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46
매월당 시집 제1권 3-46
3 술회述懷
46 홀홀忽忽(=총총悤悤) 총총한 일
홀홀백년내忽忽百年內 총총히 달려가는 백년 속에서
하위로차형何爲勞此形 무엇한다고 이 형제 괴롭게 하나?
영기욕지점榮其辱之漸 영화는 욕을 보는 조짐이 되고
부여태상경否與泰相傾 비색否塞과 태평함은 상대가 되네.
로랭충훤좌露冷虫喧座 이슬이 차니 벌레들은 자리에서 울고
첨허월입령簷虛月入欞 처마가 비어 있어 저 달이 문안에 드네.
무인감공화無人堪共話 같이 말하기에 어지간한 사람 없어서
정야청풍령靜夜聽風鈴 고요한 밤에 풍경 소리 듣고 있다네.
총총悤悤 바빠서 이만.
백년도 못 사는 인생이 왜 이리 바쁜지
뭣 땜에 이리도 피곤하게 살아야할까.
부귀영화는 욕된 삶으로 향하는 길목이니
잘되고 잘못됨이 서로 통한다는 것이네.
찬이슬이 내려 벌레들이 제 사는 곳에서 시끄럽게 울고
처마 밑 격자창으로 허허로운 달이 비치네.
너끈히 이야기를 나눌 만한 벗이 없어
정적감도는 이 밤 풍경소리만 들린다오.
►홀홀忽忽 ‘갑자기 홀忽’ 돌연突然히. 문득, 느닷없이, 잊다, 마음에 두지 않다
조심성操心性이 없고 行動이 매우 가벼움. 별로 대수롭지 아니함. 문득 갑작스러움.
►총총悤悤 급하고 바쁨. 편지便紙글에서 끝맺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바쁠 총/총명할 총悤’
►부여태否與泰 마음대로 안 되거나 잘 풀림
‘부여否與’ 반대하다
비색否塞 운수運數가 꽉 막힘. ‘아닐 부, 막힐 비否’
►령欞 격자창格字窓(창살을 바둑판처럼 댄 창문). 처마. 추녀
►감堪 견디다. 감당하다
너무 바빠서
너무 바쁜 백년, 한 평생
무엇하느라 이렇게도 피곤한가
영화는 욕을 보는 조짐이요
막히고 태평함은 서로 기울어진다
이슬이 차니 풀벌레들 시끄럽고
처마 비어 달이 문안으로 든다
같이 이야기할 만한 사람 아무도 없어
고요한 밤에 풍경소리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