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言詩 39. 잡시雜詩 12首
잡시雜詩 12首
其一
인생무근체人生無根蔕 인생이란 뿌리 없는 가시덤불이니
표여맥상진飄如陌上塵 바람에 날리는 언덕 위에 먼지와 같다네.
분산축풍전分散逐風轉 바람 따라 굴러서 흩어지니
차이비상신此已非常身 이 몸 또한 항상 그대로가 아니네.
락지위형제落地成兄弟 같은 땅에 살면 형제이지
하필골육친何必骨肉親 어찌 골육뿐이겠는가?
득환당작락得歡當作樂 즐거움을 만나면 마땅히 즐기며
두주취비린斗酒聚比隣 말 술이 있으면 이웃과 함께 즐기세(斗↔鬥)
성년부중래盛年不重來 청춘은 다시 오지 아니하고
일일난재신一日難再晨 하루에는 새벽이 두 번 오지 않네.
급시당면려及時當勉勵 때를 만나면 마땅히 힘써 노력하게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네.
►근체根蔕 근본이 되는 뿌리와 줄기
►‘회오리바람 표飄’ 펄럭 펄럭 나는 모양.
►맥상진陌上塵 길가의 먼지.
►분산分散 먼지가 사방으로 날리는 모양.
►축풍逐風 바람 따라.
►상신常身 일정불변의 신체.
►락지위형제落地爲兄弟 군자는 사해가 모두 형제.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형제.
►당작락當作樂 당연히 즐기지 않으면 아니 됨
►두주斗酒 한 말의 술.
►취비린聚比隣 이웃 사람을 불러 연회를 염.
►성년盛年 원기가 왕성한 시기. 청춘.
►급시及時 좋은 때를 놓치지 말고, 때를 맞추어.
►면려勉勵 열심히 노력하고 힘을 씀.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네.
‘세월歲月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세월歲月을 아끼라는 의미意味.
其二
백일륜서아白日淪西阿 밝은 해는 서쪽 산 끝에 지고
소월출동령素月出東嶺 흰 달은 동쪽 봉우리에 뜨니
요요만리휘遙遙萬里輝 아득히 만리를 비추고
탕탕공중경蕩蕩空中景 하늘에 넘실넘실 술렁이노라.
풍래입방호風來入房戶 바람이 방문 사이로 숨어들면
야중침석랭夜中枕席冷 밤중에 베갯머리 서늘하니
기변오시역氣變悟時易 기후 변하여 계절 바뀐 줄 알겠고
불면지석영不眠知夕永 잠이 오지 않으니 밤이 긴 줄 아네.
욕언무여화欲言無予和 말 주고받을 벗도 없어
휘배권고영揮杯勸孤影 술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노라.
일월척인거日月擲人去 세월은 사람을 버리고 떠나는데
유지불획빙有志不獲騁 뜻을 품고서도 펼칠 수가 없네.
염차회비처念此懷悲悽 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져
종효불능정終曉不能靜 날이 밝도록 진정시키지 못하노라.
►백일륜서아淪西阿 해가 서쪽 산 끝에 짐.
‘백일白日’ 구름이 끼지 않아 밝게 빛나는 해. ‘언덕 아, 호칭 옥阿’ 언덕, 고개
►요요만리휘遙遙萬里暉 멀리 멀리 밝게 비추다 ‘요요遙遙’ 매우 멀고 아득함.
►탕탕蕩蕩 달빛이 널리 퍼지는 모양
►침석枕席 침상沈床. 야구夜具.
►시역時易 시각의 변천을 아는 가을의 장야長夜.
►석영夕永 밤이 길다. 가을의 긴 밤.
►휘배권고영揮杯勸孤影 잔을 높이 처 들어 자신의 그림자에게 권함.
►일월척인거日月擲人去 세월은 무정하게도 사람을 내버려두고 홀로 달아난다.
후세의 송나라 주희는 <주문공권학문朱文公勸學文>에서
일월서의불아연日月逝矣不我延 세월은 흐르고 나와 함께 늙어지지 않느니
오호노의시수지건嗚呼老矣是誰之愆 슬프다! 늙어서 후회한들 이는 누구의 잘못이던가? 라 하였다.
►‘달릴 빙騁’ 마음껏 달려가다. 회포를 풀다
►회비처懷悲悽 비통한 마음을 안다.
►불능정不能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
은거생활 속에서 세월은 흘러 늙어 가는데 가슴의 뜻을 이루지 못하여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이다.
其三
영화난구거榮華難久居 영화는 오래가기 어렵고
성쇠불가량盛衰不可量 성쇠는 헤아릴 수 없네.
석위삼춘거昔爲三春渠 지난 봄 피어난 연꽃
금작추연방今作秋蓮房 이제 가을 연밥이 되었네.
엄상결야초嚴霜結野草 들풀은 된서리 맺혀도
고췌미거앙枯悴未遽央 속까지 말라 시들지는 않네.
일월유환주日月有環周 해와 달은 순환이 있어도
아거부재양我去不再陽 나는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네.
권권왕석시眷眷往昔時 가버린 옛 시절 돌이켜 보니
억차단인장憶此斷人腸 추억에 애간장 끊어지는 듯하구나.
►영화榮華 권력權力과 부귀富貴를 마음껏 누리는 일.
►구거久居 오래 살다
►성쇠盛衰 융성隆盛과 쇠망衰亡.
►삼춘거三春渠 3春은 봄의 3개월이며 맹춘, 중춘, 계춘으로 나눈다. ‘개천 거渠’는 연꽃을 말한다.
연꽃을 지칭하는 말은 대단히 많다.
‘련蓮’ ‘하荷’ ‘부용芙蓉’ ‘부거芙蕖’ ‘함담菡萏’ 등이 있다.
우단사련藕斷絲連 연뿌리는 끊어져도 실은 이어져 있다.
전한 때에 나온 사전인 <이아爾雅 석초釋草>편에 연꽃 설명이 나온다.
하荷는 부거芙蕖이다.
그 줄기는 가茄, 그 잎은 하蕸, 그 본本은 밀蔤.
기화함담其華菡萏 기실련其實蓮 기근우其根藕 그 꽃은 함담, 그 열매는 련, 그 뿌리는 우藕.
그 속은 적菂, 적의 속은 의薏라 했다.
후한 때의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련蓮 부거지실야芙蕖之實也 련은 부거의 열매이며
하荷 부거엽芙蕖葉 하는 부거의 잎이라고 구분했다.
삼국시대 위魏의 장읍張揖이 <이아爾雅>를 증보한 <광아廣雅>에는
함담菡萏 부용야芙蓉也 함담은 부용이다라고 적혀 있다.
수隋나라 때의 유작劉焯이 지은 <모시의소毛詩義疏>에는
부거芙蕖 경위하莖爲荷 부거의 줄기는 하이고
기화미발위함담其華未發爲菡萏 그 꽃이 피기 전에는 함담이며
이발위부거已發爲芙蕖 핀 뒤에는 부거이다. 라는 해설이 보인다.
►연방蓮房 연꽃의 열매가 들어 있는 송이.
►고췌枯悴 시들시들하다. 초췌하다.
►‘급히 거遽’ 급하다. 어찌.
►권권眷眷 늘 마음속에 잊지 않고 있음.
해와 달은 바뀌어도 계속되지만 사람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니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며 후회한다는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
其四
장부지사해丈夫誌四海 대장부는 천하에 뜻을 둔다는데
아원부지로我願不知老 나는 늙어가는 것 알고 싶지 않다네.
친척공일처親戚共一處 친척들은 같이 한 곳에 모여살고
자손환상보子孫還相保 자손들도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노라.
상현사조일觴弦肆朝日 술잔과 거문고를 아침부터 늘어놓고
준중주부조樽中酒不燥 술병에 술이 마르지 않는구나.
완대진환오緩帶盡歡娛 허리띠 풀어놓고 기쁨과 즐거움 다하며
기만면상조起晚眠常早 늦게 일어나고 잠은 늘 일찍 자노라.
숙약당세사孰若當世士 이 시대의 선비들은 어느 편에 있는가,
빙탄만회포冰炭滿懷抱 얼음과 숯불이 마음속에 가득하다네.
백년귀구롱百年歸丘壟 인생 백년이면 무덤으로 돌아가는데
용차공명도用此空名道 그런 헛된 명성 가져가 어디에 쓰려는가!
►사해四海 천하, 세계. 사방의 바다. "사해의 안"이란 뜻에서 온 세상을 일컬음.
►상현觴弦 술잔과 거문고.
►‘방자할 사, 나머지 이, 뼈 발라낼 척肆’ 늘어놓다.
►완대緩帶 ‘허리띠를 느슨히 맨다’는 뜻으로 긴장緊張했던 마음을 풂의 비유
►환락歡娛 기쁘고 즐거움. 또는, 기뻐하고 즐거워함
►숙약孰若 어느 편이. 양자兩者를 비교해서 묻는 말.
►빙탄氷炭 얼음과 숯이라는 뜻으로, 둘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관계를 비유한 말.
►회포懷抱 마음속에 품은 생각.
►구롱丘壟 무덤. 조상의 산소. 땅이 비탈지고 조금 높은 곳. ‘밭두둑 롱(농)壟’
►‘길 도道’=인도할 도導. 이끌다. 데리고 가다.
은거생활 속에서 여유로운 삶을 누리면서 인생에서 헛된 명성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하며
음주飮酒 3수와 유사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정정백년내鼎鼎百年內 빠르게 지나 백년도 못 사는 인생
지차욕하성持此欲何成 부귀와 명리를 가지고 무엇을 이루려는가/<음주飮酒> 20首 其三
其五
억아소장시憶我少壯時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니
무락자흔예無樂自欣豫 즐거움이 없어도 스스로 즐거워했다.
맹지일사해猛志逸四海 굳게 먹은 뜻 천하를 뛰어넘어
건핵사원저騫翮思遠翥 날개 활짝 펴고 멀리 날아오르려 했다.
임염세월퇴荏苒歲月頹 차츰 차츰 세월이 흘러 스러져가니
차심소이거此心稍已去 그 마음도 점차 사라져갔다네.
치환무부오值歡無復娛 기쁜 일 만나도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매매다우려每每多憂慮 언제나 근심 걱정만 많아질 뿐이다.
기력점쇠손氣力漸衰損 기력마저 점점 쇠약하게 되어
전각일불여轉覺日不如 더욱 하루가 다른 것을 깨닫는다네.
학주무수유壑舟無須臾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골짜기의 배처럼
인아부득주引我不得住 세월은 나를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구나.
전도당기허前途當幾許 앞으로 갈 길은 얼마나 남아있나?
미지지박처未知止泊處 멈추어 머물러 있을 곳도 알지 못한다네.
고인석촌음古人惜寸陰 옛 사람 촌음寸陰도 아끼라는 말이
염차사인구念此使人懼 이제 생각나 나를 두렵게 하는구나.
►소장少壯 나이가 젊고 혈기血氣가 왕성旺盛함. 젊고 씩씩함
►흔예欣豫 기뻐함을 즐기다. 즐거워하다.
►맹지猛志 굳게 먹은 뜻.
►건핵騫翮 날개 들어 높이 날다.
►원저遠翥 멀리 날아오르다.
►임염荏苒 차츰차츰 세월歲月이 지나감.
►무너질 퇴頽 쇠하다. 쇠퇴하다.
►초이거稍已去 점점 사라져감.
►학주무수유壑舟無須臾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골짜기의 배처럼.
이는 잠깐 사이에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장자莊子 <대종사편大宗師篇>에 있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부장주어학夫藏舟於壑 장산어택藏山於澤 위지고의謂之固矣
산골짜기에 배를 간직하며 연못 속에 산을 간직하고서 단단히 간직했다고 말한다.
연이야반유력자부지이주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매자부지야昧者不知也
그러나 밤중에 힘이 센 자가 그것을 등에 지고 도망치면 잠자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장대소유의藏大小有宜 유유소둔猶有所遯
작은 것과 큰 것을 간직하는 데는 각기 마땅한 곳이 있으나 그래도 훔쳐서 도주할 곳이 있지만
약부장천하어천하若夫藏天下於天下 이부득소둔 而不得所遯
천하를 천하에 간직하면 훔쳐서 도주할 곳이 없다.
►수유須臾 잠시暫時.
►전도前途 앞으로 갈길. 장래.
►기허幾許 얼마쯤. 얼마 가량.
►촌음寸陰 얼마 안 되는 시간, 썩 짧은 시간.
은거생활 속에서 젊은 날을 되돌아보며 젊은 날의 웅지가 세월이 갈수록 쇠퇴해졌고
점점 나이 들어감에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며 고뇌에 빠진 모습이다.
其六
석문장자언昔聞長者言 예전에 어른들이 말씀을 하시면
엄이매불희掩耳每不喜 매번 귀를 막고 듣기 싫어했다.
내하오십년奈何五十年 어쩌다 나이 오십이 되니
홀이친차사忽已親此事 어느덧 내 자신이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
구아성년환求我盛年歡 젊어서의 즐거움 되찾으려 해도
일호무부의一毫無復意 이젠 조금도 다시 얻을 수 없다네.
거거전욕원去去轉欲遠 가면 갈수록 멀어지려고 하니
차생기재치此生豈再值 이 생을 어찌 두 번 만나랴.
경가시작락傾家時作樂 가산을 털어서 때때로 즐겨라
경차세월사竟此歲月駛 빠르게 세월이 흐르면 이 또한 끝나리니.
유자불류금有子不留金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
하용신후치何用身後置 어찌 죽고 난 후의 염려를 하는가!
►장자長者 윗사람. 어른.
►엄이掩耳 귀를 가린다는 뜻으로 듣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
►내하奈何 어떻게. 어찌하다.
►일호一毫 몹시 가늘고 작은 털이란 뜻으로‘아주 작은 정도’를 비유.
►거거去去 가면 갈수록
►전욕원轉欲遠 멀어지려고 하다. 遠이 速으로 되어있는 본도 있다.
►재치再值 두 번 만나다. ‘값 치値’는 ‘만나다’의 뜻.
►시작락時作樂 때때로 즐겨라.
►‘달릴 사駛’ (말이)달리다 (말이)빠르다. 신속迅速하다
►신후身後 사후死後. 죽은 뒤.
►‘둘 치置’ 조치. 염려
은거생활 속에서도 세월이 빠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가 오십 살이 되니 지난 날 어른들처럼 자식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세월이 빨리 지남을 탄식하는 모습이다.
其七
일월불긍지日月不肯遲 해와 달은 더디게 가려 하지 않고
사시상최박四時相催迫 사계절은 서로 재촉하듯 달려가네.
한풍불고조寒風拂枯條 찬바람 마른 나뭇가지 흔드니
낙엽엄장맥落葉掩長陌 낙엽은 온 길 위를 뒤덮는구나.
약질여운퇴弱質與運頹 본래 약한 체질에 운세 또한 기울어
현빈조이백玄鬢早已白 검은 귀밑머리는 어느새 하얗게 되었구나.
소표삽인두素標插人頭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나는 것은
전도점취착前途漸就窄 살 날이 점점 더 짧아진다는 것이네.
가위역여사家為逆旅舍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과 같은 것
아여당거객我如當去客 나는 마땅히 떠나가야 할 손님이라네.
거거욕하지去去欲何之 가고 또 가서 어디로 가려 하는가?
남산유구택南山有舊宅 남산의 선조先祖 무덤일 것이로다.
►불긍不肯 즐기어 하지 아니함.
►최박催迫 재촉하다. 핍박함. 독촉함.
►고조枯條 시든 가지. 마른 나뭇가지.
►장맥長陌 긴 길. ‘길 맥陌’은 길, 거리.
►운퇴運頹 운이 기울다. ‘무너질 퇴頹’는 무너지다. 기울다.
►현빈玄鬢 검은 귀밑머리. ‘살쩍 빈鬢’ 살쩍(=빈모鬢毛ㅡ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 귀밑털.
►소표素標 흰 표적. 즉 흰 머리를 뜻한다.
►취착就窄 좁아지다. 곤궁해지다. 窄은 좁을 ‘착’
►역려逆旅 여관.
역려사逆旅舍 ~ 당거객當去客
후세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는
부천지자夫天地者 만물지역려萬物之逆旅 무릇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나그네집이요.
광음자光陰者 백대지과객百代之過客 세월이라는 것은 영원을 잠시 지나가는 길손이다. 하였다.
►남산南山 도연명이 은거하던 근처의 여산盧山을 말한다.
►구택舊宅 옛 집. 여기서는 선조先祖의 묘지를 말한다.
其八
대경본비망代耕本非望 벼슬살이는 본래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고
소업재전상所業在田桑 생업으로 삼는 것은 밭갈이와 양잠이라네.
궁친미증체躬親未曾替 몸소 농사지으며 게으른 적이 없거늘
한뇌상조강寒餒常糟糠 변변찮은 음식에 항상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네.
기기과만복豈期過滿腹 어찌 배부르게 먹기를 바랄까마는
단원포갱량但願飽粳糧 오직 쌀밥이나 배불리 먹는 것이네.
어동족대포禦冬足大布 겨울 추위를 막는 데엔 굵은 베옷이면 족하고
조희이응양粗絺以應陽 거친 갈포로 여름 햇볕을 가린다네(粗↔麤)
정이불능득正爾不能得 이런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으니
애재역가상哀哉亦可傷 슬프고 또 가슴이 아프구나!
인개진획의人皆盡獲宜 사람들은 모두 잘들 살아가는데
졸생실기방拙生失其方 어리석은 나는 그 방법을 몰랐다네.
리야가내하理也可奈何 세상 이치가 그러하니 어찌할 수 있겠는가?
차위도일상且為陶一觴 잠시 한 잔 술에 즐거워한다네!
►대경代耕 관리의 봉급. 밭을 경작하는 대신 관직에 나가 녹봉을 받는 것.
►전상田桑 밭일과 양잠養蠶.
►궁친躬親 몸소
►미증체未曾替 게으른 적이 없다. ‘바꿀 체替’는 정지하다. 바꾸다. 쇠衰하다
►한뇌寒餒 추위와 굶주림. ‘주릴 뇌餒’는 주리다.
►조강糟糠 지게미와 쌀겨. 가난한 사람이 먹는 변변하지 못한 음식.
►만복滿腹 배가 잔뜩 부름.
►갱량粳糧 쌀밥
►조치粗絺 거친 베. ‘칡베 치絺’
►졸생拙生 자기를 겸손謙遜하여 이르는 말. 어리석은 자신을 말한다.
►가내하可奈何 어찌할 수가 없음.
►도일상陶一觴 한 잔 술로 즐거워하다. ‘질그릇 도, 사람 이름 요陶’는 즐거워하다. ‘잔 상觴’
관리생활을 그만두고 전원에 은거하며 지나치게 궁핍한 살림을 한탄하고 있다.
음주 제16수에서도 이같이 어려운 생활을 표현한 바 있다.
경포고궁절竟抱固窮節 끝내 가난함 속에서도 절조를 굳건히 지키며
기한포소경饑寒飽所更 굶주림과 추위만 지겹도록 겪었다.
폐려교비풍弊廬交悲風 초라한 집에는 쓸쓸한 바람만 드나들고
황초몰전정荒草沒前庭 잡초는 집 마당을 황폐하게 만드는구나./<飮酒> 其16
其九
요요종기역遙遙從羈役 멀고 먼 객지를 떠돌며 벼슬살이 하노라니
일심처양단一心處兩端 마음은 타향과 고향 두 끝에 있네.
엄루범동서掩淚泛東逝 눈물을 가리고 배를 타고 동쪽으로 떠나며
순류추시천順流追時遷 흐르는 물결 따라 변해가는 시간을 쫒는다.
일몰성여묘日沒星與昴 해는 성수星宿와 묘수昴宿쪽으로 지고
세예서산전勢翳西山巔 그 기세가 서산마루에 깃드네.
소조격천애蕭條隔天涯 쓸쓸히 하늘 끝에 떨어져 있노라니
추창념상찬惆悵念常餐 슬프게도 늘 집에서 먹던 밥이 생각나는구나.
강개사남귀慷慨思南歸 슬프고 한탄스러워 남쪽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도
로하무유연路遐無由緣 길은 멀고 돌아갈 도리가 없구나.
관량난류체關梁難虧替 관문과 다리 부서져 고치기 어려우니
절음기사편絕音寄斯篇 끊어졌던 소식 이 시에 부치노라.
►요요遙遙 멀고 아득함.
►기역羈役 객지에서의 벼슬살이. ‘굴레 기羈‘ 객지살이
►처양단處兩端 양쪽 끝에 있다. 몸은 객지에 있으나 마음은 고향에 있다.
►일몰성여묘日沒星與昴 해는 서남쪽으로 진다.
‘성星’ 성수星宿로 28宿의 남방7수 중 하나로 하늘의 도읍으로 옷과 무늬를 주관하고 民兵과 도적을 관장한다.
‘묘昴’ 묘수昴宿로 28宿의 서방7수 중 하나로 하늘의 귀耳와 눈目으로 정보를 주관하며 西方을 관장한다.
►세예서산전勢翳西山巔 기세가 서산마루에 깃드네.
‘깃 일산 예翳’는 깃 일산(부채의 일종). 숨다. ‘산꼭대기 전巔’ 산꼭대기. 산마루. 머리.
►소조蕭條 분위기雰圍氣가 매우 쓸쓸함, 고요하고 조용함.
►추창惆悵 근심하고 슬퍼함. 실심한 모양
►강개慷慨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정의심이 복받치어 슬퍼하고 한탄恨歎함.
►유연由緣 인연因緣.
►관량난류체關梁難虧替 관문과 다리 부서져 고치기 어려우니, ‘이지러질 휴虧’ ‘바꿀 체替’
►절음絕音 끊어진 소식.
<도연명집陶淵明集>의 잡시雜詩 12수 중 제9수로 제9수부터 제11수 까지는
도연명이 객지에서 관리생활을 하던 때의 시이며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였다.
其十
한거집탕지閑居執蕩誌 한가하게 살면서도 호탕한 뜻을 지녔으나
시사불가계時駛不可稽 달려가는 세월 머무르게 할 수 없었네.
구역무정식驅役無停息 일에 쫓겨 잠시도 쉬지 못하고
헌상서동애軒裳逝東崖 수레를 몰아 동쪽 끝까지 갔었다.
심음의훈사沉陰擬薰麝 사향을 태운 향 같은 음기가 가라앉아(범주의동사泛舟擬董司)
한기격아회寒氣激我懷 차가운 기운이 내 가슴에 부딪쳐온다.
세월유상어歲月有常禦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서
아래엄이미我來淹已彌 내가 이곳에 와 머문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강개억주무慷慨憶綢繆 관리로 묶이었던 날들을 생각하며 비분강개했지만
차정구이리此情久已離 이러한 심정도 없어진지 이미 오래되었다.
임염경십재荏苒經十載 차츰 세월이 흘러 십년이 지나가니
잠위인소기暫為人所羈 잠시 남에게 매여 있었던 듯하구나.
정우예여목庭宇翳餘木 뜰과 집은 많은 나무들에 가려져 있고
숙홀일월휴倏忽日月虧 잠깐 사이에 세월이 사라져갔다네.
►한거閑居 한가하고 조용하게 살음.
►탕지蕩志 크고 넓은 뜻.
►시사時駛) 빠른 세월. ‘달릴 ‘사駛’ 빠르다.
►헌상軒裳 중국 고대 대부大夫 이상이 타는 수레.
►훈사薰麝 사향을 태운 향내.
►세월유상어歲月有常禦 세월이 마차에 타있는 듯이 빨리 지나갔다는 뜻. ‘막을 어禦’ 막다, 금禁하다. 멈추다
►엄이미淹已彌 이미 오래 머무르다.
►강개慷慨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정의심이 복받치어 슬퍼하고 한탄함.
►주무綢繆 꽁꽁 묶다. 꽉 졸라매다.
►임염荏苒 차츰차츰 세월이 지나감.
임염세월퇴荏苒歲月頹 차츰 차츰 세월이 흘러 스러져가니
차심소이거此心稍已去 그 마음도 점차 사라져갔다네/<雜詩> 其5
►십재十載 10년. 관직에 임한지 10년이 지났다는 뜻이다.
도연명은 41세에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였다.
►‘깃 일산 예翳’ 가리다. 가로막다.
►숙홀倏忽=훌홀烼忽의 원말. 갑자기 ‘갑자기 숙倏’ ‘구울 훌烼’ ‘갑자기 홀忽’
‘훌홀烼忽’ 재빨라서 붙잡을 수가 없음. 또는 걷잡을 사이 없이 갑작스러움.
제9수에서 도연명이 객지에서 관리생활을 하던 때의 감회를 읊은 것과 같이
10수에서도 타향에서 관리생활의 괴로움을 말하고 고향에 돌아와 지난날을 회상하는 모습이다.
도연명은 29세에 관직을 얻어 41세에 팽택 현령을 마지막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였으므로
본 시는 과거 관료생활의 감회를 읊은 것이다.
其十一
아행미운원我行未雲遠 내 가는 길 멀리 왔다고 할 수 없지만
회고참풍량回顧慘風涼 돌이켜보니 참담한 바람 서늘하였다.
춘연응절기春燕應節起 봄 제비는 계절 맞춰 돌아와
고비불진량高飛拂塵梁 높이 날아 대들보 먼지를 털어내는구나
변안비무소邊雁悲無所 변방의 기러기 머물 곳이 없어 슬퍼하더니
대사귀북향代謝歸北鄉 서로 교대하며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네.
이곤명청지離鹍鳴清池 무리에서 떨어진 황새 맑은 못에서 울며
섭서경추상涉暑經秋霜 여름 더위와 가을 서리를 견디어냈다.
수인난위사愁人難為辭 시름에 젖은 마음 말로 하기 어려운데
요요춘야장遙遙春夜長 아득한 봄 밤은 길기만하네.
►아행미운원我行未雲遠(雲↔云)으로 되어있는 본이 많아 雲을 云의 가차자假借字로 보았다.
云은 어조사語助词.
►행行 행역行役. 여행의 괴로움.
►대사代謝 교대. 교체. 무리를 지어 한 무리가 교대로 앞장을 선다는 뜻.
►참풍惨風 슬프고 서늘한 바람
►‘일어날 기起’ 날아 돌아오다. 일어나다. 비롯하다
►‘댓 닭 곤/큰 물고기 곤鵾’ 학과 비슷한 모양의 새. 댓 닭(닭의 한 품종) 큰 물고기. 악곡樂曲의 이름
‘곤계鵾鷄’ 고서古書에 나오는 목이 길고 주둥이가 붉은 학과 비슷한 닭.
죽고명비취竹高鳴翡翠 대나무 높으니 비취가 울고
사벽무곤계沙僻舞鵾鷄 모래밭 외지니 고니가 춤추네/두보杜甫 <절구絶句> 6首
▪고비파현용곤계근古琵琶絃用鵾鶏筋 옛날에 비파 현은 댓닭 힘줄을 써서 만들었다/<태평광기太平廣記>
▪령령곤현애泠泠鵾弦哀 초초동야한悄悄冬夜閑
잉잉 비파현 연주 소리 슬프고 소곤소곤 겨울 밤 한적하기도 하네/위응물韋應物 <송정장원送鄭長源>
▪곤학고이야호혜鵾鶴孤而夜號兮 댓 닭은 외로워서 밤에 운다네/동방삭東方朔 <칠간七諫 其五>
▪곤계선신명鵾雞先晨鳴 애풍영야기哀風迎夜起
곤계는 새벽보다 먼저 깨어 울고 서글픈 바람은 한 밤중에 일어나네/왕강거王康琚 <반초은시反招隱詩>
►수인愁人 시름에 젖은 사람. 도연명 자신을 말한다.
►요요遙遙 멀고 아득함.
타향에서 관리생활의 괴로움을 말하고 주변 풍경을 통하여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雜詩> 12수는 노년기의 작품 8수와 장년기의 작품 4수로 되어있어 제11수가 잡시 3수로 실려 있는 곳도 있다.
其十二
요요송표애裊裊松標崖 하늘하늘 벼랑 끝에 소나무(裊裊↔뇨뇨嫋嫋)
완련유동자婉孌柔童子 어여쁜 모습이 연약한 동자 같구나.
년시삼오간年始三五間 15년이 지나고 나면
교가하가의喬柯何可倚 높은 가지 어디에 기댈 수 있겠는가?
양색함진기養色含津氣 외양을 가꾸고 진기津氣를 머금으면(津↔精)
찬연유심리粲然有心理 마음에 품은 뜻 밝게 빛나리라.
►뇨뇨裊裊(↔뇨뇨嫋嫋) 간들간들 가냘픈 모양. 하늘하늘. ‘간드러질 뇨/요裊’
‘요요嫋嫋’ 맵시가 있고 날씬함. 산들거리는 바람이 부드러움. 소리가 길고도 간드러짐. ‘예쁠 뇨/요/약嫋’
죽간하뇨뇨竹竿何嫋嫋 대나무 줄기는 어이하여 하늘하늘 거리며/탁문군 <백두음白頭吟>
►완련婉孌 나이가 젊고 예쁨. 미소년.
►년시삼오간年始三五間 15년이 지나고 나면. 三五는 15년.
삼오명월만三五明月滿 보름이면 밝은 달 가득 차고
사오섬토결四五蟾兔缺 스무날이면 달이 이즈러지네/<古詩 19首> 其17
►교가喬柯 높은 가지
►‘빛 색色’ 신색神色. 정신精神.
►진기津氣 진액의 끈적끈적한 기운. 精氣(정기)로 되어있는 본도 있다.
►찬연粲然 선명한 모습. 화려하게 눈에 띄다.
절벽에 서 있는 어린 소나무를 비유하여 후세들을 가르치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는 도연명의 연작시로 <음주 20수> <의고 9수>와 함께 명시로 알려져 있다.
<잡시>는 노년기의 작품 8수와 장년기의 작품 4수로 구성 되어있다.
도연명은 29세에 관직을 얻어 41세에 팽택 현령을 마지막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였으므로
이 시는 과거 관료생활의 감회를 읊은 것으로 은거생활 속에서 세월은 흘러 늙어 가는데
가슴의 뜻을 이루지 못하여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제9수부터 제11수 까지는 도연명이 객지에서 관리생활을 하던 때의 시이며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