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행찬佛所行讚 제3권 11.답병사왕품答甁沙王品
11.답병사왕품答甁沙王品
병사왕수순甁沙王隨順 병사왕은 이치를 따라
안위권청이安慰勸請已 위로하고 권해 청하기를 마치자
태자경답사太子敬答謝 태자가 공손하게 대답하였네.
심감어래언深感於來言 “위로해 주시는 말 매우 감사하오.
선득세간의善得世閒宜 세간 일에 매우 적절함을 얻었고
소설불괴리所說不乖理 하신 말씀 이치에 어긋나지 않았네.
하리명족주訶梨名族胄 하리訶梨의 이름 있는 종족의 후손으로
위인선지식爲人善知識 모든 사람의 善知識 되었네.
의회심허진義懷心虛盡 의義를 품은 마음이 비고 지극하거늘
법응여시설法應如是說 마땅히 이와 같이 법을 말해야 하네.
세간설범품世間說凡品 이 세상에서 설하는 평범한 기품으로는
불능처인의不能處仁義 인仁과 義에 머물 수 없네.
박덕우근정薄德遇近情 엷은 덕으로써 얕은 情 만나
기달명승사豈達名勝事 어떻게 뛰어난 일 알 수 있으리.
승습선승종承習先勝宗 조상들의 훌륭한 근본을 이어받고
숭례수경양崇禮修敬讓 예禮를 높이고 공경과 겸양 닦았네.
능어고난중能於苦難中 괴롭고 어려운 가운데서
주제불상기周濟不相棄 두루 구제하여 버리지 않는 것
시즉위세간是則爲世閒 이것을 곧 이 세상의
진선지식상眞善知識相 진실한 선지식의 모습이라 한다네.
선우재통제善友財通濟 착한 벗이 재물로 구제해 주면
시명뢰고장是名牢固藏 이것은 단단한 창고라 하겠지만
수석봉기리守惜封己利 지키고 아껴 자기 이익 꾀하면
시필속망실是必速亡失 이것은 반드시 빨리 잃게 되리라.
국재비상보國財非常寶 나라 재물은 평범하지 않은 보배로서
혜시위복업惠施爲福業 은혜 베풀면 복된 業 되고
겸시선지식兼施善知識 아울러 선지식에 베풀어주면
수산후무회雖散後無悔 비록 흩었으나 뒤에는 후회 없으리.
기지여후회旣知汝厚懷 이미 당신의 돈독한 마음 알았나니
불위위역론不爲違逆論 구태여 거슬리는 말은 하지 않으리.
차금이소견且今以所見 우선 지금 내가 본 것을
솔심이상고率心而相告 솔직한 마음을 그대에게 말하리라.
외생로병사畏生老病死 나는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두려워
욕구진해탈欲求眞解脫 참다운 해탈을 구하고자
사친리은애捨親離恩愛 어버이를 버리고 恩愛를 떠났으니
기환습오욕豈還習五欲 어떻게 다시 돌아가 5욕을 익히겠는가.
불외성독사不畏盛毒蛇 사나운 독사나 겨울 번개나
동전맹성화凍電猛盛火 맹렬한 불꽃은 두렵지 않지만
유외오욕경唯畏五欲境 오직 5欲의 경계에 유전하다가
류전로아심流轉勞我心 내 마음 수고롭힐까 두려울 뿐이오.
오욕비상적五欲非常賊 5욕은 평범하지 않은 도적으로
겁인선진보劫人善珍寶 사람의 좋은 보배 겁탈해 뺏고
사위허비실詐僞虛非實 간사하고 거짓되고 진실하지 않아서
유약환화인猶若幻化人 마치 꼭두각시로 변화한 사람 같나니
잠사령인혹蹔思令人惑 잠깐 생각만 해도 사람을 미혹시키거늘
황상처기중況常處其中 하물며 항상 그 가운데 있음이.
오욕위대애五欲爲大㝵 5욕은 큰 걸림이 되어
영장적멸법永障寂滅法 영원히 寂滅法을 가리우리라.
천락상불가天樂尚不可 하늘의 즐거움도 오히려 싫다 하겠거늘
황처인간욕況處人閒欲 하물며 인간 욕심 그 속에 머물겠는가.
오욕생갈애五欲生渴愛 5욕은 간절한 애욕 일으켜
종기만족시終旡滿足時 끝내 만족할 때가 없다네.
유성풍맹화猶盛風猛火 큰 바람 부는 사나운 불길 속에
투신역무족投薪亦無足 섶을 던져도 족함이 없는 것 같네.
세간제비의世閒諸非義 세상의 모든 옳지 않은 것으론
막과오욕경莫過五欲境 5욕의 경계보다 더한 것 없다네.
중생우탐고衆生愚貪故 중생들은 어리석게 탐함으로써
락착이불각樂著而不覺 즐겨 집착하면서 깨닫지 못하나니
지자외오욕智者畏五欲 지혜로운 사람은 5욕을 두려워해
불타어비의不墮於非義 옳지 않은 데 떨어지지 않네.
왕령사해내王領四海內 왕은 四海 안을 다스리면서
유외경희구猶外更希求 오히려 밖에서 바라고 구하나니
애욕여대해愛欲如大海 애욕愛欲은 큰 바다와 같아
종무지족시終無止足時 끝끝내 만족함에 머물지 못하네.
만타전륜왕曼陁轉輪王 만타曼陀 전륜성왕은
보천우황금普天雨黃金 넓은 하늘에서 황금비 내렸고
왕령사천하王領四天下 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렸지만
부희도리천復希忉利天 다시 도리천忉利天을 구하여
제석분반좌帝釋分半座 제석천 자리의 반을 차지한 뒤에
욕도치명종欲圖致命終 다시 도모圖謀하려다 목숨 마쳤네.
농사수고행農沙修苦行 농사農沙왕은 고행을 닦아
왕삼십삼천王三十三天 33天의 왕이 되어서
종욕심고만縱欲心高慢 방일放逸한 욕심에 마음은 교만하여
선인만보거仙人挽步車 선인仙人에게 수레를 끌게 하다가
연사방일행緣斯放逸行 이렇게 방일放逸한 행의 인연으로
즉타망사중卽墮蟒蛇中 곧 구렁이의 세계에 떨어졌었네.
괘라전륜왕罣羅轉輪王 가라罣羅 전륜성왕은
유어도리천遊於忉利天 도리천에서 노닐면서
취천녀위후取天女爲后 천녀天女를 아내로 삼아
부렴선인금賦斂仙人金 선인들의 금을 세금으로 거두었네.
►‘걸 괘罣’걸다, 마음에 걸리다, 거리끼다.
“고심무가애故心無罫碍 무가애고無罫碍古의 ‘가罫’는 ‘괘罣’로 쓰고 ‘괘’로 발음해야 한다.”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가’는 본래 ‘괘’로 쓰고 발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랜 기간 한학을 연찬해온 김교희 전 금란한시회장은 1931년 12월에 발간된 <불자필람佛子必覽>에
‘故心無罣碍 無罣碍苦‘로 표기된 사실을 근거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罣‘로 표기하고 발음도 ’괘‘로 기록했다는 입장이다.
<불자필람>은 최취허崔就墟, 안진호安震湖, 권상로權相老, 김태흡金泰洽 스님 등이 참여한 불교의식 모음집이다.
그러나 그 밖의 <반야심경>에서는 가罫로 읽고 쓰는데 자전에는 괘로 발음을 표시하고 있다.
’줄‘ ’가로세로의 선을 긋는 데 쓰는 쇠로 된 얇은 판‘ ’거리끼다‘ ’지체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괘罣는 ’걸다‘ ’가로막다‘ ’걸림‘ ’방해하다‘는 의미이다.
김교희 전 금란한시회장은 ’가罫‘는 ‘괘’로 발음해야 하고
안진호 스님의 1939년 <석문의범>에는 괘罣로 표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반야심경>에는 ‘罣’와 ‘罫’가 혼재되어 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나라 현장스님(602~664)의 <반야바라밀다심경>과 한국의 운허스님(1892~1980) 번역에도
’罣‘라고 되어 있지만 발음은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
안진호 스님이 1935년에 간행한 <석문의범>에도 ‘罣’로 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계종 승가대학원장과 고시위원장을 역임한 지안스님은 불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반야심경>의 옛날 책을 보면 ‘罫’와 ‘罣’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면서
“본래 음은 두 글자 모두 ‘괘’이지만, 불교에서는 ‘가’로 발음한다.”고 밝혔다.
두 글자가 ‘장애가 된다’는 의미가 있기에 큰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불가에서는 세간의 발음과 달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반야般若, 보리菩提, 도량道場, 남전南泉 등이다.
두 가지 한자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당나라 6祖 혜능스님(638~713)의 ‘혜’를 ‘慧 ’와 ‘惠’ 모두 사용한다.
지안스님은 김교희 전 금란한시회장의 주장에 대해 “후대에 와서 ‘괘(罫, 罣)’를 ‘가’로 읽는데
두 개를 같이 써도 무방하다”면서 “경전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학구열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교희 전 금란한시회장은 1938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한국한시협회 원주지부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유립월보한시집> <송정한시집> <한시보고> <송정시조집>을 펴낸 한학자이다.
/불교신문 이성수 기자
선인분가주仙人忿加呪 선인의 노여움으로 주술呪術을 걸어서
국멸이명종國滅而命終 나라는 망하고 목숨은 끝났었네.
바라대제석婆羅大帝釋 바라婆羅에서 대제석大帝釋으로
대제석농사大帝釋農沙 대제석에서 농사農沙로
농사귀제석農沙歸帝釋 농사에서 제석으로 돌아갔나니
천주기유상天主豈有常 천주天主가 어찌 항상한 것이랴.
국토비견고國土非堅固 나라도 견고한 것 아니니
유대력소거唯大力所居 오직 힘센 사람만이 사는 곳이네.
피복어초의被服於草衣 풀로 옷을 만들어 입고
식과음류천食果飮流泉 나무 열매 먹으며 흐르는 샘 마시고
장발여수지長髮如垂地 긴 머리털은 땅에 닿을 듯
적묵무소구寂默無所求 고요하고 잠잠하여 구하는 것 없었네.
여시수고행如是修苦行 이와 같은 고행을 닦는다 해도
종위욕소괴終爲欲所壞 마침내 탐욕으로 무너지고 말았네.
당지오욕경當知五欲境 마땅히 알아야 하니 5욕의 경계는
행도자원가行道者怨家 도를 행하는 이의 원수라네.
천비대력왕千臂大力王 일천 개의 팔 가진 大力王의
용건난위적勇健難爲敵 용맹으로도 당할 수 없다네.
라마선인살羅摩仙人殺 저 라마羅摩 선인이 살해한 것도
역유탐욕고亦由貪欲故 또한 탐욕으로 말미암은 것이네.
황아찰리종況我剎利種 하물며 우리 찰제리刹帝利 종족
불위욕소견不爲欲所牽 탐욕에 이끌리지 않을 수 있으랴.
소미경계욕少味境界欲 그 맛이 적은 경계의 욕심조차도
자식장미증子息長彌增 자식子息이 자라나면 더욱 더하네.
혜자지소악慧者之所惡 슬기로운 사람이 미워하는 바이니
욕독수복식欲毒誰服食 탐욕의 毒을 누가 즐겨 먹으리.
종종고구리種種苦求利 갖가지 괴로움으로 이익을 구하는 것
실위탐소사悉爲貪所使 그 모두 탐욕에 부림당해서이네.
약무탐욕자若無貪欲者 만일 거기에 탐욕 없으면
근고즉불생勤苦則不生 애씀과 괴로움은 생기지 않으리
혜자견고과慧者見苦過 슬기로운 사람은 괴로움의 허물 보고
멸제어탐욕滅除於貪欲 탐하는 욕심을 없애 버리네.
세간위위선世閒謂爲善 세상에서 좋다 하는 것들
즉개시악법卽皆是惡法 그것은 곧 다 나쁜 법이네.
중생소탐락衆生所貪樂 중생들이 탐하고 즐거워하는 것
생제방일고生諸放逸故 온갖 방일을 내기 때문이라네.
방일반자상放逸反自傷 방일은 도리어 자신을 해쳐
사당타악취死當墮惡趣 죽으면 틀림없이 나쁜 세계에 떨어지리라.
근방편소득勤方便所得 부지런히 방편 닦아 얻어지는 것
이방편소호而方便所護 그리고 방편으로 보호하는 것이네.
불근자망실不勤自亡失 애쓰지 않으면 저절로 잃어지나니
비방편능류非方便能留 그것은 방편으로 붙들 수 없는 것
유약가차물猶若假借物 그것은 마치 빌린 물건 같아서
지자불탐착智者不貪著 지혜로운 사람은 탐착하지 않네.
탐욕근고구貪欲勤苦求 탐욕으로 애써 구해서
득이증애착得以增愛著 얻은 뒤에는 애착을 더하다가
비상리산시非常離散時 어느새 떠나고 흩어질 때에는
익부증고뇌益復增苦惱 더욱 고통과 번민만 더하네.
집거환자소執炬還自燒 횃불 잡으려다 스스로 데인 것처럼
지자소불착智者所不著 지혜로운 사람은 집착하지 않네.
우치비천인愚癡卑賤人 어리석고 미련하며 비천한 사람은
간탐독소심慳貪毒燒心 간탐慳貪하는 독으로 마음을 태우네.
종신장수고終身長受苦 몸이 마치도록 길이 고통 받으며
미증득안락未曾得安樂 일찍이 안락을 얻지 못하지만
탐에여사독貪恚如蛇毒 탐욕과 성냄은 뱀의 독과 같나니
지자하유근智者何由近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가까이 하랴.
근고교고골勤苦嚙枯骨 힘쓰고 애쓰면서 마른 뼈를 씹어도
무미불충포無味不充飽 그것은 맛도 없고 배부르지 않아서
도자곤아치徒自困牙齒 부질없이 제 이빨만 시달릴 뿐이니
지자소불상智者所不嘗 지혜로운 사람은 맛보지 않네.
왕적수화분王賊水火分 왕과 도둑과 물과 불에 나누어지고
악자등공재惡子等共財 나쁜 자식들 재물의 몫 다투되
역여취가육亦如臭叚肉 마치 한 조각 비린 고기를 두고
일취군조쟁一聚群鳥爭 새떼들 몰려들어 다투는 것 같다네.
탐재역여시貪財亦如是 재물을 탐하는 것 이와 같아서
지자소불흔智者所不欣 지혜로운 사람은 기뻐하지 않네.
유재소집처有財所集處 재물이 있어 모이는 곳에는
다기어원증多起於怨憎 원망과 미움을 많이 일으키네.
주야자수위晝夜自守衛 밤낮으로 스스로 지키고 막음이
여인외중원如人畏重怨 사람이 큰 원수를 두려워하는 것 같네.
동시살표하東市殺標下 구속하여 저자에서 죽여 표방함을
인정소증오人情所憎惡 사람의 정리로 증오憎惡하는 것이네(악할 악, 미워할 오惡)
탐에치장표貪恚癡長摽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은 오래도록 표방하는 것
지자상원리智者常遠離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멀리 한다네.
입산림하해入山林河海 산림山林이나 강이나 바다에 들어가나
다패이소안多敗而少安 실패는 많고 안락은 적다네.
여수고조과如樹高條果 마치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과일을
탐취다타사貪取多墮死 따려고 애쓰다가 떨어져 죽는 것 같네.
탐욕경여시貪欲境如是 탐욕의 경계도 이와 같아서
수견난가취雖見難可取 비록 보이기는 하나 갖기는 어렵네.
고방편구재苦方便求財 방편으로 애써 재물 구하나
난집이역산難集而易散 모으기는 어렵고 흩어지긴 쉬워서
유여몽소득猶如夢所得 마치 꿈 속에서 얻은 물건 같나니
지자기보지智者豈保持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가지랴.
여위복화갱如僞覆火坑 거짓으로 불구덩이 덮어 둔 것 같아서
도자필소사蹈者必燒死 밟는 사람 반드시 타 죽네.
탐욕화여시貪欲火如是 탐욕의 불길도 또한 이와 같나니
지자소불유智者所不遊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서 노닐지 않네.
여피구라보如彼鳩羅步 마치 저 구라보鳩羅步와
필슬니난타弼瑟膩難陁 필슬니弼瑟膩와 난타難陀
미치리단다彌郗利檀茶 미치리彌郗利와 단다檀茶 같으며
여도가도궤如屠家刀机 백정 집의 칼궤[刀机] 같다네.
►도궤刀机 칼과 도마라는 뜻으로 형벌刑罰을 이르는 말.
애욕형역연愛欲形亦然 애욕의 형체도 또한 그러해
지자소불위智者所不爲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는 바이네.
속신투수화束身投水火 몸을 묶어 물이나 불에 던지고
혹투어고암或投於高巖 혹은 높은 벼랑에서 몸을 던져
이구어천락而求於天樂 하늘의 즐거움 구한다 해도
도고불획리徒苦不獲利 한낱 괴로워할 뿐 이익 얻지 못하네.
손도발손도孫陶鉢孫陶 손도孫陶와 발손도鉢孫陶와
아수륜형제阿修輪兄弟 아수륜阿修輪 형제는
동생상애념同生相愛念 같이 태어나 서로 사랑했으나
위욕상잔살爲欲相殘殺 욕심으로 말미암아 서로를 죽였고
신사명구멸身死名俱滅 몸이 죽자 이름도 함께 멸하였나니
개유탐욕고皆由貪欲故 모두 다 탐욕을 말미암기 때문이었네.
탐애령인천貪愛令人賤 탐애貪愛는 사람을 천하게 만들어
편장구책고鞭杖驅策苦 채찍이나 막대로 때리는 고통 있고
애욕비희망愛欲卑希望 애욕은 야비한 희망이기에
장야형신피長夜形神疲 긴긴 밤 몸과 정신 시달리네.
미록탐성사麋鹿貪聲死 크고 작은 사슴은 소리를 탐하다 죽고
비조수색탐飛鳥隨色貪 나는 새들은 색탐色貪 따르며
연어탐구이淵魚貪鉤餌 못에 사는 고기는 낚싯밥을 탐하나니
실위욕소곤悉爲欲所困 모두 다 탐욕으로 곤함을 받느니라.
관찰자생구觀察資生具 그러므로 생활 수단[具] 관찰해 보면
비위자재법非爲自在法 모두 다 自在한 법 아니라네.
식이료기환食以療飢患 음식으로 굶주림의 걱정 달래고
제갈고음수除渴故飮水 목마름 덜기 위해 물을 마시네.
의피각풍한衣被卻風寒 옷을 입어 바람과 추위 막고
와이치수면臥以治睡眠 누움으로 졸음을 다스리네.
행피고구승行疲故求乘 다니기 피곤하여 탈 것을 찾고
립권구상좌立惓求牀座 서 있기에 고달파 앉는 자리 구하네.
제구고목욕除垢故沐浴 때를 없애기 위해 목욕하나니
개위식고고皆爲息苦故 이것 모두 괴로움을 쉬기 위함이라네.
시고응당지是故應當知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오욕비자재五欲非自在 5욕은 自在한 것 아니라네.
여인득열병如人得熱病 마치 사람이 열병을 앓을 때
구제랭치약求諸冷治藥 차게 다스리는 약 구함과 같나니
탐구지고환貪求止苦患 탐해 구해서 괴로운 걱정 그치면
우부위자재愚夫謂自在 어리석은 사람은 自在하다 말하네.
이피자생구而彼資生具 그리고 저 모든 생활수단도
역비정지고亦非定止苦 꼭 이 고통 그치게 하는 것 아니며
우령고법증又令苦法增 그것은 다시 괴로움을 더하나니
고비자재법故非自在法 자재한 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네.
온의비상락溫衣非常樂 따뜻한 옷도 늘 즐거운 것 아니어서
시과역생고時過亦生苦 때가 지나면 다시 고통 생기네.
월광하칙량月光夏즉涼 달빛은 여름에는 서늘하지만
동즉증한고冬則增寒苦 겨울이면 추운 고통 더해 준다네.
내지세팔법乃至世八法 이렇게 이 세상 여덟 가지 법
실비결정상悉非決定相 어느 것도 결정된 모습 없다네.
고락상부정苦樂相不定 괴롭고 즐거운 모습도 일정한 것 아니니
노왕기유간奴王豈有間 노비와 임금이 무슨 차이가 있으랴.
교령중봉용教令衆奉用 백성들에게 지시를 받들어 행하게 할 땐
이왕위승자以王爲勝者 임금을 뛰어난 사람 되게 하지만
교령즉시고教令卽是苦 그 지시는 고통으로서
유담능임중猶擔能任重 마치 무거운 짐을 진 것과 같네.
보전세경중普銓世輕重 세상의 가볍고 무거운 것 재어 보면
중고집기신衆苦集其身 온갖 고통 그 몸에 모여 있네.
위왕다원증爲王多怨憎 왕이 되면 사람들의 원망과 미움 많고
수친혹성환雖親或成患 비록 친한 이라도 되려 근심 된다네.
무친이독립無親而獨立 친한 이 없이 혼자 살아가는 것
차부유하환此復有何歡 거기에 다시 무슨 즐거움 있으랴.
수왕사천하雖王四天下 4천하의 왕이라 하더라도
용개불과일用皆不過一 그 활동[用]은 하나에 지나지 않네.
영구어만사營求於萬事 만 가지 일을 경영해 구한다 해도
당고하익신唐苦何益身 그저 괴로움일 뿐 몸에 무엇이 이로우랴.
미약지탐구未若止貪求 아직 탐하여 구하기를 그치지 못했으면
식사위대안息事爲大安 일을 쉼이 큰 안락이 된다네.
거왕오욕락居王五欲樂 왕위에 있으면 5욕의 즐거움 있지만
불왕한적환不王閑寂歡 왕이 되지 않으면 한적한 기쁨 있다네.
환락기동등歡樂旣同等 기쁨과 즐거움이 이미 동등하거늘
하용왕위위何用王位爲 구태여 왕위에 무엇 하러 앉으랴.
여물작방편汝勿作方便 그대는 그러한 방편을 꾀해
도아어오욕導我於五欲 5욕으로 나를 인도하지 말라.
아정지소기我情之所期 내 마음이 바라는 바는
청량허통도淸涼虛通道 맑고 시원하며 道를 통하는 일이네.
여욕상요익汝欲相饒益 그대가 만일 나를 이롭게 하려거든
조성아소구助成我所求 내 구하는 것 도와 이루게 하라.
아불외원가我不畏怨家 나는 원수의 집도 두려워하지 않고
불구생천락不求生天樂 하늘에 나는 즐거움도 바라지 않네.
심불회속리心不懷俗利 마음으로 세속의 이익 생각지 않아
이사어천관而捨於天冠 하늘관[天冠]도 버린 것이라네.
시고위여정是故違汝情 그러므로 간절한 그대의 정을 어기고
부종어래지不從於來旨 그대 여기 온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네.
여면독사구如免毒蛇口 독사의 입을 벗어난 것 같거늘
기부환집지豈復還執持 어찌 다시 그것을 도로 잡으리
집거이자소執炬而自燒 횃불을 잡으면 자신이 타버리거늘
하능불속사何能不速捨 어찌 빨리 그것을 버리지 않으리.
유목이맹인有目羡盲人 눈 있는 사람이 장님을 부러워하고
이해부구박已解復求縛 이미 풀려났는데 다시 결박을 구하네.
부자원빈궁富者願貧窮 부자로서 가난하고 궁핍한 것 원하고
지자습우치智者習愚癡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음 배우는 것이네.
세유여차인世有如此人 세상에 만일 이런 사람 있다면
즉아응락국則我應樂國 나도 마땅히 나라 다스림을 즐거워하리.
욕도생로사欲度生老死 나는 남[生]ㆍ늙음ㆍ죽음을 건너려고
절신행걸식節身行乞食 몸을 절제해가며 밥 빌어먹고
과욕수공한寡欲守空閑 욕심을 적게 하여 한적함을 지키나니
후세면악도後世免惡道 뒷세상에 태어날 땐 나쁜 세계 면하리라.
시즉이세안是則二世安 이것은 곧 두 세상의 편안함이니
여금물애아汝今勿哀我 그대는 이제 나를 가엾어하지 말라.
당애위왕자當哀爲王者 참으로 슬퍼할 건 왕이 된 자들이니
기심상허갈其心常虛渴 그 마음 언제나 허하고 갈증 느껴
금세불획안今世不獲安 이 세상에서는 편안하지 못하고
후세수고보後世受苦報 뒷세상에서는 괴로운 과보 받으리.
여이명승족汝以名勝族 그대는 이름난 훌륭한 종족으로
대장부례의大丈夫禮儀 대장부의 예절 있는 행동 있어서
후회처어아厚懷處於我 나를 두터이 생각하고 대접하여
락동세환오樂同世歡娛 이 세상의 즐거움을 함께하려 하는구료.
아역응보덕我亦應報德 나도 또한 마땅히 그 덕을 갚기 위해
권여동아리勸汝同我利 나의 이익 같이 하기 그대에게 권하노라.
약습삼품락若習三品樂 세 가지 즐거움 익히는 것을
시명세장부是名世丈夫 세상의 장부라고 말한다면
차역위비의此亦爲非義 그것도 또한 옳지 못한 일이거니
상구무족고常求無足故 늘 갈구함에 만족이 없기 때문이며
약무생로사若無生老死 만일 남[生]ㆍ늙음ㆍ죽음 없으면
내명대장부乃名大丈夫 그야말로 대장부라 할 수 있다네.
여언소경조汝言少輕躁 ‘젊어서는 경솔하고 조급하므로
로즉응출가老則應出家 늙어서 집 떠나라’고 그대 말하지만
아견년기자我見年耆者 내 보기에는 나이 늙은 사람은
력렬무소감力劣無所堪 힘이 모자라 수행할 수 없다네.
불여성장시不如盛壯時 한창 젊고 뜻이 굳셀 때
지맹심결정志猛心決定 마음을 결정하는 것만 못하네.
사적집검수死賊執劍隨 죽음의 적賊은 칼 잡고 따르면서
상사구기편常伺求其便 언제나 그 틈을 엿보며 찾나니
기청지년로豈聽至年老 어떻게 늙어 뜻을 좇아
수지이출가遂志而出家 비로소 출가할 겨를 있으랴.
무상위렵사無常爲獵師 저 無常함이 사냥꾼 되어
로궁병리전老弓病利箭 늙음의 활과 병듦의 예리한 화살로
어생사광야於生死曠野 나고 죽음의 넓은 들에서
상사중생록常伺衆生鹿 언제나 중생이란 사슴을 엿보다가
득편단기명得便斷其命 틈만 얻으면 곧 목숨 빼앗나니
숙청종년수孰聽終年壽 어떻게 목숨 마치기를 바라랴.
부인지소위夫人之所爲 대개 사람의 하는 짓에는
약생약멸사若生若滅事 생기고 멸하는 일 있는 법이니
소장급중년少長及中年 젊어서나 또 中年일 때
실응근방편悉應勤方便 마땅히 힘써 준비하여야 하리.
사사수대회祠祀修大會 제사 행하여 큰 모임을 가지는 것
시개우치고是皆愚癡故 이것은 다 어리석기 때문이니
응당숭정법應當崇正法 마땅히 바른 법을 숭상해야 하겠거늘
반살이사천反殺以祠天 도리어 殺生하여 하늘에 제사 올리네.
해생이구복害生而求福 산목숨을 죽여 복을 구하는 것
차즉무자인此則無慈人 이것은 자비慈悲 없는 사람이니
해생과유상害生果有常 항상함[常]을 원해서 산목숨 죽이지만
유상불응살猶尚不應殺 그렇다면 오히려 죽이지 말아야 하리.
황부구무상況復求無常 하물며 다시금 무상한 것 구하면서
이해생사사而害生祠祀 어찌 산목숨을 잡아서 제사지내리오.
약무계문혜若無戒聞慧 만약 계율과 들어 아는 지혜 없거나
수선적정자修禪寂靜者 선禪을 닦아 적정寂靜한 이는
불응종세간不應從世閒 마땅히 세상사람 풍습을 따라
사사설대회祠祀設大會 제사 행하여 큰 모임 열지 않는다네.
살생득현락殺生得現樂 산목숨 죽여 현세의 즐거움 얻는다 해도
혜자불응살慧者不應殺 슬기로운 사람은 살생하지 않겠거늘
황부살중생況復殺衆生 하물며 다시금 중생을 죽여
이구후세복而求後世福 뒷세상의 복을 구하려 하리오.
삼계유위과三界有爲果 이 三界의 인위적[有爲]인 과보는
실비아소락悉非我所樂 그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것 아니라네.
제취류동법諸趣流動法 모든 세계는 흘러 움직이는 법으로서
여풍수표초如風水漂草 물풀이 바람에 불려 떠다니는 것 같네.
시고아원래是故我遠來 그러므로 내 여기 멀리 온 것은
위구진해탈爲求眞解脫 진정한 해탈을 구하기 위함이니
문유아라람聞有阿羅灆 선설해탈도善說解脫道
저기 해탈의 방법 잘 말하는 아라람阿羅灆 있다는 소문 듣고
금당왕예피今當往詣彼 대선모니소大仙牟尼所
나는 이제 저 큰 仙人인 모니牟尼 있는 곳으로 나아가리라.
►모니牟尼. 석가모니釋迦牟尼 ‘소 우는 소리 모牟’ ‘여승 니尼’
성언고억단誠言苦抑斷 정성스런 말을 괴롭게 끊었으나
아금회사여我今誨謝汝 나는 지금 그대에게 감사한다네.
원여국안은願汝國安隱 부디 그대의 나라 안온하기 바라며
선호여제석善護如帝釋 잘 보호하여 제석천과 같이 하고
혜명조천하慧明照天下 지혜의 광명 천하를 비추되
유여성일광猶如盛日光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길 바라네.
수승대지주殊勝大地主 매우 훌륭한 大地의 주인으로
단심호기명端心護其命 단정한 마음 지녀 그 목숨 보호하고
정화호기자正化護其子 바른 교화로 그 아들 보호하며
이법왕천하以法王天下 이 천하에서 法王 되기 바라네.
빙설화위원冰雪火爲怨 얼음과 눈은 불의 원수가 되지만
연화연당기緣火煙幢起 불로 인연하여 연기가 깃발처럼 일어나고
연당성부운煙幢成浮雲 연기 깃발 같은 뜬구름 형성되며
부운흥대우浮雲興大雨 뜬구름이 큰비를 내릴 때
유조어공중有鳥於空中 어떤 새는 공중에 있으면서 비를 마시지만
음우불우신飮雨不雨身 빗물 마셔도 몸은 젖지 않네.
살중원위댁殺重怨爲宅 큰 원수를 죽여 집[宅]을 삼고
거댁원중살居宅怨重殺 집에 살면서 큰 원수를 다시 죽이리.
유살중원자有殺重怨者 큰 원수를 죽이는 사람 있으면
여금응복피汝今應伏彼 그대는 마땅히 그를 항복받으리.
령기득해탈令其得解脫 그래서 그로 하여금 해탈 얻게 함이
여음불우신如飮不雨身 물 마시지만 몸은 젖지 않는 것 같네.”
시왕즉차수時王卽叉手 그때 그 왕은 합장을 하고
경덕심환희敬德心歡喜 그 덕을 존경하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말했네.
여여지소구如汝之所求 “그대가 바라는 것과 같이
원령과속성願令果速成 부디 그 결과 빨리 이루시오.
여속성과이汝速成果已 그대는 그 결과 빨리 이루고 나서
당환섭수아當還攝受我 돌아와 나를 거두어 주시오.”
보살심내허菩薩心內許 보살은 마음으로 그러리라 허락했네.
요령수여원要令隨汝願 “반드시 그대 소원대로 되리라.”
교사이수로交辭而隨路 이렇게 대답한 뒤 그 길을 따라
왕예아라람往詣阿羅藍 아라람 있는 곳으로 떠나갔다네.
왕여제군속王與諸群屬 왕과 그 모든 권속들
합장자수송合掌自隨送 합장하고 전송한 뒤에
함기기특상咸起奇特想 모두 기특한 생각내면서
이환왕사성而還王舍城 왕사성王舍城으로 돌아왔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