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賦 사辭 3. 귀거래사歸去來辭 ⓵
부賦 사辭 3. 귀거래사歸去來辭 ⓵
[序]
여가빈余家貧 나의 집이 가난해서
경식부족이자급耕植不足以自給 밭 갈고 나무를 심어도 자급할 수조차 없었다.
유치영실幼稚盈室 어린 것들은 집 안에 가득한데
병무저속缾無儲粟 쌀 동이에는 저장된 곡식이 하나도 없고
생생소자生生所資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고자 하나
미견기술未見其術 그 방법을 미처 찾지 못하였다
친고다권여위장리親故多勸余爲長吏 친척과 친구들이 여러 번 내게 관리라도 할 것을 권해서
탈연유회脫然有懷 느긋하게 그럴 생각도 가져
구지미도求之靡途 길을 찾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회유사방지사會有四方之事 그러던 차에 마침 제후들 간의 전쟁이 있어
제후이혜애위덕諸侯以惠愛爲德 제후들은 은혜와 사랑으로 덕을 베풀곤 하였는데
가숙이여빈고家叔以余貧苦 집안 숙부께서 내가 가난하여 고생한다고 추천하여
수견용우소읍遂見用于小邑 마침내 조그만 읍에 임용되기에 이르렀다
어시풍파미정於時風波未靜 당시에 풍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으므로
심탄원역心憚遠役 멀리 가서 벼슬살이를 하는 것을 마음에 꺼렸는데
팽택거가백리彭澤去家百里 팽택현은 집에서 백리 정도 떨어져 있으며
공전지리公田之利 공전의 수입으로
족이위주足以爲潤 족히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었으므로
고변구지故便求之 곧 그 자리를 구하였다
급소일及少日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권연유귀여지정眷然有歸與之情 그리운 생각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즉何則 왜 그러한가?
질성자연質性自然 천성적으로 자연을 좋아하면
비교려소득非矯勵所得 이는 억지로 교정한다고 해서 바뀌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동수절飢凍雖切 굶주림과 추위가 비록 절박하다고 해도
위기교병違己交病 내 자신의 천성을 어기게 되면 더욱 괴롭기 때문이었다.
상종인사嘗從人事 일찍이 남을 좇아 일한 것은
개구복자역皆口腹自役 모두 입과 배를 위하여 자신을 부린 것일 뿐이었다.
어시창연강개於是悵然慷慨 이에 서글프고 강개하여
심괴평생지지深媿平生之志 평소의 뜻에 몹시 부끄러웠다
유망일임猶望一稔 그래도 그런대로 곡식이 한 번 익는 것을 보고
당렴상소서當斂裳宵逝 의당 옷가지를 챙겨서 밤에 몰래 고향으로 가고자 하였다
심정씨매상우무창尋程氏妹喪于武昌 그러던 중 얼마 안 되어 程씨에게 시집갔던 누이가 무창에서 죽었으므로
정재준분情在駿奔 바삐 가보고 싶은 뜻이 있어
자면거직自免去職 스스로 그만두고 관직을 떠나게 되었다
중추동지仲秋至冬 仲秋로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재관팔십여일在官八十餘日 관직에 있기 80여 일
인사순심因事順心 일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하여
명편위귀거래혜命篇爲歸去來兮 글을 歸去來兮라 이름 하였다.
을사세십일월야乙巳歲十一月也 을사년 11월이다
►유치幼稚 어린아이.
►‘두레박 병缾’=두레박 병瓶‘과 같다. 항아리.
►‘조 속粟’ 조. 곡류. 五穀. 겉곡식
►장리長吏 비교적 높은 직위의 현리縣吏.
►탈연脫然 느긋하다.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다.
►미도靡途 갈 길이 없다.
►견용見用 추천하다.
►풍파風波 군벌軍閥의 혼전混戰.
►‘꺼릴 탄惮’ 꺼리다. 기피하다.
►팽택彭澤 현 이름. 지금의 강서성江西省 호구현湖口縣 동쪽.
►권연眷然 애틋한 모습. 사모하고 뒤돌아봄.
►귀여지정歸歟之情 돌아가고 싶은 심정.
►질성質性 본성本性.
►교려矯勵 잘못을 고치고 힘씀.
►교병交病 병이 들다.
►종인사從人事 관리가 된 것을 말한다.
►구복자역口腹自役 먹을 것을 구하는 만족을 위해 자신을 혹사하다. ‘구복口腹’은 음식.
►창연悵然 실망한 모양.
►일임一稔 1년. 곡물이 1년에 한 번 여물어 익음을 말한다.
►염상斂裳 행장을 수습하다.
►소서宵逝 밤에 떠나다.
►‘찾을 심尋’ 얼마 되지 않아.
►무창武昌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악성현鄂城縣.
►준분駿奔 준마처럼 빨리 달리다. 급히 장례를 치르러 가다.
►중추仲秋 음력 8월.
►‘일 사事’ 관직을 버린 일.
►을사세乙巳歲 진晉 안제安帝 의희義熙 원년(405)
귀거래혜歸去來兮 돌아가자
전원장무호불귀田園將蕪胡不歸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기자이심위형역旣自以心爲形役 지금껏 내 스스로 마음을 육체에 사역하도록 하였으니
해추창이독비奚惆悵而獨悲 어찌 슬픔에 젖어 홀로 서러워만 할 수 있겠는가.
오이왕지불간悟已往之不諫 이미 지난 일을 탓했자 무슨 소용 있으랴
지래자지가추知來者之可追 앞으로는 바른 길을 추구하는 게 옳다는 걸 알았도다.
실미도기미원實迷途其未遠 실로 인생길 잘못 접어들어 헤매었지만 그리 멀리 온 것은 아니니
각금시이작비覺今是而昨非 지금 생각이 옳고 지난 세월 잘못 산 걸 깨달았다.
주요요이경양舟遙遙以輕颺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풍표표이취의風飄飄而吹衣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간다.
문정부이전로問征夫以前路 지나는 길손에게 고향 가는 길 물을 제
한신광지희미恨晨光之熹微 새벽녁 희미한 빛마저 한스럽구나.
내첨형우乃瞻衡宇 저만치 내 집 지붕과 처마가 바라다 보인다.
재흔재분載欣載奔 기쁜 마음에 뛰듯이 집에 당도하니
동복환영僮僕歡迎 어린 하인들 반가이 맞이하고
치자후문稚子候門 자식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삼경취황三徑就荒 뜰 안 세 갈래 오솔길엔 잡초가 무성하나
송국유존松菊猶存 소나무와 국화는 변함이 없다.
휴유입실携幼入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유주영준有酒盈樽 술통엔 술이 가득 나를 반긴다.
인호상이자작引壺觴以自酌 술 단지 끌어당겨 혼자 잔 부어 마시며
면정가이이안眄庭柯以怡顔 뜰 앞 나뭇가지 바라보고 미소 짓노라.
의남창이기오倚南窗以寄傲 남쪽 창에 기대어 의기 도도해지니
심용슬지이안審容膝之易安 무릎 하나 겨우 들일 집이건만 편안키 그지없다.
원일섭이성취園日涉以成趣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취가 일고
문수설이상관門雖設而常關 문은 달았건만 찾아오는 이 없어 늘 닫혀 있다.
책부노이류게策扶老以流憩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해 발길 멎는 대로 쉬기도 하고
시교수이하관時矯首而遐觀 때때로 고개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운무심이출수雲無心以出岫 구름은 무심히 산골짝을 돌아나가고
조권비이지환鳥倦飛而知還 날다 지친 저 새는 둥지로 돌아온다.
경예예이장입景翳翳以將入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지려는데
무고송이반환撫孤松而盤桓 나는 외로운 소나무 부여잡고 서성이노라.
귀거래혜歸去來兮 나 돌아왔네
청식교이절유請息交以絶遊 세상과의 사귐도 속세와의 어울림도 단절하리라
세여아이상위世與我而相違 세상과 나 서로 인연을 멀리했으니
복가언혜언구復駕言兮焉求 다시 벼슬길에 나간들 무엇을 얻겠는가?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 친척 이웃들과 즐겁게 정담을 나누고
낙금서이소우樂琴書以消憂 거문고 타고 책 읽으며 시름 달래리.
농인고여이춘급農人告余以春及 농부가 내게 와 봄이 왔다 알려주니
장유사어서주將有事於西疇 내일은 서쪽 밭에 나가서 밭을 갈리라.
혹명건거或命巾車 때로는 수레 불러 몰기도 하고
혹도고주或棹孤舟 때로는 조각배 띄워 노를 젓는다.
기요조이심학旣窈窕以尋壑 깊고 굽이진 골짝도 찾아 나서고
역기구이경구亦崎嶇而經丘 험한 산을 넘고 가파른 언덕길도 지난다.
목흔흔이향영木欣欣以向榮 물오른 나무들 싱싱하게 자라나고
천연연이시류泉涓涓而始流 샘물은 퐁퐁 솟아 흘러내린다.
선만물지득시善萬物之得時 만물이 때를 만나 신명남을 부러워할 제
감오생지행휴感吾生之行休 내 생도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이의호已矣乎 아서라!
우형우내복기시寓形宇內復幾時 이 몸 세상에 머물 날 얼마나 되리오.
갈불위심임거류曷不委心任去留 가고 머무는 건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
호위호황황욕하지胡爲乎遑遑欲何之 무엇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하는가?
부귀비오원富貴非吾願 부귀영화 내 바라든바 아니요
제향불가기帝鄕不可期 내 죽어 신선나라 태어나기도 바라지 않을지니
회양진이고왕懷良辰以孤往 날씨가 좋으면 혼자 거닐기도 하고
혹식장이운자或植杖而耘耔 때로는 지팡이 세워 두고 김매고 북돋우기도 한다.
등동고이서소登東皐以舒嘯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임청류이부시臨淸流而賦詩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짓는다.
요승화이귀진聊乘化以歸盡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 하는 날 돌아갈지니
낙부천명복해의樂夫天命復奚疑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일소냐.
►귀거래혜歸去來兮
‘귀거歸去’ 벼슬살이를 끝내고 고향故鄕 땅 전원田園으로 돌아가리라는 뜻이며 ‘來兮’는 조사이다.
►전원장무田園將蕪 전원이 거칠어지려 하다. ‘무蕪’ 전원에 잡초雜草가 무성茂盛하다.
►호胡 어찌. 何와 같다.
►이심위형역以心爲形役 마음이 육체肉體의 노예奴隸가 되는 것. 마음이 먹고 사는 것을 구하는 데만 있는 것.
►해추창이독비奚惆悵而獨悲 어찌 근심하며 홀로 슬퍼하겠는가?
‘해추창奚惆悵’ 奚는 何의 뜻. ‘惆悵’ 슬퍼해 근심하는 모양이다.
►이왕지불간已往之不諫 : 한 번 지나간 일은 다시 돌이켜 말할 수 없다.
►래자지가추來者之可追 앞으로 돌아오는 일만은 그 옳고 그름을 가려 바르게 고쳐나갈 수 있다.
►미도기미원迷塗其未遠 벼슬길 험한 길에 잘못 들어 한동안 헤매었지만 다행多幸이 아직은 깊이 들지 않았다.
►금시이작비今是而昨非
벼슬을 그만두고 귀향歸鄕한 것은 잘한 일이요,
먹을 것을 위해 벼슬길에 올랐던 지난 잘은 잘못한 것이다.
►요요遙遙 가벼이 흔들거리는 모양.
►표표飄飄 가볍게 나부끼는 모양模樣.
►정부征夫 길을 가는 사람.
►한신광지희미恨晨光之熹微
‘신광晨光’ 새벽 별. ‘희미熹微’ 희미한 저녁 별.
길이 멀어 하루에 도착倒着하지 못하고 도중途中에서 어둠을 만나는 것이 한스럽다.
►형우衡宇 ‘형衡’ 두 개의 기둥에 한 개의 횡목橫木을 가로질러 만든 허술한 대문. ‘宇’ 집의 처마.
►삼경三徑 정원庭園 안의 세 갈래 길.
한漢나라 장후蔣詡가 정원에 송松, 죽竹, 국菊의 세 갈래 작은 길을 내놓고
구중求仲과 양중羊仲이란 친구만 오도록 했다는 故事, 은사隱士의 거처를 삼경三徑이라 함.
►기오寄傲 떳떳하여 거리낌이 없는 마음으로 있는 것.
►심용슬지이안審容膝之易安 ‘심審’ 알다. ‘용슬容膝’ 겨우 무릎을 들여 앉을 만한 작은 방.
►원일섭이성취園日涉以成趣 정원庭園을 날마다 거닐어서 멋을 이루다. ‘일섭日涉’ 날마다 산책散策하는 것.
►류게流憩 여기저기 다니며 멋대로 쉬는 일.
►문수설이상관門雖設而常關 문은 비록 만들어 놓았지만 항상 잠겨 있다.
►시교수이하관時矯首而遐觀 때로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보다. ‘교矯’ 거擧와 같다.
►권비倦飛 날기 지치다.
►영예예影翳翳 ‘영影’ 햇빛. ‘예예翳翳’ 어둑어둑한 모양.
►무고송이반환撫孤松而盤桓 외로운 소나무를 만지며 서성거리다.
‘반환盤’ 나아가기 어려워 머뭇거리는 모양이다. 이는 자신의 절조節操를 소중所重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식교이절유請息交以絶遊 부디 사귀기를 그만두고 왕래往來를 끊어라.
►세여아이상위世與我而相違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났다.
►가언혜언구駕言兮焉求 ‘가駕’ 수레의 멍에를 매는 것. ‘言’ 조사로. 焉은 何와 같다.
►서주西疇 서쪽에 있는 밭.
►요조이심학窈窕以尋壑 ‘요조窈窕’ 산수가 구불구불하고 속이 깊은 것.
‘심학尋壑’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는 일. 곧 외로운 배를 띄워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 간다는 뜻이다.
►기구崎嶇 험악한 산길.
►흔흔欣欣 기뻐하는 모양. 생기가 그득한 모양.
►천연연이시류泉涓涓而始流 샘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연연涓涓’ 샘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얼어붙었던 물이 봄기운에 녹아 흐르기 시작한다는 말.
►감오생지행휴感吾生之行休 나의 생이 갈수록 끝남을 느낀다.
‘行休’ 시간時間이 갈수록 죽음에 이른다는 뜻. ‘休’ 인생의 영원永遠한 휴식休息 곧 죽음.
►이의호已矣乎 ‘이已’ 그침의 뜻. 그만두어라. 그만 두자.
►임거류任去留 ‘거류去留’ 가고 머무는 것. 삶과 죽음을 뜻한다. 자연自然의 삶과 죽음에 맡기는 것.
►호위호황황욕하지胡爲乎遑遑欲何之 무엇 때문에 서두르며 어디를 가고자 하겠는가? ‘遑遑’ 바삐 서두는 모양.
►제향부가기帝鄕不可期 하나님 계시는 곳이야 기대할 수 없다.
‘帝鄕’ 신화神話에 나오는 하나님이 계시는 곳으로 <장자莊子·천지天地>에
“천년을 살다가 세상이 싫어 버리고 신선神仙이 되어 올라가서 저 구름타고 하나님 계시는 곳에 이르렀다.”
는 기록記錄이 있다.
►양진良辰 좋은 시절. 만물萬物이 소생蘇生하는 봄.
►식장植杖 지팡이를 밭 가운데 꽂아 둠.
►서소舒嘯 조용히 시를 읊음.
►승화이귀진乘化以歸盡 얼마간 변화變化에 따라 다함으로 돌아가리니.
化는 자연自然의 변화를 뜻하고 盡은 인생의 다함. 곧 죽음. 자연의 변화에 맡겨 죽음으로 돌아가리라는 뜻이다.
►락부천명부해의樂夫天命復奚疑 천명天命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疑心하겠는가?
내용이 긴 산문시인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삶을 노래한 전원시의 백미로 후세 선비들에게 많이 사랑받았다.
도연명은 자연을 좋아하고 세상에 휩쓸리기를 싫어했지만 거느려야 하는 식구들이 많아 살림이 늘 가난했다.
마흔한 살 때, 지방 현령이 되었다. 봉급은 쌀 다섯 말이었다.
먹고 살려고 낮은 벼슬자리에라도 있었으나
일은 도무지 그와 맞지 않아 관리 업무보다는 시 읊기로 세월을 보냈다.
하루는 조정에서 높은 벼슬아치가 내려가니 관아를 깨끗이 청소하고
의관을 단정히 하여 맞아들이라는 공문이 날아들었다.
구속을 싫어했던 그가 이 말을 고분고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어찌 쌀 다섯 말 때문에 허리를 굽혀 소인배 벼슬아치들을 섬기겠는가!”
이렇게 소리친 도연명은 그날로 집에 돌아갔다.
현령으로 부임한 지 두 달 남짓이었을 무렵이었다.
탐관오리들이 들끓고 높은 사람에게 아부를 일삼아야 하는 관직 생활은 그와 맞지 않았다.
405년(진나라 의회) 그가 41세 때,
최후의 관직인 팽택현彭澤縣의 지사知事 자리를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로서
세속과의 결별을 진술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4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마다 다른 각운脚韻을 밟고 있다.
제1장은 관리생활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정신 해방으로 간주하여 읊었고
제2장은 그리운 고향집에 도착하여 자녀들의 영접을 받는 기쁨을 그렸으며
제3장은 세속과의 절연선언絶緣宣言을 포함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담았으며
제4장은 전원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쓰는 동기를 그 서문에서 밝혔는데 거기에는 누이동생의 죽음을 슬퍼하여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나 양梁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의 <도연명전陶淵明傳>에는 감독관의 순시를
의관속대衣冠束帶하고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오두미五斗米(5말의 쌀, 즉 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며 그날로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도연명의 기개를 나타내는 이와 같은 일화와 함께 은둔을 선언한 일생의 한 절정을 장식한 작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귀거래사歸去來辭 돌아가리.
돌아가자. 전원田園이 황폐荒廢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스스로의 마음이 먹고사는 데에만 매였으니 어찌 근심하며 원망怨望하며 홀로 슬퍼만 할 것인가?
이미 지나간 것은 바로잡지 못함을 깨달았고 나중에 오는 것은 고쳐갈 수 있음을 알았도다.
실로 길을 잃었으나 아직 멀리 가지 않았으니 이제는 옳고 지난날이 그릇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도다.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떠오르고 바람은 한들한들 나부끼며 옷깃을 스쳐 가도다.
길가는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니 새벽빛(동이 틈)이 밝아지는 것이 한스럽구나.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처마가 보이자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가니
어린 머슴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 어린아이들 대문에서 (나를) 기다리네.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 황폐荒廢하지,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그곳에 있고,
어린 아이 이끌리어 방에 들어가니, 술이 가득 찬 항아리가 놓여있네.
술병과 잔 끌어다 혼자 따라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에 기쁨이 서린다.
남쪽 창가에 기대어 기지개를 펴니 무릎 하나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쉽고 편안便安함을 알겠네.
날마다 정원을 거닐며 즐거운 흥취興趣를 느끼며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항상 잠겨있네.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依支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때때로 머리 들어 멀리 바라보니,
구름은 무심無心히 산봉우리에 드러나고 날기에 고단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아는구나.
(저녁 빛)이 어두워지며 西山에 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거리누나.
돌아왔구나. 바라건대 (世上과) 사귀임을 쉬고 벼슬길(往來를)을 끊어버리리라.
세상과 더불어 나는 서로 어긋났으니 다시금 멍에 매어 여기에 무엇을 구求하겠는가?
친척親戚들과 정담情談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노라.
농부農夫가 내게 고하기를 봄이 이르렀다 하니 앞으로는 서쪽 밭에 일이 있으리로다.
혹은 헝겊으로 씌운(裝飾한) 수레를 부르고, 혹은 한 척의 배를 노 저어서
이미 고요하고 아늑한 깊은 골짜기를 찾아 험한 산 작은 길 따라 언덕을 지나가는 도다.
나무들은 즐거운 듯 무성茂盛하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 솟아 흘러내린다.
만물萬物이 좋은 때를 얻음을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나의 생의 쉼(멈춤)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그만두어라!
형체形體를 우주宇宙 안에 붙여둠이(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오.
어찌 마음대로 가고 머무름을(죽음과 삶) 맡기지 않으며 무엇 때문에 서둘러 어디를 가고자 하겠는가?
(황망慌忙스럽게 욕심慾心을 부릴 것인가?)
부귀함도 내가 원하지 않고 (죽어) 신선神仙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企待 할 수 없어라.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고 북돋우어 주리라.
동쪽 언덕에 올라 천천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물) 흐름에 이르러 시를 짓노라.
잠시 변화變化에 따라 (이 생명)다함으로 돌아가리니, 주어진 천명天命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