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4-17
매월당 시집 제5권 4-17
4 금禽 금수鳥獸
17 월중문안月中聞雁 달빛 속에 기러기 소리 들으며
소당추야월단단小堂秋夜月團團 작은 집 쓸쓸한 밤 둥글고 둥근 보름달
한청정홍독의란閑聽征鴻獨倚欄 가는 기러기 소리 한가히 들으며 홀로 난간에 의지하네
단속성래천담담斷續聲來天淡淡 끊어질듯 이어지는 소리에 하늘은 맑고 깨끗한데
련편영과로만만聯翩影過路漫漫 연달아 나부끼며 지나는 모습에 길은 멀고도 지리하구나.
옥관상중변의랭玉關霜重邊衣冷 옥문관에 서리가 겹치니 변방의 옷차림은 썰렁하고
향악풍고금금한香幄風高錦衾寒 향기로운 장막에 높은 바람에 비단 이불도 싸늘하구나.
도차정회거여허到此情懷遽如許 이에 이르러 생각하는 정과 회포는 저와 같이 급하니
견수차막향운단牽愁且莫響雲端 구름의 느낌에 답하여 구차히 근심에 구애되지 말게나.
►단단團團 달의 둥근 모습. 겹겹이
승수단단한마랑僧首團團汗馬閬 둥글둥굴 중대가리는 땀 찬 말 부랄이오.
유두첨첨좌구신儒頭尖尖坐狗腎 뾰족뾰족한 선비의 머리통 상투는 앉은 개 좆이로다.
성령동령동정聲令銅鈴銅鼎 목소리는 구리방울을 구리 솥에 굴리는 듯
목약흑초락백죽目若黑椒落白粥 요란스럽고 눈깔은 검은 후추 알이 흰죽에 떨어진 듯하도다./김삿갓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이황李滉(1501-1570)
독의산창야색한獨倚山窓夜色寒 홀로 산창에 기대니 밤빛은 차가운데
매초월상정단단梅梢月上正團團 매화가지 끝에는 둥그렇게 달이 떴네.
불수갱환미풍지不須更喚微風至 모름지기 다시 미풍을 불러들이지 않아도
자유청향만원간自有淸香滿院間 절로 맑은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네.
►담담淡淡 희미하고 어렴풋하다. (색깔이)묽다.
(맛이)진하지 않다. 냉담하다. (마음이)담담하다. 물이 넘실거리는 모양.
►만만漫漫 (시간·벌판 따위가) 끝없다. 가없다. 가득하다.
달 속 기러기 소리 듣고서
작은 방 가을밤, 달은 둥근데
기러기 소리 한가히 들으며 홀로 난간에 기댄다.
하늘은 담담한데 끊어지고 이어지는 소리
길은 아득히 먼데 잇닿은 날개 그림자 지나간다.
옥관에는 서리가 잦고 변방의 옷은 차고
향기로운 장막에 바람 높고 비단 금침도 차갑다.
이곳에 이르니 속마음 급하기 이와 같으니
시름을 일으키니 구름 끝에서 소리 울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