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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句譬喩經 1권 4. 다문품多聞品

空空 2024. 9. 4. 20:09

法句譬喩經 1권 4. 다문품多聞品

1

석사위국昔舍衛國 유일빈가有一貧家 부부간악夫婦慳惡 불신도덕不信道德

옛날 사위국에 어떤 가난한 집이 있었는데, 그들 부부는 인색하고 악하여 도덕을 믿지 않았다.

 

불민기우佛愍其愚 현위빈범사문現爲貧凡沙門 예문분위詣門分衛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셔서

허름하고 평범한 사문으로 변하여 그 집 문 앞에 가서 걸식하셨다.

 

시부부재時夫不在 기부매리其婦罵詈 무유도리無有道理

그때 그 집 남편은 마침 없었고

다만 그의 부인이 욕하고 나무라는 것이 도리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사문어왈沙門語曰 사문이 말하였다.

오위도사吾爲道士 걸개자거乞丐自居 부득매리不得罵詈 유망일식이唯望一食耳

"나는 도사가 되어 걸식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이니 그렇게 욕하지 마시오.

다만 한 끼니의 식사만 구할 뿐이오."

 

주인부왈主人婦曰 부인이 말하였다.

약여립사若汝立死 식상파득食尙叵得 황금평건況今平健 욕망아식欲望我食

"만일 당신이 금시 죽는다 해도 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거늘

하물며 멀쩡한 몸으로 내 밥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단계류시절但稽留時節 불여조거不如早去

단지 시간만 흘러갈 뿐이니 빨리 가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어시사문於是沙門 주립기전住立其前 대안서기戴眼抒氣 편현사상便現死相

이에 그 사문은 그곳에 머문 채 금시

눈동자를 위로 꼿꼿이 치뜨고 숨을 내쉬면서 갑자기 죽은 형상을 나타냈다.

 

신체방창身體膖脹 비구충출鼻口蟲出 복궤장란腹潰腸爛 부정류만不淨流漫

몸은 퉁퉁 부어오르고 코와 입에서는 벌레가 기어 나오며

배가 터지고 창자가 문드러져 더러운 것이 흘러 넘쳤다.

 

기부견차其婦見此 공포실성恐怖失聲 기이사주棄而捨走

부인은 이것을 보고 몹시 두려워 미친 듯이 그를 내버려두고 달아났다.

 

어시도인於是道人 홀연사거忽然捨去 거사수리去舍數里 좌수하식坐樹下息

그러자 도인은 홀연히 그곳을 떠나

집에서 몇 리쯤 떨어진 곳으로 가서 어떤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기부래귀도중其夫來歸道中 견부괴기경포見婦怪其驚怖 기부어부其婦語夫

남편이 돌아오는 도중에 아내가 놀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자,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유일사문有一沙門 견포여차見怖如此 "어떤 사문을 보고 놀라서 이러는 것입니다."

부대진노夫大瞋怒 문위소재問爲所在 남편은 매우 성이 나서 물었다. "어디 있소?"

부왈婦曰 아내가 말했다.

이거상역미원已去想亦未遠 "이미 가버렸는데 내 생각에는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부즉집궁夫卽執弓 대도帶刀 심적왕축尋跡往逐

장궁발도張弓拔刀 분주직전奔走直前 욕작도인欲斫道人

남편은 즉시 활을 들고 칼을 차고 그의 뒤를 따라가서

활을 재고 칼을 빼어 도인 앞으로 뛰어 나가 도인을 치려하였다.

 

도인즉화작류리소성이자위요기인道人卽化作琉璃小城以自圍遶其人

도인은 곧 변화로 조그만 유리성을 만들어 자기 몸을 둘러쌌다.

 

요성삭잡繞城數匝 불능득입不能得入

성은 여러 겹으로 둘러싸였기 때문에 그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즉문도인卽問道人 하불개문何不開門 그는 도인에게 물었다. "왜 문을 열지 않는가?"

도인왈道人曰 도인이 말하였다.

욕사개문欲使開門 기여궁도棄汝弓刀 "이 문을 열게 하려거든 그대는 먼저 그 활과 칼을 버려라."

 

기인자념其人自念 그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당수기어當隨其語 '우선은 그의 말을 따르자.

약당득입若當得入 수권가지手拳加之 만약 들어가기만 하면 주먹으로 그를 치리라.'

 

심기궁도尋棄弓刀 그리고는 곧 활과 칼을 버렸다.

문고불개門故不開 그러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복어도인復語道人 그는 다시 도인에게 말하였다.

이기궁도已棄弓刀 문하불개門何不開 "활과 칼을 버렸는데 왜 문이 열리지 않는가?"

 

도인왈道人曰 도인은 말하였다.

오사여기심중악의궁도이吾使汝棄心中惡意弓刀耳 비위수중궁도야非謂手中弓刀也

"나는 네 마음속에 있는 나쁜 생각의 활과 칼을 버리라고 한 것일 뿐

네 손에 있는 활과 칼을 말한 것이 아니다."

 

어시기인於是其人 심경체계心驚體悸 그러자 그는 마음으로 놀라 몸이 떨렸다.

도인신성道人神聖 내지아심乃知我心 '도인은 신성한 이라서 이내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즉변고두卽便叩頭 회과계수悔過稽首 도인왈道人曰

그리고 곧 머리를 두드리며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도인에게 말하였다.

 

아유폐처我有弊妻 불식진인不識眞人 사아흥악使我興惡

"제 못된 아내가 아라한[眞人]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습니다.

 

원소수자願小垂慈 막변견사莫便見捨 금욕장래今欲將來 권령수도勸令修道

바라건대 조금이라도 불쌍히 여기시어 그를 버리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가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에게 권하여 도를 닦게 하여 주십시오."

 

즉기환귀卽起還歸 그는 곧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기처문왈其妻問曰 사문소재沙門所在 그의 아내가 물었다. "그 사문이 있던가요?"

 

기부구설其夫具說 신변지덕神變之德

그러자 그 남편은 그의 신통변화의 덕을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금자재피今者在彼 경자의왕卿自宜往 개회멸죄改悔滅罪

"그 분은 지금 저기 계시오. 당신은 어서 가서 사과하고 죄를 용서받도록 하시오."

 

어시부처於是夫妻 지도인소至道人所 오체회과五體悔過 원위제자願爲弟子

그리하여 그들 부부는 도인에게로 가서 온몸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제자 되기를 원하였다.

 

장궤문왈長跪問曰 그리고는 꿇어앉아 물었다.

도인신변道人神變 성달내이聖達乃爾 "도인께서는 그러한 신통변화와 거룩한 지혜가 있었습니다.

유류리성有琉璃城 견고난유堅固難踰 그 유리성은 견고하여 넘기조차 어렵고,

지명의정志明意定 뜻은 밝고 마음은 안정되어

영무우환永無憂患 어떠한 근심이나 걱정도 없었습니다.

행하도덕行何道德 어떤 도덕을 행하여야

치차신묘致此神妙 그런 신묘한 법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도인답왈道人答曰 도인이 대답하였다.

오박학무염吾博學無厭 봉법불해奉法不懈 정진지계精進持戒 혜불방일慧不放逸

"나는 널리 배우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법을 받들되 게으르지 않았으며,

정진하고 계를 잘 지켰으며 지혜가 있어 방일하지 않았다.

 

연시득도緣是得道 자치니원自致泥洹 그 인연으로 도를 얻어 스스로 열반을 이루었다."

어시도인於是道人 인설게언因說偈言 그리고 도인은 이 인연으로 게송을 말하였다.

 

다문능지고多聞能持故 많이 들어 굳건하게 지니고

봉법위원장奉法爲垣牆 법 받들어 담장으로 삼아서

정진난유훼精進難踰毁 정진하면 넘어서거나 허물기 어렵나니

종시계혜성從是戒慧成 거기서 계율과 지혜를 이루었다네.

 

다문령지명多聞令志明 많이 들어 뜻을 밝게 하였고

이명지혜증已明智慧增 뜻이 밝아진 뒤엔 지혜가 더욱 불어났으며

지즉박해의智則博解義 지혜로워 이치를 널리 알게 되었고

견의행법안見義行法安 이치를 보아 법을 행하여 편안해졌네.

 

다문능제우多聞能除憂 많이 들어 근심 없애고

능이정위환能以定爲歡 선정으로 기쁨을 삼았으며

선설감로법善說甘露法 감로법을 잘 연설하여

자치득니원自致得泥洹 스스로 열반을 이루었다네.

 

문위지법률聞爲知法律 많이 들어 법과 계율을 알고

해의역견정解疑亦見正 의심을 풀어 바른 법을 보았으며

종문사비법從聞捨非法 들음을 좇아 그릇된 법 버려

행도불사처行到不死處 죽지 않는 곳에 이르렀네.

 

도인설게이道人說偈已 현불광상現佛光相 도인은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 광명의 모습을 나타내니

홍휘혁혁洪暉赫奕 조요천지照曜天地 큰 광명이 빛나고 번쩍이며 온 천지를 두루 비쳤다.

 

부처경악夫妻驚愕 정신전구精神戰懼 그들 부부는 깜짝 놀라 두려움으로 마음이 떨렸다.

개악세심改惡洗心 두뇌타지頭腦打地 악을 고치고 마음을 씻고는 머리로 땅을 쳐

괴이십억악득수타원도壞二十億惡得須陀洹道 20억의 악을 파괴하고 수다윈도를 증득하였다.

 

2

석불재구섬니국미음정사昔佛在拘睒尼國美音精舍 여제사배광설대법與諸四輩廣說大法

옛날 부처님께서 구섬니국에 있는 미음정사에서

4부대중과 함께 기거하면서 널리 큰 법을 연설하셨다.

 

유일범지도사有一梵志道士 그때 어떤 범지 도사가 있었다.

지박통달智博通達 중경비거衆經備擧 그는 지혜가 넓고 온갖 경전을 두루 통달하여

무사불관無事不貫 어떤 일에도 꿰뚫어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공고자예貢高自譽 천하무비天下無比 구적이행求敵而行 무감응자無敢應者

그래서 스스로 자랑하고 뽐내어 천하에 견줄 이가 없다고 하면서

맞설 상대를 찾아 다녔으나 감히 대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주일집거晝日執炬 행성시중行城市中 그가 대낮에 횃불을 들고 성 안의 시장 복판을 돌아다니자

인문지왈人問之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하이주일何以晝日 집거이행執炬而行 "왜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는가?"

 

범지답왈梵志答曰 범지가 대답하였다.

세개우명世皆愚冥 "세상 사람이 모두 어리석고 어두워

목무소견目無所見 눈만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시이집거是以執炬 이조지이以照之耳 그래서 횃불을 들고 그들을 비춰주는 것이다."

 

관찰세간觀察世間 무감언자無敢言者

그러나 세간 사람들은 그를 보고도 감히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

 

불지범지佛知梵志 숙복응도宿福應度

부처님께서는 그 범지가 전생의 복업 때문에 마땅히 제도할 수 있음을 아셨다.

 

이행공고而行貢高 구승명예求勝名譽 불계무상자시교不計無常自恃憍

그러나 그는 뽐내며 보다 나은 명예만 구하고

목숨이 덧없는 것임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너무 교만하게 굴었다.

 

자여시당타태산지옥恣如是當墮太山地獄 무앙수겁無央數劫 구출심난求出甚難

그 방자함은 장차 태산 지옥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겁을 지나도 거기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불즉화작일현자佛卽化作一賢者 거사상좌居肆上坐 즉호범지卽呼梵志

부처님께서는 곧 한 현자로 변화하여 어떤 가게 앞에 앉아 그 범지를 불렀다.

 

하위작차何爲作此 "왜 그런 짓을 하는가?"

범지답왈梵志答曰 범지가 대답하였다.

 

이중인명以衆人冥 주야불견명晝夜不見明 고집거화故執炬火 이조지이而照之耳

"사람들은 우매하여 밤이나 낮이나 밝음을 보지 못하오.

그래서 횃불을 들어 그들을 비춰 주는 것이라오."

 

현자중문범지賢者重問梵志 현자가 범지에게 다시 물었다.

경중유사명법위지지불經中有四明法爲知之不

"경전에 네 가지 밝은 법이 있는데 그대는 그것을 아는가?"

 

대왈對曰 불심不審 하위사명법何謂四明法

대답하였다. "자세히 모르오. 무엇을 네 가지 밝은 법이라 합니까?"

 

일자명어천문지리화조사시一者明於天文地理和調四時

"첫째는 천문 지리에 밝고 사시를 잘 조화하는 것이요,

 

이자명어성숙분별오행二者明於星宿分別五行

둘째는 하늘의 별에 밝고 오행을 분별하는 것이며

 

삼자명어치국수화유방三者明於治國綏化有方

셋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밝고 교화하는 술법이 있는 것이요,

 

사자명어장병고이무실四者明於將兵固而無失

넷째는 군사를 거느림에 밝고 튼튼하게 하여 실수가 없는 것이다.

 

경위범지유차사명법이불卿爲梵志有此四明法以不

그대는 범지로서 이 네 가지 밝은 법이 있는가?"

 

범지참괴梵志慚愧 기거차수棄炬叉手 유불급심有不及心

범지는 부끄러워 횃불을 내리고 합장하고는, 마음이 도저히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불지기의佛知其意 즉환복신卽還復身

부처님께서는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시고 곧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시자

 

광명병연光明炳然 황조천지晃照天地 빛나는 광명은 온 천지를 환히 비추었다.

 

변지범성위범지설게언便持梵聲爲梵志說偈言

그리고 곧 범성梵聲으로 범지를 위해 게송을 말씀하셨다.

 

야다소유문若多少有聞 만일 조금 들어 아는 것 있다 하여

자대이교인自大以憍人 스스로 대단한 체하며 남에게 교만하게 굴면

시여맹집촉是如盲執燭 마치 장님이 촛불을 잡은 것 같아

조피부자명照彼不自明 남은 비추어 주면서 자신은 밝히지 못한다.

 

불설게이佛說偈已 고범지왈告梵志曰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명중지심冥中之甚 무과어여無過於汝 "우매한 사람 가운데 너보다 더할 이 없건만

이주집거而晝執炬 행입대국行入大國 대낮에 횃불을 들고 큰 나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구나.

여경소지如卿所知 하여일진何如一塵 네가 아는 것이란 한 티끌과 같지 않은가?"

 

범지문지梵志聞之 유참괴색有慚愧色 즉변고두卽便叩頭 원위제자願爲弟子

범지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하는 빛을 띠면서, 머리를 조아려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불즉수지佛卽受之 령작사문令作沙門 부처님께서는 그를 곧 받아들여 사문이 되게 하셨다.

의해망지意解妄止 즉득응진卽得應眞 그러자 그는 뜻이 풀리고 망녕됨이 그쳐 곧 아라한이 되었다

 

3

석사위국유대장자昔舍衛國有大長者 명왈수달名曰須達 득수다원得須陀洹

옛날 사위국에 수달이라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수다원을 증득하였다.

 

유친우장자명왈호시有親友長者名曰好施 불신불도급제의술不信佛道及諸醫術

그에게는 호시 장자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부처님의 道와 모든 의술을 믿지 않았다.

 

시득중병時得重病 위돈착상痿頓著床 마침 그때 그가 중병에 걸려 자리에 몸져누웠다.

종친지우宗親知友 개취성문皆就省問 권령치병勸令治病 지사불긍至死不肯 답중인언答衆人言

친척들과 벗들이 모두 문병하러 가서는 병을 치료할 것을 권하였으나

그는 죽을 때까지 수긍하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오사일월吾事日月 충효군부忠孝君父 필명어차畢命於此 종불개지終不改志

"나는 해와 달을 섬기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할 뿐

내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더라도 끝내 뜻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수달어왈須達語曰 수달이 그에게 말하였다.

오소사사吾所事師 호왈위불號曰爲佛 "내가 섬기는 스승의 이름은 부처라 하네.

신덕광피神德廣被 그 분은 신덕을 널리 가피하시므로

견자득복見者得福 그 분을 뵌 사람은 다 복을 받는다네.

 

가시청래可試請來 설경주원說經咒願 청기소설聽其所說

시험 삼아 그 분을 청해 법을 설하게 하고 주원하게 하여 그 말씀을 들어 보게.

 

언행진취言行進趣 하여여도何如餘道 그 분의 말씀이나 품행은 다른 외도들과는 다를 것이네.

사지여불事之與不 수경소지隨卿所志 그를 섬기고 섬기지 않는 것은 그대 마음에 달렸지만

 

이경병구以卿病久 불시제차不時除差 권경청불勸卿請佛 기몽기복冀蒙其福

그대의 병이 오래 되어 차도가 없기 때문에,

그대에게 권해 부처님을 청하게 하는 것이니 그 복을 받기를 바라네."

 

호시왈가好施曰佳 그러자 호시가 말했다.

 

경변위오청불급중제자卿便爲吾請佛及衆弟子

"그대가 곧 나를 위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청해 주게."

 

수달즉변청불급승須達卽便請佛及僧 수달은 곧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왕예기문往詣其門 불방광명佛放光明 내외통철內外通徹

부처님께서 그 장자의 집 문에 이르러 큰 광명을 놓으시니 안팎이 모두 환히 통하였다.

 

장자견광長者見光 흔연신경欣然身輕 장자는 광명을 보자 마음이 기뻐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불전취좌佛前就坐 위문장자慰問長者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셔서 장자를 위로하며 물으셨다.

 

소병하여所病何如 석사하신昔事何神 작하료치作何療治

"병은 좀 어떤가? 예전부터 어떤 신을 섬겼는가? 어떤 치료를 하였는가?"

 

장자백불長者白佛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봉사일월奉事日月 군장선인君長先人 공경재계恭敬齋戒 기청만단祈請萬端

"해와 달을 받들어 섬겼고 임금과 조상들을 공경하면서 갖가지로 재계하고 기도하였습니다.

 

득병경시得病經時 미몽은우未蒙恩祐

그러나 병을 앓은 지 오래건만 아직 그 은덕을 입지 못하였습니다.

 

의약침자醫藥針炙 거문소기居門所忌 경계복덕經戒福德 소소부지素所不知

약이나 침이나 뜸은 문 안에 들이지도 못하게 하였고,

경전이나 계율의 복덕에 대해서는 본래부터 알지 못합니다.

 

선인이래先人以來 수사어차守死於此

이것은 선조 때부터 지켜온 것이므로 이 법을 지키다가 죽고자 합니다."

 

불고장자佛告長者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인생세간人生世間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횡사유삼橫死有三 그릇되게 죽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다.

 

유병불치有病不治 위일횡사爲一橫死 치이불신治而不愼 위이횡사爲二橫死

병이 있어도 치료하지 않는 것이 첫번째 그릇된 죽음이요,

치료하되 조심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그릇된 죽음이며,

 

교자자용憍恣自用 부달역순不達逆順 위삼횡사爲三橫死

교만하고 방자함으로써 거스리는 일인지 순종하는 일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세번째 그릇된 죽음이니라.

 

여차병자如此病者 비일월천지선인군부非日月天地先人君父 소능제견所能除遣

이러한 병자는 해와 달ㆍ천지ㆍ조상ㆍ임금ㆍ부모가 고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당이명도當以明道 수시안제隨時安濟

마땅히 밝은 도로써 시기에 맞추어가며 조용히 고쳐야 하는 것이다.

 

일자사대한열당수의약一者四大寒熱當須醫藥

즉 첫째 4대에 추위와 더위로 생긴 병은 의약으로써 고쳐야 하고

 

이자중사악귀당수경계二者衆邪惡鬼當須經戒

둘째 온갖 삿된 것과 나쁜 귀신으로 생긴 병은 경전과 계율로 고쳐야 하며

 

삼자봉사현성긍제궁액三者奉事賢聖矜濟窮厄

셋째 현성을 받들어 섬김으로써 그 긍휼히 여기는 것으로 빈궁과 재앙을 구제하고,

 

덕위신기德威神祇 복우군생福祐群生 그 덕의 위신력으로 중생을 복되게 하며,

이대지혜소거음개以大智慧消去陰蓋 큰 지혜로 음개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봉행여차奉行如此 현세안길現世安吉 종무광횡終無抂橫

이렇게 받들어 행하면 현세에서 편하고 길하여 끝내 억울하거나 뜻밖의 재앙이 없을 것이요,

 

계혜청정戒慧淸淨 세세상안世世常安 계율과 지혜가 청정하여 세상마다 항상 편안할 것이다."

어시세존於是世尊 즉설게언卽說偈言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일위명고事日爲明故 해를 섬기는 것은 밝음 때문이요

사부위은고事父爲恩故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은혜 때문이며

사군이력고事君以力故 임금을 섬기는 것은 세력 때문이요

문고사도인聞故事道人 도인을 섬기는 것은 법을 듣기 위해서이다.

 

인위명사의人爲命事毉 사람은 목숨을 위해 의사를 섬기고

욕승의호강欲勝依豪强 이기기 위해 세력에 의지한다.

법재지혜처法在智慧處 법은 지혜 있는 곳에 있고

복행세세명福行世世明 복을 지으면 세상마다 빛나네.

 

찰우재위무察友在爲務 벗을 찾는 것은 도모할 일이 있어서 이고

별반재급시別伴在急時 벗과 헤어지는 것은 위급한 일이 있어서 이며

관처재방락觀妻在房樂 아내를 찾는 것은 방의 쾌락 때문이고

욕지지재설欲知智在說 알고자 하면 그 지혜 설법에 있네.

 

위능사견도爲能師見道 훌륭한 스승은 도를 나타내어

해의령학명解疑令學明 의심을 풀어주고 지혜를 얻게 하며

역여청정본亦與淸淨本 청정한 행의 근본으로 더불어

능봉지법장能奉持法藏 법장을 받들어 지니게 한다.

 

문능금세리聞能今世利 많이 들으면 현세를 이롭게 해

처자곤제우妻子昆弟友 처자와 형제와 벗이 따르고

역치후세복亦致後世福 또한 후세의 복을 가져오나니

적문성성지積聞成聖智 들음을 쌓아 성인의 지혜 이룬다.

 

능섭위해의能攝爲解義 능히 모든 것을 거두어 이치를 깨닫고

해즉계불천解則戒不穿 이치를 알면 계율을 깨뜨리지 않으며

수법의법자受法猗法者 법을 받아 법에 의지하는 이

종시질득안從是疾得安 그로부터 빨리 안락을 얻으리.

 

시능산우에是能散憂恚 그것은 근심과 성냄을 흩어버리고

역제불상쇠亦除不祥衰 상서롭지 못한 쇠망을 없애나니

욕득안은길欲得安隱吉 안온하고 길함을 얻고 싶거든

당사다문자當事多聞者 많이 들은 이를 섬겨야 한다.

 

어시장자於是長者 문불설법聞佛說法 심의의결心意疑結 곽연운제㸌然雲除(밝을 곽㸌)

이에 장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 속의 의심덩어리가 구름이 사라지듯 확연하게 사라졌다

 

량의진료良毉進療 위심도덕委心道德 사대안정四大安靜 중환소제衆患消除 여음감로如飮甘露

좋은 의사의 치료를 받고 도덕에 마음을 맡기니 몸이 안정되고

온갖 근심이 사라져 마치 감로를 마신 것 같았다.

 

중외이역中外怡懌 신안심정身安心定 득수다원도得須陀洹道

안팎이 모두 즐겁고 몸은 편하고 마음이 안정되어 수다원도를 얻었다.

 

종실국인宗室國人 막불경봉莫不敬奉

그리하여 친척들과 나라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여 받들지 않는 이가 없었다.

 

4

석나열기국남유대산昔羅閱祇國南有大山 거성이백리去城二百里

남토제국로유차산南土諸國路由此山

옛날 나열기국에서 남쪽으로 2백리쯤 떨어진 곳에 큰 산이 있었는데

남방의 여러 나라로 가는 길이 모두 이 산을 경유하게 되어 있었다.

 

산도심수山道深邃 유오백적有五百賊 그 산길은 깊고 으슥하여 5백 명의 도둑들이

의험겁인依嶮劫人 모두 그 험한 산을 의지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겁탈하곤 하여

 

후수종횡後遂縱橫 소해낭자所害狼藉

지금까지 종횡으로 사람을 해친 것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중가피독衆賈被毒 왕로불통王路不通

모든 장사꾼들이 모두 겁탈을 당하였기 때문에 국왕도 그 길을 통과할 수 없었다.

 

국왕추토國王追討 불능금획不能擒獲 그래서 국왕이 토벌하게 했으나 그들을 잡지 못하였다.

 

시불재국時佛在國 애민군생哀愍群生

그때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계시면서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생각하셨다.

 

념피적배念彼賊輩 부지죄복不知罪福 '저 도둑들은 죄와 복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구나.

세유여래世有如來 이목부도而目不睹 법고일진法鼓日震 이이불문而耳不聞

세상에 여래가 있건만 눈으로 보지 못하고 법고도 날마다 울리건만 귀로 듣지 못한다.

 

오부왕도吾不往度 여석심연如石沈淵

내가 가서 제도하지 않으면 저들은 돌처럼 깊은 못에 빠지고 말 것이다.'

 

화작일인化作一人 착호의복著好衣服 그리고 변화로 한 사람을 만들어 좋은 옷을 입히고

승마대검乘馬帶劍 수집궁시手執弓矢 말을 타고 칼을 차고 손에는 활과 화살을 들게 했다.

 

안늑엄식鞍勒嚴飾 금은장교金銀莊校 이명월주以明月珠 수락마체垂絡馬體

말안장과 굴레를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고, 명월주를 말 몸에 드리워 얽었다.

 

과마명현跨馬鳴絃 왕입산중往入山中 

군적견지群賊見之 이위성사以爲成事 

그는 말에 걸터앉아 현악기를 울리면서 그 산 속으로 들어갔다.

도둑떼들은 그를 보고 일이 성사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작적적년作賊積年 미유차변未有此便 난지투석卵之投石 여차하리與此何異

'우리가 도둑이 된 지 여러 해이건만 아직까지 이런 기회가 없었다.

달걀을 돌에 던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군적제두주전群賊齊頭住前 위요만궁발도쟁욕박탈圍繞挽弓拔刀諍欲剝脫

그리고는 도둑떼들은 머리를 나란히 하고 달려 나와

그를 포위하고는 활을 당기고 칼을 빼어 앞 다투어 그를 치려고 하였다.

 

어시화인於是化人 거궁일발擧弓一發 사오백적使五百賊 각피일전各被一箭

그러자 변화로 만든 사람은 활을 들어 한 발씩 쏘니

5백 명의 도둑들이 모두 하나씩 화살을 맞았다.

 

이도지의以刀指擬 각피일창各被一瘡

다시 칼을 들고 겨누어 가리키니 그들은 모두 하나씩 상처를 입었다.

 

창중전심瘡重箭深 상처는 중하고 화살은 깊이 박혔다.

즉개전도卽皆顚倒 오백군적五百群賊 완전와지宛轉臥地 고두귀항叩頭歸降

그들은 모두 엎치락뒤치락 땅에 쓰러져 뒹굴면서, 머리를 조아려 항복하였다.

 

위시하신爲是何神 위력내이威力乃爾 걸몽원사乞蒙原赦 이활미명以活微命

그리고 이것은 어떤 신의 위력으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여겨

용서를 빌어 목숨을 건져야 하겠다고 생각하고서 말하였다.

 

원시발전願時拔箭 사창제유使瘡除愈 금자창통今者瘡痛 불가감인不可堪忍

"원컨대 곧 화살을 뽑고 상처를 낫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상처가 너무 아파 감내할 수가 없습니다."

 

화인답왈化人答曰 변화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시창불통是瘡不痛 전불위심箭不爲深 "그 상처가 아픈 것이 아니고 그 화살이 깊은 것이 아니다.

 

천하창중天下瘡重 막과어우莫過於憂 잔해지심殘害之甚 막과어우莫過於愚

천하의 상처 가운데 근심[憂]보다 더 중한 것이 없고

사람을 해치는 것 중에서 어리석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여회탐득지우汝懷貪得之憂 잔살지우殘殺之愚 도창독전刀瘡毒箭 종불가유終不可愈

너희들이 품고 있는 탐내는 근심과 해치려는 어리석음은

칼로 입은 상처와 독화살에 맞은 것처럼 끝내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차이사자此二事者 근본심고根本深固 용력장사勇力壯士 소부능발所不能拔

이 두 가지는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뺄 수 없는 것이요,

 

유유경계唯有經戒 다문혜의多聞慧義 이차명도以此明道 료치심병療治心病

오직 경전ㆍ계율ㆍ다문ㆍ이치 등 이런 밝은 도라야만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고

 

발제우애拔除憂愛 우치공고愚癡貢高 근심ㆍ애욕ㆍ어리석음ㆍ뽐냄을 뽑아 없앨 수 있으며

제복강강制伏剛强 호부탐욕豪富貪欲 억세고 세력 있다는 교만과 탐욕을 항복받는다.

 

적덕학혜積德學慧 내가득제乃可得除 장획안은長獲安隱

또 덕을 쌓고 지혜를 배워야 그것들을 소멸하여 길이 안온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시화인於是化人 즉현불신卽現佛身 상호정특相好挺特 금안영묘金顔英妙

그리고는 변화로 만든 사람은 곧 부처님 몸으로 나타나니

모습이 뛰어나고 황금빛 얼굴이 빛나고 묘하였다.

 

즉설게언卽說偈言 그리고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작창무과우斫瘡無過憂 근심보다 더 아픈 상처 없고

사전무과우射箭無過愚 어리석음보다 더 독한 화살 없네.

시장막능발是壯莫能拔 그것은 어떤 장사도 빼낼 수 없나니

유종다문제唯從多聞除 오직 많이 들음만이 없앨 수 있느니라.

 

맹자종득안盲者從得眼 장님은 이것으로써 눈을 얻고

암자종득촉闇者從得燭 어두운 곳 이로써 밝음을 얻는다.

시도세간인示導世間人 또 그것이 세상사람 인도하는 것

여목장무목如目將無目 눈 가진 사람이 맹인을 인도하는 것 같네.

 

시고가사치是故可捨癡 그러므로 어리석음 버리고

리만호부락離慢豪富樂 교만과 부귀의 즐거움을 떠나며

무학사문자務學事聞者 많이 들은 이를 섬겨 배우기를 힘쓰는 이

시명적취덕是名積聚德 그를 덕을 모아 쌓는 이라 하네.

 

어시오백인於是五百人 견불광상見佛光相 중문차게重聞此偈

고두귀명叩頭歸命 극심회과剋心悔過

그때 5백 사람은 부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또 그 게송을 듣고는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잘못을 뉘우쳤다.

 

도창독전刀瘡毒箭 자연제유自然除愈 

환희심개歡喜心開 즉수오계卽受五戒 

국계안녕國界安寧 막불환희莫不歡喜 

그러자 칼의 상처와 독화살의 상처가 저절로 나아 없어졌다.

그리하여 기쁨으로 마음이 열려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뒤로 나라가 편안해져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