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향림도香林道 향림스님이 말했다
좌구성로坐久成勞 “오랫동안 앉아 있노라니 피곤하다”
환회마還會麽 알겠느냐?
약회득若會得 백초두상百草頭上 파각간과罷卻干戈
알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다투지 않겠지만
약야불회若也不會 복청처분伏聽處分
알지 못한다면 엎드려 판결 처분을 들어라.
고인행각古人行脚 옛사람은 행각함에
결교택우結交擇友 위동행도반爲同行道伴
벗을 사귀어 함께 수행하는 도반을 맺어
발초첨풍撥草瞻風 풀을 헤치고 조사의 가풍을 바라보았었다.
시시운문是時雲門 이때에 운문스님은
왕화광남旺化廣南 광동의 남쪽지방에서 널리 교화했는데
향림득득출촉香林得得出蜀 향림스님은 멀리 서촉 지방에서 오니
여아호경청동시與鵝湖鏡淸同時 아호ㆍ경청스님과 같은 시대였다.
선참호남보자先參湖南報慈 먼저 호남의 보자스님을 참방하였고
후방지운문회하後方至雲門會下 그 뒤에야 운문스님의 회하에 이르러
작시자십팔년作侍者十八年 18년 동안 시자를 하였다.
재운문처在雲門處 운문스님의 처소에서
친득친문親得親聞 몸소 체득하고 친히 들었으니
타오시수만他悟時雖晩 그가 깨달은 시기가 늦기는 했지만
불방시대근기不妨是大根器 참으로 그릇이 크다.
거운문좌우십팔년居雲門左右十八年 운문스님의 곁에서 18년간 기거하는 동안
운문상지환원시자雲門常只喚遠侍者 운문스님은 항상 “원시자야”라고 부를 뿐이었다.
재응야纔應喏 향림스님이 "예“ 하고 대답하기만 하면
문운시십마門云是什麽 운문스님은 ”무엇인고“라고 하였다.
향림당시香林當時 향림이 당시에
야하어정견해농정혼也下語呈見解弄精魂
말로써 자기의 견해를 말씀드리고 알음알이를 써봤으나
종부상계終不相契 끝내 계합되지 못했다.
일일홀운一日忽云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아회야我會也 ”제가 알았습니다“
문운門云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하부향상도장래何不向上道將來 ”왜 향상을 말하지 않느냐?“
우주삼년又住三年 그리하여 또다시 3년을 더 머물렀다.
운문실중雲門室中 수대기변垂大機辯
운문스님은 방장실에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대기의 변론을 하곤 했는데
다반위타원시자多半爲他遠侍者 수처입작隨處入作
대부분이 원시자가 그때그때마다 알아듣도록 깨달음을 얻게 하기 위함이었다.
운문범유일언일구雲門凡有一言一句 도수재원시자처都收在遠侍者處
운문스님이 했던 한 말 한 구절은 모두 원시자가 간수해두었다.
향림후귀촉香林後歸蜀 향림스님은 그 뒤 촉 땅으로 돌아가
초주도강수정궁初住導江水晶宮 처음에는 도강 수정궁에서 주지를 하다가
후주청성향림後住靑城香林 뒤이어 청성 향림사의 주지가 되었다.
지문조화상智門祚和尙 본절인本浙人 지문 광조스님은 본디 절강 땅 사람으로
성문향림도화盛聞香林道化 향림스님의 도력이 성하다는 말을 듣고
특내입촉참례特來入蜀參禮 일부러 촉 땅으로 들어가 참례하였다.
조내설두사야祚乃雪竇師也 지문 광조스님은 곧 설두스님의 스승이다.
운문수접인무삭雲門雖接人無數 운문스님이 제접한 사람이 수없이 많았으나
당대도행자當代道行者 당대에 도를 행한 자로서는
지향림일파최성只香林一派最盛 오직 향림 일파만이 가장 성대하였을 뿐이다.
귀천주원사십년歸川住院四十年 팔십세방천화八十歲方遷化
그는 사천 땅으로 돌아가 향림원에서 40년간 주석하다가 80세의 나이로 입적하였다.
상운嘗云 그는 일찍이 이르기를
아사십년我四十年 방타성일편方打成一片
“내가 40년 만에야 비로소 한결같은 상태를 이루었다” 하였다.
범시중운凡示衆云 대체로 대중법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대범행각大凡行脚 참심지식參尋知識 행각하며 선지식을 참방하려면
요대안항要帶眼行 수분치소須分緇素 “안목을 지니고서 모름지기 검고 흰 것을 분간하여
간천심시득看淺深始得 깊고 얕음을 살펴봐야만 된다.
선수립지先須立志 무엇보다도 먼저 반드시 뜻을 세워야 한다.
이석가노자而釋迦老子 재인지시在因地時 석가노인도 수행의 因地에 계실 때
발일언일념發一言一念 개시립지皆是立志 나타내신 한마디 말, 한 생각이 모두 입지였었다.”
후내승문後來僧問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여하시실내일잔등如何是室內一盞燈 “무엇이 (조사)실내의 한 등불입니까?”
림운林云 향림스님은 말하였다.
삼인증구성별三人證龜成鱉 “세 사람이 증명하면 거북도 자라가 된다.”
우문又問 여하시납의하사如何是衲衣下事 “무엇이 가사 밑의 일입니까?”
림운林云 납월화소산臘月火燒山 “섣달의 불이 산을 태운다.”
고내답조사의심다古來答祖師意甚多
예로부터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에 대한 답변은 매우 많으나
유향림차일칙좌단천하인설두唯香林此一則坐斷天下人舌頭
오직 향림스님의 一則이 온 세상 사람의 혀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무이계교작도리처無爾計較作道理處
그대들이 헤아리며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승문僧問 여하시조사서내의如何是祖師西來意
어떤 스님이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라고 묻자
림운林云 좌구성로坐久成勞
향림스님이 ”오랫동안 앉아 있노라니 피곤하구나“ 하였다.
가위언무미구무미可謂言無味句無味 가위可謂 言도 無味하고 句도 무미하며
(이는 인위적으로 꾸민 맛이 아닌 진국이다)
무미지담無味之談 이처럼 꾸밈없는 말이
색단인구塞斷人口 사람의 입을 꽉 틀어막아
무이출기처無爾出氣處 그대들이 조잘대지 못하게 했다.
요견편견要見便見 이는 단박에 알아차려야 한다.
약불견절기작해회若不見切忌作解會
그러나 만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절대로 알음알이로 알려 해서는 안 된다.
향림증우작가래香林曾遇作家來 향림스님은 일찍이 작가 선지식을 만났었기에
소이유운문수단所以有雲門手段 유삼구체조有三句體調
운문스님의 솜씨가 있어 운문 삼구의 체제와 가락이 있었다.
인다착회도人多錯會道 사람들은 흔히 잘못 알고서 말한다.
조사서래祖師西來 구년면벽九年面壁 “조사가 서쪽에서 오시어 9년간 면벽을 했으니
개불시좌구성로豈不是坐久成勞 어찌 ‘오랫동안 앉아 있어 피로하지‘ 않았겠느냐?’고
유십마파비有什麽巴鼻 여기에 무슨 근거가 있겠는가?
불견타고인득대자재처不見他古人得大自在處
이는 저 고인이 얻은 완전하게 자유자재로운 경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시각답실지他是脚踏實地 저들은 실제의 경지를 터득하여
무허다불법지견도리無許多佛法知見道理 불법에 대한 잡다한 알음알이나 설명이 없고
림시응용臨時應用 모든 상황마다 알맞게 활용했다.
소위법수법행所謂法隨法行 이른바 ”법은 법에 따라 행하고 법을 펴기 위한
법당수처건립法幢隨處建立 법당은 이르는 곳마다 세운다“라는 것이다.
설두인풍취화雪竇因風吹火 설두스님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불을 불며
방지출일개반개傍指出一箇半箇 곁에서 한 수도 아닌 반 수 정도 가르쳐준 것이다.
►백초두상百草頭上 파각간과罷却干戈. 와우각상蝸牛角上의 싸움.
‘白草頭上’에서 조사祖師의 뜻을 반대로 비꼬아서 하는 말.
사소한 시비분별을 모두 휴지休止하는 것.
범속凡俗(평범하고 속됨)의 세계ㆍ평상의 사위事爲(作爲)를 가리킴.
‘어느 곳에서든 조사서래의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百草頭’ 모든 종류의 풀. 이 세상의 모든 것. ‘頭’ 어조사
‘干戈’ 조사서래의(선의 본질)에 대한 논의.
►발초첨풍撥草瞻風 발초참현撥草參玄. 풀을 뽑아 길을 낸 후 풍모를 우러른다.
‘깨닫기 위하여 온갖 고난을 감수하다’
무명의 거친 잡초를 헤치고 불조의 현풍玄風을 첨망瞻望함.
험로를 건너면서 지식의 덕풍을 첨앙함.
►아호鵝湖 아호지부鵝湖智孚. 5代僧. 福州人(今屬福建)
사사설봉의존師事雪峰義存 거수년居數年 득심전得心傳
설봉의존을 사사師事했고 거주한 지 몇 년 만에 心傳을 얻었다.
출거신주出居信州(今江西上饒)아호鵝湖 홍양선법弘揚禪法 법화대행法化大行
출세해 信州강서 상요) 아호鵝湖에 거주하며 선법을 홍양했고 法化를 크게 행했다
/전등록傳燈錄18
►호남보자湖南報慈 보자장서報慈藏嶼 장서藏嶼. 5代後晉曹洞宗僧. 자광화字匡化
의룡아거둔수법依龍牙居遁受法 주담주보자원住潭州報慈院
용아거둔에게 의지해 법을 받았고 담주 보자원에 住했다
/전등록傳燈錄20 오등회원五燈會元13
►하어下語 급출기어給出機語
►종불終不~ 결코 ~할 수가 없다. ‘終’ 뜻을 강조하는 접미어
►도장래道將來 말해봐라. ‘將來’ 동사 뒤에 붙어 동작의 현재화를 나타낸다.
►대기변大機辯 깨달음으로 이끄는 교묘한 언설
►수처입작隨處入作 그때그때 깨우치도록 해주다. ‘入作’ 역량을 발휘하다
►수재收在 담겨있다. 들어있다.
►수정궁水晶宮 서천西川 영상사迎祥寺 천왕원天王院
►청성향림靑城香林 사천성 성도에 있는 청성산의 향림원
►지문조智門祚 송대 운문종승 광조光祚
일찍이 지문사에 거주했음. (21칙 지문智門)
►타성일편打成一片 만물과 일체가 되다.
한 덩어리가 되다. 한데 뭉치다.[주로 생각이나 감정이 융합되는 것을 가리킴]
►대안행帶眼行 안목을 확실하게 하다.
►인지시因地時 수행할 때에
수행불도지위야修行佛道之位也 대어성불지위위과지혹과상이명對於成佛之位爲果地或果上而名
►삼인증구성별三人證龜成鼈 세 명이 입을 모아 거북을 자라라고 통용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혼동해서 흑백이 전도된 것을 비유.
유지중구일사喩指衆口一詞 가이롱가성진可以弄假成眞
뭇 입으로 동일하게 말하면 可以 가짜를 희롱하여 진짜로 만듦을 비유.
►납의하사衲衣下事 수행승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여납승행각사與衲僧行脚事 납승본분사등동의衲僧本分事等同義
납승행각사ㆍ납승본분사 등과 같은 뜻임.
즉지생사해탈지대사卽指生死解脫之大事
곧 생사해탈의 대사를 가리킴.
►랍월화소산臘月火燒山 섣달의 불이 산을 태우다.
‘번뇌가 완전히 타버린 상태’
랍월소산臘月燒山 납월에 산을 태움이여
만종천반萬種千般 만 가지 천 가지이다.
교송학랭翹松鶴冷 발돋움한 소나무의 학은 차갑고
립설인한立雪人寒 눈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시리다.
달마불회達磨不會 달마도 깨닫지 못하니
대난대난大難大難 크게 어렵고 크게 어렵다
/설두현雪竇顯
랍월소산臘月燒山 납월에 산을 태움이여
특지무단特地無端 특별한 땅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으니
금포특석錦包特石 비단은 특별한 돌을 감싸고
철과니단鐵裹泥團 쇠철은 진흙덩어리를 감싼다.
/원오근圓悟勤
향림랍월화소산香林臘月火燒山 향림의 납월에 불이 산을 태움이여
랭담가풍퇴후간冷淡家風退後看 냉담한 가풍이 뒤로 물러남을 보라.
료리과연경답착鬧裏果然輕踏著 떠들썩함 속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한다면
방지일오타삼경方知日午打三更 바야흐로 한 낮에 삼경을 칠 줄을 알리라.
/백졸등百拙登
향림랍월화소산香林臘月火燒山 향림의 납월에 불이 산을 태움이여
철안동정견역난鐵眼銅睛見亦難 무쇠의 눈, 구리의 눈동자로도 보기 어렵다.
뇌후일성경점착腦後一星輕點著 뇌후에서 一星을 가볍게 찍고
삼천리외촉루건三千里外髑髏乾 삼천리 밖에서 해골을 말린다.
/졸암광拙菴光
►무미지담無味之談 색단인구塞斷人口
인정에 타협하는 일 없고 理法에 즉한 냉엄한 제시는 그것에 관한 어떤 발언도 거부한다.
‘색단인구塞斷人口’ 입을 콱 틀어막다
<從容錄>78則
동산초선사지통기송운洞山初禪師指通機頌云
동산초洞山初 선사의 지통기송指通機頌에 이르되
동산요삭洞山寥索 동산은 요삭寥索(소삭蕭索)하여
일무가유一無可有 하나도 가히 있는 게 없나니
무미지담無味之談 무미한 이야기(無味之談)가
색단인구塞斷人口 사람의 입을 색단塞斷한다.
►체조體調 格調
►파비巴鼻 근거, 단서, 실마리
►실지實地 참된경지.
►인풍취화因風吹火 인풍취화因風吹火 용력부다用力不多
바람을 이용해 불을 피우면 많은 힘이 필요치 않다.
위이수순풍향이취화지편이謂以隨順風向而吹火之便易
이르자면 풍향을 수순隨順하여 취화吹火의 편이便易를 씀이니
비유교도학인시比喩敎導學人時 학인을 교도敎導할 때의 비유로
응찰기근기지소향이용상응지방법應察其根機之所向而用相應之方法
그 근기의 소향所向을 응찰應察하여 상응하는 방법을 씀.
'語錄 > 벽암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암록 18칙 本則과 錯語 (0) | 2024.03.30 |
---|---|
벽암록 17칙 頌과 錯語 (0) | 2024.03.28 |
벽암록 17칙 本則과 着語 (1) | 2024.03.28 |
벽암록 17칙 垂示 (0) | 2024.03.28 |
벽암록 16칙 頌 評唱 (1) | 2024.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