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30
매월당 시집 제2권 8-30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30 일모日暮 해 저물어서
일모장천벽日暮長天碧 해 저물자 긴 하늘이 푸르른데
운수열수명雲收列岫明 구름 걷히니 벌려 선 산들 선명하다
체공수갱어砌蛩愁更語 섬돌의 벌레 근심 있는지 다시 울고
정초잔환생庭草剗還生 뜰의 풀은 깎아도 또 다시 난다
지벽절래왕地僻絕來往 땅이 외져 오고 감도 끊기고
산심무송영山深無送迎 산이 깊어 보내고 맞이하는 일 없네
지리수여반至離誰舆伴 지리한 세월 누구와 짝할 건가?
상하간충행床下看虫行 평상 아래 벌레 가는 것 보누나
석로원주망夕露圓蛛網 저녁 이슬 거미줄에 방울 졌는데
류형입연소流螢入燕巢 나르는 반딧불이 제비집에 들어갔다
세연부초제細煙浮草際 가는 연기 풀 위에 살며시 뜨고
결월상송초缺月上松梢 이지러진 달은 소나무 끝에서 오른다
두구절배난杜口絶排難 입 다물기가 결단코 어렵지 않아
봉인능해조逢人能解嘲 사람 보면 조롱도 잘 풀리리라
소당추색정小堂秋色淨 작은 堂에 가을빛이 깨끗도 한데
낙엽추형모落葉墜衡茅 지는 잎은 띠 처마에 떨어진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오왕吳王 요僚의 5년(초楚 평왕平王 7년 BC522) 초楚에서 오자서伍子胥가 도망쳐 와
오왕 요와 공자公子 광光(후에 오왕 합려)을 뵈었다.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伍奢는 초楚의 평왕平王의 태자 건建의 태부太傅였다.
평왕 2년에 마찬가지로 소부小傳인 비무기費無忌가 태자 건建을 위해 진秦에서 데리고 온 여자를
아버지인 평왕平王에게 권하고 태자를 배신하고 평왕에게 아첨하여 그 총임寵任을 얻었으나
태자 건建의 보복을 겁내 언제나 태자에 대해 왕에게 참언諫言했다.
왕은 진에서 온 여자의 아름다움에게 반해버려 비무기의 참언을 믿고
태자를 초의 동북국경인 성부城父의 수비관으로 보냈다.
비무기는 태자를 변경지방으로 쫓아 보낸 다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마침내 왕에게 태자가 제후와 손을 잡고 왕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왕은 그 말도 믿고 태부인 오사伍奢를 불러 엄하게 문책했으나
오사는 도리어 왕이 참적謠賊의 말을 듣고 골육인 태자를 가볍게 보는 것을 간힐諫詰했다.
그 때문에 오사伍奢는 유폐幽閉 당하고 태자는 宋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그러자 또 비무기는 오사伍奢의 두 아들인 오상伍尙과 오자서伍子胥의 보복을 겁내어
태자의 음모는 두 아들이 권유했다고 왕에게 참언했다.
이에 왕은 두 아들을 잡기 위해
“너희 두 아들이 오면 네 아비인 오사伍奢를 용서하고 오지 않으면 네 아비를 죽인다”고 알렸다.
그러자 형 오상伍尙은 아버지와 함께 죽고자 잡히고
동생 오자서伍子胥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도망쳤는데
이때가 평왕平王 7년으로 오상伍尙은 아버지와 함께 살해되고
송으로 도망쳐 간 오자서는 태자 건과 함께 정鄭을 거쳐 오吳로 온 것이다.
오왕 요와 공자 광을 만난 오자서는 공자 광이 왕위를 은근히 탐내며 자객을 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전제專諸라는 자객을 발견해서 이를 공자 광에게 권하고
자신은 농삿일을 하면서 공자 광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을 기다렸다.
오왕 요의 12년(BC512) 초楚 평왕平王이 죽고 비무기費無忌가 평왕에게 권한
진녀秦女의 몸에서 출생한 진軫(소왕昭王)이 위에 올랐다.
당연히 비무기는 전횡專橫을 했으나 1년도 못되어 내분이 생겨 비무기는 살해 되었다.
오자서伍子胥는 그가 노리는 원수 두 사람을 계속 잃게 되었으나
초로 쳐들어가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겠다는 소원은 조금도 둔해지지 않았다.
비무기가 살해되던 해에 오왕 요는 초의 내분을 틈타
단숨에 이를 치고자 대군을 초로 진격시켰다.
그 틈에 공자 광은 전제專諸를 시켜 왕인 요를 살해하고
스스로 왕위 올랐는데 이가 오왕 합려闔廬이다.
그로부터 오자서는 손무孫武와 함께 합려를 도와 여러 차례
초로 진격했는데 마침내 합려 왕9년(BC506) 초의 수도인 영郢을 함락시켰다.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으려고 소왕昭王을 찾았으나
왕은 이미 운郞으로 도망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평왕의 무덤을 파고
그 시체에 3백대의 매질을 하여 오랫만에 원한을 풀었다.
오자서가 초에 있을 때 친교가 있던 신포서申包胥라는 자는 이때 산중에 피해 있었으나
사람을 통해 오자서의 보복이 너무나도 심한 것을 책망하고
그 행위를 천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는데 그에 대하여 오자서가 대답했다.
“지금 해는 지고 길은 멀다.
그래서 나는 도행倒行해서 이것을 역시逆施할 뿐”
자기는 나이 들고 늙었으나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이치에 따라서 행할 겨를이 없다/<史記 伍子胥列傳>
●일모日暮 날이 저물어/杜甫(712-770)
우양하래석牛羊下來夕 소와 양이 산에서 집으로 내려온 저녁이라
각기폐시문各己閉柴門 사람들은 제각기 사립문을 닫았네.
풍월자청야風月自淸夜 바람과 달이 절로 맑은 이 밤
강산비고원江山非故園 강산은 내 고향이 아니로구나.
석천유암벽石泉流暗壁 바위 새 샘물은 그늘진 절벽에서 흘러내리고
초로만추근草露滿秋根 풀잎 이슬은 떨어져 가을 풀뿌리를 푹 적시네.
두백등명리頭白燈明裏 머리 허연 노인 등불 앞에 있거니
하수화신번何須花燼繁 불꽃은 어이 저리 밝아 백발을 뚜렷이 비출 건 뭔고.
(56세 때 기주夔州에서 지음)
►강산비고원江山非故園 강산은 내 고향이 아니로구나.
한漢 왕찬王粲도 타향 형주荊州에 있을 때
‘신미비오토信美非吾土 실로 아름다운 풍경이나 내 고장은 아닐세‘ 했다.
●일모日暮/杜甫
일모풍역기日暮風亦起 해 지자 바람 또한 일어나니
성두오미와城頭烏尾訛 성 꼭대기의 까마귀 꼬리가 흔들리네.
황운고미동黃雲高未動 누런 구름은 높아도 움직이지 않는데
백수이양파白水已揚波 흰 강물은 이미 물결을 날리기 시작했네.
강부어환소羌婦語還笑 오랑캐 아낙은 말하다가 다시 웃고
호아행차가胡兒行且歌 오랑캐 아이는 다니다가 또 노래하네.
장군별환마將軍別換馬 장군은 각별히 말 바꾸어 타고서
야출옹조과夜出擁雕戈 밤에 아로새긴 창 잡고 출정한다네.
(759년 가을 진주에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