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6권 6-5

空空 2025. 3. 17. 20:40

매월당 시집 제66-5

6 수답酬答 묻는 말에 하기

5 사가선생부경四佳先生赴京 어도중於途中 사가 선생이 연경 가는 길에

작영평팔경봉화作永平八景奉和 지은 영평 8경을 받들어 화답하다.

 

⓵고죽청풍孤竹淸風 외로운 대나무의 맑은 바람/김시습

장가역폭부지비長歌易暴不知非 포악을 바꾸면서 잘못을 모른다 노래하니14)

일대방명만고휘一代芳名萬古輝 일대의 아름다운 이름이 만고에 빛나네

상령자지수엽엽商嶺紫芝雖曄曄 상령의 자주 빛 지초가 반짝반짝하지만15)

청풍쟁사북산미淸風爭似北山薇 맑은 바람 맞는 북산의 고사리만 하겠나.

 

긴 노래로 난폭함 바꾸니 허물 알지 못하고

한 세상에 꽃다운 이름 썩 오랜 세월 빛났네.

상산의 자주빛 영지 비록 뛰어나게 성하지만

맑은 바람에 북산의 고사리 다투는 것 같구나.

 

►영평부永平府

조선 사신단이 의주에서 요양, 산해관을 거쳐 북경으로 갈 때 지나간 장소 중에 한 곳이 영평부.

 

►상령商嶺 상산商山, 섬서성陝西省 상현商縣 동쪽에 있는 산.

商山四皓가 진나라 난리를 피하여 숨은 곳.

 

►엽엽曄曄 엽연曄然, 기상氣象이 뛰어나고 성한 모양.

 

<고죽청풍孤竹淸風>/서거정徐居正(1420-1488)

고죽청풍만고추孤竹淸風萬古秋 외로운 대 맑은 바람 오랜 세월의 가을이오

분분천하기경주紛紛天下幾經周 분분한 천하가 주 나라를 얼마나 겪었던고.

수양산하무인도首陽山下無人到 수양산 아래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연우년년궐자수煙雨年年蕨子愁 해마다 안개와 비 속에 고사리만 시름겹구나.

 

 

⓶갈석청조碣石晴照 갈석산의 개인 영상/김시습

황하천고부창명黃河千古赴滄溟 황하는 영구한 세월 큰 바다로 나아가고

갈석산고만장청碣石山高萬丈靑 뛰어난 갈석산은 만 길 높이로 푸르구나.

홍일조봉요담영紅日照篷搖淡影 붉은 해 작은 배 비추며 맑은 형상 흔들고

부광렴염락한정浮光瀲灎落寒汀 떠 있는 달빛 넘실넘실 찬 물가에 떨어지네.

 

►갈석산碣石山 허베이성 서부 진황도시秦皇島市 창려현昌黎縣 소재.

발해만을 굽어보는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어 위압감을 주며

그래서 역대 중국의 제왕들에게도 神岳으로 간주되었다.

 

►창명滄溟 큰 바다.

►부광浮光 물 위에 비친 달그림자.

►염염瀲灎 넘칠 듯이 출렁거림.

►‘출렁거릴 염灎’ (물결이)출렁거리다. 물이 가득 찬 모양

 

<갈석청조碣石晴照>/서거정徐居正(1420-1488)

해문종고낭분뢰海門從古浪奔雷 해문은 예로부터 물결이 우뢰처럼 빠르고

일대황하쇠쇠래一帶黃河衰衰來 일대에는 황하가 쇠하게 시들어 돌아오네.

아욕금록등갈석我欲琴綠登碣石 나는 편안히 푸른 거문고에 갈석산에 올라

부간명발소어배俯看溟勃小於杯 작은 술잔 의지해 일어나 바다를 굽어보네.

 

 

⓷구곡장춘龜谷藏春 구곡장의 봄

인언차곡겸춘풍人言此谷歉春風 사람들 말이 이 골짜기에는 봄 바람을 탐하여

춘재한인장구중春在閑人杖屨中 봄이면 한가한 사람이 지팡이에 신끌고 살피네.

반취도연행락처半醉陶然行樂處 반쯤 취해 흐뭇하여 재미있게 놀며 향유하려니

하수리백여도홍何須李白與桃紅 어찌 모름지기 이백과 붉은 복숭아 함께하리오.

 

►‘신 구屨 신. 짚신. 가죽신’

 

구곡장춘龜谷藏春 구곡이 숨긴 봄/서거정徐居正(1420-1488)

막언구곡해장춘莫言龜谷解藏春 구곡이 봄을 숨기어 지나간다 말들을 마소

지견화시금수신只見花時錦繡新 다만 꽃 시절에 수놓은 비단 새로 보인다네.

사해즉금명사경四海卽今明似鏡 온 세상이 지금은 거울같이 밝은 세상인데

세간나유피진인世間那有避秦人 세상 사이 어찌 진 나라 사람이 또 피했을까.

 

 

⓸련당피서蓮塘避暑 연꽃 못에서의 피서

풍교청향로습의風攪淸香露襲衣 바람에 뒤섞인 맑은 향기에 이슬이 옷을 엄습하고

미란렴염양태기微瀾瀲灎漾苔磯 작은 물결 조용히 일렁이며 물가 이끼에 출렁이네.

무단일흡하심주無端一吸荷心酒 까닭 없이 연꽃의 꽃심 술을 한 번 마셔보니

신재빙천옥제위身在氷天玉帝闈 몸은 얼음 같은 하늘의 옥황상제 대궐에 있구나.

 

►염염瀲灎 잔물결이 조용히 일렁이며 빛나는 모양.

►무단無端 사전에 허락이 없음, 아무 사유가 없음, 까닭 없이, 실없이.

►하심주荷心酒 연잎 줄기 속으로 나오게 한 술.

<벽통주碧筒酒>

정공각鄭公慤이 연잎에 술을 담아 두고 연잎 줄기 속을

동곳으로 찔러 통하게 하여 그 술을 마시니 맑고 서늘했다 함.

 

연당피서蓮塘避暑 연꽃 못에서의 피서/서거정徐居正(1420-1488)

하사기인독애련何事畸人獨愛蓮 무슨 일로 기인은 연꽃을 홀로 사랑하는지

화개증견우여선花開曾見藕如船 꽃이 피면 일찍이 배와 같은 뿌리가 보이네.

나지해상반도수那知海上蟠桃樹 어찌 알리요 바다 위의 반도 복숭아나무는

결자천년우만년結子千年又萬年 열매를 맺는데 천년이요 다시 만년이라네.

 

►기인畸人성질이나 행동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람.

►우여선藕如船 한유韓愈의 고의古意 시에서 인용.

태화봉두옥정련太華峯頭玉井蓮 태화봉 꼭대기의 옥정에 자란 연은

개화십장우여선開花十丈藕如船 꽃이 피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다네.

 

►반도蟠桃 동해東海 가운데 神山에 있다는 큰 복숭아, 3000년 만에 한 번씩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함.

 

 

⓹란강대도灤江大渡 난강의 큰 나루/김시습

소소로위양강파蕭蕭蘆葦漾江波 쓸쓸한 갈대가 강 물결에 출렁이고

일족행인환불휴一簇行人喚不休 한 무리의 행인들이 쉬지 않고 부르네.

남거북래하일진南去北來何日盡 남과 북으로 오고 감 어느 날에 그칠까

연파장송목란주煙波長送木蘭舟 안개 물결에 나아가는 목란 배 전송하네.

 

난강대도灤江大渡 난강의 큰 나루/서거정徐居正(1420-1488)

산고월소만강추山高月小滿江秋[산고월소만강추] : 산은 높고 작은 달은 가을 강에 가득하여

계도란장일소주桂棹蘭檣一泝舟[계도란장일절주] : 월계수 배와 목련 돛대로 어느 배가 가네.

약사유시겸유주若使有詩兼有酒[약사유시겸유주] : 만약 시가 있고 겸하여 술까지 넉넉하면

소선불독천풍류蘇仙不獨擅風流[소선부독단풍류] : 소선만 홀로 풍류를 멋대로하진 못하리라.

 

►소선蘇仙 소식蘇軾을 애칭한 말.

전적벽부前赤壁賦[임술년 초가을에 적뱍강에서 뱃놀이하며지은 시]에

계도혜란장桂棹兮蘭槳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격공명혜소류광擊空明兮泝流光 맑은 물결을 치며 달빛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도다. 하고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부유어적벽지하復遊於赤壁之下 다시 적벽 아래서 노니는데

강류유성江流有聲 강물은 소리 내어 흐르고

단안천척斷岸千尺 깎아지른 언덕은 천척이나 되며

산고월소山高月小 산이 높아 달은 작아 보이고

수락석출水落石出 강물은 줄어서 돌이 드러나도다. 했다.

 

 

⓺강정문회江亭文會 강가 정자의 문인들 모임/김시습

소정고압백빈주小亭高壓白蘋洲 작은 정자 뛰어나니 흰 마름 물가 가로막고

풍동유황오월추風動幽篁五月秋 바람 일어 그윽한 대 숲은 오월에도 추상같네.

옥주청담재파료玉麈淸談纔罷了 옥떨이개에 청아한 말씀 가까스로 끝마치니

시문기자락평추時聞棋子落枰楸 때마침 바둑판에 바둑 돌 떨어지는 소리 듣네.

 

►옥주玉麈

南北朝 시대에 淸淡한 선비들이 談論할 때 백옥주미白玉麈尾를 손에 들고 휘두름.

백옥주미란 사슴(고라니) 꼬리에 옥 손잡이를 한 떨이개. 아름다운 불제자.

 

<원시原詩>

영평부팔경永平府八景 위역승조정질자작爲驛丞曹整姪子作 역승 조정 질자를 위해 짓다.

 

강정문회江亭文會/서거정徐居正(1420-1488)

지령인걸진유선地靈人傑盡儒仙 아름다운 땅에 인물 걸출해 모두 신선 선비요

웅변고담동사연雄辨高談動四筵 웅변과 고상한 말로 주위 사람들 감응하였네.

거목산하진승경擧目山河眞勝景 눈 들어보니 산과 내는 참으로 뛰어난 경치요

청허비시죽림현淸虛非是竹林賢 맑고 깨끗하니 바로 죽림의 칠현이 아니리요.

 

►지령地靈 땅의 영기靈氣[신령한 기운]. 토지의 정령精靈

►고담高談 고상한 말,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말함.

►사연四筵 사방의 자리, 주위의 사람들을 이르는 말.

►죽림현竹林賢 죽림칠현竹林七賢,

晉 나라 때 완적阮籍, 혜강嵇康, 산도山濤, 상수向秀, 유령劉伶, 왕융王戎, 완함阮咸 등

7인이 서로 깊이 사귀어 老莊의 허무사상을 숭상하고 예법을 경시하며 세속을 초월하여

竹林에 노닐면서 淸談을 나누고 술이나 즐겨 마시며 지냈다 함.

 

 

⓻남산석호南山石虎 남산의 돌 호랑이/김시습

일락남산림경혼日落南山林逕昏 남산에 해가지니 숲의 좁은 길은 어둡고

산군은무률인혼山君隱霧慄人魂 산 임금이 안개에 숨으니 사람은 혼이 떨리네.

나지세유웅거자那知世有熊渠子 어찌 세상에 존재했던 웅거자를 알았는가.

섬족천심몰우흔銛鏃穿心沒羽痕 날카로운 화살촉이 심장 뚫어 깃 흔적 숨겼네.

 

►산군山君 산의 왕, 산신령, 범.

►웅거자熊渠子 초楚 나라 사람으로 활을 잘 쏘았는데 하루는 밤길을 가다가 길가의 바위를 보고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활을 쏘았더니 바위에 화살의 깃털까지 뚫고 들어가 깊이 박혔다는 고사

 

<原詩>영평부팔경永平府八景

위역승조정질자작爲驛丞曹整姪子作 역승 조정 질자를 위해 짓다.

 

남산석호南山石虎/서거정徐居正(1420-1488)

무은남산구의준霧隱南山久矣蹲 남산의 안개 속에 숨어 쭈그린지 오래라

약사일소편풍운若使一嘯便風雲 만약 휘파람 한번 불면 풍운을 일으키리라.

차간가시능도화此間可是能逃禍[ 이 사이에서 가히 재앙을 능히 도피할까

천하나무리장군天下那無李將軍 이 세상에 어찌 이 장군 같은 이가 또 없으랴.

 

►무은남산霧隱南山 남산에는 검은 표범이 있는데 안개가 낀 날은 밖에 나와 먹이도 먹지 않는바

그 까닭은 바로 자기 毛文을 더럽히지 않고 윤택하게 잘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원래는 표범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호랑이로 전용하였다./<列女傳>

 

►일소一嘯 호랑이가 한번 으르렁거리면 바람이 일고 한기가 생긴다는 뜻,

전하여 영웅이 때를 만나서 분기奮起하는 것을 비유.

 

호소이풍렬虎嘯而風冽 호랑이가 휘파람을 불면 바람이 차갑고

호흥이치운虎興而致雲 호랑이가 일어나면 구름을 일으킨다/<漢書 王褒傳>

 

►이장군李將軍 한漢 나라 때의 名將 이광李廣.

용맹이 매우 뛰어나서 일찍이 자기가 사는 고을에 호랑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호랑이를 쏘아 잡았고

또 北平太守로 있을 적에도 손수 호랑이를 쏘아 잡았는데 한번은 사냥을 나갔다가 풀 속에 있는 돌을 보고

호랑인 줄 알고 활을 쏘았더니 화살이 돌에 꽂혀 파묻혀버렸는데 자세히 보니 돌이었더라는 고사.

 

 

⓼도산적설都山積雪 도산에 쌓인 눈/김시습

고봉적설일화명高峯積雪日華明 높은 봉우리 쌓인 눈에 햇살이 밝게 빛나니

경수요화차제영瓊樹瑤華次第榮 옥 나무가 아름답게 빛나며 차례로 드러나네.

갱유일반청절미更有一般淸絶味 더욱 한 모양의 맑고 뛰어난 취향이 넉넉하여

동운심처로원명凍雲深處老猿鳴 겨울 구름 깊은 곳에서 늙은 원숭이 우는구나.

 

►동운凍雲 겨울 하늘의 구름, 눈 모양의 구름.

 

<原詩> 영평부팔경永平府八景

위역승조정질자작爲驛丞曹整姪子作 역승 조정 질자를 위해 짓다.

 

도산적설都山積雪/서거정徐居正(1420-1488)

만산비설옥릉증滿山飛雪玉崚嶒 산에 가득 눈이 날리며 가파른 산 옥 같아

인재요경제기층人在瑤瓊第幾層 사람은 옥 봉우리의 몇째 층계에 있는가?

아역청전포말재我亦靑纏布襪在 나도 또한 푸른 행전과 베 버선이 있으니

종금직욕일래등從今直欲一來登 지금부터 곧장 한번 올라가보고 싶구나.

 

►영평부永平府 조선 사신단이 의주에서 요양, 산해관을 거쳐 북경으로 갈 때

산해관에서 북경으로 갈 때 지나간 장소 중에 한 곳이 영평부.

 

►능증崚嶒 산이 울퉁불퉁하고 가파름, 산세가 높고 험함.

►포말布襪 포말청전布襪靑纏, 베 버선과 푸른 행전.

소식蘇軾(1036-1101)의 시 <기오덕인겸간진계상寄吳德仁兼簡陳季常>

아유란계방청천我游蘭溪訪淸泉 내 난계와 청천사를 찾아 놀기 위하여

이판포말청행전已辦布襪靑行纏 베 버선과 푸른 행전 이미 마련하였다오.

라는 시를 인용/<東坡全集 卷15>

 

 

●영평永平 8景

영평永平 8景은 경기도 포천시의 북부 지역인 영평 지역의 대표적인 8곳의 경승지를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영의정을 지낸 박순과 조선 전기 4대 문장가로 이름 높았던 양사언 등이 기거하고

유람했던 곳이며 이들을 숭상했던 후배들이 선현의 뜻을 기리고 심신을 수양했던 명소이다.

 

포천 영평은 일동면, 이동면 등 포천 북부 지역의 옛 이름이다.

그 지역은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이 맑고 빼어나 풍치가 이름다운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화적연, 와룡담, 금수정, 백로주, 선유담, 창옥병, 청학동, 낙귀정지 등 여덟 곳의 경치가 뛰어나

이들 명소를 묶어 오늘날의 永平八景이라고 한다.

 

영평천은 이동면 광덕산의 광덕현廣德峴과 자등현自等峴에서 발원하여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40km의 하천이다.

 

▪화적연禾積淵 산으로부터 뻗어 내려온 바위가 마치 볏가리를 쌓아 올린 것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볏가리소’라고 불렀으며 이를 한자로 ‘화적연’이라 한다.

 

▪금수정金水亭 금수정은 영평천변의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창옥병蒼玉屛 창옥병은 영평천변의 절벽으로 푸른색의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와룡암臥龍巖 와룡암은 영평천변의 바위로 마치 누워있는 용의 형상과 같다.

 

▪낙귀정지樂歸亭址 낙귀정지는 낙귀정이라는 정자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정자의 흔적만 남아있다.

▪백로주白鷺洲 백로주는 영평천변의 모래톱으로 흰 백로가 많이 날아오는 곳이다.

▪청학동靑鶴洞 청학동은 푸른 학이 날아오는 계곡으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선유담仙遊潭 선유담은 신선이 놀던 연못으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