우쳐주고 의혹 있는 사람을 분명하게 가려 밝혀 주며
유인자립誘人自立 사람을 인도하여 스스로 서게[自立]해 주는 것이니
학지공미이소포자광學之功微而所苞者廣
배움의 공功은 미미하지만 내포하고 있는 뜻은 광대하다.
식가위묘요야재寔可謂妙要也哉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미묘한 요체라 할만하다.
석전차시昔傳此時 옛날에 이 책을 전역傳譯할 때
유소불해有所不解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간 것이 있었는데
회장염래會將炎來 마침 장염이 왔기에
갱종자문更從諮問 다시 그에게 자문을 구하여
수차게배受此偈輩 이 게송들을 받아
부득십삼품復得十三品 다시 13품을 더하고
병교왕고並校往古 아울러 옛것과 교열하였으므로
유소증정有所增定 늘어난 것도 있고 바로잡아진 것도 있게 되었다.
제기품목第其品目 그 품목을 정비하니
합위일부삼십구편合為一部三十九篇 도합 1부部 39편篇에
대범게칠백오십이장大凡偈七百五十二章 게송이 모두 752장章이 수록되었다.
서유보익庶有補益 보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광문언共廣問焉 함께 널리 묻는 바이다./동국 역경원
法句經 序¹
¹)<대정장>원문에는 모두 2권으로 구성된 <법구경> 권上의
마지막 부분(<대정장>4, 566쪽)에 수록 되어있다.
이글은 본 경이 번역된 시대에 있었던 <법구경>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옛날에 쓰여진 <법구경> 해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작자에 대해서 <出三藏記集> 권7(<대장정>55, 50쪽)에서는 작자미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겸전무웅鎌田茂雄은 <중국불교사>권2 제2장 제2절에서는
같은 시대 사람인 지겸支謙이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 이전의 한역 <법구경>을 개정 및 증보하여 현존하는
한역 <법구경>을 펴낸 사람도 지겸이라고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다.
<법구경 서문>의 원문에 ‘겸謙’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 문맥으로 보아도
사람 이름으로 풀이해야 하므로 지겸이 작자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참고로 이 서문에 단락을 분류 하고 그 단락의 이름을 붙인 것은
원문에 없는 것이고 역자의 개인적인 작업임을 밝혀 둔다/한명숙 역
1. <법구경>의 어원
담발게曇鉢偈(法句經)는 모든 경전의 가장 중요한 뜻을 담고 있다.
담발은 음사어²로서 담曇(Dharma)은 法을 말하고 발鉢(pada)은 자구이다.
담발게자曇鉢偈者 중경지요의眾經之要義 담지언법曇之言法 발자구야鉢者句也
²)외국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뜻을 풀이하지 않고
본래의 음을 그대로 옮긴 것을 음사어音寫語라고 한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여 중국으로 전해졌다.
그러므로 인도의 말을 중국어로 옮기는 번역과정에서 그 개념을 漢譯하기 어려운 것은
발음을 그대로 차용하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음사어이다.
예를 들어 붓다buddha의 음사어는 佛陀이고
뜻에 따라 풀이한 것(意譯語, 漢譯語)은 覺者(깨달은 분)이다.
줄인 음사어는 이 음사어를 편의상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라한의 줄인 음사어는 나한이다.
<법구경>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9백 게송으로 된 것도 있고 7백 게송으로 된 것도 있으며 5백 게송으로 된 것도 있다.
게는 압축적인 짧은 구절로 시와 같은 것이다.
이법구경而法句經 별유수부別有數部
유구백게有九百偈 혹칠백게或七百偈 급오백게及五百偈
게자결어偈者結語 유시송야猶詩頌也
부처님은 상황에 따라서 가르침을 베풀었으므로 그 말씀이 한결같이 동일하지는 않았다.
그 가르침 마다 근본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이 있으므로 세상에 여러 경전이 있게 되었다.
시불견사이작是佛見事而作 비일시언非一時言
각유본말各有本末 포재제경布在諸經
2. 초기경전의 성립배경
부처님은 완전한 지혜를 갖추었고 그 성품이 매우 인자한 분이기 때문에
천하의 모든 생명을 불쌍히 여겨 세상에 나와서 진리를 열어 보였다.
불일체지佛一切智 궐성대인厥性大仁
민상천하愍傷天下 출흥우세出興于世 개현도의開顯道義
그러므로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모두 12가지 부류로
그 핵심을 통 털어서 묶고 별도로 여러 부의 경전을 만들었다.
네 종류의 <아함경阿含經>³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아난⁴이 전한 것이다.
권의 수가 많거나 적거나 관계없이 모두 처음에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이 어디에 계셨다’라고 한 후에 그때 부처님이 하신 말씀을 모두 진술하였다.
소이해인所以解人 범십이부경凡十二部經 총괄기요總括其要 별위수부別為數部
사부아함四部阿含 불거세후佛去世後 아난소전阿難所傳
권무대소卷無大小 개칭문여시皆稱聞如是 처불소재處佛所在 구창기설究暢其說
³)부처님의 교설을 집성한 초기의 경전이다.
소승불교의 중요한 경전으로 원시불교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네 종류는 <장아함경長阿含經·중아함경中阿含經·잡아함경雜阿含經·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⁴)아난다Ananda의 줄인 음사어이다.
갖춘 음사어는 아난다阿難陀이고 환희歡喜·경희慶喜 등으로 한역한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분이고 부처님의 설법을 가장 많이 듣고 그것을 잘 기억하고
있으므로 多聞第一로 인정받았다.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제자가 되어 20여년간 모셨지만 살아 계실 때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마하가섭에 의해 깨달음을 얻었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1차 결집을 할 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부처님의 설법을 외워내는 일을 하였다.
結集의 본래 의미는 기억하고 있는 교법을 함께 소리 내어 암송하는 것이나
나중에는 편집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3. <법구경>의 성립
이후에 다섯 [5部]⁵에 소속된 사문⁶들이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여러 경전 중에 네 구절과
여섯 구절로 된 게송을 뽑아서 그 내용을 검토한 후에 유사한 것 끼리 모아서 品을 만들었다.
시후오부사문是後五部沙門
각자초중경중사구륙구지게各自鈔眾經中四句六句之偈
비차기의比次其義 조별위품條別為品
⁵)부파불교의 생성과 발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여기서는 뒤에 나오는 서문에서
<법구경> 성립과 관계된 것으로 다섯 부파를 들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괄적 설명으로 대신한다.
불멸후 100년경 付法藏 제4조인 우파급다優婆笈多의 다섯 제자가 소승의 계율을 바탕으로
계율에 관한 경전[律典]을 편찬하였고 그래서 다섯 部派가 형성되었다.
첫째, 담무덕부曇無德部는 부파를 세운 사람의 이름을 따서 세운 것이다.
주요 율전은 <四分律>이다.
둘째, 살파다부薩婆多部는 ‘모든 것이 있다’는 뜻이고 보통 說一切有部라 한다.
주요 율전은 <十誦律>이다.
셋째, 미사색부彌沙塞部는 ‘有와 無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학파의 주장에 입각한 이름이다. 주요 율전은 <五分律>이다.
넷째, 가섭유부迦葉遺部는 ‘거듭해서 空함을 본다’는 뜻으로
이 학파의 주장에 입각한 이름이다. 주요 율전은 <解脫戒經>이다.
다섯째, 마하승기부摩河僧祈部는 이 부파가 주로 받드는 경전의 이름을 따서 일컫는 말이다.
주요 율전은 <摩河僧祈律>이다.
⁶)沙門은 산스크리트어 śramaṇa 팔리어 samaṇa의 음사어.
漢譯語는 식息·식심息心·근식勤息·공로功勞 등이다.
본래 사문이란 內道와 外道를 불문하고 출가하여 수행하는 사람을 통 털어서 일컫는 말이다.
후세로 오면서 오로지 佛門에 출가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 내용이 모두 12가지 부류에서 가려 낸 것이었는데 적합한 이름이 없으므로 法句라고 하였다.
모든 경전은 진리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법구란 진리에서 유래한 말이다.
어십이부경於十二部經 미불짐작靡不斟酌
무소적명無所適名 고왈법구故曰法句
제경위법언諸經為法言 법구자유법언야法句者由法言也
4. <법구경> 번역의 어려운 과정들
근래에 갈씨葛氏가 7백 게송으로 된 <법구경>을 전하였는데 게송의 내용이 매우 심오하여
번역가가 이것을 번역함에 있어서 매우 혼란스러움에 빠지게 되었다.
근세갈씨近世葛氏 전칠백게傳七百偈 게의치심偈義致深
역인출지譯人出之 파사기혼頗使其渾
부처님은 만나 뵙기 어렵고 그 문장은 알기 어렵다.
또한 모든 부처님은 인도⁷에서 출현하였고 인도의 글인 범어⁸는 한문과 음이 다르다.
그 말로 쓰여진 글을 天書⁹ 그 언어를 天語¹⁰라고 한다.
한문과 인도어는 그 말이 같지 않아서 진실을 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유불난치惟佛難值 기문난문其文難聞
우제불흥又諸佛興 개재천축皆在天竺
천축언어天竺言語 여한이음與漢異音 운기서위천서云其書為天書
어위천어語為天語 명물부동名物不同 전실불이傳實不易
⁷)원문의 ‘天竺’에 해당한다. 천축은 인도의 옛 이름이다.
⁸)원문의 ‘天竺言語’에 해당한다. 범어와 같은 말이다.
⁹)범천이 만든 글자인 범어로 쓰여진 글이라는 뜻이다.
¹⁰)범어의 다른 이름이다.
5. <법구경>의 정확한 번역에 이르기까지
오직 옛날에 안세고와 도위¹¹와 불조¹²가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함께 모여 인도어인 梵語¹³를 한역하였다.
그들의 번역은 경전이 지닌 본래의 뜻을 확실하게 전하였으나
이들의 업적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유석람조안후세고唯昔藍調安候世高 도위불조都尉佛調
역범위진譯梵為秦 실득기체實得其體 사이난계斯已難繼
¹¹)漢代 저명한 譯經家. 안현安玄, 도위현都尉玄 등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都尉(군수)란 안현의 관직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안식국 사람으로 안세고와 동시대에 번역에 종사 하였다.
많은 경전을 한역하였고 아주 정미한 것까지 전달도록 하여
당시 사람들이 그를 이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¹²)漢代 譯經僧. 嚴佛調, 浮調 등이라고도 한다.
안세고 문하에서 安玄과 더불어 여러 경전을 번역하였다.
그가 번역한 경전은 간략하고 번거롭지 않다는 특징을 가졌다.
¹³)원문의 ‘梵’에 해당한다. 梵은 梵語.
보통 영어식 산스크리트어를 많이 사용한다.
후세에 번역하는 사람들은 비록 그와 같이 정밀하게 할 수는 없었으나
항상 그들의 업적을 보배처럼 귀하게 여겨서 대강의 뜻을 얻을 수 있었다.
후지전자後之傳者 수불능밀雖不能密
유상귀기보猶常貴其寶 조득대취粗得大趣
처음에 유기난이 인도를 떠나 224년(황무3)에 중국 무창武昌에 왔다.
나는 그에게서 이 5백 게송이 실린 판본을 받아서
그와 동행하였던 축¹⁴장염¹⁵에게 번역할 것을 청하였다.
시자유지난始者維祗難 출자천축出自天竺
이황무삼년以黃武三年 래적무창來適武昌
복종수차오백게본僕從受此五百偈本
청기동도請其同道 축장염위역竺將焰為譯
¹⁴)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승려들을 부를 때에는 법명 앞에 ‘축竺’을 쓰는 경우가 많다.
¹⁵)3국시대에 활약한 인도 출신의 역경승이다. 竺律炎이라 한다.
유기난과 동일한 때에 중국에 와서 많은 경전을 번역하였다.
축장염은 비록 인도 말은 잘 하였지만 아직 한문은 완전히 알지 못하였다.
그가 번역할 때 사용한 언어는 혹은 범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혹은 뜻을 음사어로 나타내기도 하여 다듬어지지 않고 질박하였다.
장염수선천축어將焰雖善天竺語 미비효한未備曉漢
기소전언其所傳言 혹득범어或得梵語
혹이의출음或以義出音 영질진박迎質真樸
처음에 내¹⁶가 그 말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하자 유기난이 말하였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그 뜻에 의하여 번거롭게 꾸미지 말고 그 법을 취하여 장식하지 말라’고 하였다.
경을 전하는 사람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되 그 뜻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니
이것을 이룬다면 훌륭하게 번역한 것이다.”
초겸기위사불아初謙其為辭不雅 유지난왈維祗難曰
불언佛言 의기의불용식依其義不用飾 취기법取其法 불이엄不以嚴
기전경자령이효其傳經者令易曉
물실궐의勿失厥義 시즉위선是則為善
¹⁶)원문의 ‘겸謙’에 해당한다. 갖춘 이름은 支謙이다. 삼국시대의 역경가이다.
<법구경> 서문을 지은 사람이라고 보았으므로 ‘내가’로 번역하였다.
大月氏國 출신의 재가 불교도로서 많은 경전을 번역하였다.
그의 번역은 문장이 세련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말하였다.
“노자¹⁷는 말하기를 ‘꾸민 말은 믿을 것이 못되고 믿을만한 말은 꾸밈이 없다’¹⁸고 하였다.
공자¹⁹는 또한 말하기를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²⁰고 하였다.
이렇게 성인의 뜻을 알고자 함에 깊고 깊어 다함이 없다”라고 하였다.
좌중함왈坐中咸曰 로씨칭미언불신老氏稱美言不信 신언불미信言不美
중니역운仲尼亦云 서부진언書不盡言 언부진의言不盡意
명성인의明聖人意 심수무극深邃無極
¹⁷)周(BC1122-BC249) 말기의 철학자, 道家의 시조. 性은 李 이름은 耳, 字는 伯陽, 諡號는 담聃.
노자의 철학은 그 윤곽에 있어서는 불교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중국에 불교가 처음 전해졌을 때
노자철학의 개념을 빌려서 불교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로써 중국 특유의 불교가 발생했는데 이것을 格義佛敎라 한다.
이 시기를 거치므로 중국불교는 불교와 노자의 차이성을
인식하기에 이르면서 본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¹⁸)노자 도덕경 81장.
¹⁹)BC551-BC479년에 살았던 儒家의 시조. 노나라 출신으로 이름은 丘, 字는 中尼.
²⁰)周易 繫辭上
이제 범어의 뜻을 전하려면 경전의 의미에 통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직접 게송을 외우고 번역하는 사람이 부르는 것을 옮겨 받은 다음
본래의 뜻에 입각하여 수정하고 문장으로 꾸미지 않았다.
번역을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빼놓고 수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원본에서 빠진 것도 많이 있다.
금전범의今傳梵義 실의경달實宜經達
시이자게是以自偈 수역인구受譯人口
인수본지因修本旨 불가문식不加文飾
역소불해譯所不解 즉궐부전則闕不傳
고유탈실故有脫失 다불출자多不出者
그래서 비록 말이 거칠지만 그 뜻은 깊고 문장이 간략하지만 뜻은 넓다.
모든 경전을 꿰뚫어 章마다 근본이 되는 구절이 있고 바른 말씀이 있다.
연차수사박이지심然此雖辭朴而旨深 문약이의박文約而義博
사구중경事鈎眾經 장유본章有本 구유의설句有義說
6. <법구경>이란 어떤 책인가
인도에서 처음 학업을 시작한 사람이 <법구경>을 배우지 않으면 순서를 건너뛰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처음 학업을 시작한 사람이 큰물에 들어가기 위하여 건너야 할 것이고
이미 깊이 들어 간 사람에게 있어서는 오묘한 창고와 같은 것이다.
기재천축其在天竺 시진업자始進業者
불학법구不學法句 위지월서謂之越叙
차내시진자지홍점此乃始進者之洪漸 심입자지오장야深入者之奧藏也
이 책은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치고 미혹된 사람을 바르게 알게 하여
사람들을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이끈다.
배움을 위해 들이는 공은 작아도 그 배움을 통해 얻는 결과는 넓고 크다.
이 책이야 말로 오묘한 핵심을 담고 있다.
가이계몽변혹可以啟矇辯惑 유인자립誘人自立
학지공미學之功微 이소포자광而所苞者廣
식가위묘요야재寔可謂妙要也哉
7. 맺음말
옛날 이것을 전할 때는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때마침 축장염이 왔으므로 다시 쫓아가서 자문을 구하고 이 게송들을 받아서 다시 13품을 얻었다
옛것과 더불어 비교하여 보니 증보할 것이 있어서 그 품목을 차례대로 집어넣고 합하니
1부 39편이었으며 게송은 모두 752장이 되었다.
부디 보다 나은 내용을 보태기 위하여 이에 대한 질문이 널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석전차시昔傳此時 유소불해有所不解
회장염래會將炎來 갱종자문更從諮問
수차게배受此偈輩 부득십삼품復得十三品
병교왕고並校往古 유소증정有所增定
제기품목第其品目 합위일부삼십구편合為一部三十九篇
대범게칠백오십이장大凡偈七百五十二章
서유보익庶有補益 공광문언共廣問焉
/(주)홍익출판사 2012. 7, 5 개정판 8쇄/한명숙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