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6권 3-3
매월당 시집 제6권 3-3
3 투증投贈 전하다
3 증고동지贈高同知 고동지에게 주다.
근궁금패석동전芹宮衿佩昔同氈 성균관에서 유생시절 담요를 함께한 옛날
위제위형이수년爲弟爲兄已數年 아우가 되고 형이 된지 이미 여러 해였다네.
차석감차원실려此夕堪嗟鴛失侶 이 밤에 짝을 잃은 원앙의 탄식을 참아내며
여년무계계지련餘年無計桂枝連 남은 생에 월계수 가지 잇닿을 계획도 없네.
향낭상재인하처香囊尙在人何處 향주머니 그대로인데 사람은 어디에 있나
채장초공봉독면彩帳初空鳳獨眠 채색 장막 비로소 비니 봉황이 홀로 잠드네.
조식항아투약거早識姮娥偸藥去 항아가 영약을 훔쳐 갈 줄을 미리 알았다면
견함경휼막상전堅緘扃鐍莫相傳 굳게 봉한 문빗장 잠궈 서로 전할 수 없었겠지.
►증고동지贈高同知 고동지에게 주다.
김시습은 1472년(성종3) 성균관의 동창생同窓生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고대필이 아내를 잃자
그에게 준 詩에서 부부의 사별을 낭만적인 색채로 노래하여 슬픔을 이기도록 하였다.
진晉나라 때 가충賈充의 딸은 한수韓壽라는 미남과 사통하여
자기 집에 전하는 귀한 외국 향수를 훔쳐다가 한수에게 주었다.
가충이 그 향내를 맡아 사실을 알고는 딸을 마침내 한수에게 시집보냈다는 고사가 있다.
또 유궁有窮국의 제후 예羿의 아내였던 항아姮娥는 남편의 불사약을 훔쳐 달나라로 도망갔는데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고독을 견뎌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가향佳香이라도 훔쳐다줄 정도로 나를 사랑했던 아내가
마치 항아가 남편의 불사약을 훔쳐 달나라로 도망간 것처럼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홀로 저승으로 가고 말았다.
김시습은 친구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문득 부인의 일을 회상하고 씁쓸한 심경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詩는 스스로 부인의 死別을 回想하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심경호 <김시습 평전> 중에서
어디에나 이 시에 이 말이 들어 있는데 대단히 잘못된 글이다.
추측컨데 김시습은 20 前後에 남효례南孝禮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가정을 꾸렸다.
이에 관한 내용은 이 뿐 과정과 결말은 없다.
1481년(성종 12)에 수락산에 머문 김시습은 고기를 먹고 머리를 기르고 환속하여
조부와 부친의 제사를 지낸 후 안씨를 아내로 맞아 다시 가정을 꾸렸다.
1483년(성종 14) 49세 때에 재혼한 안씨와 사별하고는 다시 방랑의 길을 나섰다
친구 아내가 죽은 것은 1472년(성종3)
시습이 死別한 것은 1483년(성종 14)
그러니 친구에게 준 시에 10년 후 자신의 회상을 의미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無無
►근궁芹宮 공자의 신위를 모신 사당, 성균관. 문묘文廟를 달리 이르는 말.
►금패衿佩 푸른 옷깃과 푸른 패옥, 젊은 유생을 말함.
►‘가지 지, 육손이 기枝’
►향낭香囊 사향낭, 향을 넣어 차는 주머니로 말총으로 짬.
►항아姮娥 유궁有窮의 임금 예羿의 아내,
예羿가 서왕모西王母에게서 불사약不死藥을 얻었는데 그의 처 항아姮娥가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로 달아나 월정月精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