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上卷 第二
2. 우전왕경優塡王經 第二
문여시聞如是 이와 같이 들었다.
불재사위국佛在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시유일비구時有一比丘 한 비구가
재구삼국석간토실중在句參國石閒土室中 구삼국의 바위 사이의 토굴에 살았는데
장발수조長髮鬚爪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톱은 자랄 대로 자라고
피괴의被壞衣 몸에는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다.
시우전왕時優塡王 욕출유관欲出遊觀 도아적산到我迹山 한 번은 우전왕이 아적산으로 유람을 가고자 하였다.
시자즉칙치도교侍者卽勅治道橋 환백왕還白王
그리하여 시자가 즉시 왕의 명령을 받들어 길과 다리를 고쳐 놓고서는 돌아와 왕에게 말하였다.
이치도已治道 왕가출王可出 “길을 고쳐 놓았으니 왕께서 외출하셔도 괜찮을 것입니다.”
왕단종미인기녀王但從美人妓女 승기도아적산乘騎到我迹山
이에 왕은 미인과 기생들만 데리고 말을 타고서 아적산에 도착하였다.
하거보상下車步上 그리고 말에서 내려 걸어서 산을 올라갔다.
유일미인有一美人 그런데 일행 중 한 미인이
경행산중經行山中 종기지기從崎至崎 험한 산 속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고견석간토실중顧見石閒土室中 유일비구有一比丘 장수발조長鬚髮爪 의복렬패衣服裂敗 상류여귀狀類如鬼
바위 사이의 토굴 속에서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톱은 자랄 대로 자라고
다 떨어진 옷을 걸쳐 마치 귀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비구를 보았다.
편대성호천자便大聲呼天子 미인은 놀라 소리치며 왕을 불렀다.
시중유귀是中有鬼 시중유귀是中有鬼 “이곳에 귀신이 있습니다. 이곳에 귀신이 있습니다.”
왕편요문王便遙問 하소재何所在 왕이 멀리서 물었다. “어디냐?”
미인언美人言 근재석간토실중近在石閒土室中 “가까운 바위 사이의 토굴 속에 있습니다.”
왕즉발검종지王卽拔劍從之 견비구여시見比丘如是
왕은 즉시 칼을 뽑아 그곳으로 달려가 미인이 말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비구를 만났다.
즉문卽問 여하등인汝何等人 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대언對言 아시사문我是沙門 “나는 사문입니다.”
왕문王問 여하등사문汝何等沙門 “어느 사문인가?”
왈曰 아시석가사문我是釋迦沙門 “나는 석가釋迦의 사문沙門입니다.”
왕언王言 시응진야是應眞耶 “그대는 아라한[應眞]인가?”
왈曰 비야非也 “아닙니다.”
녕유사선야寧有四禪耶 “그렇다면 四禪의 경지에 이르렀는가?”
부언復言 무유야無有也 “아닙니다.”
녕삼선이선야寧三禪二禪耶 “삼선이나 二禪의 경지에 이르렀는가?”
부언復言 무유無有 “아닙니다.”
녕지일선야寧至一禪耶 “그렇다면 일선의 경지에는 이르렀는가?”
대왈對曰 언실일선행言實一禪行 “그렇습니다. 실로 일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왕편에내불해王便恚內不解 고위시자顧謂侍者
왕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마음이 풀리지 않아 사자인 내시를 돌아보며 말했다.
황문이음의념黃門以婬意念 “음탕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시사문범속인무진행是沙門凡俗人無眞行 이 사문은 범속한 사람이어서 참된 수행이 없는데
내하견아미인奈何見我美人 어떻게 나의 미인을 보았단 말인가?”
편칙시자便勅侍者 그리고는 시자에게 분부했다.
급취단현절래계시인急取斷絃截來繫是人 “속히 현악기의 줄을 끊어와 이 자를 묶어라.”
시자편거侍者便去 사자는 즉시 줄을 끊으러 갔다.
산신념山神念 시비구무과是比丘無過 금당원사今當怨死 아가옹호我可擁護 령탈시액令脫是厄
이때 山神이 ‘이 비구는 아무 잘못도 없이 이제 원통하게 죽게 되었으니
내가 보살펴서 이 액운에서 벗어나게 해 주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편화작대저신便化作大猪身 서주왕변徐走王邊 곧 큰 멧돼지로 변하여 천천히 왕의 곁으로 다가갔다.
시자즉백왕侍者卽白王 이에 시자가 왕에게 말했다.
대저근재왕변大猪近在王邊 “멧돼지가 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왕편사비구王便捨比丘 이 말을 들은 왕은 즉시 비구를 버려두고
발검축저拔劍逐猪 칼을 뽑아 멧돼지를 뒤쫓아 갔다.
비구견왕거원比丘見王去遠 비구는 왕이 멀리 떠나버린 것을 보고
편주출도사위기수급고독원중便走出到舍衛祇樹給孤獨園中 곧 달아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이르러
위제비구설본말爲諸比丘說本末 비구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의 전말을 말하였다.
비구즉백불比丘卽白佛 비구들은 즉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불시시인시본佛是時因是本 변유의생變有義生 부처님은 이때 이 근본 인연에 따라 뜻을 변화시켜서
명아비구실지경권출어命我比丘悉知經卷出語 비구들로 하여금 경전의 말을 자세히 알게 하시는 한편
위후세학작명爲後世學作明 후세 사람들을 위해 뜻을 밝힘으로써
령아경도구주令我經道久住 우리 경법經法이 길이 머물도록 하셨다.
시시불설의족경是時佛說義足經 이때 부처님께서는 <의족경>을 설하셨다.
계사다소원繫舍多所願 묶인 것에서 풀려나길 간절히 바라나
주기사소차住其邪所遮 삿된 곳에 가려진 채 살기 때문에
이차원정도以遮遠正道 이로써 정도를 멀리 가려버리니
욕념난가혜欲念難可慧 욕념은 정녕 지혜롭기 어려워라.
좌가계포태坐可繫胞胎 모태母胎에 묶였던 연유로
계색견난해繫色堅難解 여색에의 굳은 집착은 풀렸더라도
불관거래법不觀去來法 오고 가게 마련인 법을 보지 않나니
혜시역단본慧是亦斷本 지혜야말로 근본을 끊는다네.
탐욕이치맹貪欲以癡盲 탐욕으로 인하여 어리석게 눈 머나니
부지사리증不知邪利增 삿된 이욕만 증가함을 알지 못하네.
좌욕피통비坐欲被痛悲 욕심 때문에 슬픔과 고통을 받으니
종시당하의從是當何依 이제는 마땅히 그 어디에 의지할까.
인생당각시人生當覺是 인생이 이러한 줄 마땅히 깨달을지니
세사난가의世邪難可依 세상의 삿됨은 의지하기 어려워라.
사정불착념捨正不著念 정도를 버리고 생각조차 않나니
명단사심근命短死甚近 수명은 짧은 법 죽음이 눈앞에 있음을 생각하라.
전전시세고展轉是世苦 이리저리 구르는 이 세상의 괴로움이여.
생사욕계류生死欲溪流 삶과 죽음과 욕망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그침이 없네.
사시내념원死時乃念怨 죽을 때에 가서야 비로소 원망하나니
종욕저태극從欲詆胎極 욕심에 따라 모태에 태어남을 욕하네.
자가수통신自可受痛身 그러나 스스로 고통스런 몸을 받나니
류단소수어流斷少水魚 물이 마른 시내에는 물고기가 없는 법
이견단신가以見斷身可 이에 육신에 집착을 끊어야 함을 아나니
삼세부하증三世復何增 삼세에 다시 무엇을 더 연연할 것인가.
력욕어량면力欲於兩面 이리하여 애써 양 극단極端에 대한
피가각막착彼可覺莫著 집착을 끊어야 함을 깨닫게 되나니
막행소자원莫行所自怨 스스로 원망할 일을 하지도 않고
견문막자오見聞莫自污 보고 들음에 자신을 더럽히지 않네.
각상관도해覺想觀度海 생각을 깨닫고 살펴서 고해를 건너면
유아존불계有我尊不計 나의 존귀함이 헤아릴 수 없으리.
력행발미출力行拔未出 힘써 수행하여 근본을 뽑아야 할지니
치사내무의致使乃無疑 그리하면 의심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리.
불설시의족경佛說是義足經 비구환희比丘歡喜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환희에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