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1권 3-57

空空 2023. 12. 25. 07:30

매월당 시집 제1권 3-57

3 술회述懷

 

57 우음偶吟 우연히 읊다

 

청풍소소감한죽清風蕭蕭撼寒竹 맑은 바람 솔솔 불어 찬 대를 흔드는데

월영참차사정송月影參差篩庭松 달그림자 여기저기 솔 사이로 비춰 온다.

유인독와불성매幽人獨臥不成寐 유인幽人이 홀로 누워 잠조차 못 자는데

앙시벽공성두동仰視碧空星斗東 쳐다보니 벽공碧空에는 별이 동쪽으로 기울었네.

 

리명영욕롱상운利名榮辱隴上雲 이명利名이고 榮辱이고 언덕 위의 구름 같고

사생왕복무종궁死生往復無終窮 죽고 사는 것 가고 와서 끝이 없다.

군불견君不見 그대여! 보지 못하는가?

북망산하류류봉北邙山下纍纍塜 북망산에 다닥다닥한 무덤을

 

진시명장자저옹盡是名場趑趄翁 모두가 명장名場에서 오가던 늙은이일세.

인생적의시선경人生適意是仙境 사람이 살아서 마음에 유쾌하면 그것이 신선이라.

불필가해구영봉不必駕海求瀛蓬 반드시 바다에 떠가며 영주瀛洲·봉래蓬萊구할 것 아닐세.

 

 

​문득 읊어봄

 

소소한 맑은 바람 찬 대나무 흔들고

여기저기 달그림자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네.

은자는 혼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푸른 하늘 바라보니 동쪽에서 별빛 빛나네.

 

돈과 명예와 영광과 치욕은 산마루의 뜬구름 같고

사람이 살고죽고 오고 갊은 끝없이 이어진다네.

 

그대는 못 봤나

북망산 아래 널브러진 무덤에는

살아생전 내로라했던 늙은이들이 잠들었다네.

 

주어진 삶에 흡족하면 그게 곧 신선세상이거늘

바다 멀리 신선 땅을 찾으러 나설 필요는 없다오.

 

 

►소소蕭蕭 바람이나 빗소리 따위가 쓸쓸함.

►흔들 감撼 흔들리다. 움직이다

►참차參差 길고 짧음이 똑같지 않은 모양. 가지런하지 못하다. 들쑥날쑥하다.

►‘체 사篩’ 체. 대의 이름. 풀의 이름

►‘고개 이름 롱(농)隴’ 고개의 이름. 땅의 이름. 山의 이름

 

►북망산北邙山 묘지墓地. 곧 죽음을 일컬음.

원래의 北邙山은 河南省 낙양洛陽 동북쪽 산 이름으로 漢代 이후 墓地로 쓰임

 

►류류纍纍 ‘맬 루(누), 쌓을 뢰(뇌), 맬 류(유)纍’

쳐서 초라한 모양. 실망한 모양. 새끼로 잇달아 꿴 모양. 주렁주렁한 모양.

누누이. 거듭. 쌓이고 쌓인 모양. 거듭 쌓인 모양.

 

►명장자저名場趑趄 명예를 다투며 서성거림. 내로라하던 사람을 가리킴

‘명장名場’ (옛날, 科擧 시험장 따위의) 명예를 다루는 장소.

‘자저趑趄’ 걷기 힘들다. 머뭇머뭇하는 모양. ‘머뭇거릴 자趑’ ‘머뭇거릴 자趄’

 

►영봉瀛蓬 신선 땅인 영주산瀛洲山과 봉래산蓬萊山.

►‘멍에 가駕’ 탈것. 임금이 타는 수레

 

 

소소한 맑은 바람 찬 대나무 흔들고

여기저기 달그림자 소나무 사이로 새어든다

숨어사는 사람 혼자 누워도 잡은 오지 않아

푸른 하늘 바라보니 동쪽에는 별빛 빛나고

 

이익과 명예, 영광과 치욕이 언덕 위의 구름

삶과 죽음, 오고 감은 끝이 없는 것

그대는 보지 못했나, 북망산에 쌓인 무덤들을

모두가 이름 난 곳에서 오가던 늙은이들이었네

 

인생에 만족한 마음이 곧 신선의 경지인 것을

반드시 바다를 달려 신선 땅, 영주와 봉래를 찾아야 하나

 

 

●우음偶吟(작야우昨夜雨)/송한필宋翰弼(?-?)

 

화개작야우花開昨夜雨 어젯밤 내린 비에 꽃은 피고

화락금조풍花落今朝風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졌네.

가련일춘사可憐一春事 가련하구나, 봄날의 일이여

왕래풍우중往來風雨中 비바람 속에 왔다가 가는구나.

 

 

●우음偶吟 우연한 감회/김입金笠(김삿갓 1807-1863)

 

​1

검사배회쾌마명劒思徘徊快馬鳴 칼날 같은 생각 마음속 배회하다 말처럼 아득히 달려가

문계묵좌수전정聞鷄黙坐數前程 새벽 닭 소리 들으며 앞날을 헤아린다

란산경력다화사亂山經歷多花事 많은 산천 떠돌아 다녔기에 꽃다운 일도 많았고

대해관귀소수성大海觀歸小水聲 큰 바다 보고 왔으니 개울 물소리 귓전에 들리지도 않는다

세월개빈유졸홀歲月皆賓猶卒忽 세월은 모두가 손님 같아서 총총히 지나가고

연하시세자승평煙霞是世自昇平 연기와 노을 같은 이 세상 모두가 태평을 쫓고 있네

황금만수요요자黃金滿袖擾擾子 옷소매 속에 가득히 돈을 넣고 다니는 부자 양반들

송아로변반시정送我路邊半市情 노변에서 나를 보내는 그 인사는 겉치레 뿐 일세

2

포수배산은일향抱水背山隱逸鄕 강을 안고 산을 등진 깊은 산골에 묻혀 사니

시유농포우서당時遊農圃又書堂 때때로 논밭도 둘러보고 서당에도 가보네

경화야설양전색檠花野雪兩全色 등잔불과 들에 쌓인 눈은 아직도 겨울인데

안류강매이독양岸柳江梅二獨陽 언덕 위 버들과 강가의 매화는 봄을 독차지 하네

일모한취종기우日謀閑趣從棋友 날마다 한가해 취미 따라 바둑친구 찾으니

심각번화원미상心却繁華遠媚觴 번거로운 마음 없어지고 아부 술도 안 마시네

인물거개무불용人物擧皆無不用 인물은 누구든지 못쓸 인물 없으니

사기소단취기장捨其所短取其長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