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3권 5-13

空空 2024. 1. 20. 20:10

매월당 시집 제3권 5-13

5 시절節序

13 추청秋晴 맑은 가을날

 

추우초청침점량秋雨初晴枕簟涼 가을 비 막 개어 베개와 돗자리 서늘한데

소창시부열편장小窓時復閱篇章 작은 창 앞에 때로 앉아 詩 지은 것 펼쳐 보네.

음삼천수유여락吟三千首有餘樂 3천 首를 읊어도 남은 즐거움 그대로 있고

상오백년무차광想五百年無此狂 5백 년 두고 생각해 보아도 이런 미친 인 없었네.

 

한수풍연미접몽漢水風煙迷蝶夢 한수漢水의 안개 기운 나비 꿈에 희미하고

화산운월심시장華山雲月沁詩膓 화산華山의 구름과 달 詩 창자에 스며드네.

이래환객개문좌邇來喚客開門坐 그 동안 손 꾸짖다 문 열고 앉았으니

불각매태침단장不覺莓苔侵短墻 푸른 이끼 짧은 담에 돋는 줄을 몰랐구나.

 

 

맑은 가을날에

가을비 맑게 개니 베개와 돗자리 서늘하고,

작은 창가에 앉아 가끔씩 시를 다시 읽는다.

3천 수를 다 읽어도 남아도는 흥겨운 여운

5백년을 생각해봐도 이런 미친 이 없으리라.

 

한강에 자욱한 바람과 안개가 나의 꿈 흐리고

삼각산에 구름과 달은 시심을 씻어준다.

지금까지 손님을 꾸짖다 문 닫고 앉으니

벌써 이끼가 자라나 낮은 담장에 올랐구나. ​

 

►화산華山

1)북한산北漢山.

 

2)경기도京畿道 화성시華城市 안용면에 있는 山. 융릉隆陵과 건릉乾陵이 있음.

朝鮮時代 22대 정조正祖 20여 年間의 조림造林 계획計劃으로

대삼림大森林을 이루어 現在 전국적全國的으로 우수優秀한 모범림模範林임.

 

3)中國 古代 오악五嶽의 하나인 서악西嶽.

진령산맥秦嶺山脈)중의 고봉高峰으로 산시성陝西省 산음현散陰縣의 남쪽에 있음.

 

►‘스며들 심沁’ 스며들다, 배어들다. 긷다, (물을)푸다. 더듬어 찾다

►‘창자 장膓’ (俗字)장腸. (本字)腸.

►한수漢水 한강. 백제시대에 한강을 부르던 이름이다.

 

 

●추청秋晴/정완영

 

필시 무슨 언약이 있기라도 한가부다

산자락 강자락들이 비단 필을 서로 펼쳐

서로들 눈이 부시어 눈 못 뜨고 섰나부다.

 

​산 너머 어느 산마을 그 언덕 너머 어느 分校

그 마을 잔치 같은 운동회 날 갈채 같은

그 무슨 자지러진 일 세상에는 있나부다.

 

​평생에 편지 한 장을 써본 일이 없다던 너

꽃씨 같은 사연을 받아 봉지 지어 온 걸 봐도

천지에 귓속 이야기 저자라도 섰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