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쿳따까 니까야

불소행찬佛所行讚 제4권 16.병사왕제제자품甁沙王諸弟子品

空空 2025. 1. 22. 20:28

佛所行讚卷第四 亦云佛本行經

馬鳴菩薩造/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16.병사왕제제자품甁沙王諸弟子品

시피오비구時彼五比丘 그때 저 다섯 비구인

아습파서등阿濕波誓等 아습파서阿濕波誓 등은

문피지법성聞彼知法聲 그가 법 알았다는 소리를 듣고

개연이자괴慨然而自愧 개탄하며 스스로 부끄러워졌네.

 

합장이가경合掌而加敬 합장하고 더욱 공경하면서

앙첨어존안仰瞻於尊顏 높은 이의 얼굴을 우러러보았네.

여래선방편如來善方便 여래如來는 훌륭한 방편으로써

차령입정법次令入正法 차례로 그들을 바른 법에 들게 하셨네.

 

전후오비구前後五比丘 앞뒤로 저 다섯 비구들

득도조제근得道調諸根 도를 얻어 모든 감관[根] 조복함이

유오성려천猶五星麗天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다섯 별이

렬시어명월列侍於明月 밝은 달을 늘어서 모시는 것 같았네.

 

시피구시성時彼鳩尸城 그때 저 구시성鳩尸城에 있는

장자자야사長者子耶舍 장자長者의 아들 야샤耶舍가

야수홀각오夜睡忽覺悟 밤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

자견기권속自見其眷屬 그 권속을 보았네.

 

남녀신라와男女身裸臥 남자 여자들 모두 알몸으로 누워 있는 것 보고

즉생염리심卽生厭離心 곧 싫어져 떠날 마음 생겼네.

념차번뇌본念此煩惱本 이것은 모든 번뇌의 근본으로

광혹어우부誑惑於愚夫 어리석은 범부를 속여 유혹한다 생각하였네.

 

엄복패영락嚴服佩瓔珞 곧 옷을 장식하고 영락을 차고

출가예산림出家詣山林 집을 나와 숲으로 나아가서는

심로이보창尋路而普唱 길을 따라가면서 높이 외치길

뇌란뇌란란惱亂惱亂亂 “아아 괴롭다, 괴로워 미치겠다”고 하였네.

 

여래야경행如來夜經行 여래께서 밤에 나와 거니시다가

문창뇌란성聞唱惱亂聲 괴롭다고 외치는 소리 들으시고는

즉명여선래卽命汝善來 곧 명령하여 말씀하셨네.

차유안은처此有安隱處 ‘그대들 잘 왔다. 여기 안온한 곳 있으니

 

열반극청량涅槃極淸涼 열반涅槃은 지극히 맑고 시원하며

적멸리제뇌寂滅離諸惱 적멸寂滅은 모든 번뇌 여의느니라.’

야사문불교耶舍聞佛教 야사는 부처님의 가르침 듣고

심중대환희心中大歡喜 마음 속으로 못내 기뻐하였네.

 

승본염리심乘本厭離心 본래부터 싫어해 여의려는 마음 더하여

성혜령연개聖慧泠然開 거룩한 슬기 활짝 열렸네.

여입청량지如入淸涼池 마치 맑고 시원한 못에 들어가듯

숙연지불소肅然至佛所 엄숙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나아갈 때

 

기신유속용其身猶俗容 그 몸은 아직 세속 모습 그대로이나

심이득루진心已得漏盡 마음은 이미 번뇌가 다하였네.

숙식선근력宿殖善根力 오랫동안 심어 온 善根의 힘으로

질성라한과疾成羅漢果 어느새 나한과羅漢果를 이루었다네.

 

정지리잠명淨智理潛明 맑은 지혜의 이치 가만히 깨달아

문법능즉오聞法能卽悟 법을 듣자마자 쉽게 알았네.

유약선소증猶若鮮素繒 비유하면 마치 곱고 흰 비단

역위염기색易爲染其色 물감으로 물들이기 쉬운 것 같았네.

 

피이자각지彼已自覺知 그는 이미 스스로 깨달아 알고

소응작이작所應作已作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으나

고신유장엄顧身猶莊嚴 아직 장엄 그대로인 자기 몸 돌아보고

이생참괴심而生慚愧心 부끄러워하는 마음 생겼네.

 

여래지피념如來知彼念 여래께서는 그 생각 짐작하시고

이위설게언而爲說偈言 그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네.

엄식이영락嚴飾以瓔珞 “영락으로 그 몸을 꾸몄으나

심조복제근心調伏諸根 마음은 모든 감관을 항복받아서

 

평등관중생平等觀衆生 평등하게 중생을 관찰하되

행법불계형行法不計形 법을 행하고 그 모양 헤아리지 않느니라.

신피출가복身被出家服 몸에는 출가한 이의 옷을 입고도

기심루미망其心累未忘 그 마음은 번뇌를 잊지 못하여

 

처림탐세영處林貪世榮 숲 속에 있으면서 세상 영화 탐하니

시즉위속인是則爲俗人 이는 곧 속인이라 하리라.

형수표속의形雖表俗儀 모양은 비록 세속 모습 가졌어도

심천고승경心拪高勝境 마음이 높고 좋은 경계에 머물면

 

재가동산림在家同山林 집에 있어도 山林과 같아

즉리어아소則離於我所 곧 내 것[我所]이라는 마음 여의느니라.

박해존어심縛解存於心 결박을 푸는 것 마음에 달려 있으니

형기유정상形豈有定相 모양에 어찌 정해진 相이 있으랴.

 

패갑의중포佩鉀衣重袍 갑옷 입고 겹 도포 입으면

위능제강적謂能制强歒 강한 적이라도 능히 누를 수 있고(선 웃음 치는 모양 적歒)

개형착염의改形著染衣 형상을 고치고 물들인 옷 입으면

위복번뇌원爲伏煩惱怨 번뇌 원수를 항복받을 수 있네.’

 

즉명비구래卽命比丘來 그리고 곧 ‘비구여 오라’고 명령하시자

응성속용폐應聲俗容廢 그 소리 따라 세속 모양 사라지고

구족출가의具足出家儀 출가한 이의 모습을 두루 갖추어

개성어사문皆成於沙門 모두 다 사문沙門이 되었네.

 

선유속유붕先有俗遊朋 일찍이 세속에서 함께 놀던 벗 있으니

기수오십사其數五十四 그들의 수는 54명이었네.

심선우출가尋善友出家 그들 착한 벗으로 출가한 이 찾아

수차입정법隨次入正法 차례대로 바른 법에 들었네.

 

사유숙선업斯由宿善業 그들은 과거의 착한 업 때문에

묘과성어금妙果成於今 그 묘한 결과 이제 이루었으니

순회흡이구淳灰洽已久 좋은 잿물에 오랫동안 담가두었다가

경수속선명經水速鮮明 물로 빨아낸 뒤에 깨끗해지듯

 

상행제성문上行諸聲聞 윗 항렬의 모든 聲聞으로서

륙십아라한六十阿羅漢 60명의 아라한阿羅漢에게

실여라한법悉如羅漢法 모두 그 아라한의 법을 따라

수순이교계隨順而教誡 순리대로 가르치고 훈계하였네.

 

여금이제도汝今已濟度 “그대들은 이제 나고 죽는 바다에서

생사하피안生死河彼岸 저쪽 언덕으로 이미 건너가

소작이필경所作已畢竟 해야 할 일을 벌써 마쳤으니

감수일체공堪受一切供 일체 공양을 받기에 충분하도다.

 

각응유제국各應遊諸國 너희들은 제각기 모든 나라를 노닐며

도제미도자度諸未度者 아직도 제도되지 못한 이 제도하여라.

중생고치연衆生苦熾然 중생의 괴로움은 치솟는 불꽃같건만

구무구호자久無救護者 오랫동안 아무도 구호할 이 없구나.

 

여등각독유汝等各獨遊 너희들은 제각기 혼자 노닐며

애민이섭수哀愍而攝受 가엾게 여겨 거두어 주라.

오금역독행吾今亦獨行 나도 또한 지금 나 혼자 걸어서

환피가사산還彼伽闍山 저 가사산伽闍山으로 돌아가리라(망루 도, 사리 사闍)

 

피유대선인彼有大仙人 거기에는 지금 큰 仙人이 있으니

왕선급범선王仙及梵仙 왕족의 선인과 범지梵志 선인들

실개재어피悉皆在於彼 그들 모두 다 거기 있으므로

거세지소종擧世之所宗 온 세상의 뿌리가 되느니라.

 

가섭고행선迦葉苦行仙 그 중에도 가섭迦葉이란 고행 선인은

국인실봉사國人悉奉事 온 나라 사람들이 받들어 섬기고

수학자심중受學者甚衆 그를 따라 배우는 이 매우 많으니

아금왕도지我今往度之 내 이제 거기 가서 제도하리라.”

 

시륙십비구時六十比丘 그때 저 60명의 비구들

봉교광선법奉教廣宣法 가르침 받아 법을 널리 펴려고

각종기숙연各從其宿緣 제각기 과거의 인연을 좇아

수의예제방隨意詣諸方 자신의 생각대로 제각기 흩어졌네.

 

세존독유보世尊獨遊步 세존께서는 혼자 걸어서 노니시다가

왕예가사산往詣伽闍山 가사산으로 향하셨네.

입공정법림入空靜法林 비고 고요한 법숲[法林]으로 들어가

예가섭선인詣迦葉仙人 가섭 선인에게 나아가셨네.

 

피유사화굴彼有事火窟 그는 불을 섬기는 굴에 있었는데

악룡지소거惡龍之所居 거기는 사나운 龍이 사는 곳이었네.

산림극청광山林極淸曠 숲은 지극히 맑고 넓은데

처처무불안處處無不安 곳곳마다 편안하지 않은 곳이 없었네.

 

세존위교화世尊爲教化 세존께서는 그를 교화시키기 위해

고피이청숙告彼而請宿 그에게 말해 묵고 가기를 청하자

가섭백불언迦葉白佛言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네.

무유숙지처無有宿止處 “다른 데는 묵고 갈만한 곳이 없고

 

유유사화굴唯有事火窟 오직 불을 섬기는 굴이 하나 있는데

선청정가거善淸淨可居 맑고 깨끗하여 있을 만하나

이유악룡지而有惡龍止 다만 거기는 사나운 용이 머물고 있어

필능상해인必能傷害人 틀림없이 사람을 해칠 것이오.”

 

불언단견여佛言但見與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네.

차일숙지주且一宿止住 “하룻밤 묵고 가게만 해주오.”

가섭종종난迦葉種種難 가섭은 갖가지로 만류했으나

세존청불이世尊請不已 세존의 간청은 멈추지 않으셨네.

 

가섭부백불迦葉復白佛 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심불욕상여心不欲相與 “내 마음엔 허락하고 싶지 않지만

위아유린석謂我有悋惜 나를 일러 인색하다 하리니

차자수소락且自隨所樂 우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불즉입화실佛卽入火室 부처님께서 곧 火室에 들어가

단좌정사유端坐正思惟 단정히 앉아 바르게 사유하셨다.

시악룡견불時惡龍見佛 그때 사나운 용이 부처님을 보자

진에종독화瞋恚縱毒火 성을 내어 독한 불 내뿜었네.

 

거실동치연擧室洞熾然 온 방안이 시뻘겋게 탔지만

이불촉불신而不觸佛身 부처님 몸에는 미치지 못했네.

사진화자멸舍盡火自滅 집이 다 타고 불은 절로 꺼졌으나

세존유안좌世尊猶安坐 세존께선 오히려 편안히 앉아 계셨네.

 

유여겁화기猶如劫火起 마치 겁화劫火가 일어나

범천궁동연梵天宮洞然 범천梵天의 궁전이 다 타버려도

범왕정기좌梵王正基坐 범천의 왕은 바른 자세로 앉아

불공역불외不恐亦不畏 걱정도 않고 두려워하지 않음 같았네.

 

악룡견세존惡龍見世尊 사나운 용은 세존 얼굴을 보고

광안무이상光顏無異相 빛나는 안색 조금도 다른 기색이 없자

독식선심생毒息善心生 독을 멈추고 착한 마음 내어

계수이귀의稽首而歸依 머리 조아리고 귀의歸依하였네.

 

가섭야견화迦葉夜見火 가섭은 밤에 그 불빛 보고

탄오호괴재歎嗚呼怪哉 탄식하면서 ‘아아, 괴상하여라.

여차도덕인如此道德人 저렇듯 도덕을 지닌 사람이

이위룡화소而爲龍火燒 용의 불길에 타 죽다니’라고 하였네.

 

가섭급권속迦葉及眷屬 가섭과 그의 권속들

신조실래간晨朝悉來看 이른 아침부터 모두 와서 구경했으나

불이항악룡佛已降惡龍 부처님께서는 사나운 용 항복받아(내릴 강, 항복할 항降)

치재어발중置在於鉢中 발우 안에 담아 두고 계셨네.

 

피지불공덕彼知佛功德 그들은 부처님의 공덕을 알고

이생기특상而生奇特想 기특하다는 생각 내었지만

교만구습고憍慢久習故 교만한 습관 익힌 지 오래되어

유언아도존猶言我道尊 여전히 “내 道가 높다”고 말하였네.

 

불이수시의佛以隨時宜 부처님께서는 그 적당한 때를 맞춰

현종종신변現種種神變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시고

찰기심소념察其心所念 그의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살펴

변화이응지變化而應之 변화해가며 적절히 대응하셨네.

 

령피심유연令彼心柔軟 그로 하여금 그 마음 부드럽게 하여

감위정법기堪爲正法器 바른 법의 그릇이 되기 충분케 하되

자지기도천自知其道淺 그 道가 아직 얕아서

불급어세존不及於世尊 세존께는 미치지 못함을 알게 하셨네.

 

결정겸하심決定謙下心 그러자 결정코 겸손하고 下心하여

수순수정법隨順受正法 시키는 대로 바른 법을 받았고

울비라가섭鬱毘羅迦葉 울비라가섭鬱毘羅迦葉과

제자오백인弟子五百人 그 제자 5백 사람이

 

수사선조복隨師善調伏 스승을 잘 따르고 마음을 조복 받아

차제수정법次第受正法 차례차례 바른 법을 받았네.

가섭병도중迦葉幷徒衆 가섭과 그의 제자들

실수정화이悉受正化已 모두 바른 교화를 받은 뒤에는

 

선인자생물仙人資生物 선인들 모두 그들의 살림살이와

병제사화구幷諸事火具 불을 섬기는 모든 기구를

실기어수중悉棄於水中 모두 물 속에 던져 버리니

표몰수류천漂沒隨流遷 떠올랐다 잠겼다 하며 물결 따라 흘러갔네.

 

나제가사등那提伽闍等 나제那提와 가사伽闍 등

이제거하류二弟居下流 두 아우는 下流에 있다가

견피복제물見被服諸物 그 옷과 모든 기구들

수류이란하隨流而亂下 물 따라 어지럽게 내려오는 것 보자

 

위기조대변謂其遭大變 큰 변變을 만났다는 생각에

우포부자안憂怖不自安 근심스럽고 두려워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중오백인二衆五百人 두 사람은 그 제자 5백 사람과

심강이구형尋江而求兄 강물을 따라 올라가 형을 찾았네.

 

견형이출가見兄已出家 그 형은 이미 出家하였고

제제자역연諸弟子亦然 그 모든 제자들 또한 그러함 보고는

지득미증법知得未曾法 일찍이 없던 법을 얻은 줄 알고

이기기특상而起奇特想 기특한 일이라 생각하였네.

 

형금이복도兄今已服道 ‘형은 지금 이미 저 道에 항복했으니

아등역당수我等亦當隨 우리들도 또한 그를 따라야 한다.’

피형제삼인彼兄弟三人 그들 형제 세 사람과

급제자권속及弟子眷屬 그 제자 권속들 위해

 

세존위설법世尊爲說法 세존世尊께서 설법하시되

즉이사화비卽以事火譬 불을 섬기는 일로 비유하셨네.

우치흑연기愚癡黑煙起 “어리석음의 검은 연기 일어나고

란상찬수생亂想鑽燧生 어지러운 생각의 부시와 부싯돌 생겨

 

탐욕진에화貪欲瞋恚火 탐욕과 성냄의 불길이

분소어중생焚燒於衆生 모든 중생을 불사른다네.

여시번뇌화如是煩惱火 이와 같이 이 번뇌의 불도

치연불휴식熾然不休息 언제나 치성하여 그치지 않는다네.

 

미륜어생사彌淪於生死 나고 죽음에 더욱더 빠져들고

고화역상연苦火亦常然 고통의 불길 또한 항상 타오르네.

능견이종화能見二種火 이 두 가지 불이 성하게 타지만

치연무의호熾然無依怙 거기에는 아무 것도 의지할 곳 없다네.

 

운하유심인云何有心人 어떻게 마음 있는 사람으로서

이불생염리而不生厭離 싫어하여 떠날 생각 내지 않느냐.

염리제탐욕厭離除貪欲 싫어하여 떠나려고 탐욕 버리고

탐진득해탈貪盡得解脫 탐욕이 다하면 해탈 얻는다네.

 

약이득해탈若已得解脫 만일 이미 해탈을 얻었으면

해탈지견생解脫知見生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생기느니라.

관찰생사류觀察生死流 그리하여 나고 죽는 흐름을 관찰하여

이거어범행而擧於梵行 모든 범행을 닦아 마치고

 

일체작이작一切作已作 모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갱불수후유更不受後有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느니라’

여시천비구如是千比丘 이와 같이 그 일천 비구들

문세존설법聞世尊說法 세존의 설법을 들었네.

 

제루영불기諸漏永不起 모든 번뇌 영원히 일어나지 않고

일체심해탈一切心解脫 모두 마음이 해탈[心解脫]하였다.

불위가섭등佛爲迦葉等 부처님께서는 가섭 등

천비구설법千比丘說法 일천 비구를 위해 설법하셨네.

 

소작자이작所作者已作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정혜묘장엄淨慧妙莊嚴 깨끗한 지와 묘한 장엄과

제공덕권속諸功德眷屬 모든 공덕 있는 권속들에게

시계정제근施戒淨諸根 계戒를 주어 모든 감관 깨끗하게 하였네.

 

대덕선종도大德仙從道 이에 큰 덕 있는 선인 길을 떠나자

고행림실영苦行林失榮 저 苦行林 영화 잃음이

여인사계덕如人捨戒德 마치 사람이 계戒의 덕을 버리고

공신이도생空身而徒生 빈 몸으로 헛되이 사는 것 같았네.

 

세존대권속世尊大眷屬 세존께서 많은 권속 거느리시고

진예왕사성進詣王舍城 왕사성王舍城으로 나아가시자

억념마갈왕憶念摩竭王 일찍이 그 마갈왕摩竭王에게

선소수요서先所修要誓 약속했던 일을 생각하셨네.

 

세존기지이世尊旣至已 세존께서 이미 거기에 도착하시어

지주어장림止住於杖林 장림杖林에 머물러 계셨네.

병사왕문지甁沙王聞之 병사왕甁沙王은 그 소문 듣고

여대권속구與大眷屬俱 그 많은 권속들과 함께 하였네.

 

►장림杖林 범어로 Yastivana. 왕사성王舍城 교외의 원림園林.

나중에 이곳에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정사를 세웠는데 安居 중에 여기서 머무는 일이 많았다고 함.

 

거국사녀종擧國士女從 온 나라 남녀들 거느리고

왕예세존소往詣世尊所 세존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네.

원견여래좌遠見如來坐 멀리서 여래께서 앉으신 모습 보자

강심복제근降心伏諸根 마음 낮추고 모든 감관[根] 단속한 채

 

제거제속용除去諸俗容 온갖 속된 모습 떨어버리고

하거이보진下車而步進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나아가니

유여천제석猶如天帝釋 그것은 마치 저 제석천왕이

왕예범천왕往詣梵天王 범천왕에게 나아가는 것과 같았네.

 

전정례불족前頂禮佛足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경문체화안敬問體和安 공경 다하여 안부를 여쭐 때

불환위로필佛還慰勞畢 부처님께서 위로하여 마치고 나서

명령일면좌命令一面坐 명하여 한쪽에 앉게 하셨네.

 

시왕심묵념時王心默念 그때 왕은 마음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석가대위력釋迦大威力 ‘석가釋迦의 큰 위엄과 힘은

승덕가엽등勝德迦葉等 훌륭한 덕을 가진 가섭 등을

금개위제자今皆爲弟子 이제 모두 제자로 삼으셨다.’

 

불지중심념佛知衆心念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 마음 아시고

이문어가섭而問於迦葉 가섭에게 물으셨다.

여견하복리汝見何福利 “너는 어떠한 복과 이익 보았기에

이기사화법而棄事火法 불 섬기는 법을 버렸느냐?”

 

가섭문불명迦葉聞佛命 가섭은 부처님 분부 받고

경기대중전驚起大衆前 대중 앞에서 놀라 일어나

호궤이합장胡跪而合掌 두 무릎 땅에 꿇고 합장한 채

고성백불언高聲白佛言 높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네.

 

수복사화신脩福事火神 “복을 닦으려고 불신[火神]을 섬겼으나

과보실륜회果報悉輪迴 그 과보果報는 윤회輪廻뿐이었고

생사번뇌증生死煩惱增 생사生死의 번뇌만 더했으니

시고아기사是故我棄捨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버렸습니다.

 

정근봉사화精勤奉事火 열심히 애써 불을 받들어 섬겨

위구오욕경爲求五欲境 5欲의 경계를 구하려 하였으나

애욕증무궁愛欲增無窮 애욕은 더해 끝이 없었으니

시고아기사是故我棄捨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버렸습니다.

 

사화수주술事火修呪術 불 섬기고 주술呪術을 닦았으나

리해탈수생離解脫受生 해탈 못하고 生을 받았으니

수생위고본受生爲苦本 생을 받음은 괴로움의 근본이라

고사갱구안故捨更求安 그러므로 버리고 다시 안락 구하였습니다.

 

아본위고행我本謂苦行 나는 본래부터 고행이라 말하는 것

사사설대회祠祀設大會 제사하고 또 큰 모임을 여는 것을

위최제일승爲最第一勝 제일 수승한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이경위정도而更違正道 바른 道와는 더욱 어긋났습니다.

 

시고금기사是故今棄捨 그러므로 저는 이제 그것 버리고

갱구승적멸更求勝寂滅 보다 훌륭한 적멸寂滅을 구하여

리생로병사離生老病死 생ㆍ노ㆍ병ㆍ사를 완전히 여의고

무진청량처無盡淸涼處 다 함 없는 맑고 시원한 경계 구하나이다.

 

이지차의고以知此義故 저는 이 이치 알았으므로

방사사화법放捨事火法 불 섬기는 법을 버렸습니다.”

세존문가섭世尊聞迦葉 세존께서는 가섭이

설자지견사說自知見事 스스로 알고 깨달았다는 말을 듣고

 

욕령제세간欲令諸世閒 모든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보생정신고普生淨信故 깨끗한 믿음 내게 하기 위하여

이고가섭언而告迦葉言 가섭에게 말씀하셨네.

여대사선래汝大士善來 “너 大士는 여기에 잘 왔다.

 

분별종종법分別種種法 갖가지 법을 분별함으로

이종어승도而從於勝道 훌륭한 道를 따랐었는데

금어대중전今於大衆前 이제 이 대중들 앞에서

현여승공덕顯汝勝功德 너의 훌륭한 공덕 나타내 보라.

 

여거부장자如巨富長者 마치 거부巨富 長者가

개현어보장開現於寶藏 그 보배 창고를 열어 보여

령빈고중생令貧苦衆生 가난하고 괴로워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증기염리심增其厭離心 그것 싫어 여의는 마음 더하게 하는 것처럼.”

 

선재봉존교善哉奉尊教 “좋습니다. 거룩한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즉어대중전卽於大衆前 그는 곧 대중들 앞에서

렴신입정수斂身入正受 몸을 여미고 正受에 들었다가

표연승허공飄然昇虛空 나부끼듯 허공으로 올라갔네.

 

경행주좌와經行住坐臥 거닐다 섰다 앉았다 누웠다

혹거신동연或擧身洞然 혹은 온몸이 벌겋게 되어

좌우출수화左右出水火 왼쪽 오른쪽으로 물과 불을 내어도

불소역불유不燒亦不濡 타지도 않고 또한 젖지도 않았네.

 

종신출운우從身出雲雨 온몸에서 구름과 비를 내고

뢰전동천지雷電動天地 뇌성벽력으로 천지를 진동했다.

거세실첨앙擧世悉瞻仰 온 세상 모두 우러러볼 때

종목관무염縱目觀無厭 눈이 뚫어져라 보아도 싫증 없었네.

 

이구이동음異口而同音 여러 사람들 똑같은 말로

칭탄미증유稱歎未曾有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네.

연후섭신통然後攝神通 그런 다음 그는 신통 거두어

경례세존족敬禮世尊足 세존의 발에 절하면서 말했네.

 

불위아대사佛爲我大師 “부처님은 저의 큰 스승이시요

아위존제자我爲尊弟子 저는 그 어른의 제자 되었네.

봉교문사행奉教聞斯行 이런 일을 행하라는 분부 받들어

소작이필경所作已畢竟 이제 내 할 일은 이미 마쳤다.”

 

거세보견피擧世普見彼 온 세상 모두가 저 가섭이

가섭위제자迦葉爲弟子 부처님 제자라고 한 것 보고

결정지세존決定知世尊 결정코 저 세존께서

진실일체지眞實一切智 진실한 一切智임을 알았네.

 

불지제회중佛知諸會衆 부처님께서는 거기 모인 모든 대중들

감위수법기堪爲受法器 능히 법 받을 만한 근기임을 아시고

이고병사왕而告甁沙王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네.

여금선제청汝今善諦聽 “그대는 이제 자세히 들으시오.

 

심의급제근心意及諸根 마음과 뜻과 또 모든 감관[根]

사개생멸법斯皆生滅法 이것은 모두 다 나고 멸하는 법이니

료지생멸과了知生滅過 나고 멸하는 허물 분명히 알면

시즉평등관是則平等觀 그것은 곧 평등한 관찰이라오.

 

여시평등관如是平等觀 만일 그와 같이 평등하게 관찰하면

시즉위지신是則爲知身 그것은 곧 몸을 아는 것이요

지신생멸법知身生滅法 몸이 나고 멸하는 그 법을 알면

무취역무수無取亦無受 취取할 것도 없고 받아들일 것 없음을 알리.

 

여신제근각如身諸根覺 만일 이 몸의 모든 감관[根] 깨달아 알면

무아무아소無我無我所 나[我]도 업고 또 내 것[我所]도 없나니

순일고적취純一苦積聚 그것은 순수한 괴로움 덩어리

고생이고멸苦生而苦滅 괴로움에 살다가 괴로움에 멸하는 것

 

이지제신상已知諸身相 이미 이 몸의 모든 相에는

무아무아소無我無我所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는 줄 알면

시즉지제일是則之第一 그것은 곧 제일가는

무진청량처無盡淸涼處 다 함 없는 맑고 시원한 곳이라오.

 

아견등번뇌我見等煩惱 내가 있다고 보는 따위의 번뇌는

계박제세간繫縛諸世閒 모든 세상 사람을 결박하나

기견무아소旣見無我所 이미 내 것이란 것 없다고 보면

제박실해탈諸縛悉解脫 모든 결박은 다 풀리리라.

 

불실견소박不實見所縛 진실 아닌 것 보면 결박되고

견실즉해탈見實則解脫 진실을 보면 곧 해탈하리니

세간섭수아世閒攝受我 세상에서 섭수攝受하는 나라는 것

즉위사섭수則爲邪攝受 그것은 곧 삿되게 받아 지니는 것이리.

 

약피유아자若彼有我者 만일 거기 내가 있다면

혹상혹무상或常或無常 상常과 혹은 無常

생사이변견生死二邊見 나고 죽는 두 극단적 견해 생길 터이니

기과최우심其過最尤甚 그 허물 제일 심한 것이네.

 

약사무상자若使無常者 만일 모든 것 無常하다 한다면

수행즉무과脩行則無果 행을 닦아도 果가 없을 것이요

역불수후신亦不受後身 또한 뒷몸도 받지 않을 것이며

무공이해탈無功而解脫 공력[功] 없이도 해탈할 것이네.

 

약사유상자若使有常者 만일 그것을 항상한 것이라 한다면

무사생중간無死生中閒 죽음과 삶의 나뉨도 없으니

즉응동허공則應同虛空 그것은 응당 허공과 같아서

무생역무멸無生亦無滅 남[生]도 없고 또한 멸함도 없으리.

 

약사유아자若使有我者 만일 내가 있다면

즉응일체동則應一切同 마땅히 일체는 다 같아서

일체개유아一切皆有我 일체에도 다 내가 있을 것이니

무업과자성無業果自成 업業과 果는 스스로 이뤄지지 않으리.

 

약유아작자若有我作者 만일 나라는 것 만든 이 있다면

불응고수행不應苦修行 괴롭게 수행할 것 없을 것이요

피유자재주彼有自在主 거기에 自在로운 주인 있다면

하수조작위何須造作爲 무엇을 구태여 만들려 하리.

 

약아즉유상若我則有常 만일 내가 곧 항상한 존재라면

리불용변이理不容變異 변하고 달라짐 용납하지 않겠거늘

견유고락상見有苦樂相 괴롭고 즐거운 모양 있음을 보나니

운하언유상云何言有常 어찌 항상한 것이다 말할 수 있으리.

 

지생즉해탈知生則解脫 지혜 생기면 곧 해탈하여

원리제진구遠離諸塵垢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읠 것이나

일체실유상一切悉有常 일체가 다 항상한 것이라면

하용해탈위何用解脫爲 어찌 해탈할 필요 있으리.

 

무아불유언無我不唯言 무아無我란 다만 말만 아니라

리실무실성理實無實性 이치가 진정 實性이 없나니

불견아작사不見我作事 내가 하는 일 볼 수 없거늘

운하설아작云何說我作 어떻게 내가 하는 것이라 말하리.

 

아기무소작我旣無所作 나는 이미 하는 일 없고

역무작아자亦無作我者 또한 나를 만든 자 없나니

무차이사고無此二事故 이 두 가지 일 없기 때문에

진실무유아眞實無有我 진실로 나라는 것 없는 것이네.

 

무작자지자無作者知者 만든 자도 없고 아는 자도 없으며

무주이상천無主而常遷 주인도 없으나 항상 옮겨가나니

생사일야류生死日夜流 남[生]과 죽음[死]은 밤낮으로 흘러가네.

여금청아설汝今聽我說 그대는 이제 내 말 들으시오.

 

륙근륙경계六根六境界 여섯 감관[根]과 또 여섯 境界

인연륙식생因緣六識生 그 인연으로 여섯 식識이 생기네.

삼사회생촉三事會生觸 이 세 가지가 만나 촉觸이 생겨

심념업수전心念業隨轉 마음과 생각과 업業을 따라 옮겨가네.

 

양주우건초陽珠遇乾草 양주陽珠가 마른 풀 만나면

연일화수생緣日火隨生 햇빛을 인연하여 불이 따라 생기나니

제근경계식諸根境界識 모든 감관[根]과 경계와 식識이

사부생역연士夫生亦然 사람에게서 생기는 것 또한 그러하다네.

 

아인종자생芽因種子生 싹은 종자로 인해 생기지만

종비즉시아種非卽是芽 종자가 곧 싹은 아니네.

불즉역불이不卽亦不異 합한 것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니니

중생생역연衆生生亦然 중생이 생기는 것 또한 그러하다네.”

 

세존설진실世尊說眞實 세존께서 이렇게 진실하고 평등한

평등제일의平等第一義 위없이 묘한 이치 말씀하시자

병사왕환희甁沙王歡喜 병사왕은 못내 기뻐해

리구법안생離垢法眼生 번뇌[垢]를 여의고 法眼이 생겼네.

 

왕권속인민王眷屬人民 왕의 권속과 많은 백성과

백천제귀신百千諸鬼神 백천의 모든 귀신들까지도

문설감로법聞說甘露法 감로법甘露法 설함을 듣고

역수리제진亦隨離諸塵 또한 따라서 모든 번뇌 여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