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15
매월당 시집 제1권 3-15
3 술회述懷
15 민극悶極 답답함이 심해서
화시산중력花是山中曆 꽃은 산중의 책력이요
풍위정리빈風爲靜裏賓 바람은 고요한 때의 손님이라.
한무고주채恨無沽酒債 한恨되는 것 술 살 돈도 없고
우흠과장린又欠過墻隣 또 담 너머로 청할 이웃도 없네.
죽오량취급竹塢凉吹急 대 있는 언덕 찬바람 급히 불어오고
송창월색신松窓月色新 송창松窓에는 달빛도 새로워라.
한음료파적閑吟聊破寂 한가히 노래 불러 그 정성 파적破寂(遣寂)하니
개시도중인箇是道中人 그것이 道 아는 사람이랄까?
꽃은 산속의 달력이요
바람은 고요 속의 손님일세
한스럽기는 술 사올 돈이 없고
담 너머 불러올 이웃도 없네
대숲 언덕에 찬바람 불어오고
솔숲 사이 창으로 달빛이 새롭네
한가로이 노래하며 고요함을 즐기노니
이게 도를 안다는 사람이라
►청할 이웃
두자미朴子美의 詩에 손이 와서
“격옥문서가隔屋問西家 차문유주부借問有酒否
장두과탁墻頭過濁"라 하였으므로 여기에도 그리 말한 것이다.
►파적破寂 적적寂寂함을 면함. 고요함을 깨뜨림. 심심풀이. 소한消閑.
→견적遣寂 적막을 쫓다
●하일이공견방夏日李公見訪 여름날에 이공이 찾아오다/두보杜甫
원림서기박遠林暑氣薄 멀리 보이는 숲이 더위가 적어 보이니
공자과아유公子過我遊 이공께서 나를 찾아 오셨네.
빈거류촌오貧居類村塢 가난한 내 집은 변두리 마을 같아서(둑 오塢 촌락)
벽근성남누僻近城南樓 후미진 성 남쪽 누대 가까이 있다오.
방사파순박傍舍頗淳朴 이웃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여(傍舍 이웃집)
소원역이구所願亦易求 아쉬운 것도 쉽게 구하지요(所願↔所須)
격옥문서가隔屋問西家 담 너머 서쪽 집에 물기를
차문유주불借問有酒不 '술 가진 것 좀 없소?' 하니(不↔否)
장두과탁료牆頭過濁醪 담장 너머로 막걸리를 건네주기에(막걸리 료醪)
전석부장류展席俯長流 자리를 펴고 길게 흘러가는 물을 굽어보네.
청풍좌우지淸風左右至 맑은 바람 좌우에서 불어오니
객의이경추客意已驚秋 손님은 속으로 '벌써 가을인가?' 놀랐지요?(驚↔凉)
소다중조투巢多衆鳥鬪 새 둥지 많아 뭇 새들 다투는데(鬪↔喧)
엽밀명선조葉密鳴蟬稠 잎 무성한 나무에서 매미소리 요란하네.
고조차물괄苦遭此物聒 이것들의 시끄러움이 듣기가 괴로운데(떠들썩할 괄聒)
숙위오려유孰謂吾廬幽 누가 내 집이 그윽하다 하였던가?
수화만색정水花晩色靜 연꽃이 저녁 빛에 고요히 빛나니(水花 연꽃)(靜↔淨)
서족충엄류庶足充淹留 손님을 잡아 두기엔 충분하겠고
예공준중진預恐樽中盡 미리부터 술통의 술 떨어질까 두려워서
갱기위군모更起爲君謀 일어나 그대 위해 마련해 볼까 하오.
이 시는 <杜少陵集>3권에 실려 있다.
두보가 天寶13년(754) 長安에서 지은 것으로 李公은 李炎이며 宗室인 蔡王 李房의 아들이다.
이때 太子家令으로 있었는데 여름 어느 날
이공의 방문을 받고는 그와 함께 서로 對酌하면서 그 흥취를 읊은 것이다.
서족충엄류庶足充淹留를 해설하기를 李德弘은 <艮齋集> 속집 4권에서
“充은 갖춤(備)과 같고 淹留는 객을 만류하여 더 머물게 하는 것이다.
집이 가난하여 손님을 대접할 것은 없고
오직 연꽃 경치만이 족히 손님을 만류하여 떠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시에서는 ‘充’字가 가장 훌륭하다.” 하였다.
갱기위군모更起為君謀는 연꽃의 청결함은 깨끗한 사람의 정신과 생각 같으니
다만 즐거움은 유여하나 술잔이 부족할까 두려우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동양고전종합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