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禪

悟道頌涅槃頌 ⓻

空空 2023. 8. 1. 14:29

悟道頌涅槃頌 ⓻

 

●열당조은悅堂祖誾(1234-1308)

 

열반송涅槃頌

연회이래緣會而來 인연이 되니 왔다가

연산이거緣散而去 인연이 다하여 가네.

당도수미撞倒須彌 수미산을 후려쳐 꺾어 버리니

허공독로虛空獨露 허공이 홀로 드러나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여 가는 게 아닌가.

수미산에 부딪쳐 넘어지고 보니

허공에 나만이 홀로 남았다.

 

●남포소명南浦紹明(1235-1308)

 

열반송涅槃頌

사풍매우詞風罵雨 비바람 꾸짖나니

불조부지佛祖不知 불조도 알지 못하네

일기별전一機瞥轉 눈 깜짝할 사이에 몸 바꾸나니

섬전유지閃電猶遲 번갯불도 오히려 늦네

 

●고봉원묘高峯原妙선사(1238-1295)

 

오도송悟道頌

청정본연극령롱淸淨本然極玲瓏 청정한 근본은 극히 영롱하거니

산하대지절점공山河大地絶点空 산하대지가 한 점의 허공이로다.

비로일체종하기毘盧一體從何起 ''비로일체''가 무엇을 따라 일어났던고

해인능인삼매통海印能仁三昧通 해인과 능인이 삼매로 통할 뿐이다.

 

열반송涅槃頌

래불입사관來不入死關 와도 죽음의 문에 들어온 일이 없으며

거불출사관去不出死關 가도 죽음의 문을 벗어나는 일이 없네.

철사찬입해鐵蛇鑽入海 쇠로 된 뱀이 바다를 뚫고 들어가

당도수미산撞倒須彌山 수미산을 쳐 무너뜨리도다.

 

●경당각원鏡堂覺圓(1244-1306)

 

열반송涅槃頌

갑자육십삼甲子六十三 63년 동안

무법여인설無法與人說 한 마디 설법도 한 적이 없다네

임운자거래任運自去來 바람 따라 물 따라 오고 가나니

천상지일월天上只一月 하늘에는 다만 달이 떠 있네.

 

●초석범기楚石梵琦(1296-1370)

 

열반송涅槃頌

​진성원명眞性圓明 본래 마음 비고 밝아

본무생멸本無生滅 나고 죽음이 없네

목마야명木馬夜鳴 나무 말이 밤에 울고

서산일출西山日出 서쪽에서 해가 뜨네.

 

●경한景閑 백운선사白雲禪師(1298~1374)

 

오도송悟道頌

(무일화無一花)

일념불생전체현一念不生全體現(일념불생전체현) 한 생각도 나지 않으면 전체가 나타나려니

차체여하득유제此體如何得喩齊(차체여하득유제) 이 본체를 어떻게 말 할 수 있으리요.

투수월화허가견透水月華虛可見(투수월화허가견) 물 속 달빛은 허공에서도 볼 수 있으나

무심감상조상공無心鑑象照常空(무심감상조상공) 무심의 거울은 비추어도 항상 허공이로다.

 

(산거山居)

동중류수여람염洞中流水如藍染 골짜기 흐르는 물은 쪽물인 것 같고

문외청산진불성門外靑山盡不成 문밖의 청산은 자연 그대로이다.

산색수성전체로山色水聲全體露 산색 물소리에 전체가 드러났으니

개중수시오무생箇中誰是悟無生 그 속에서 무생無生의 깨달음을 얻었노라.

 

산청청수록록山靑靑水綠綠 산은 푸르고 물은 초록색인데

조남남화족족鳥喃喃花簇簇 새는 지저귀고 꽃은 우거져 있네.

진시무현금상곡盡是無絃琴上曲 이 모두가 무현금의 곡조이거니

벽안호승간부족碧眼胡僧看不足 벽안의 호승(達磨)도 원만히 보지 못했네.

 

산은 푸릇푸릇 물은 파르무레

새는 재잘재잘 꽃은 함빡함빡

이 모두 줄 없는 거문고 가락이러니

푸른 눈 호승(胡僧)을 실컷 보누나.

 

 

(선관禪觀)

황면구담불량구黃面瞿曇不良久 금빛 얼굴의 부처님은 유구한 세월도 없나니

실중유마역불묵室中維摩亦不默 방장실의 유마도 침묵하지 않도다.

흡사취모신발연恰似吹毛新發硏 선의 본바탕은 새로이 연마한 취모리(번개같이 빠른) 검과도 같으니

외도천마처부득外道天魔處不得 외도와 천마天魔도 넘보지 못하네.

 

열반송涅槃頌

인생칠십세人生七十歲 고래역희유古來亦希有 인생 70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네.

칠십칠년래七十七年來 칠십칠년거七十七年去 77년 살다가 77년에 가나니

처처개귀로處處皆歸路 두두시고향頭頭是故鄕 곳곳이 다 돌아갈 길이요. 머리두면 바로 고향이거늘

하수리주즙何須理舟楫 특지욕귀향特地欲歸鄕 무엇 하러 배와 노를 이끌어 특히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리.

아신본불유我身本不有 심역무소주心亦無所住 내 몸은 본래 없는 것이요. 마음 또한 머무는 곳 없나니

작회산사방作灰散四方 물점단나지勿占檀那地 재를 만들어 四方에 뿌리고 施主의 땅을 범하지 마라.

 

●태고보우太古普愚(1301-1382)

 

오도송悟道頌

조주고불로趙州古佛老(조주고불로) : 조주에 사는 옛 조사,

좌단천성로坐斷千聖路(좌단천성로) : 앉은 채 천성의 길을 끊었네.

吹毛적면제吹毛적面提(吹毛적면제) : 칼날을 바로 눈앞에 대어도

통신무공규通身無孔窺(통신무공규) : 온몸에 하나의 구멍도 없네.

호토절잠종狐兎絶潛踪(호토절잠종) : 여우나 토끼도 자취 감춘 중

번身師子露(번신사자로) : 문득 뛰어드는 사자 한 마리

타파뢰관후打破牢關後(타파뢰관후) : 철벽같은 그 관문 때려 부수니

청풍취태고淸風吹太古(청풍취태고) : 맑은 바람이 태고를 불어버리네.

 

열반송涅槃頌

인생명약수포공人生命若水泡空 삶이란 물거품과 같나니

팔십여년춘몽중八十餘年春夢中 80평생이 일장춘몽이로다.

임로여금방피대臨路如今放皮袋 이제 길을 떠나며 가죽 껍데기를 벗자니

일륜홍일하서봉一輪紅日下西峰 둥그런 붉은 해는 서산에 떨어지노라

 

사람의 생명은 물거품처럼 헛되어

80여 년이 한바탕 봄꿈 속이었네.

임종에 이르러 이제 가죽포대에서 석방되어

한 둘레 붉은 해처럼 서쪽 봉우리로 지리라.

 

사람 목숨이 물거품이니

80여년이 봄꿈이라.

죽음에 이르러 가죽포대 버리니

붉은 해가 서산으로 떨어지네.

 

●나옹懶翁 혜근慧(1320-1376)

 

오도송悟道頌

(무문無聞)

안이원래자몰종眼耳元來自沒踪 눈과 귀는 원래 자취가 없거늘

개중수득오원통箇中誰得悟圓通 누가 그 가운데서 원만히 깨칠 것인가

공비상처번신전空非相處飜身轉 텅 비어 형상 없는 곳에서 몸을 굴리면

견폐려명진활통犬吠驢鳴盡豁通 개 짖음과 나귀 울음이 모두 道를 깨침이네.

 

►용맹정진 4년 왕사께서 29세 때 겨울, 눈이 쌓인 뜰을 거닐다가 때 이른 매화꽃을 보고 大悟

 

(대원大圓)

포색허공절영형包塞虛空絶影形 허공을 꽉 싸안은 그 모습 뛰어나

능함만상체상청能含萬像體常淸 온갖 형상 머금었어도 몸은 항상 깨끗하다.

목전진경수능량目前眞景誰能量 앞의 참 경개景槪를 누가 능히 헤아리니

운권청천추월명雲卷靑天秋月明 눈구름 걷힌 푸른 하늘에 가을 달은 밝아라.

 

►어느 날 지공은 나옹왕사에게

“하늘의 해와 땅의 조사를 모두 다 쳐부수어 그 경지에 이르면 그것은 무엇인가” 물었다.

왕사는“안팎이 다 붉다”면서 大覺을 이루게 되었다.

왕사의 입에서 금구金口(부처님의 입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황금이나 금강에 비유한 말)가 흘러 나왔다.

 

선불장중좌選佛場中坐 선불장 가운데 앉아서

성성착면착惺惺着眠着 성성이 눈여겨 잘 보니

견문비타물見聞非他物 보고 듣는 것 다른 것이 아니라

원시구주인元是舊主人 다만 본래의 옛 주인일세

 

열반송涅槃頌

칠십팔년귀고향七十八年歸故鄕 78년 고향으로 돌아가나니

천지산하진시방天地山河盡十方 이 산하대지 온 우주가 다 고향이네.

찰찰진진개아조刹刹塵塵皆我造 삼라만상 모든 것은 내가 만들었으며

두두물물본진향頭頭物物本眞鄕 이 모든 것은 본시 내 고향이네.

 

생종하처거生從何處來 태어날 땐 어느 곳에서 와서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 죽으면 어느 그곳으로 가는가?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흩어지는 것.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듯이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생사 거래 또한 역시 이와 같도다.

독일물상독로獨一物常獨露 오직 한 마음을 항상 오로지 드러내어

담연불수어생사湛然不隨於生死 담연히 생사에 개의치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