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6권 8-1

空空 2025. 3. 17. 23:27

매월당 시집 제6권 8-1

8 송별送別

1 송인지여항送人之餘航 5

여항으로 가는 사람을 전송하며

 

1

백생량석간柏生兩石間 잣나무는 두 돌들 사이에서 자라나서

세구유총롱歲久愈蔥蘢 세월 오래 되니 매우 푸르게 뛰어나네.

엄경수기절嚴勁守其節 엄하고 견고하게 그 절개를 지켜내고

름렬릉상풍凜冽凌霜風 살을 에는 서리와 바람을 업신여기네.

 

소간도리화笑看桃李花 웃으면서 복숭아 오얏 꽃을 바라보고

임염비잔총荏苒飛殘叢 세월이 지나 남은 떨기 떨어지는구나.

장부확기지丈夫確其志 건장한 사내 마땅히 본심이 견고하니

불위시물천不爲時物遷 계절의 산물을 붙쫓으려고 하지 않네.

 

하도패기덕荷道佩其德 책임지고 이끌며 그 은덕을 명심하니

락피희황천樂彼羲皇天 저 복희씨의 아름다운 운명 즐기리라.

기긍록록연豈肯碌碌然 어찌 쉬지 않고 힘을 다함을 허락하나

구구명리언區區名利焉 제각기 다른 명예와 이익도 같다네.

 

미옥재형전美玉在荊顚 아름다운 옥은 가시나무 꼭대기 있고

명월침중연明月沈重淵 밝은 달님은 깊은 연못에 잠겼구려.

불우량공탁不遇良工琢 옥 다듬는 좋은 장인을 만나지 못하니

수지무가진誰知無價珍 값을 치를 수 없는 보배를 누가 알리오

 

원군물자현願君勿自衒 그대에게 바람은 스스로 자랑을 말고

포박전오진抱璞全吾眞 소박함 품고 참된 그대 온전하게 하길.

 

►여항餘航 함안咸安의 진산鎭山인 여항산餘航山.

►총롱蔥蘢 초목이 무성하여 그 빛깔이 매우 푸름.

►늠렬凜冽 추위가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임염荏苒 차츰차츰 세월이 지나감, 사물이 점진적으로 변함.

►기긍豈肯 어찌 ----하려 하겠는가?

►록록碌碌 쉬거나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힘을 다함.

►무가진無價珍 값을 칠 수 없을 만큼 매우 귀중한 보배.

 

 

2

봉혜서불반鳳兮逝不返 봉황은 돌아오지 않고 가버렸고

상족가미양傷足歌迷陽 발 다치고선 가시나무 노래하네.

부자액어진夫子厄於陳 공자는 진나라에서 액이 따랐고

맹가유제량孟軻遊齊梁 맹자는 제와 양나라에서 유세했네.

 

거세경도추擧世競刀錐 온 세상 사람들 작은 이익 다투고

촉기백관장觸機百關張 영감을 얻어 온갖 관문을 넓히네.

배증경면열背憎更面悅 뒤로 미워하고 얼굴 쉬이 바뀌니

체사수주랑涕泗垂注浪 눈물 콧물이 물 대 듯이 쏟아지네.

 

대도일이원大道日以遠 마땅히 지킬 도리 매일 멀어지니

순풍하시양淳風何時揚 순박한 풍속은 어느 때 드러날까.

우차숙여홀吁嗟儵與忽 아! 빠름과 갑작스러움 함께하니

운교도창광運巧徒猖狂 운 좋은 무리 미친 듯 날뛰는구나.

 

►미양迷陽 초나라에서 나는 풀로 촘촘하고 줄기가 길며 그 거죽에는 가시가 많은 나무,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은자 '접여'라는 사람이 공자 앞에서 부른 노래에 나옴.

 

►부자夫子 공자의 높임 말, 덕행이 높아 모든 사람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의 높임 말.

►맹가孟軻 맹자의 이름.

►거세擧世 온 세상, 세상사람 전체.

►도추刀錐 칼과 송곳, 작은 이익.

 

►촉기觸機 영감을 얻다.

►배증背憎 준답배증噂沓背憎의 준말, 눈앞에서는 친한 체하며 수다를 떨고 돌아서서는 비방함.

►체사涕泗 눈물이나 콧물 따위.

►순풍淳風 옛날부터 전해오는 순박한 풍속.

 

►숙여홀儵與忽 남해의 제帝는 숙儵이고 북해의 제는 홀忽이고 중앙의 제는 혼돈임.

숙儵, 홀忽, 혼돈渾沌은 모두 인명이지만 실제 사람이 아니라 우의寓意를 담아 의인화擬人化한 표현이다.

儵과 忽은 모두 빠르다는 뜻으로 시간적으로 유한한 인간의 作爲性을 비유한 것임.

/<장자 應帝王>

 

►창광猖狂 미친 것 같이 사납게 날뜀.

 

 

3

산중유녀라山中有女蘿 산 속에는 보드라운 여라 넉넉하여

탁근천세송托根千歲松 뿌리는 천 년된 소나무에 의탁하네.

동리유고운洞裏有孤雲 골짜기 안에는 외로운 구름이 있어

필요비천룡必繞飛天龍 꼭 하늘의 용에게 날아와 에워싸네.

 

지인애기우至人愛其友 지극한 사람은 그 벗들을 사랑하니

상하상추종上下相追蹤 위와 아래로 발자취를 서로 따르네.

우인지자만愚人志自滿 어리석은 사람 뜻 스스로 만족하고

혈연수여종孑然誰與從 고독하니 누구와 더불어 나아갈까.

 

제형혜이호弟兄惠而好 형과 아우 사이좋게 은혜를 베풀고

휴수언동거携手言同車 손을 이끌어 수레에서 함께 말하네.

귀여부귀여歸歟復歸歟 돌아가셨다가 다시 돌아오신다면

언귀귀대초言歸歸大初 말 마치고 비로소 성하게 돌아오게.

 

►여라女蘿 선태식물蘚苔植物에 속하는 이끼의 하나.

암수딴그루이며 나무 위에서 나는데 광택이 있다.

줄기는 실과 같이 가늘고 길며 잎은 피침모양이고 홀씨주머니는 달걀 모양이다.

 

►혈연孑然 고독한 모양, 외로운 모양.

 

 

4

엄상하정제嚴霜下庭際 아주 된 서리가 뜰 가에 내리니

백초구초췌百草俱憔悴 온갖 풀들이 모두 시들어졌구나.

지유의의란只有猗猗蘭 다만 난초가 무성하게 있으니

의니이자만旖旎而滋蔓 점점 늘어 퍼져 나부끼는구나.

 

수재림박중雖在林薄中 비록 숲은 척박한 가운데 있지만

형향화이풍馨香和以豐 꽃다운 향기 무성하게 화답하네.

남산백석찬南山白石粲 남쪽 산의 흰 돌은 선명하고

자지하환란紫芝何煥爛 자주빛 지초 잠시 밝게 빛나네.

 

박언채채지薄言采采之 재빠르게 캐고 뜯어서 이르니

족이료아기足以療我飢 나의 굶주림 면하기 넉넉하네.

불견둔상구不見遯上九 중양절에 만나지 못하고 숨어

지언전유구至言傳愈久 지극히 좋은 말 더욱 오래 전하네.

 

►초췌憔悴 병, 근심, 고생 따위로 얼굴이나 몸이 여위고 파리함.

►의의猗猗 아름답고 무성한 모양, 번창한 모양.

►의니旖旎 깃발 따위가 나부끼는 모양.

►자만滋蔓 점점 늘어서 퍼짐.

 

►박언薄言 잠시, 재빨리, 갑자기, 허둥지둥.

►상구上九 건괘乾卦의 맨 위의 양효陽爻의 이름. 매월 29일, 9월 9일 중양절.

►지언至言[ 지극히 옳은 말, 더없이 좋거나 매우 중요한 말.

 

 

5

자귀여항산子歸餘航山 당신은 여항산으로 돌아가지만

아거하유향我居何有鄕 내가 거처 할 곳은 어디에 있을까.

하유유하유何有有何有 어디 있어서 어찌 넉넉하게 가질까

옹종저원양臃腫樗遠揚 너무 커서 멀리 날리니 쓸데없구나.

 

유용용유애有用用有涯 소용되어 쓰려니 쓰는데 끝이 있고

무용용무강無用用無疆 쓸모없어도 쓰고자하나 끝이 없구나.

거세경후오擧世競候敖 온 세상은 거만하게 살피며 다투고

함벽기관장陷辟機關張 결점을 숨기고 허위로 문을 닫았네.

 

창려조석온昌黎嘲石溫 창려가 돌을 데우는 것을 조롱함은

소이기창황所以譏蒼黃 급작스러운 걸 싫어하는 까닭이었지.

신이동여지愼爾動與止 제발 당신은 조용히 따라 움직이고

여세무창광與世毋猖狂 세상과 더불어 미쳐 날뛰지 말게나.

 

주공애인의周孔愛仁義 주공께서는 인과 의를 사랑하였고

장로귀현교莊老貴玄敎 장자와 노자는 도교를 숭상하였네.

득실량규분得失兩糾紛 얻음과 잃음 겸하여 일이 뒤얽히니

미면담료료未免談鬧鬧 아직 떠들썩한 언론 면하지 못하네.

 

쟁여일미선爭如一味禪 다투어 돈오에 이르는 것 같으니

담연무계교淡然無計較 깨끗하니 서로 견주어 살필 수 없네.

호거명산중好去名山中 아름답고 이름난 산 속으로 가서

참구오현묘參究悟玄妙 참선하여 연구해 현묘함 깨우치게.

 

궁원득종지窮源得宗旨 궁벽한 근원에서 종지를 깨달아

막답운니뇨莫踏雲泥淖 덩이진 진흙 진창을 밟지 말게나.

 

►옹종臃腫 붓다, 부풀다, 몸이 너무 크다, 뚱뚱하다, 비대하다. 방대하다.

►창려昌黎 한유韓愈(768-824]의 호, 자는 퇴지退之.

►창황蒼黃 미처 어찌할 사이 없이 매우 급작스러움.

►주공周孔 주공周公과 孔子, 聖人]을 이르는 말.

 

►장로莊老 장자莊子와 老子를 아울러 이르는 말.

►현교玄敎 도교道敎의 다른 이름.

►일미선一味禪 참선參禪하여 부처의 참뜻을 깨닫게 되는 경지. 참선으로부터 돈오頓悟에 이르는 경지.

►담연淡然 욕심이 없고 깨끗함.

 

►참구參究 참선하여 진리를 연구함.

►현묘玄妙 도리道理나 이치理致가 깊고 미묘微妙함.

►종지宗旨 종문의 교의의 취지, 주장이 되는 요지나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