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句譬喩經 1권 11. 방일품放逸品
法句譬喩經 1권 11. 방일품放逸品
석불재세시昔佛在世時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일이다.
유오백가객有五百賈客 종해중출從海中出 대지칠보大持七寶 환귀본국還歸本國
경력심산經歷深山 위악귀소미爲惡鬼所迷 불능득출不能得出
5백 명의 장사꾼들이 바다에서 나와 일곱 가지 보물을 많이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깊은 산을 지나다가 나쁜 귀신에 홀려 그 계곡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량식핍진糧食乏盡 궁돈곤액窮頓困厄 수개아사遂皆餓死 소재보화所齎寶貨 산재산간散在山間
양식이 떨어져 몹시 고생하다가 모두 굶어 죽고,
그들이 가졌던 보물들은 다 산중에 흩어져 버렸다.
시유사문時有沙門 재산중학在山中學 견기여차見其如此 편기상념便起想念
그때 그 산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떤 사문이 그 보물들을 보고 곧 욕심이 생겨 생각하였다.
오근고학도吾勤苦學道 적이칠년積已七年
불능득도不能得道 우복빈궁又復貧窮 무이자제無以自濟
차보물무주취지此寶物無主取之 지귀용립문호持歸用立門戶
'내가 여기서 열심히 고생스럽게 도를 공부한 지 이미 7년이 지났건만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고, 게다가 가난하기까지 하여 스스로 생활해 나갈 수조차 없다.
이 보물은 주인이 없으니, 이것을 주워 가지고 돌아가 가문을 일으켜야 하겠다.'
어시하산於是下山 습취보물拾取寶物 장착일처藏著一處
흘편출산訖便出山 구호형제求呼兄弟 부치지귀負馳持歸
그리고 그는 산을 내려와 보물들을 주워 한곳에 감춰 두고
곧 산을 빠져 나와 형과 아우를 불러 그것을 지고 돌아갔다.
방도도반方到道半 길을 반쯤 갔을 때였다.
불념비구佛念比丘 응당득도應當得度 부처님께서 그 비구가 제도될 수 있음을 아시고서
불편화작佛便化作 일비구니一比丘尼 곧 한 비구니로 변화하여
체두법복剃頭法服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장면화미莊面畫眉 눈썹을 그려 얼굴에 화장하고서
금은영락金銀瓔珞 금은 영락으로 몸을 치장하고는
수곡입산隨谷入山 골짜기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셨다.
도봉사문道逢沙門 그는 길에서 사문을 만나
두면작례頭面作禮 문신기거問訊起居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안부를 묻자
도인가비구니왈道人呵比丘尼曰 도인은 그 비구니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위도지법爲道之法 응득이불應得爾不 "도법을 행하면서 그럴 수가 있는가?
체두착법의剃頭著法衣 운하복장云何復莊 면화미영面畫眉瓔 낙신체야珞身體也
머리를 깎고 법복을 걸친 채 어찌 눈썹을 그려 얼굴에 화장하고 영락으로 몸을 치장하였는가?"
비구니답왈比丘尼答曰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사문지법沙門之法 위응이불爲應爾不 "사문의 법에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사친학도辭親學道 부모를 하직하고 도를 배우기 위하여
산거정지山居靜志 산에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야 하겠거늘
운하복취云何復取 비기재물非其財物 어떻게 다시 옳지 않은 재물을 취합니까?
탐욕망도貪欲忘道 또한 어찌 탐욕 때문에 도를 잊어버리고
쾌심방의快心放意 쾌락할 마음을 갖고 방일하면서
불계무상不計無常 무상함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세여기生世如寄 세상에 사는 것은 마치 나그네와 같고
죄보연장罪報延長 죄의 과보는 늘어만 가는 것입니다."
어시비구니於是比丘尼 위설게언爲說偈言 이에 그 비구는 그를 위해 게송을 말하였다.
비구근신계比丘謹愼戒 비구는 계율 지켜 삼가고 근신하라.
방일다우건放逸多憂愆 방일하면 걱정과 근심만 많아진다.
변쟁소치대變諍小致大 조그만 다툼이 큰 싸움으로 변하나니
적악입화분積惡入火焚 악을 쌓아 불 속에 들어가리라.
수계복치희守戒福致喜 계율을 지키면 좋은 복을 가져오고
범계유구심犯戒有懼心 계율을 범하면 두려운 마음 생긴다.
능단삼계루能斷三界漏 삼계의 번뇌 끊어버리면
차내근열반此乃近涅槃 이는 곧 열반에 가까워지리라.
시시비구니是時比丘尼 설차게이說此偈已 위현불신爲現佛身 상호광명相好光明
사문견지沙門見之 송연모수悚然毛豎
계수불족稽首佛足 회과자진悔過自陳
그때 비구니는 이 게송을 마치고 그를 위해 부처님 몸의 광명 모습을 나타내었다.
사문은 그것을 보고 두려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잘못을 뉘우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술하였다.
우치미류愚癡迷謬 위범정교違犯正敎 "어리석고 미혹하여 바른 법을 어기고
왕이불반往而不返 떠나가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기장나하其將奈何 장차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시세존於是世尊 즉설게언卽說偈言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약전방일若前放逸 만일 먼저는 방일하였더라도
후능자금後能自禁 뒤에 가서 스스로 잘 금하면
시조세간是照世間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념정기의念定其宜 기어코 옳은 길을 생각해야 하네.
과실위악過失爲惡 잘못 실수로 악을 저질렀더라도
추복이선追覆以善 뒤따라 선으로 덮으면
시조세간是照世間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념선기의念善其宜 옳은 일만을 잘 생각하라.
소장사가少壯捨家 한창 젊을 때 집을 버리고
성수불교盛修佛敎 부처님의 가르침을 힘써 닦으면
시조세간是照世間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여월운소如月雲消 마치 달빛 가린 구름이 사라지듯 하리라.
인전위악人前爲惡 사람이 먼저는 악을 행했더라도
후지불범後止不犯 뒤에 가서 그치고 범하지 않으면
시조세간是照世間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여월운소如月雲消 마치 달에 낀 구름 사라지듯 하리라.
어시비구於是比丘 중문차게重聞此偈 결해탐지結解貪止
그때 그 비구는 거듭하여 이 게송까지 듣고는 번뇌가 풀리고 탐욕이 그쳤다.
계수불족稽首佛足 그래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환도수하還到樹下 나무 밑으로 돌아와
수식상수數息相隨 지관환정止觀還淨 드나드는 숨길을 따라 지관이 도로 깨끗해져서
획도과증獲道果證 성아라한成阿羅漢 도의 과위를 증득하여 아라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