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2권 1-17

空空 2023. 12. 29. 22:36

매월당 시집 제2권 1-17

1 영사詠史

 

17 간사만제看史謾題 역사를 보다가 그대로 썼다

 

산심적무화山深寂無譁 산이 깊어 적적하여 시끄러운 소리 없는데

유조추림망幽鳥趍林莽 그윽한 곳에서 새가 수풀 덤불로 날아간다.

풍념천뢰식風恬天籟息 바람이 고요하니 하늘에도 소리가 없고

송죽정무향松竹靜無響 소나무 대나무도 고요하여 소리 없구나.

 

세독전대사細讀前代史 전대前代의 역사책을 자세히 읽으니

흉차개황랑胸次開晃朗 가슴 속이 후련하게 열리는구나.

수지천재정誰知千載情 누가 알랴? 천년 동안의 오랜 情이

요아방촌상耀我方寸上 나의 한 치 되는 가슴 위에 비칠 줄을

 

선희악가증善喜惡可憎 선한 일은 기쁘고 악한 일은 미워

순후유포상唇喉有褒賞 입술과 목구멍에 포상褒賞이 있었네.

도태격양간淘汰激揚間 도태하며 격려하는 사이에

방불저하상彷彿貯遐想 방불하게 먼 생각이 쌓이는구나.

 

아비연조사我非燕趙士 나는 연燕나라 조趙나라 선비가 아니건만

강개도부앙慷慨徒俯仰 굽어보고 쳐다보아도 강개康慨한 마음뿐일세.

고금일하원古今一何遠 예와 이제 어찌하여 그리 멀며

천지일하광天地一何廣 하늘과 땅 어찌하여 그리 넓은가?

 

치아재기중置我在其中 이내 몸을 그 속에 두고서

륜택재아장掄擇在我掌 가리고 선택함이 내 수중에 있다네.

아약거기세我若居其世 내가 만일 그 세상에 살았었다면

조치의하향措置擬何響 조치를 어떤 방향으로 하였을까?

 

저사당미간佇思瞠眉間 생각에 잠겨서 눈썹을 찡그릴 동안

정이망홀황政爾忘惚恍 그대로 잠시 황홀해서 잊는다네.

유연유소득悠然有所得 유유하게 얻은 것 있는 듯하여

착종변삼량錯綜辨參兩 얽히고 얽힌 데에 둘 셋만이 분별되네.

 

한불시당세恨不施當世 당세當世에 시행하지 못한 것 한이 되어

탄식다창쾌歎息多悵快 탄식하며 섭섭하고 분한 마음 많다네.

문슬일장우捫蝨一長吁 이蝨를 잡으며 한차례 긴 한숨 쉬는데

락일천서황落日穿書幌 지는 해가 서재의 창에 파고드네.

 

 

►무화無譁 시끄럽지 않다

‘시끄러울 화, 바뀔 와譁’ 시끄럽다. 떠들썩하다

 

►포상褒賞 포장褒奬하여 상賞을 줌.

►도태淘汰(陶汰)

‘물에 일고 씻어서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 여럿 가운데 쓸데없거나

적당適當하지 않은 것이 줄어 없어지거나 줄어서 없어지게 함.

물에 넣고 일어서 쓸데없는 것을 가려서 버림.

 

►방불彷彿(髣髴)

거의 비슷함. 흐릿하거나 어렴풋함. 무엇과 같다고 느끼게 함.

 

►비연조사非燕趙士 예전부터 연燕·조趙에 강개해서 비가悲歌하는 선비가 많았다.

►부앙俯仰 아래를 굽어봄과 위를 쳐다봄.

►착종錯綜 여러 가지가 뒤섞여 모임. (여러 事物 現狀이)뒤섞여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