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행찬佛所行讚 제4권 19.부자상견품父子相見品
19.부자상견품父子相見品
불어마갈국佛於摩竭國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에서
화종종이도化種種異道 여러 外道들을 교화하시어
실종일미법悉從一味法 모두 한맛의 법을 따르게 하시니
여일영중성如日映衆星 마치 해가 뭇 별을 비추는 것 같았네.
출피오산성出彼五山城 저 다섯 山城을 나와
여천제자구與千弟子俱 1천 제자와 함께
전후권속종前後眷屬從 앞뒤로 권속들을 거느리시고
왕예니금산往詣尼金山 이금산尼金山으로 나아가셨네.
근가유라위近迦維羅衛 가유라위성迦維羅衛城에 가까워지자
이생보은심而生報恩心 은혜에 보답할 마음이 생겨
당수법공양當修法供養 “마땅히 법공양 닦아
이봉어부왕以奉於父王 부왕에게 받들어 올리리라” 하였네.
왕사급대신王師及大臣 왕의 스승과 또 대신들
선견사후인先遣伺候人 먼저 정탐할 사람을 보내
상심종좌우常尋從左右 언제나 부처님 곁을 따라다니며
첨찰기진지瞻察其進止 그의 거둥[進止]을 살피게 하였었네.
지불욕환국知佛欲還國 부처님께서 돌아오시려 하는 생각 알고
구치이선백驅馳而先白 먼저 달려와 왕에게 아뢰었다.
태자원유학太子遠遊學 “태자께서는 멀리 떠나 공부하시다가
원만금래환願滿今來還 소원을 성취하고 지금 돌아오십니다.”
왕문대환희王聞大歡喜 왕은 그 말 듣고 매우 기뻐해
엄가즉출영嚴駕卽出迎 수레를 타고 나가 맞이할 때
거국제사서擧國諸士庶 온 나라의 모든 士庶들
실개종왕행悉皆從王行 모두 왕을 따라 나아갔네.
점근요견불漸近遙見佛 점점 가까이 가서 부처 뵈오니
광상배석용光相倍昔容 빛나는 모습 이전보다 배나 더하여
처어대중중處於大衆中 많은 대중들 가운데 있는 모습이
유여범천왕猶如梵天王 마치 저 범천왕과 같았네.
하차이서진下車而徐進 수레에서 내려 천천히 나아갈 때
공위법류난恐爲法留難 법 위해 머물기 어려울까 걱정했으나
첨안내흔용瞻顏內欣踊 그 얼굴 우러르자 마음이 하도 기뻐
구막지소언口莫知所言 입으로 뭐라 말할 바를 몰랐네.
고탐거속루顧貪居俗累 자기는 탐욕으로 세속에 얽혀 있고
자초연등선子超然登仙 아들은 초연하여 신선된 것 돌아보니
수자거도존雖子居道尊 비록 아들이라 해도 높은 道에 올라 있어
미지칭하명未知稱何名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할지 알지 못했네.
자유구사갈自惟久思渴 스스로 생각하되 ‘그처럼 그리워했건만
금일무유선今日無由宣 오늘날엔 마땅히 말할 길 없네.
자금묵연좌子今默然坐 아들은 이제 잠자코 앉아
안은불개용安隱不改容 안온하여 얼굴빛 변하지 않았네.
구별무감정久別無感情 오랫동안 이별했었건만 아무 감정 없으니
령아심독비令我心獨悲 내 마음 유독 외롭고 슬프게 하는구나.
여인구허갈如人久虛渴 마치 오랫동안 목마른 사람
로봉청랭천路逢淸冷泉 길에서 맑고 시원한 우물을 만났네.
분치이욕음奔馳而欲飮 달려가 그것을 마시려 할 때
림천홀고갈臨泉忽枯竭 갑자기 그 우물 말라버리는 것처럼
금아견기자今我見其子 내 이제 내 아들을 보니
유시본광안猶是本光顏 빛나던 얼굴 본래 그대로건만
심소기고절心疏氣高絕 마음 서먹서먹한 기운은 너무도 높아
도무음류심都無蔭流心 도무지 따라 붙을 마음 없구나.
억정허망단抑情虛望斷 정을 억제하고 헛된 희망 단절되니
여갈대고천如渴對枯泉 목마른 이 마른 우물 대한 듯하네.
미견번상치未見繁想馳 보지 못할 때는 생각만 치달렸건만
대목즉무환對目則無歡 눈앞에 마주 보자 기쁨 없어져
여인념리친如人念離親 마치 사람이 이별한 부모 그리다가
홀견화형상忽見畫形像 갑자기 그림의 형상만 본 듯하구나.
응왕사천하應王四天下 장차 4天下의 왕 되기는
유약만타왕猶若曼陁王 마치 만타왕曼陀王과 같겠거늘
여금행걸식汝今行乞食 너는 지금 밥을 빌고 다니니
사도하족영斯道何足榮 이 길이 뭐 그리 영화롭단 말인가.
안정여수미安靜如須彌 편안하고 고요하기 須彌山 같고
광상여일명光相如日明 빛나는 모습 밝은 해와 같으며
상행우왕보庠行牛王步 안정된 걸음걸이 소 왕의 걸음 같고
무외사자후無畏師子吼 두려움 없기는 사자 외침 같거늘
불수사천봉不受四天封 4天下의 물려줌을 누리지 않고
걸구이양신乞求而養身 구걸하여 그 몸을 기르는구나.’
불지부왕심佛知父王心 부처님께서는 父王의 마음에
유존어자상猶存於子想 그래도 아들이란 생각 남아 있음 아셨네.
위개기심고爲開其心故 그 아버지의 마음을 일깨워 주기 위한 까닭과
병애일체중幷哀一切衆 아울러 일체 중생 가엾게 여기시기에
신족승허공神足昇虛空 신족神足으로 허공에 올라
량수봉일월兩手捧日月 두 손으로 해와 달을 받들고
유행어공중遊行於空中 공중에서 두루 돌아다니며
종종작이변種種作異變 갖가지 이변을 나타내셨네.
혹분신무량或分身無量 혹은 한량없이 몸을 나누었다가
환부합위일還復合爲一 다시 합하여 하나가 되며
혹입수여지或入水如地 혹은 물 밟기를 땅 밟듯 하고
혹입지여수或入地如水 땅에 들어가기를 물에 들어가듯 하며
석벽불애신石壁不礙身 석벽도 그 몸을 막지 못하고
좌우출수화左右出水火 몸 왼쪽과 오른쪽에서 물과 불을 내었네.
부왕대환희父王大歡喜 부왕은 그것 보고 매우 기뻐해
부자정실제父子情悉除 부자의 정 모두 다 없어졌다네.
공중련화좌空中蓮花座 부처님께서는 공중의 연꽃 자리에 앉아
이위왕설법而爲王說法 그 왕을 위하여 설법하셨네.
지왕심자념知王心慈念 “왕께선 자비스런 마음으로써
위자증우비爲子增憂悲 아들을 위해 근심과 슬픔 더하며
전면애념자纏緜愛念子 끊임없이 아들을 사랑하는 줄 알지만
의응속제멸宜應速除滅 그러나 그것을 빨리 버려야 합니다.
식애정기심息愛靜其心 애정을 끊고 그 마음 고요히 하여
수아자양법受我子養法 아들이 수양하는 법 받으소서.
인자소미봉人子所未奉 미처 아들로서 받들지 못한 것을
금이봉부왕今以奉父王 나 이제 부왕께 바칩니다.
부미종자득父未從子得 아비로서 아들에게 얻지 못한 것
금종자득지今從子得之 이제 아들에게 그것 얻으니
인왕지기특人王之奇特 사람의 왕으로도 기특한 일이요
천왕역희유天王亦希有 하늘의 왕으로도 드문 일입니다.
승묘감로도勝妙甘露道 훌륭하고 묘한 감로의 道
금이봉대왕今以奉大王 이제 그것을 대왕께 바칩니다.
자업업수생自業業受生 스스로 지은 業은 이전의 업 받아 나고
업의업과보業依業果報 그 업은 또 전업의 과보에 의하나니
당지업인과當知業因果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업의 因果는
근습도세업勤習度世業 한량없는 세상의 업을 짓나니
체관어세간諦觀於世閒 그러므로 이 세상 자세히 관찰하면
유업위량붕唯業爲良朋 오직 업만이 착한 벗 됩니다.
친척급여신親戚及與身 여러 친척들이나 또 그 몸을
심애상련모深愛相戀慕 못내 사랑하고 서로 그리워해도
명종신독왕命終神獨往 목숨 마치고 神이 홀로 갈 때는
유업량붕수唯業良朋隨 오직 업만이 착실한 벗 되어 따릅니다.
륜회어오취輪迴於五趣 다섯 갈래 세계를 윤회하면서
삼업삼종생三業三種生 세 가지 업이 세 가지로 생겨날 때
애욕위기인愛欲爲其因 애욕愛欲이 그 원인이 되어
종종류차별種種類差別 갖가지 무리의 차별 생깁니다.
금당갈기력今當竭其力 이제 마땅히 그 힘을 다하여
정치신구업淨治身口業 몸과 입으로 짓는 업 깨끗이 다스리되
주야근수습晝夜勤脩習 밤낮으로 부지런히 닦아 익혀
식란심적연息亂心寂然 어지러운 마음 쉬고 고요하게 하시오.
유차위기리唯此爲己利 오직 이것만이 자기 이익 되나니
리차실비아離此悉非我 이것을 버리고는 모두 나[我]가 아닐세.
당지삼계유當知三界有 마땅히 알아야 하네. 三界의 모든 존재[有]는
유약해도파猶若海濤波 마치 큰 바다의 물결 같아서
난락난습근難樂難習近 즐거워하기도 어렵고 가까이 하기도 어렵나니
당수제사업當修第四業 마땅히 네 번째의 업 닦아야 하네.
생사오도륜生死五道輪 나고 죽는 다섯 길을 윤회함은
유중성선전猶衆星旋轉 마치 뭇 성좌星座가 도는 것 같다오.
제천역천변諸天亦遷變 모든 하늘도 옮겨가고 변하거늘
인중기득상人中豈得常 인간 세상이 어찌 항상 할 수 있으리.
열반위최안涅槃爲最安 열반을 가장 안락한 것이라 하나니
선적락중승禪寂樂中勝 즐거움 중에는 선정의 고요함이 제일이라네.
인왕오욕락人王五欲樂 인간 왕의 다섯 가지 즐거움은
위험다공포危險多恐怖 위험하고 또 두려움 많아
유독사동거猶毒蛇同居 마치 독사와 함께 사는 것 같나니
하유수유환何有須臾歡 어떻게 잠시라도 기뻐할 수 있으리.
명인견세간明人見世閒 현명한 사람은 이 세간을 볼 때
여성화위요如盛火圍遶 왕성한 불길에 둘러싸인 것 같아서
공포무잠안恐怖無蹔安 두려움에 잠시도 편안할 수 없기에
구리생로사求離生老死 나고 늙고 죽는 것 여의기를 구하나니
무진적정처無盡寂靜處 그러므로 끝없이 고요하고 고요한 곳
혜자지소거慧者之所居 슬기로운 사람이 사는 곳이네.
불수리기장不須利器仗 날카로운 무기나 코끼리나 말이나
상마이병거象馬以兵車 군사나 수레를 구태여 쓰지 않고
조복탐에치調伏貪恚癡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항복 받으면
천하적무승天下敵無勝 천하의 어떤 적敵도 당하지 못하리.
지고단고인知苦斷苦因 괴로움 알아 괴로움의 因을 끊고
증멸수방편證滅修方便 멸滅을 증득하고 방편을 닦아
정각사진제正覺四眞諦 네 가지 참된 이치 바르게 깨달으면
악취공포제惡趣恐怖除 나쁜 세계의 두려움은 없어지리.”
선현묘신통先現妙神通 그리고 먼저 묘한 신통 나타내어
령왕심환희令王心歡喜
왕의 마음 기쁘게 해 드리자
신락정이심信樂情已深 믿고 즐거워하는 정 이미 깊어져
감위정법기堪爲正法器 바른 법 그릇이 될 만하였네.
합장이찬탄合掌而讚嘆 왕은 합장하고 찬탄하였네.
기재서과성奇哉誓果成 “기특하여라, 서원誓願의 결과 이루었구나.
기재대고리奇哉大苦離 기특하여라, 큰 괴로움 여의었구나.
기재요익아奇哉饒益我 기특하여라, 나를 요익饒益하게 하였구나.
수선증우비雖先增憂悲 비록 먼저는 슬픔ㆍ근심 더하였으나
연비고획리緣悲故獲利 그 슬픔 인연하여 이익 얻었네.
기재아금일奇哉我今日 기특하여라, 나는 오늘에야
생자과보성生子果報成 아들을 낳은 果報 이루었네.
의사승묘락宜捨勝妙樂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 버리고
의정근습고宜精勤習苦 열심히 힘써 고행 익히며
의리친족영宜離親族榮 마땅히 친족의 영화 버리고
의할은애정宜割恩愛情 은혜와 애정의 정 끊어야 하리.
고석제선왕古昔諸仙王 옛날의 모든 선왕들은
당고이무공唐苦而無功 부질없이 괴로워할 뿐 공이 없었지만
청량안은처淸涼安隱處 맑고 시원하고 안온한 곳을
여금실이획汝今悉已獲 너는 이제 모두 이미 얻어
자안이안피自安而安彼 자신도 편안하고 남도 편안케 하며
대비제중생大悲濟衆生 크게 가엾게 여겨 중생을 제도하니
석본주세간昔本住世閒 처음부터 이 세상에 머물면서
위전륜왕자爲轉輪王者 만일 전륜왕轉輪王이 되었더라면
무자재신통無自在神通 그 자재로운 신통 없었으리니
령아심개해令我心開解 내 마음 열어 주지 못했으리라.
역무차묘법亦無此妙法 또한 이러한 묘한 법도 없었으리니
사아금일환使我今日歡 나를 지금처럼 기쁘게 하지 못했으리라.
설위전륜왕設爲轉輪王 비록 전륜왕이 되었더라도
생사서부절生死緖不絕 나고 죽는 실마리 끊지 못했으리라.
금이절생사今已絕生死 너는 이제 능히 남[生]과 죽음[死] 끊어져
륜회대고멸輪迴大苦滅 윤회하는 큰 괴로움 멸하였으니
능위중생류能爲衆生類 능히 중생의 무리를 위해
광설감로법廣說甘露法 감로법을 널리 설하는구나.
여차묘신통如此妙神通 이와 같은 묘한 신통이 있고
지혜심심광智慧甚深廣 지혜는 매우 깊고 넓어서
영멸생사고永滅生死苦 나고 죽는 괴로움 아주 멸하여
위천인지상爲天人之上 하늘과 사람 중에 제일이 되었으니
수거성왕위雖居聖王位 비록 거룩한 왕의 자리에 있었더라도
종불획사리終不獲斯利 마침내 이런 이익 얻지 못했으리라.”
여시찬탄이如是讚歎已 이렇게 찬탄하여 마친 뒤에는
법애증공경法愛增恭敬 법을 사랑하여 공경 더했나니
거왕부존위居王父尊位 왕이요 아버지인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비계수례謙卑稽首禮 겸손하고 낮추어 머리 조아려 예배하였네.
국중제인민國中諸人民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
도불신통력睹佛神通力 부처님의 그러한 신통력 보았네.
문설심묘법聞說深妙法 깊고 묘한 설법 듣고서
겸견왕경중兼見王敬重 또한 왕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것 보자
합장두면례合掌頭面禮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절하면서
실생기특상悉生奇特想 모두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었네.
염환거속루厭患居俗累 세속의 얽매임에 있기 싫어하여
함생출가심咸生出家心 모두 다 집을 떠날 마음 내었네.
택종제왕자擇種諸王子 석가 종족의 여러 왕자들
심오도과성心悟道果成 마음으로 깨치고 道果 이루어졌네.
실염세영락悉厭世榮樂 모든 세속 영화와 즐거움을 싫어해
사친애출가捨親愛出家 친족들을 버리고 출가하였네.
아난다난타阿難陁難陁 아난다阿難陀와 난타難陀와
금비아나률金毘阿那律 금비라金毘羅와 아나율阿那律
난도발난타難圖跋難陁 난도難圖와 발난타跋難陀와
급군도타나及軍荼陁那 그리고 군다타나軍茶陀那(씀바귀 도, 차나무 다荼)
여시등상수如是等上首 이러한 모든 우두머리와
급여석종자及餘釋種子 그 밖의 석가족의 아들들
실종어불교悉從於佛教 모두 다 부처의 가르침 따라
수법위제자受法爲弟子 그 법을 받고 제자 되었네.
광국대신자匡國大臣子 나라를 다스리는 대신의 아들
우타이위수優陁夷爲首 우타이優陀夷가 우두머리 되어
여제왕자구與諸王子俱 여러 왕자들과 함께
수차이출가隨次而出家 차례차례 출가하였네.
우아저리자又阿低梨子 명왈우파리名曰優波離
또 우파리優波離라 이름 하는 아저리阿低梨의 아들이
견피제왕자見彼諸王子 저 모든 왕자들과
대신자출가大臣子出家 대신의 아들들 출가하는 것 보고
심감정개해心感情開解 마음으로 느끼고 깨친 바 있어
역수출가법亦受出家法 또한 출가하여 법을 받았네.
부왕견기자父王見其子 부왕도 그 아들의
신력제공덕神力諸功德 신통한 힘과 모든 공덕을 보고
자역입청류自亦入淸流 스스로도 또한 맑은 흐름인
감로정법문甘露正法門 감로의 바른 법문에 들어갔네.
사왕위국토捨王位國土 왕의 자리와 저 나라까지 버리고
선일감로반禪一甘露飯 선정의 감로밥을 먹으며
한거수정묵閑居修靜默 한가롭게 있으며 고요함 닦고
처궁습왕선處宮習王仙 궁중에 있으면서 신선의 도[王仙] 익혔네.
여래실수섭如來悉隨攝 여래는 그 종족의 친구들을
본족지식이本族知識已 모두 성질에 따라 거두어 받은 뒤에
도중안화열道中顏和悅 온화하고 기쁘게 道를 펴자
친척환희수親戚歡喜隨 친척들도 기뻐하며 그를 따랐네.
시지응걸식時至應乞食 때가 이르러 걸식하기 위해
입가유라위入迦維羅衛 가유라위성迦維羅衛城으로 들어가시자
성중제사녀城中諸士女 성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들
경희거성창驚喜擧聲唱 놀라고 기뻐하며 큰 소리로 외쳤네.
실달아라타悉達阿羅陁 “실달아라타悉達阿羅陀께서
학도성이귀學道成而歸 도道를 배워 이루고 돌아오셨다.”
내외전상고內外轉相告 이렇게 안팎에서 서로서로 전해 알려
거세치출간巨細馳出看 어른이나 아이들 달려와 뵈었네.
문호창유중門戶窗牖中 사립을 열고 창문을 열고
비견이측목比肩而側目 어깨를 맞대고 눈을 치뜨며
견불신상호見佛身相好 부처님 몸의 相好를 보았을 때
광명심휘요光明甚暉曜 그 광명 빛나도 눈부셨다네.
외착가사의外著袈裟衣 겉에는 가사袈裟 옷 입고
신광내철조身光內徹照 몸의 광명 안을 철저하게 비추어
유여일원륜猶如日圓輪 마치 태양의 둥근 바퀴가
내외상영발內外相映發 안팎을 서로 비추어 발하네.
관자심비희觀者心悲喜 보는 사람 마음이 슬프고 기뻐
합장체루류合掌涕淚流 모두 합장하고 눈물 흘렸네.
견불상서보見佛庠序步 부처님의 고요하고 바른 걸음걸이와
감형섭제근歛形攝諸根 침묵한 얼굴에 모든 감관을 거두고
묘신현법의妙身顯法儀 묘한 몸에 법다운 위의 나타냄 보고
경석증비탄敬惜增悲嘆 공경하고 아껴 더욱 슬퍼하였네.
체발훼형호剃髮毀形好 “머리를 깎아 그 좋은 모습 헐고
신피염색의身被染色衣 몸에는 물들인 옷 입었으며
당당의아용堂堂儀雅容 의젓한 거동과 단아한 얼굴
속신시지행束身視地行 몸을 단속하고 땅을 응시하며 걸어가네.
응대우보개應戴羽寶蓋 마땅히 깃을 붙인 보배 일산 받치고
수람비룡비手攬飛龍轡 손에는 나는 龍 고삐 잡아야 할 것을
여하모유진如何冒游塵 어찌하여 먼지를 뒤집어쓰며
집발이행걸執鉢而行乞 발우 들고 걸식하러 다닌단 말인가.
예족복원적藝足伏怨敵 그 재주는 원수를 항복받기 충분하고
모족채녀환貌足婇女歡 얼굴은 채녀婇女들을 기쁘게 할 만하네.
화복관천관華服冠天冠 화려한 옷에 하늘관[天冠] 쓸 때
려민함수양黎民咸首陽 만 백성 모두 우러러 뵈올 텐데.
여하굴무용如何屈茂容 어찌하여 싱그러운 모습 굽히고
구심제기형拘心制其形 마음을 억누르고 몸을 억제하며
사묘욕광복捨妙欲光服 미묘하고 만족스런 빛나는 옷 버리고
소신착염의素身著染衣 맨몸에 물들인 옷 입었는가.
견하상하구見何相何求 어떤 모양을 보고 무엇을 구하기에
여세오욕원與世五欲怨 이 세상의 5欲을 원수라 하네.
사현처애자捨賢妻愛子 어진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 두고
락독이고유樂獨而孤遊 혼자 즐거워하며 외로이 노니는가.
난재피현비難哉彼賢妃 어려워라. 저 어진 아내
장야포우사長夜抱憂思 긴긴 밤 근심스러운 생각 품었네.
이금문출가而今聞出家 이제 출가하였다는 말을 듣고서
성명유능전性命猶能全 성명性命은 그나마 보전하였네.
불심정반왕不審淨飯王 알 수 없구나. 저 정반왕淨飯王
경견차자불竟見此子不 마침내 이 아들을 보았는가.
견기묘상신見其妙相身 그 묘한 相을 가진 몸 보았다가
훼형이출가毀形而出家 형상 무너뜨리고 집 출가하였으니
원가유통석怨家猶痛惜 원수라도 오히려 마음 아파하겠거늘
부견기능안父見豈能安 아비로서 그것 보고 어떻게 편안하리.
애자라후라愛子羅睺羅 사랑하는 그 아들 라후라羅睺羅는
읍체상비련泣涕常悲戀 늘 울며 슬퍼하고 그리워하였네.
견무무위심見無撫慰心 그러나 그것 보고 위로할 마음 없었나니
용학차도위用學此道爲 이 道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네.
제명상법자諸明相法者 관상 보는 법에 밝은 여러 사람들
함언태자생咸言太子生 태자는 나면서부터
구족대인상具足大人相 대인大人의 相을 두루 갖추었으니
응향식사해應享食四海 마땅히 온 천하의 공양 받으리라고 말하였네.
관금지소위觀今之所爲 그러나 이제 저 하는 모양 보니
사즉개허담斯則皆虛談 그것은 모두 다 거짓말이었구나.”
여시비중다如是比衆多 이와 같이 그 많은 사람들
분운이란설紛紜而亂說 서로 시끄럽게 지껄였으나
여래심무착如來心無著 여래는 마음에 집착이 없어
무흔역무척無欣亦無慼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자비민중생慈悲愍衆生 다만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욕령탈빈고欲令脫貧苦 가난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네.
증장피선근增長彼善根 저 善根을 자라게 하고
병위당래세幷爲當來世 아울러 미래의 세상을 위해
현기소욕적顯其少欲迹 탐욕이 적은 자취 나타내고
겸제속진방兼除俗塵謗 세속의 잡된 비방 없애려 하였네.
입빈리걸식入貧里乞食 가난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정추임소득精麤任所得 맛나고 나쁜 것 얻는 대로 맡기고
거세불택문巨細不擇門 부잣집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만발귀산림滿鉢歸山林 발우가 채워지면 숲으로 돌아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