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5권 10-34

空空 2025. 3. 14. 13:08

매월당 시집 제5권 10-34

10 화초花草

34 류화榴花 석류石榴

 

안석하년별安石何年別 안석국에서는 어느 해에 헤어졌나.

래종만리천來從萬里天 돌아온 자취는 만리의 하늘이구나.

단파의분화丹葩疑噴火 붉은 꽃은 불을 뿜는가 의심스럽고

록엽암생연綠葉暗生煙 푸른 잎은 싱싱한 아리따움 숨기네.

 

불여염양투不與艶陽妬 더불어 봄날의 기후를 샘내지 않고

사공잔조연似共殘照姸 아름다운 저녁노을 맞는 것 같구나.

강낭수반축絳囊誰半蹙 진홍 주머니 누가 가장 재촉을 할까

점철일총전點綴一叢顚 한 떨기 거꾸로 하여 점점 이어지네.

 

►류화榴花 석류石榴 나무의 꽃.

►안석安石=안석국安石國, 지금의 페르시아 지방.

페르시아 지역인 고대 이란에 파르티아 왕국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에서는 안석국安石國이라 불렀다.

여기서 온 둥근 ‘혹 류瘤’처럼 생긴 과일이라 안석류安石瘤라 불리다 안석류安石榴가 되고 석류가 되었다.

 

안석국에서 온 석류는 공교롭게 안석이라는 인물과 사연 깊다.

송나라 때 왕안석王安石(1021-1086)이다.

그는 홍일점의 어원이 되는 시를 지었다.

 

만록총중홍일점萬綠叢中紅一點 온통 녹색의 잎 속에 붉은 꽃 한 송이

동인춘색불수다動人春色不須多 사람을 움직이는 봄 색깔은 굳이 많지 않아도 된다.

 

당시 사마광을 우두머리로 하는 구법당과의 극한 정치 투쟁 속에서

그는 신법당 리더로 타협을 거부하는 고집불통의 완강한 개혁주의자였다.

 

시에서 홍일점은 왕안석 자신을 지칭하는 듯하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오로지 왕안석 혼자만이 홍일점이기에 세상을 움직여 개혁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많은 남자 속에 여자 한 명을 홍일점이라 하는데 강한 남자 왕안석이 뜻했던 홍일점과는 뜻이 다르다.

 

존재감 강렬한 홍일점 꽃이 맺은 열매인 붉은 석류가 그라나다(Granada)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 국기에도 있다.

참새 부리와 같은 작은 씨앗을 잔뜩 품고 붉은 과즙을 듬뿍 머금은 붉은 알갱이는 마치 루비 같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석류의 류榴 자字는 수류탄手榴彈에 심어진다.

수많은 알갱이가 붉게 터지듯 수류탄은 수많은 파편을 터트리며 붉은 피를 흘리게 한다.

석류는 루비 보석처럼 아름답지만 수류탄은 잔인한 살상 무기다.

홍일점 꽃에서 여문 석류가 수류탄 이름에 대해 못마땅해 할 듯싶다.

/국제신문 2016-12-08/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염양艶陽 화창한 봄날의 기후.

►‘닥칠 축, 줄어들 척蹙’ 닥치다. 긴박緊迫하다

 

 

●류화榴花/장홍범張弘範(1238-1280) 

 

성혈수교염강낭猩血誰敎染絳囊 누가 핏빛으로 꽃 주머니 물들였나

록운퇴리윤생향綠雲堆裏潤生香 푸른 잎 속에 촉촉이 향기 나네

유봉착위지두화遊蜂錯爲枝頭火 놀러 온 벌이 가지 끝에 불난 줄 알고

망가훈풍과단장忙駕薰風過短牆 바삐 바람 타고 담장을 넘어가네

 

►장홍범張弘範(1238-1280)

중국 원나라 때의 명장. 무예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재능이 있었던 인물.

자연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장홍범의 '榴花'는 석류꽃을 소재로 하여 봄날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화려한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표현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며

세세하게 관찰하여 표현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을 준다.

 

 

●석류나무/ 서역의 안석에서 온 나무/국립김해박물관  2019. 7. 4

 

석류石榴는 서역에 있었던 안석국安石國 혹은 안식국安息國에서 가져와서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석류는 안석류安石榴라 부르기도 한다.

 

석류는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장건張騫(?-BC114)이 서역에서 포도와 호두 등과 함께 가져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초기까지 안석류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중국 당나라의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따르면 석류의 다른 이름은 단약丹若이다.

단약의 ‘단’은 열매 속이 붉은 데서 따온 이름이다.

단약의 ‘약’은 왕염손王念孫(1744-1832)의 <광아소증廣雅疏證>에서 석류를 ‘약류楉榴’라 부른 것과 관련 있다.

석류는 ‘해석류海石榴’ 혹은 ‘해류海榴’라 불렀다.

중국에서는 중국 원산이 아닌 외국에서 가져온 식물에 대해 ‘해’자를 붙였다.

 

석류의 학명을 붙인 리나이우스, 즉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는 석류의 원산지를 북아프리카로 표기했다.

학명 중 속명 푸니카Punica는 현재 튀지니에 해당하는 카르타고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석류의 원산지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다.

학명 중 종소명 그라나툼granatum ‘입상粒狀’을 의미한다.

이는 석류 알맹이가 쌀처럼 많아서 붙인 것이다.

 

중국의 농서 <제민요술>에는 석류를 단것과 신 것 두 종류를 소개하고 있고,

<본초강목>에는 쓴 것을 더하여 3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단맛과 신맛 두 종류를 볼 수 있다.

<유양잡조>에 따르면 단맛 나는 석류를 ‘하늘의 미음’을 뜻하는 ‘천장天漿’이라 불렀다.

신라시대 최치원의 아래 시에서도 석류의 신맛과 단맛을 언급하고 있다.

 

근애니사성애해根愛泥沙性愛海 뿌리는 진흙을 좋아하고 성품은 바다를 사랑하고

실여주옥갑여해實如珠玉甲如蟹 열매는 구슬 같고 껍질은 게 같네.

산중감미하시래山中甘味何時來 시면서도 단맛 어느 때 맛보려나.

엽락풍고월건해葉落風高月建亥 잎 지고 바람 높은 사월이라네.

 

중국에서는 석류가 귀하다보니 석류에 대한 과장도 적지 않았다.

5호 16국 중 하나였던 후조後趙의 석호石虎 뜰에는 사발만한 석류가 달렸으며 북위의 양현지楊玄之가 지은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에는 백마사 부도 앞 석류, 즉 도림荼林의 열매는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

 

궁인들은 낙양의 석류를 얻어 고향으로 보냈다.

그러나 궁인의 석류를 얻은 사람들은 감히 먹지 못하고 여러 집을 거쳤다.

낙양에서는 “백마사의 달콤한 석류, 열매 하나 소 한 마리 값”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석류는 귀한 열매였다.

 

붉은 색으로 익는 많은 양의 석류는 다산多産을 상징했다.

조선시대 공주나 옹주 등의 대례복인 활옷이나

여성용 예복인 원삼圓衫의 문양에 석류를 장식한 것도 다산을 의미한다.

 

석류는 신왕국시대의 이집트, 페니키아, 고대 로마 등에서도 신성한 식물로 취급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 출애급기>를 비롯한 곳곳에서도 석류를 문양으로 삼도록 한 예를 발견할 수 있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이탈리아 출신의 보티첼 리가

그린 <석류의 성모>도 석류의 다산성을 보여준다.

<북제서위수전北齊書魏收傳>에서 석류의 다산성을 엿볼 수 있다.

 

북위시기 안덕왕安德王 연종延宗이 조군趙君 이조수李祖收의 딸을 비妃로 맞이했다.

뒷날 이조수의 집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딸의 모친 송씨가 두 개의 석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 이유를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임금이 석류를 던져버렸다.

 

이때 이조수가

“석류는 자식을 많이 낳는 씨앗입니다.

왕께서 새로 장가들었기에 비의 모친이 자식을 많이 낳으시라고 바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임금은 이조수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고 벼슬과 비단을 내렸다.

/<북제서위수전北齊書魏收傳> 중에서

 

<고려사高麗史 세가世家>에 따르면 고려 의종毅宗은 석류를 매우 좋아했다.

그는 밤에 내시와 사관을 봉원전奉元殿에 불러 석류 제목으로 시를 짓게 할 정도로 석류를 좋아했다.

이때 의종은 붓과 종이를 준 후 촛불에 금을 그어놓고 시간까지 정했다.

 

강희안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석류를 분재한 반류盤榴를 소개하고 있다.

사대부들은 가지와 줄기를 구부려 몇 층으로 만들어 열매 보는 재미를 만끽했다.

사대부들이 석류를 분재로 만들어 즐긴 것은 북쪽의 경우 날씨가 추워 석류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석류는 열매만큼 꽃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요즘에는 석류 꽃 중 붉은 것 외에 황색과 백색도 있지만 기본은 붉은 색이다.

석류꽃은 ‘홍일점紅一點’이라는 단어를 낳았다.

홍일점은 “많은 남자 중 유일한 여자” 혹은 여럿 중 “오직 하나의 이채로운 것”을 의미한다.

홍일점은 중국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북송대의 왕안석王安石(1021-1086)의 시에서 유래했다.

 

만록총중홍일점萬綠叢中紅一點 온통 새파란 덤불 속에 핀 붉은 꽃 한 송이

동인춘색불수다動人春色不須多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의 색깔은 굳이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왕안석王安石 <영석류시詠石榴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