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言詩 30. 庚戌歲九月證於西田穫早稻
경술세구월증어서전확조도庚戌歲九月證於西田穫早稻
경술년 9월 서쪽 밭에서 올벼를 수확하며
인생귀유도人生歸有道 사람의 삶은 당연한 이치에 의해 귀착하지만
의식고기단衣食固其端 입고 먹는 일이 본래 우선이라네.
숙시도불영孰是都不營 어찌 이를 전혀 힘으로 경영하지 않고
이이구자안而以求自安 스스로 편안하기를 구하겠는가?
개춘리상업開春理常業 봄이 시작되면 착실히 농사지어야
세공료가관歲功聊可觀 가까스로 한 해의 수확을 볼 수가 있다네.
신출사미근晨出肆微勤 새벽에 나가 작은 일도 힘껏 일하고
일입부뢰환日入負耒還 해가 지면 쟁기 메고 돌아온다.
산중요상로山中饒霜露 산중이라 서리 이슬 많이 내리고
풍기역선한風氣亦先寒 기후도 평지보다 먼저 차가워진다.
전가기불고田家豈不苦 농사일이 어찌 고생스럽지 않으랴만
불획사차난弗獲辭此難 그 어려움을 마다해선 안 되노라.
사체성내피四體誠乃疲 온 몸이 몹시 피곤하여 고달파도
서무이환간庶無異患干 의외의 재난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네.(干↔幹)
관탁식첨하盥濯息簷下 손발 씻고 처마 밑에 쉬면서
두주산금안斗酒散襟顏 한 말의 술로 마음과 얼굴을 편다.
요요저익심遙遙沮溺心 먼 옛날 숨어 농사짓던 장저와 걸익의 마음을
천재내상관千載乃相關 천년 후의 내가 알겠다.
단원상여차但願常如此 다만 언제나 이렇듯 농사짓기를 바랄 뿐
궁경비소탄躬耕非所歎 몸소 경작하는 괴로움은 한탄하지 않노라.
►경술세庚戍歲 진晉 안제安帝 의희義熙 6년(410년). 도연명이 46세 때.
►서전西田 상경산上京山 부근 서쪽에 있던 전답.
►조도早稻 올벼. 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 음력 9월에 수확했으므로 한도旱稻가 옳다는 견해가 있다.
►유도有道 당연한 이치.
►‘굳을 고固’ 본래. 굳다, 단단하다. 굳어지다, 굳히다. 완고頑固하다. 고루固陋하다
►‘끝 단, 헐떡일 천, 홀 전端’ 발단. 시작. 끝. 가, 한계限界
►‘누구 숙/익을 숙孰’ 어찌. 누구. 무엇. 어느
►‘이 시/옳을 시是’ 이것. 입고 먹는 일.
►‘경영할 영, 변명할 형營’ 경영하다. 짓다
►자안自安 스스로 안락함을 얻다.
►상업常業 일상의 일. 농사를 짓는 일.
►세공歲功 1년 농사의 수확.
►료가관聊可觀 가까스로 볼 수 있다. ‘귀 울 료/요聊’는 가까스로
►사미근肆微勤 조그만 일에 힘을 다하다. ‘방자할 사, 나머지 이, 뼈 발라낼 척肆’는 힘을 다하다
►일입日入 해가 지다.
황보밀皇甫謐 <고사전高士傳>
요 임금 때는 천하가 태평하여 백성들에게 아무 일이 없었다.
80여 세 된 양부壤父가 길에서 흙을 두드리고 있었더니 그것을 본 사람이 말했다.
“크도다. 임금의 은덕이여!”
그러자 양부가 말했다.
오일출이작吾日出而作 나는 해 뜨면 일하고
일입이식日入而息 해 지면 쉬며
착정이음鑿井而飮 우물 파서 물마시고
경전이식耕田而食 밭 갈아서 먹는데
제하덕어아재帝何德於我哉 임금이 나에게 무슨 덕을 베풀었단 말이오?
백성들이 편안하게 태평한 시절을 누린다는 뜻으로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주인공이 양부다.
사실 양부는 이름이 아니고 ‘흙을 두드린 어르신’을 가리키는 말일 뿐이다.
어쨌든 그가 대뜸 한 말 “임금이 나에게 무슨 덕을 베풀었단 말이오?”에는 요 임금이 무위의 정치를 했으며
그 결과 ‘만물자화萬物自化 온갖 것들이 스스로 달라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회남자淮南子 태족훈泰族訓>에 ‘만물자화萬物自化’를 설명한다.
대인자大人者 대인이란
여천지합덕與天地合德 그 덕이 하늘과 땅의 덕과 같고
일월합명日月合明 그 밝음이 해와 달과 같으며
귀신합령鬼神合靈 그 영묘함이 인귀와 천신과 같고
여사시합신與四時合信 그 미쁨이 네 계절과 같다.
고성인회천기故聖人懷天氣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의 기운을 품고
포천심抱天心 하늘의 마음을 안으며
집중함화執中含和 가운데를 다잡고 어울림의 기운을 머금어
불하묘당이연사해不下廟堂而衍四海 묘당에서 내려오지 않고도 그 기운을 천하에 두루 펴서
변습이속變習易俗 관습과 풍속을 변화시키는데
민화이천선民化而遷善 백성들은 스스로 달라져서 선으로 옮겨간다.
약성제기若性諸己 자신에게 갖추어져 있던 본바탕을 따랐으므로
능이신화야能以神化也 신령한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풍기風氣 기후.
►불획사차난弗獲辭此難 이러한 어려움(농사의 어려움)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여러 서, 구제할 자庶’ ~를 바라다.
►이환異患 생각지도 못한 재난.
►‘방패 간/줄기 간, 마를 건, 들개 안, 일꾼 한干’ 범하다. ‘줄기 간, 주관할 관, 우물 난간 한幹’
►관탁盥濯 씻다.
►금안襟顏 마음과 얼굴.
►요요遙遙 아득히 멀다.
►저익沮溺 장저長沮와 걸익桀溺. 춘추시대의 은자隱者.
장저걸닉우이경長沮桀溺耦而耕 공자과지孔子過之 사자로문진언使子路問津焉
장저長沮·걸익桀溺이 함께 밭을 갈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지나다가 자로를 시켜 그들에게 나루를 묻게 하셨다.
/<論語 微子>편
►내상관乃相關 서로 부합하다.
►궁경躬耕 몸소 농사를 짓다.
<도연명집>에 실려 있으며 진晉 안제安帝 의희義熙 6년(410) 9월 도연명의 46세 때 지은 시이다.
도연명은 41세 때 가을(405) 팽택彭澤의 현령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와 6년째 되는 해였는데
살아가기 위해 몸소 농사짓는 어려움을 겪었음과 은둔하며 농사짓는 즐거움을 이 시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