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18 등촉燈燭

空空 2025. 3. 7. 20:48

매월당 시집 제418 등촉燈燭

촌등村燈 촌마을의 등불

 

일락반강혼日落半江昏 해가 지니 강이 어스름에 싸이고

일점명원촌一點明遠村 한 점 불빛이 먼 촌마을을 밝히네.

형황천죽경熒煌穿竹徑 촌 등 대나무 좁은 길에 스며들어

적력투리근的歷透籬根 환히 울타리 안으로 드는구나!

 

려관수문안旅館愁聞雁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울음소리

사창권수원紗窓倦繡鴛 비단 창에는 수놓은 원앙이 앉았다네(倦繡鴛↔雁閒雁)

소소추엽우蕭蕭秋葉雨 쓸쓸한 가을 잎에 비는 내리는데

상대정소혼相對正銷魂 마주하고 보니 혼이 다 녹아 버리누나!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뚫고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 겹고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사창권수원紗窓倦繡鴛)

우수수 가을 잎에 내리는 비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형황熒煌 불빛이 번쩍임.

 

<유선사遊仙詞> 유람하는 신선의 시문 87首 其78/난설헌蘭雪軒 허초희許楚姬

 

강촉형황하구천絳燭熒煌下九天 진홍 등불 번쩍이며 하늘 위에서 내려오더니

일승리폐옥로연日升螭陛玉爐煙 해가 오르며 교룡 섬돌의 옥 화로에 연기이네.

무앙란봉수금모無央鸞鳳隨金母 끝도 없이 봉황과 난새들이 서왕모를 따르고

래하동황일만년來賀東皇一萬年 돌아와서 동황의 신에게 일만 년을 하례하네.

 

►소소蕭蕭 바람이나 빗소리 따위가 쓸쓸함. ‘맑은 대 쑥 소蕭’

 

<회오중풍수재懷吳中馮秀才> 오나라 땅 풍수재를 생각하며/두목杜牧

장주원외초소소長洲苑外草蕭蕭 장주원 밖의 풀들이 쓸쓸하고

각산유정세월지却筭遊程歲月遲 노닐던 길 돌이켜 세니 세월이 느리네.

유유별시금불망惟有別時今不忘 오직 이별의 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하니

모연추우과풍교暮煙秋雨過楓橋 저녁안개와 가을비에 풍교를 지났었지.

 

►소혼銷魂(=단혼断魂 소혼消魂)

(너무 슬프거나 기뻐서) 혼을 뺏기다. 넋이 나가다. 넋을 잃다. 정신[넋]이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