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6권 6-4
매월당 시집 제6권 6-4
6 수답酬答 묻는 말에 答하기
4 화사가선생운和四佳先生韻 사가 선생의 시에 화운하여
비폭암두유폐려飛瀑巖頭有弊廬 폭포 바위 가에 낡은 오두막
년래척당세정소年來倜儻世情疏 높은 기개에 세상과 소원하네
취음당세망형우醉吟當世忘形友 취하고 읊는 건 망형우런만
용라평생무과여慵懶平生無過余 평소 게을러 날 찾는 이 없네
쇠봉광가년이로衰鳳狂歌年已老 쇠한 봉황의 미친 노래 이미 늙었고
함전길몽사증허含鱣吉夢事曾虛 전어 먹는 길한 꿈은 허탄하도다
초당추월명여주草堂秋月明如晝 초당의 가을 달은 대낮처럼 밝아
세독황정량권서細讀黃庭兩卷書 조용히 황정경 두 권을 읽노라
떨어지는 폭포 바위 가에 낡은 집이 있는데
몇 해 전부터 기개 있어 세상 물정 멀리했지.
지금 세상에 벗의 얼굴 잊고 취하여 읊으니
버릇없이 게을러도 평생 나를 나무라지 않네.
노쇠한 봉황의 미친 노래에 세월 이미 늙었고
잉어를 품었던 좋은 꿈은 이미 헛된 일이라네.
띠 풀 집의 가을 달빛은 대낮과 같이 밝은데
황정경 두 권의 책을 자세하게 읽어보네.
►사가선생四佳先生 서거정徐居正(1420-1488)
자는 강중剛中·자원子元, 호는 사가정四佳亭, 정정정亭亭亭.
►척당倜儻 뜻이 크고 기개氣槪가 있음.
►폐려弊廬 자기 집을 낮추어 이르는 말.
►망형우忘形友 망형지우 忘形之友 지위와 같은 외적 모습에 구애되지 않고 뜻(마음)으로 사귀는 벗.
►용라慵懶=용타慵惰 버릇이 없고 게으름.
►쇠봉광가년이로衰鳳狂歌年已老 쇠한 봉황의 미친 노래 이미 늙었고
초광楚狂 접여接與가 공자孔子가 묵은 객사 앞을 지나며
鳳兮鳳兮 何德之衰 “봉이여 봉이여 어찌 덕이 쇠하였는가.”라는 노래를 읊었다.
/<論語 微子>와 <莊子 人間世>
►초당草堂 집의 본채에서 따로 떨어진 곳에 억새, 짚 등으로 지붕을 이어 만든 작은 집.
►황정黃庭 황정경黃庭經, 도교의 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