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열반품涅槃品
불지열반처佛至涅槃處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곳으로 떠나시자
비사리공허鞞舍離空虛 비사리鞞舍離는 텅 비고 쓸쓸하여
유여야운명猶如夜雲冥 마치 밤에 어두운 구름이 끼어
성월실광명星月失光明 별과 달이 그 광명 잃은 듯했네.
국토선안락國土先安樂 온 나라 먼저는 안락했으나
이금돈조췌而今頓凋悴 이제는 갑자기 시들고 여윔이
유여상자부猶如喪慈父 마치 사랑하는 아버지 잃은
고녀상독비孤女常獨悲 외로운 딸이 홀로 슬퍼하는 듯했네.
여단정무문如端正無聞 단정하지만 들어 아는 게 없고
총명이박덕聰明而薄德 총명하지만 덕이 없으며
심변이구흘心辯而口吃 마음으론 분별하나 말이 어눌하고
명혜이핍재明慧而乏才 지혜는 밝으나 재주가 모자라며
신통무위의神通無威儀 신통은 있으나 위의가 없고
자비심허위慈悲心虛僞 자비심 있으나 거짓 많으며
고승이무력高勝而無力 고상하고 훌륭하나 힘이 없으며
위의이무법威儀而無法 위의는 있으나 법이 없는 것처럼
비사리역연鞞舍離亦然 비사리도 또한 그러해
소영이금췌素榮而今悴 본래는 영화로웠으나 지금은 피폐해
유여추전묘猶如秋田苗 마치 저 가을밭에 곡식의 싹이
실수실고위失水悉枯萎 물을 잃고 다 말라 시든 것 같았네.
혹단화멸연或斷火滅煙 혹은 불을 꺼 연기 없애고
혹대식망손或對食忘飡 혹은 음식을 대해도 먹는 것 잊으며
실폐공사업悉廢公私業 공公적이건 사적이건 하던 일 멈추고
불수제속연不修諸俗緣 모든 세속 인연을 닦지 않은 채
념불감은심念佛感恩深 다만 부처만 염하며 깊은 은혜 감동해
묵묵각불언默默各不言 모두 입 다물고 말못하고 있었네.
시사자리차時師子離車 그때 그 師子 리차離車는
강인기우비强忍其憂悲 근심과 슬픔을 억지로 참으며
수읍발애성垂泣發哀聲 울먹울먹 흐느끼는 소리 내어
이표권련심以表眷戀心 못내 그리는 마음 나타내었네.
파괴제사경破壞諸邪徑 “모든 삿된 길 부수어 깨뜨리고
현시어정법顯示於正法 올바른 법을 나타내 보이셨으며
이강제외도已降諸外道 온갖 외도들 이미 항복받으셨는데
수왕불부환遂往不復還 끝내 가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려는가.
세절리세도世絕離世道 세상은 세상을 떠나는 길 끊겼으매
무상위대병無常爲大病 덧없음은 곧 큰 병이 되었구나.
세존입대적世尊入大寂 세존께서 이제 열반에 드신다면
무의무유구無依無有救 의지할 곳도 없고 구제할 이도 없네.
방편최승존方便最勝尊 가장 훌륭한 방편 가지신 높은 이
잠광구경처潛光究竟處 최후의 경지에서 광명 감추시니
아등실강지我等失强志 우리들 이제 굳센 뜻 잃음이
여화절기신如火絕其薪 마치 불 지필 섶나무 없어진 듯 하네.
세존사세음世尊捨世蔭 세존께서는 세상의 그늘을 버리셨으니
군생심가비群生甚可悲 중생들 못내 가여워라.
여인실신력如人失神力 마치 사람이 神力을 잃은 듯
거세공애지擧世共哀之 온 세상 함께 서러워하네.
도서투량지逃暑投涼池 더위를 피해 시원한 못에 들고
조한이빙화遭寒以憑火 추위를 만나 불을 의지했다가
일단실곽연一旦悉廓然 하루아침에 모두 텅 비고 나면
군생하소귀群生何所歸 중생들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통달수승법通達殊勝法 특별하고 훌륭한 법 밝게 통달한
위세도주사爲世陶鑄師 그는 이 세상의 도주사陶鑄師였네.
세간실재정世閒失宰正 이제 이 세간은 주인을 잃었으니
인상도즉망人喪道則亡 사람이 道를 잃으면 곧 멸망하리라.
로병사자재老病死自在 늙음ㆍ병듦ㆍ죽음이 自在로워서
도상비도통道喪非道通 도가 없어지고 도 아님이 통할 때
능괴대고기能壞大苦機 큰 괴로움의 버팀목이 무너졌으니
세간하유쌍世閒何有雙 이 세간에 어느 누가 그와 짝하리.
맹열극염성猛熱極焰盛 지극히 뜨거운 큰 불길 성하여도
대운우령소大雲雨令消 큰 구름비로 그것을 끌 수 있지만
탐욕화치연貪欲火熾燃 탐욕의 불길 맹렬히 타오름은
기수능령멸其誰能令滅 그 누가 그것을 꺼지게 하리.
견고능담자堅固能擔者 튼튼하고 굳세어 능히 짐 져주던 분
이사세중임已捨世重任 이미 이 세상 무거운 짐 버렸으니
부하지혜력復何智慧力 다시 어떤 지혜의 힘이 있어서
능위불청우能爲不請友 청하지 않은 벗이 될 수 있으랴.
여피림형수如彼臨刑囚 마치 저 사형死刑당할 죄인이
위사이취주爲死而醉酒 죽음에 다다라야 술에 취하듯
중생미혹식衆生迷惑識 저 중생들의 미혹한 의식[識]은
유위사수생唯爲死受生 오직 죽게 되셔야 生을 받았네.
리거이해재利鋸以解材 날카로운 톱으로 목재를 켜듯
무상해세간無常解世閒 덧없음은 이 세간을 끊어 해치건만
치암위심수癡闇爲深水 어리석음의 어둠은 깊은 물 되고
애욕위거랑愛欲爲巨浪 애정의 탐욕은 큰 물결 되며
번뇌위부말煩惱爲浮沫 번뇌는 거기 뜨는 물거품 되고
사견마갈어邪見摩竭魚 삿된 견해는 마갈어摩竭魚가 되는데
유유지혜선唯有智慧舩 오직 지혜의 배만 있어
능도사대해能度斯大海 능히 이 큰 바다 건너갔었네.
중병위수화衆病爲樹花 온갖 병은 나무의 꽃이 되고
쇠로위섬조衰老爲纖條 늙고 쇠함은 그 나무의 잔가지 되며
사위수심근死爲樹深根 죽음은 그 나무의 깊은 뿌리가 되고
유업위기아有業爲其芽 존재[有]의 업은 그 나무의 싹이 되는데
지혜강리도智慧剛利刀 굳세고 날카로운 지혜의 칼만이
능단삼유수能斷三有樹 세 가지 존재의 나무 능히 끊어 버렸네.
무명위찬수無明爲鑽燧 무명無明은 부시[鑽]와 부싯돌[燧]이 되고
탐욕위치염貪欲爲熾焰 탐욕은 타오르는 불꽃이 되며
오욕경계신五欲境界薪 5欲의 경계는 그 섶나무인데
멸지이지수滅之以智水 지혜의 물로써 그것을 끄셨네.
구족수승법具足殊勝法 특별하고 훌륭한 법 두루 갖추어
이괴어치명已壞於癡冥 이미 어리석은 어둠을 깨뜨리고서
견안은정로見安隱正路 편안하고 고요한 바른 길 보아
구경제번뇌究竟諸煩惱 갖가지 번뇌를 끝까지 다하셨네.
자비화중생慈悲化衆生 자비로 모든 중생 교화할 때
원친무이상怨親無異相 미운 이건 친한 이건 달리 하지 않으셨고
일체지통달一切智通達 일체의 지혜를 통하여 아셨건만
이금실기사而今悉棄捨 이제는 그 모두 버리셨네.
연미청정음軟美淸淨音 유연하고 아름답고 청정한 음성
방신섬장비方身纖長臂 방정한 몸에 가늘고 긴 팔
대선이유변大仙而有邊 그러한 큰 신선도 끝이 있으니
하인득무궁何人得無窮 그 어떤 사람인들 다 함 없으리.
당각시천속當覺時遷速 세월의 흐름 빠름을 깨달아
응근구정법應勤求正法 마땅히 힘써 바른 법을 구하되
여험도우수如嶮道遇水 마치 험한 길에서 물을 만났을 때
시음속진로時飮速進路 물 마시고 빨리 길을 나아가듯 하라.
비상심폭역非常甚暴逆 덧없음이란 매우 사납고 거슬려
보괴무귀천普壞無貴賤 두루 무너뜨림에 귀하고 천함 없나니
정관존어심正觀存於心 올바른 관찰을 마음에 두어
수면역상각雖眠亦常覺 비록 자더라도 항상 깨어 있어라.”
시리차사자時離車師子 그때 저 리차 사자는
상념불지혜常念佛智慧 언제나 부처님의 지혜를 생각하며
염리어생사厭離於生死 나고 죽음을 싫어해 여의려고
탄모인사자歎慕人師子 사람 중의 사자師子를 찬탄하고 사모했네.
불존세은애不存世恩愛 세상 은혜와 사랑 마음에 두지 않고
심숭리욕덕深崇離欲德 탐욕을 떠난 덕을 깊이 받들어
절복경조의折伏輕躁意 가볍게 날뛰는 뜻 꺾어 항복받으며
천심적정처拪心寂靜處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마음 두었네.
근수행혜시勤脩行惠施 부지런히 보시布施를 닦아 행하고
원리어교만遠離於憍慢 교만한 마음을 멀리 여의며
악독수한거樂獨修閑居 혼자서 한가롭게 살기를 좋아해
사유진실법思惟眞實法 오직 참된 법만을 깊이 생각하였네.
이시일체지爾時一切智 그때 일체 지혜 가지신 분
원신사자고圓身師子顧 원만한 몸을 사자처럼 돌려
첨피비사리瞻彼鞞舍離 그 비사리를 바라보면서
이설장사게而說長辭偈 하직하는 긴 노래 읊으셨네.
시오지최후是吾之最後 유차비사리遊此鞞舍離
“비사리에 노니는 것 이것은 나의 맨 마지막이네.
왕력사생지往力士生地 저 力士들이 사는 곳으로 가
당입어열반當入於涅槃 마땅히 열반에 들어야 하리.”
점차제유행漸次第遊行 차례차례 계속해 노니시다가
지피포가성至彼蒲加城 저 포가성蒲伽城에 도착하시자
안주견고림安住堅固林 편안히 견고림堅固林에 머무시며
교계제비구教誡諸比丘 모든 비구들을 훈계하셨네.
오금이중야吾今以中夜 “나는 이제 한밤중이면
당입어열반當入於涅槃 장차 열반에 들 것이다.
여등당의법汝等當依法 너희들은 법을 의지해야 하나니
시즉존승처是則尊勝處 그것은 곧 높고도 훌륭한 곳이니라.
불입수다라不入脩多羅 수다라修多羅에 들어가지도 않고
역불신률의亦不愼律儀 또한 율의律儀를 따르지도 않으며
진실의상위眞實義相違 진실한 이치에 어긋나는 것
즉불응섭수則不應攝受 그것은 마땅히 받지 않아야 하리.
비법역비률非法亦非律 그것은 법도 아니요 율律도 아니며
우비아소설又非我所說 또한 내가 설법한 것도 아니며
시칙위암설是則爲闇說 그것은 곧 어두운 말이니
여등응속사汝等應速捨 너희들은 마땅히 빨리 버리고
집수어명설執受於明說 분명한 설법을 받아 가져야 하니
시즉비전도是則非顚倒 그것은 곧 뒤바뀐 것도 아니요
시즉아소설是則我所說 그것은 곧 내가 말한 것이며
여법여률교如法如律教 법답고 율다운 가르침이니라.
여아법률수如我法律受 내 법과 율처럼 받아 지니면
시즉위가신是則爲可信 그것은 곧 믿을 수 있지만
언아법률비言我法律非 내 법과 율을 그르다고 말하면
시즉불가신是則不可信 그것은 곧 믿을 수 없느니라.
불해미세의不解微細義 은밀한 이치는 이해하지 못하고
류수어문자謬隨於文字 그릇된 문자만 따르는 것
시즉위우부是則爲愚夫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비법이망설非法而妄說 법이 아니며 망령된 말이니라.
불별기진위不別其眞僞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무견이암수無見而闇受 주관 없이 어리석게 받는 것
유유금공사猶鍮金共肆 마치 놋쇠와 금을 함께 벌여 놓고
광혹어세간誑惑於世閒 세상 사람을 속이고 미혹함과 같느니라.
우부습천지愚夫習淺智 어리석은 사람은 얕은 지혜 익혀
불해진실의不解眞實義 진실한 이치는 알지 못한 채
수어상사법受於相似法 비슷한 법을 받고서도
이작진법수而作眞法受 참된 법을 받았다 하네.
시고당심제是故當審諦 그러므로 마땅히 이치 살펴서
관찰진법률觀察眞法律 참다운 법과 율을 관찰해야 하나니
유여련금사猶如鍊金師 마치 저 金을 단련하는 사람이
소타이취진燒打而取眞 달구고 두드려 순금을 취하듯 해야 하리라.
부지제경론不知諸經論 모든 經論을 알지 못하면
시즉비힐혜是則非黠慧 그것은 곧 지혜가 아니니
불응설소응不應說所應 마땅히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고
응작불응견應作不應見 마땅히 봐야 할 것은 보지도 않는구나.
당작평등수當作平等受 마땅히 평등하게 받아들이고
구의여설행句義如說行 글귀의 이치대로 설하고 행해야 하나니
집검무방편執劍無方便 방법을 모르고 칼을 잡으면
즉반상기수則反傷其手 도리어 그 손을 다치느니라.
사구불교편辭句不巧便 말이나 문자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기의난료지其義難了知 그 뜻을 밝게 깨치기 어렵나니
여야행구실如夜行求室 마치 밤중에 방을 찾으러 다닐 때
댁광막지처宅曠莫知處 집이 넓어 그곳을 알 수 없는 것 같네.
실의즉망법失義則忘法 이치를 잃으면 곧 법을 잊고
망법심치란忘法心馳亂 법을 잊으면 마음이 어지럽다.
시고지혜사是故智慧士 그러므로 저 지혜로운 사람은
불위진실의不違眞實義 진실한 이치를 어기지 않느니라.”
설사교계이說斯教誡已 이렇게 훈계하여 마치신 뒤에
지어파파성至於波婆城 파파성波婆城에 이르시자
피제력사중彼諸力士衆 저 모든 力士들
설종종공양設種種供養 갖가지 공양을 베풀어 받들었네.
시유장자자時有長者子 기명왈순다其名曰純陁
그때 순다純陀라 이름 하는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청불지기사請佛至其舍 부처님을 청해 그 집에 모시고
공설최후반供設最後飯 최후의 공양을 마련해 올렸네.
반식설법필飯食說法畢 공양을 끝내고 설법을 마치신 뒤
행예구이성行詣鳩夷城 구이성鳩夷城으로 가셔서
도어궐궐하度於蕨蕨河 궐궐강[蕨蕨河]과 희련강[凞連河]
급희련이하及熙連二河 두 강을 건너가셨네.
피유견고림彼有堅固林 그곳엔 안온하고 한적한
안은한정처安隱閑靜處 견고림堅固林이 있었다.
입금하세욕入金河洗浴 금강[金河]에 들어가 목욕하시자
신약진금산身若眞金山 그 몸은 마치 眞金山 같았네.
고칙아난타告勅阿難陁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분부하시어
어피쌍수간於彼雙樹閒 저 사라쌍수沙羅雙樹 사이를
소쇄령청정掃灑令淸淨 물 뿌려 청소하고 깨끗하게 한 뒤에
안치어승상安置於繩牀 승상繩牀을 준비하라 하셨네.
오금중야시吾今中夜時 “나는 오늘 밤 자정에
당입어열반當入於涅槃 마땅히 열반에 들리라.”
아난문불교阿難聞佛教 아난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기새이심비氣塞而心悲 기가 막히고 마음이 비통했다네.
행읍이봉교行泣而奉教 울다 걷다 하면서도 분부 받들어
포치흘환백布置訖還白 준비를 마치고 돌아와 아뢰었네.
여래취승상如來就繩牀 여래께서는 승상에 나가시어
북수우협와北首右脅臥 북쪽으로 머리 두고 오른쪽으로 누웠네.
침수루쌍족枕手累雙足 팔을 베개 삼고 두 발을 포개셨는데
유여사자왕猶如師子王 그 모양 마치 師子王 같았네.
필고후변신畢苦後邊身 괴로움이 다한 마지막 몸은
일와영불기一臥永不起 한 번 눕자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네.
제자중위요弟子衆圍遶 제자들이 모두 주위를 둘러싸고
애탄세안멸哀歎世眼滅 “세상 눈이 없어졌다”며 슬프게 탄식했네.
풍지림류정風止林流靜 바람은 멎고 숲과 물은 고요하며
조수적무성鳥獸寂無聲 새와 짐승들은 죽은 듯 소리 없네.
수목즙루류樹木汁淚流 나무들은 모두 눈물을 줄줄 흘리고
화엽비시령華葉非時零 꽃과 잎사귀는 제때도 아닌데 떨어졌네.
미리욕인천未離欲人天 탐욕 여의지 못한 사람과 하늘들은
실개대황포悉皆大惶怖 모두 크게 두려워하였네.
여인유광택如人遊曠澤 마치 사람이 넓은 못에서 놀다가
도험미지촌道險未至村 길이 험해 마을까지 이르지 못했을 때
단공행부지但恐行不至 다만 거기까지 가지 못할까
심구형총총心懼形悤悤 마음만 두렵고 몸은 바쁜 것 같았네.
여래필경와如來畢竟臥 여래는 마지막으로 누우시어
이고아난타而告阿難陁 아난다에게 분부하셨네.
왕고제력사往告諸力士 “너는 가서 저 力士들에게 알려라.
아열반시지我涅槃時至 내 열반할 때가 이미 이르렀으니
피약불견아彼若不見我 그들이 만일 나를 보지 못하면
영한생대고永恨生大苦 오래도록 한恨이 되어 큰 고통 생기리라.”
아난수불교阿難受佛教 아난은 부처님 분부 받고
비읍이수로悲泣而隨路 슬피 울면서 길을 따라가
고피제력사告彼諸力士 그 모든 역사들에게 알렸네.
세존이필경世尊已畢竟 “세존께선 이제 목숨 마치려 한다.”
제력사문지諸力士聞之 모든 역사들 그 소리 듣고
극생대공포極生大恐怖 매우 큰 두려움 생겼네.
사녀분치출士女奔馳出 사내도 아낙네도 모두 달려와
호읍지불소號泣至佛所 울부짖으며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네.
폐의이산발弊衣而散髮 찢어진 옷에 흩어진 머리털
몽진신류한蒙塵身流汗 먼지 쓴 몸에는 땀을 흘리고
호통예피림號慟詣彼林 통곡하며 저 숲으로 나아갔는데
유여천복진猶如天福盡 마치 하늘 복이 다한 것 같았네.
수루례불족垂淚禮佛足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 발에 예배할 때
우비신위숙憂悲身萎熟 근심과 슬픔으로 몸은 시들었네.
여래안위설如來安慰說 여래께서 위로하며 말씀하셨네.
여등물우췌汝等勿憂悴 “너희들은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말라.
금응수희시今應隨喜時 지금은 마땅히 기뻐할 때이거늘
불의생우척不宜生憂慼 근심하고 슬퍼함은 올바르지 않느니라.
장겁지소규長劫之所規 오랜 劫을 두고 꾀하던 바를
아금시획득我今始獲得 나는 이제야 비로소 얻었노라.
이도근경계已度根境界 모든 감관[根]의 경계를 이미 건너니
무진청량처無盡淸涼處 다 함 없는 시원하고 맑은 곳이네.
리지수화풍離地水火風 흙ㆍ물ㆍ불ㆍ바람을 여의고
적정불생멸寂靜不生滅 지극히 고요하고 나고 멸하지 않아
영제어우환永除於憂患 영원히 걱정 근심 버렸거늘
운하위아우云何爲我憂 어찌하여 나를 위해 근심하는가.
아석가도산我昔伽闍山 나는 옛날 가사산伽闍山에서
욕사어차신欲捨於此身 이 몸을 버리고자 하였으나
이본인연고以本因緣故 그 전생에 지은 인연 때문에
존세지어금存世至於今 세상에 살아 지금에 이르렀네.
수사위취신守斯危脆身 위태롭고 연약한 이 몸 보호함이
여독사동거如毒蛇同居 독사와 함께하는 것 같았는데
금입어대적今入於大寂 이제야 큰 고요함에 들어
중고연이필衆苦緣已畢 온갖 괴로운 인연 이미 끝났느니라.
불부갱수신不復更受身 다시는 뒷몸을 받지 않기에
미래고장식未來苦長息 미래의 괴로움 영원히 쉬었으니
여등불부응汝等不復應 너희들은 마땅히 다시금 나를 위하여
위아생공포爲我生恐怖 두려움 내지 않아야 한다.”
력사문불설力士聞佛說 그 역사들은 부처님께서
입어대적정入於大寂靜 대열반[大寂靜]에 드신단 말 듣고
심란이목명心亂而目冥 마음은 어지럽고 눈은 어두워
여도대흑암如睹大黑闇 큰 암흑세계를 보는 것 같았네.
합장백불언合掌白佛言 그들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불리생사고佛離生死苦 “부처님께서 나고 죽는 괴로움 떠나
영지적멸락永之寂滅樂 영원히 적멸寂滅의 즐거움에 드신다 하니
아등실흔경我等實欣慶 저희들은 실로 기뻐하고 경하 드립니다.
유여피소사猶如被燒舍 마치 저 불타는 집에서
친종성화출親從盛火出 불 속에서 어버이를 구한 것 같으니
제천유환희諸天猶歡喜 모든 하늘들도 기뻐하겠거늘
하황어세인何況於世人 하물며 이 세상 사람이겠습니까.
여래기멸후如來旣滅後 그러나 여래께서 멸도滅度하시고 나면
군생무소도群生無所睹 중생들은 다시는 뵐 길이 없어
영위어구호永違於救護 영원히 구호를 받을 수 없으리니
시고생우비是故生憂悲 그러므로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입니다.
비여상인중譬如商人衆 마치 저 商人의 무리들이
원섭어광야遠涉於曠野 멀리 빈 벌판을 건너갈 때
유유일도사唯有一導師 오직 한 사람의 길잡이 있었으나
홀연중도망忽然中道亡 도중에 갑자기 길잡이를 잃은 것 같아
대중무소호大衆無所怙 대중들은 더 이상 믿을 데가 없으니
운하불우비云何不憂悲 어찌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겠습니까.
현세자증지現世自證知 현세에서 스스로 깨달아 알아
도일체지견睹一切知見 일체를 알고 본 이 만났으면서
이불획승리而不獲勝利 그러고도 뛰어난 이로움 거두지 못하면
거세소응소擧世所應笑 온 세상의 비웃음을 받을 터이니
비여경보산譬如經寶山 보배 산을 지나면서 어리석고 미련하여
우치수빈고愚癡守貧苦 가난의 괴로움을 고수하는 것 같으리라.”
여시제력사如是諸力士 이와 같이 그 모든 역사들
향불이비소向佛而悲訴 부처님을 향하여 슬피 하소연하니
유여인일자猶如人一子 마치 어떤 사람의 외동아들이
비소어자부悲訴於慈父 자비스런 아버지께 구슬피 하소연하듯 하였네.
불이선유사佛以善誘辭 부처님께서는 잘 다독거리는 말씀으로
현시제일의顯示第一義 제일가는 진리 나타내 보이시며
고제력사중告諸力士衆 저 모든 역사들에게 말씀하셨네.
성여여소언誠如汝所言 “참으로 너희들의 말과 같아서
구도수정근求道須精勤 도道를 구해 부지런히 힘쓰되
비단견아득非但見我得 비록 나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여아소설행如我所說行 내가 설한 법대로 실천하면
득리중고망得離衆苦網 온갖 괴로움의 그물 벗어날 수 있으리라.
행도존어심行道存於心 도道를 행하는 것은 마음에 달린 것
불필유견아不必由見我 굳이 나를 보는 데 있지 않느니라.
유여질병인猶如疾病人 마치 저 병을 앓는 사람이
의방복량약依方服良藥 처방에 따라 좋은 약 먹는 것 같다네.
중병자연제衆病自然除 온갖 병은 저절로 없어져
부대견의사不待見醫師 의사 만나길 기다릴 필요 없듯이
불여아설행不如我說行 내가 말한 그대로 행하지 않으면
공견아무익空見我無益 한낱 나를 보아도 이익 없을 것이네.
수여아상원雖與我相遠 비록 나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행법위근아行法爲近我 법대로 행하면 나와 가까울 것이네.
동지불수법同止不隨法 함께 있어도 그 법을 따르지 않으면
당지거아원當知去我遠 내게서 멀리 떠나는 것인 줄 안다네.
섭심막방일攝心莫放逸 마음을 거둬 잡아 함부로 놀지 말고
정근수정업精勤修正業 꾸준히 힘써 바른 업을 닦아라.
인생어세간人生於世閒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장야중고박長夜衆苦迫 긴긴 세월 온갖 고통 핍박받나니
요동부자안擾動不自安 어지럽게 흔들려 스스로 편안하지 못한 것
유약풍중등猶若風中燈 마치 바람 앞에 등불과 같구나.”
시제력사중時諸力士衆 그때 그 모든 역사들
문불자비교聞佛慈悲教 부처님의 자비스런 가르침 듣고
내감이수루內感而收淚 마음으로 감동해 눈물 거두며
강자억지귀强自抑止歸 스스로 감정 억제하고 돌아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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