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寒山詩

寒山詩 16

寒山詩 16

가주록암하家住綠巖下 이끼 낀 바위 밑에 집 짓고 사는데

정무갱불삼庭蕪更不芟 뜰에 풀이 무성해도 뽑지도 않는다.

신등수료요新藤垂繚繞 새로 난 등藤 넌출 제대로 드리우고

고석수참암古石竪巉嵒 묵은 돌덩이 높은 바위를 받치고 있다.

 

산과미후적山果獼猴摘 산속 과실은 원숭이가 따먹고

지어백로함池魚白鷺銜 못 속 물고기는 백로가 차지한다.

선서일양권仙書一兩卷 도교의 책 한두 권을 펼쳐내어

수하독남남樹下讀喃喃 나무 아래서 재갈재갈 소리 내 읽는다.

 

 

푸른 바위 아래 나의 집

뜰에 풀 우거져도 다시 깍지 않네.

새로 난 등 넝쿨 늘어져 휘휘감고

옛 돌은 깎아지른 바위 되어 서있네.

 

산과일 원숭이가 따고

못 물고기 백로가 머금고 있네.

선서仙書 한두 권

나무 밑에서 웅얼거리네.

 

 

家住綠巖下 푸른 바위 밑 집에 사는데

庭蕪更不芟 뜨락이 荒蕪하나 쳐내지를 않는다.

新藤垂庆繞 새로 뻗은 藤나무는 굽게 드리워 있고

古石竪璂植 예부터 내려온 돌은 거칠고 높게 서 있다.

 

山果慌糅摘 山果는 원숭이가 따고

池魚白鷺銜 못의 물고기는 白鷺가 물어 올린다.

仙書一兩卷 神仙冊 한두 卷을

樹下讀姜姜 나무 아래서 중얼중얼 읽는다.

 

►무蕪 거칠다. 황무지荒蕪地

►삼芟 베다. 깎아버리다.

►료繚 감기다. 두르다. 묶다.

►요繞 두르다. 둘러싸다. 감기다. 감다. 얽어매다.

►수豎 세우다. 서다. 곧다.

 

►참巉 가파르다. 높다. 산 깎아지른 듯하다.

►미후獼猴 원숭이. 잔나비 ‘獼’ 원숭이. ‘猴’ 원숭이.

►적摘 (손가락으로) 따다.

►함銜 입에 물다. 머금다.

 

►선서仙書 선도仙道에 관한 책.

►남남喃喃 혀를 재게 놀리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게 재잘거리는 소리.

‘喃’ 재잘거리다. 글 읽는 소리.

 

 

내가 사는 집은 산의 푸른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마당에 풀이 무성해도 낫으로 베거나 호미로 뽑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다.

등나무의 넝쿨이 새로 뻗어나 죽죽 늘어지기도 하고

나무나 집의 기둥을 타고 오르며 휘휘 감기도 한다.

 

오랜 옛날부터 있던 돌은 지금 깎아지른 듯 가파른 바위가 되어 서 있다.

원숭이들이 이리저리 나무를 타고 옮겨 다니며 산에서 나는 과일을 따먹는다.

백로는 연못의 물고기들을 사냥해 입에 삼킨다.

한산은 선도仙道에 관한 책 한두 권을 집어 들고 나무 밑으로 가서 웅얼웅얼 하며 읽는다.

 

이 시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이다.

‘나의 집’도 자연의 일부요, 풀이 무성한 ‘뜰’도 자연의 일부이다.

‘푸른 바위’ ‘등 넝쿨’ ‘옛 돌’ ‘산과일’ ‘원숭이’ ‘못 물고기’ ‘백로’ ‘나무’ 등 자연물이 아닌 것이 없다.

 

한산이 책을 읽는 것도 마치 자연의 한 부분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처럼,

책을 한두 권 되는대로 집어 들고는 방안에 있는 책상이 아닌 집 밖의 나무 아래로 가서 읽는데

그것도 낭랑하게 소리 내어 열심히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입속에서 웅얼웅얼할 뿐이다.

 

​이렇게 한산은 모든 것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놔두고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의 법칙에 그대로 순응할 따름이다.

 

그는 자연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살고 있다.

자연은 서두름이 없다.

자연은 재촉하는 일이 없다.

 

그런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사는 한산은 유유자적悠悠自適할 뿐이다.

따라서 이 시는 한산의 유유자적한 산중 생활을 노래한 작품이다.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漢詩 > 寒山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寒山詩 18  (1) 2024.07.09
寒山詩 17  (0) 2024.07.09
寒山詩 15  (0) 2024.07.09
寒山詩 14  (0) 2024.07.09
寒山詩 13  (0)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