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6권 9-1
매월당 시집 제6권 9-1
9 유상遊賞 놀며 구경하기
1 만망晚望 해질녁 조망
초청사연망중관草靑沙軟望中寬 풀은 푸르고 모래 보드랍고 시야가 넓은데
수타부용우후만數朶芙蓉雨後巒 몇 송이 부용꽃이 비 끝의 산봉에 피었구나.
일마인군치야로逸馬引群馳野路 달아난 말이 무리 이끌고 들길을 달려가고
라우견설와강간懶牛牽紲臥江干 게으른 소는 고삐에 묶여 강 언덕에 누워있다.
소요자희오생락逍遙自喜吾生樂 이리저리 소요하면 절로 기뻐 내 삶이 즐거운데
총욕다경달자난寵辱多驚達者難 총애와 욕됨으로 놀랄 일 많은 영달한 자의 삶은 지난하다네.
투로귀여하처호投老歸歟何處好 늙어 살 곳으로 돌아가자, 어느 곳이 좋을까?
향성풍악벽운만香城楓岳碧雲漫 풍악산의 향성에는 푸른 구름만 가득하다.
푸른 풀과 연한 모래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니
몇 늘어진 부용꽃에 산봉우리에 늦게 비가 오네.
아름다운 말들 무리 이끌어 들판 길을 달려보며
게으른 소 고삐를 이끌어 덧없이 강에 누워보네.
슬슬 거닐며 스스로 기뻐 나의 삶을 즐기지만
총애와 수모에 많이 놀라 달관한 놈 되기 어렵네.
늙어 의지하러 돌아가려니 어느 곳이 좋을까
풍악산 중향성에는 푸른 구름이 아득히 멀구나
►유상遊賞 노닐며 구경함.
►만망晚望 해질녘의 조망.
►일마逸馬 고삐가 풀린 말, 달아난 말
►강간江干 강안江岸, 강변江邊.
►향성香城 중향성中香城, 내금강의 영랑봉 동남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하얀 바위 성.
►풍악楓岳 가을 금강산 이름.
향성香城은 金剛山 영랑봉永郞峯 동남쪽으로 하얀 바위로 둘러쳐진 성 모양의 능선으로 衆香城이며
풍악楓岳은 금강산의 가을 이름이다.
한편 衆香城은 금강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향성풍악香城楓岳은 '금강산의 단풍든 봉우리'라는 뜻이 된다.
<金剛山의 異稱>
봄에는 ‘금강金剛’ 온 산이 새싹과 꽃에 뒤덮이므로
여름은 ‘봉래蓬萊’ 봉우리와 계곡에 녹음이 깔리므로
가을은 ‘풍악楓岳’ 1만2천봉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므로
겨울은 ‘개골皆骨’ 나뭇잎이 지고 나면 암석만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