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1권 3-55
空空
2023. 12. 25. 07:10
매월당 시집 제1권 3-55
3 술회述懷
55 불각不覺 깨닫지 못하고
불각일년과不覺一年過 깨닫지 못하고 일년이 지났는데
봉추금우동逢秋今又冬 가을 만나고 이제 또 겨울이네.
청산위반려靑山爲伴侶 푸른 산은 나의 짝이 되는데
모옥장소용茅屋長疎慵 띳집에서 길이 게으름 핀다.
야정풍생죽夜靜風生竹 밤이 고요하니 바람이 대에서 일고
정한월괘송庭寒月掛松 뜰이 서늘하니 달은 소나무에 걸려 있구나.
선방애무사禪房愛無事 선방禪房에 일 없는 것 사랑하여서
비학좌여춘非學坐如椿 선禪 배우는 것 아니면서 말뚝같이 앉아 있네.
불각不覺 나도 몰래
부지불식간에 일 년이 후딱 지나고
가을인가 했더니 지금은 또 겨울이네.
푸르른 산이 내 반려자이고
초가집에 오래 산 나는 느릿느릿 게으르다오.
적막이 흐르는 밤 대숲에선 바람이 일고
뜨락 공기는 찬데 소나무엔 달이 걸렸소.
참선하는 승방에서는 할 일이 없어 좋지만
공부를 안 하면 말뚝처럼 앉아 있어야 하네.
►소용疏慵 느리고 게으름. ‘게으를 용慵’
►‘말뚝 장, 칠 용樁’ 말뚝. 창고倉庫
불각일년과不覺一年過 어느듯 일년이 지나가는데
봉추금우동逢秋今又冬 가을을 맞았는데 이제 겨울이구나
청산위반려靑山爲伴侶 청산은 친구가 되고
모옥장소용茅屋長疏慵 초가집에서 길이 게으르기만 하다
야정풍생죽夜靜風生竹 밤은 고요하고 대숲에 바람
정한월괘송庭寒月掛松 뜰이 차갑고 소나무엔 달이 걸려있다
선방애무사禪房愛無事 선방에는 일이 없어 좋고
비학좌여장非學坐如樁 공부하지 않으면 말뚝처럼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