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도연명陶淵明

기記 전傳 술述 찬贊 4. 독사술讀史述 2章

空空 2025. 2. 22. 21:25

독사술讀史述 사기를 읽고 9편의 글을 짓다

2기자箕子

 

거향지감去鄉之感 고향을 떠나는 심정

유유지지猶有遲遲 오히려 주저함이 있었네.

 

신이대사矧伊代謝 하물며 나라가 바뀌었으니

촉물개비觸物皆非 보이는 것 모두 예전 같지 않았네.

 

애애기자哀哀箕子 애달픈 기자여

운호능이雲胡能夷 어찌 마음을 평정시킬 수 있었겠는가!

 

교동지가狡童之歌 교동狡童의 노래

처의기비淒矣其悲 처량하고 슬프구나.

 

 

►기자箕子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의 숙부로 이름은 서여胥餘이고 벼슬은 태사太師에 이르렀으며 기箕나라에 봉해졌다.

주紂왕이 포악한 것을 보고 간했지만 듣지 않자 머리를 풀고 미친 척 가장하여

남의 노예가 되었다가 주紂에 의해 구금되었다.

 

주周 무왕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紂를 죽인 뒤에 기자箕子를 석방하고 그를 조선朝鮮에 책봉하였다.

그 뒤 기자가 주나라에 조회를 드리러 은나라의 폐허 은허殷墟를 지나다가

궁실이 무너진 자리에 벼와 기장이 자라고 있는 것에 느끼는 바가 있었다.

 

기자는 상심하여 맥수麥秀의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르니

‘맥수지가麥秀之歌’에서 ‘맥수지탄麥秀之嘆’이라는 성어가 비롯되었다.

/<사기 권3. 은본기殷本紀> <사기 권38.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

 

►지지遲遲 느릿느릿한 모양. 머뭇거리다.

►신이矧伊 더구나. 하물며. ‘이伊’는 조사助詞.

►대사代謝 왕조王朝가 바뀌다.

►운호능이雲胡能夷 어찌 평정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夷’는 평온하다.

►교동지가狡童之歌 맥수지가麥秀之歌.

기자箕子가 고국 은殷나라가 망한 뒤 조선에 책봉된 후 주나라에 조회를 드리러 올 때

은나라의 황폐해진 궁궐에 보리와 기장만 무성한 것을 보고 한탄하며 불렀다는 노래로

나라가 망함을 한탄한 노래의 의미로 쓰인다.

 

맥수점점혜麥秀漸漸兮 보리 잘 되어 이삭 빼어났네,

화서유유혜禾黍油油兮 벼와 기장 자라 올라 우거졌구나!

피교동혜彼狡童兮 저 교활한 주왕紂王(狡童)이여

불여아호혜不與我好兮 나와는 가까이 지내지 못했구나!/<史記 권38.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

 

맥수점점혜麥秀漸漸兮 보리이삭은 쑥쑥 자라 있고

미서유유米黍油油 벼, 기장도 잘 자라네

피교동혜彼狡童兮 저 교활한 아이여,

불여아호혜不與我好兮 나와 함께 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도다.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紂王은 夏의 걸왕桀王과 함께 폭군의 대표적인 인물로 술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였다.

특히 달기라는 여자를 사랑하여 그녀의 말은 무엇이나 들어주었다.

 

그는 사구沙丘에 큰 놀이터와 별궁을 지어 두고 많은 들짐승과 새들을 거기에 놓아길렀다.

술로 못을 만들고 고기를 달아 숲을 만든 다음남녀가 벌거벗고 그 사이에서 밤낮없이 술을 퍼마시며 즐겼다"

(주지육림酒池肉林)고 하였다.

 

이러한 은나라 주왕에게도 훌륭한 세명의 신하가 있었다.

논어에서 공자는 "미자微子는 떠나고 기자箕子는 종이 되고 비간比干은 간하다가 죽었다"고 하며

은나라에는 세 어진 이가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그러나 주왕은 나라를 망치려고 어진 세 신하의 간절한 충언을 듣지 않았다.

미자는 주왕의 이복형으로 아무리 간해도 주왕이 듣지 않자 국외로 망명을 하였다.

 

기자箕子는 주왕에게 간곡한 충고를 했으나 주왕이 들어주지 않자 목숨이나 부지하여 나라를 건지는

방법을 찾으려고 거짓으로 미친 사람 행세를 하며 남의 집 종이 되어서 세상을 숨어살았다.

 

비간比干은 극간을 하다가 능지처참을 당하고 은나라는 결국 망하고 주나라가 세워지게 되었다.

 

국외로 망명했던 기자는 무왕을 보좌하다가 조선의 왕으로 봉해진다.

그래서 주나라의 도읍으로 가던 중 옛 은나라의 도읍을 지나게 되었다.

 

번화하던 도읍은 흔적도 없어지고 황폐해진 궁궐 자리엔

보리와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지난날의 감회에 젖어 맥수지가麥秀之歌를 지어 은殷의 도읍은 간데없고

궁궐터에 보리와 기장만이 무성함을 탄식하였다.

 

►맥수지가麥秀之歌 보리 이삭이 무성함을 노래한다는 뜻으로 고국의 멸망함을 한탄함.

►주지육림酒池肉林 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주연酒宴.

►채미지가采薇之歌 : 고사리 캐는 노래라는 뜻으로 절의지사節義之士의 노래를 이르는 말.

►주왕紂王 은殷나라의 제31대 왕으로 마지막 군주이다.

주紂왕은 달기妲己를 총애하여 달기의 말이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다.

 

달기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고 성격이 난폭하여 간언을 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서 살해하였으며

궁궐이 초라하다고 해서 화려하게 만들고 술로 만든 호수를 만들고 사람을 숯불에 태워 죽이는 형벌인

포락지형炮烙之刑을 만들었다.

 

주紂왕이 갈수록 음란해져 그칠 줄 모르자

주周 무왕武王이 제후를 거느리고 주紂를 토벌하였다./<사기 권3. 은본기殷本紀>

 

제2장은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 및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에 기록된 기자箕子에 대한 논평으로

기자가 은나라 주왕의 포악함을 말렸지만 주왕이 듣지 않자 미친 척하며 은둔하자

주왕이 기자를 유폐하였는데 주 무왕이 석방시킨 일에 대하여 평론한 것이다.

 

기자가 은나라 땅을 지나가다가 지은 맥수지가麥秀之歌를 찬한 것은 도연명이 고국인 동진이 멸망한 것에 대해

애통해하며 1장의 <이제夷齊>에 이어 은나라의 기자를 언급하면서 망국의 슬픔을 표명한 것이다.

 

►동진東晋은 419년 공제恭帝 때 유유劉裕(南朝의 宋武帝)에게 제위를 빼앗겨 멸망하였다.

남조南朝의 송宋은 남북조시대 남조 최초의 왕조(420∼479)로 동진東晉 말기의 권신權臣이자

무장武將인 유유劉裕(武帝)가 진晉의 공제恭帝로부터 선양禪讓을 받아 세운 나라이다.

 

조광윤趙匡胤이 세운 통일 제국인 송나라(960-1279)와 구별하기 위해

건국자인 유유劉裕의 성씨를 따라 유송劉宋이라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