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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장아함경長阿含經

제 3귄 2. 유행경遊行經 ②

<장아함경長阿含經> 제 3귄 2. 유행경遊行經 

2013-12-27 03:24:33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무리[衆]가 있다.

무엇을 여덟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찰리중刹利衆이요, 둘째는 바라문중婆羅門衆이며, 셋째는 거사중居士衆이요, 넷째는 사문중沙門衆이며,

다섯째는 사천왕중四天王衆이요, 여섯째는 도리천중忉利天衆이며, 일곱 번째는 악마중[魔衆]이요,

여덟째는 범천중梵天衆이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내가 찰리중과 왕래하며 함께 앉아 있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눈 일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정진한 선정[定]의 힘으로 모든 것을 마음대로 잘 나타내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좋은 빛깔이 있으면 내 빛깔은 그들보다 더 훌륭하게 나타냈고 그들에게 묘한 소리가 있으면 내 소리는 그들보다 더 나았다.

 

그들은 나를 피해 물러갔지만 나는 그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이면 나도 말할 수 있음은 물론 그들이 말할 수 없는 것까지도 나는 다 말할 수 있었다.

 

아난아,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는 내가 거기서 사라지면 그들은 내가 하늘인지 사람인지를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범천 무리들에게 수없이 오고 가면서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였지만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기이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었던 일을 능히 이처럼 성취하셨군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미묘하고 희한한 법이야말로 아난아,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들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이 법을 성취하였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능히 受가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想이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觀이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을 안다.

 

이것은 곧 여래의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고 일찍이 없었던 법이다.

너는 마땅히 받아 가져야 한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향탑香塔으로 가자.”

►중각강당重閣講堂(kūṭāgāra sāll)으로 되어 있다.

이는 본래 보통 명사이나 여기에서는 특별히 비사리성毗舍離城 미후지獼猴池 근처 숲에 있던 강당을 지칭한다.

 

거기에 이르러서 곧 어느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향탑 부근에 있는 비구들에게 두루 알려 강당으로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모두 모이게 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중들이 이미 모였습니다.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 곧 강당에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러한 법을 몸소 체험하여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다.

이른바 4念處ㆍ4意斷ㆍ4神足ㆍ4禪ㆍ5根ㆍ5力ㆍ7覺意ㆍ성현팔도聖賢八道가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법 가운데서 서로 화합하고 존경하고 순종하며 다투거나 송사를 일으키지 말라.

내 법 가운데서 힘써 공부하면서 함께 맹렬히 정진하고 함께 즐기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라.

나는 이런 법들을 몸소 체험하여 그대들에게 널리 드러내었다.

 

이른바 관경貫經ㆍ기야경祇夜經ㆍ수기경受記經ㆍ게경偈經ㆍ법구경法句經ㆍ상응경相應經 ㆍ본연경本緣經ㆍ천본경天本經ㆍ광경廣經ㆍ미증유경未曾有經ㆍ증유경證喩經ㆍ대교경大敎經이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잘 받아 지니고 헤아리고 분별하여 일을 따라 수행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머지않아 지금부터 석 달 뒤에는 반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하여 제 몸을 땅에 던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이다지도 빨리, 부처님께서 멸도 하신단 말인가?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다니 우리들은 이제 망해 버렸구나.”

 

또 어떤 비구는 슬피 울면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몸부림치며 울부짖으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것은 마치 두 동강 난 뱀이 꿈틀거리고 헤매며 갈 곳을 알지 못해 하는 것과 같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만두라.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하늘이나 땅이나 사람이나 모든 물질은 한 번 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有爲]들을 변하여 바뀌지 않게 하려 해도 그것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은혜와 사랑은 무상한 것이요, 한 번 모인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다.

이 몸은 내 소유가 아니요, 이 목숨은 오래가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자재로워서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리라.

대중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이 뜻을 말하노라.

 

나는 이미 늙은 나이라 남은 목숨이 얼마 안 되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으니 이제 마땅히 목숨 버리련다.

 

생각에 방일放逸함이 없게 하고 비구의 계율을 다 갖추며

스스로 마음을 거두어 잡아 그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라.

 

만일 내가 가르친 법에서 방일하지 않는 사람은

능히 괴로움의 근본을 끊으리니 나고 늙고 죽는 고통 사라지리라.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훈계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늘의 악마 파순은 아까 내게 와서 이렇게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시옵소서.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 하십시오.'

 

나는 대답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부처는 스스로 그 때를 알고 있다.

반드시 나의 모든 비구들이 모이고 또 나아가서는 모든 하늘들까지도 두루 신통을 보아야만 하리라.'

 

파순은 다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 니련선 강가에 있는 아유파니구율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을 때 저는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에 아무런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 하십시오.>

 

그 때 여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나는 스스로 그 때를 안다.

여래는 아직 멸도하지 않으리라.

반드시 나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 다 신통 변화를 보게 하고 나서야 멸도하리라.

 

이제 여래의 제자들은 이미 다 모였고 나아가 하늘신과 사람들까지도 신통과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멸도 하십시오.'

 

나는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 때를 알고 있느니라.

나는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석 달 뒤에 나는 분명히 반열반에 들 것이다.'

 

그 때 악마 파순이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시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드시 멸도하실 것이다.'

 

악마는 기뻐 뛰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나는 차바라탑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三昧에 들어 목숨을 유지해 주던 온갖 인연이 되는 요소[壽行]를 버렸다.

 

바로 그 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 털이 곤두섰다.

부처가 큰 광명을 놓자 두루 비치어 그 빛은 끝이 없었고 어두운 지옥까지도 그 광명을 받아 서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게송으로 말했느니라.

 

유위와 무위 두 가지 행위 중에 나는 이제 有爲를 버리고

안으로 三昧를 오로지하여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이 했네.

 

그 때 현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여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멸도에 들지 마시고 1劫 동안만 더 머물러 계시옵소서.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사람들과 하늘을 이익 되게 하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아난이 이렇게 세 번을 간청하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正覺道를 믿느냐?”

 

아난이 대답했다.

“예, 저는 진실로 부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네가 만일 믿는다면 너는 왜 세 번이나 나를 귀찮게 하느냐?

너는 직접 부처에게서 듣고 직접 부처에게서 받기를 '능히 4神足을 닦아 익히되 항상 생각하여 잊지 않는 자들은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죽지 않고 1겁을 더 넘게 살 수 있다.

 

부처는 4신족을 이미 많이 닦아 익혔고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죽지 않고 1겁이 넘게 여기 머무르며 세상을 위해 어둠을 없애고 이익을 주며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하였느니라.

 

그런데 그 때는 왜 멸도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청하지 않았느냐?

내 말을 두 번만 들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세 번이나 듣고도 너는 '1겁이나 혹은 1겁 이상을 이 세상에 머물러 계시면서 세상을 위하여 어둠을 없애주고 많은 이익을 주며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소서' 라고 왜 내게 권해 청하지 않았느냐?

 

이제야 그런 말을 하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으랴?

내가 세 번이나 기미[相]를 나타내 보였는데 너는 세 번이나 잠자코 있었다.

너는 그 때 왜 내게 '여래께서는 1겁이나 혹은 1겁 이상을 더 머물러 계시면서 세상을 위해 어둠을 없애주고 많은 이익을 얻게 해 주십시오' 라고 청하지 않았느냐?

 

그만두라, 아난아.

나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

이미 버렸고 이미 뱉은 이상 여래가 스스로 한 말을 어기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유하건대 부귀한 長者가 음식을 땅에 뱉었다면 그것을 기꺼이 도로 집어먹으려 하겠느냐?”

 

“아닙니다.”

 

“여래도 또한 그렇다.

이미 버리고 이미 뱉었는데 어떻게 다시 거짓말을 하란 말이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암바라菴婆羅 마을로 가자.”

 

아난이 곧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발지국을 경유하여 암바라 마을에 이르러 어느 숲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을 위해 계ㆍ정ㆍ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선정을 얻으면 큰 果報를 얻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얻으면

큰 과보를 얻으며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지면 등해탈等解脫을 얻어 3漏인 욕루欲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를 다하게 된다.

 

해탈을 얻고 나면 解脫智가 생겨남과 죽음을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이 이미 확고해지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쳐서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암바라 마을에서 적당히 머무시다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威儀를 차려라.

내가 장차 첨바瞻婆 마을ㆍ건다揵茶 마을ㆍ바리바婆梨婆 마을을 거쳐 부미負彌성으로 가리라.”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가는 길은 발지국을 경유하여 다른 성에 들렸다가 부미성 북쪽에 있는 시사파尸舍婆숲에 도착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너희들에게 네 가지 큰 교법敎法을 설명하리라.

자세히 듣고 들어라.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하나이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여러분,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 분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한 헐뜯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虛實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本末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요,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면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賢士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라.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라. 부디 버리지 말라.'

 

이것이 첫 번째 큰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현자들이여,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화합한 승단에서 견문이 많은 長老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 분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고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장로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라.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라. 부디 버리지 말라.'

 

이것이 두 번째 큰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수지受持하고 계율을 수지하고 율의律儀를 수지한 많은 비구들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 분들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요,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많은 비구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 하면 내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하여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라.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더니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라. 부디 버리지 말라.'

 

이것이 세 번째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수지하고 계율을 수지하고 율의를 수지한 어떤 비구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것도 아니요,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어떤 비구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난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라.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더니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마땅히 힘써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라. 부디 버리지 말라.'

 

이것이 네 번째 큰 교법이니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부미성에서 적절하게 계실 만큼 계시다가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파바波婆성으로 가자.” ►Pv이며 말라족末羅族의 도성都城이었다.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간 길은 말라末羅를 경유하여 파바성의 사두원闍頭園에 이르렀다.

►Malla이며 본래 종족의 이름이었는데 나중에 국명으로 바뀌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16종족 중 하나이다. 이 종족의 탄생지가 곧 구시갈성拘尸竭城이다.

 

당시 工師子 周那는 부처님께서 말라를 거쳐 그 성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옷을 장식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았다.

►kammra-putta이며 '건축가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혹은 '대장장이의 아들'이라고 번역한 곳도 있다.

►Cunda이며 순다純陀 또는 순다淳陀로도 쓴다.

 

그 때 부처님께서 주나를 위하여 설법하고 교화하셨으며 가르침을 베풀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해 주셨다.

주나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곧 부처님께 청했다.

“내일은 저희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주나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가서는 그날 밤으로 공양을 준비했다.

 

이튿날 시간이 되자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하고 알려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법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그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주나는 곧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치고 따로 전단 나무 버섯[栴檀樹耳]을 지졌다.

►기생하는 버섯을 말한다. 북전장경北傳藏經에는 모두 부처님께서 전단수이栴檀樹耳를 잡수시고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팔리본에는 skara maddava를 잡수시고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다. 불음佛音의 注에 의하면 여러 학설이 있는데 첫째 늙지 않은 야생 羊의 맛있는 고기, 둘째 부드러운 밥에 우유를 섞어 만든 음식, 셋째 말린 야생 돼지고기라는 세 가지 설이 있다.

 

그 버섯은 아주 진귀한 것이므로 오직 세존 한 분께만 드렸다.

부처님께서 주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버섯을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말라.”

 

주나는 그 분부를 받고 감히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못하였다.

당시 그 대중 가운데에 늘그막에 출가한 한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다른 그릇에다 그 음식을 조금 얻어먹었다.

그 때 주나는 대중의 공양이 끝난 것을 보고는 발우와 식기를 모두 거두었다.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나서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감히 여쭈옵니다.

크고 거룩한 지혜를 가지신 분이시고 바르게 깨달은 분,

두 가지를 구족하신 분이시며 마음을 잘 다루어 항복받은 분이시여,

이 세상에는 몇 종류의 사문이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그대가 질문한 사문은 보통 네 종류가 있다.

그들의 뜻과 취미 각각 다르니 너는 그것을 분별해 알라.

 

첫 번째는 도를 행함이 특별히 뛰어난 이

두 번째는 도의 뜻을 잘 설명하는 이

세 번째는 도를 의지해 생활하는 이

네 번째는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 이이다.

 

어떤 것을 도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하고 도의 뜻을 잘 설명한다고 하며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하고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 하는가.

 

능히 은혜와 사랑의 가시밭 건너 열반에 들되 의심이 없고

하늘과 사람의 길 훌쩍 벗어나면 이것을 도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한다.

 

제일의 진리 그 뜻을 잘 알아 도에는 더러움과 때 없음을 설명하고

어질고 자비스럽게 사람의 의심 풀어주면 이것을 도를 잘 설명한다고 한다.

 

법의 글귀를 훌륭히 연설하고 도를 의지해 스스로 살아가며

더러움 없는 곳을 멀리 바라보면 이것을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한다.

 

속으로는 간사하고 삿된 마음 품고서 겉으로만 청백한 듯 모양 꾸미며

거짓과 속임으로 성실하지 못하면 이것을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고 한다.

 

어떤 이를 선과 악이 함께 있으며 깨끗함과 더러움이 뒤섞인 자라 하는가.

겉으로 아름다움 드러난 듯하지만 마치 구리쇠에 금칠한 것 같은 자라네.

 

속인들은 마침내 그 모습 보고 聖智의 제자라 부르는구나.

그러나 다른 이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니 맑고 깨끗한 믿음 버리지 말라.

 

어떤 사람은 대중을 거느리되 속은 흐리면서 겉은 깨끗해

간사한 흔적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러므로 얼핏 겉모양 보고 한눈에 곧 존경하고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취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 때 주나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차근차근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대중들은 부처님을 에워싸 모시고 돌아갔다.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등병을 앓고 있다. 너는 자리를 깔아라.”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그 때 아난은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주나가 후회하고 한탄하지는 않더냐?

만일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주나가 비록 공양을 바쳤지만 그것은 아무 복도 이익도 없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공양을 받으시고 곧 반열반을 취하시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라. 그런 말 말라. 이제 주나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수명을 얻고, 좋은 몸을 얻으며, 힘을 얻고, 좋은 명예를 얻으며, 살아서는 많은 財寶를 얻고, 죽으면 하늘에 태어나 하고자 하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가 처음 도를 이루었을 때 공양을 베푼 자와 부처가 멸도할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 가서 주나에게

'주나여, 나는 친히 부처님에게서 듣고 나는 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해 주어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그의 집으로 찾아가 주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직접 부처님에게서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얻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으셨을 때에 공양을 베푼 자와 멸도하실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주나는 집에서 공양을 올리고서 비로소 이런 말씀 처음 들었네.

여래의 병환이 더욱 심하여 목숨이 이제 끝나려 한다고.

 

비록 전단 버섯을 먹고서 그 병세 더욱 심해졌지만

병을 안으신 채 길을 걸어서 천천히 구이성拘夷城으로 향해 가셨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조금 걸어가시다가 어떤 나무 밑에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등병의 통증이 너무 심하구나. 자리를 깔아 다오.”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여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아난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아라한 제자 복귀福貴구이나갈성拘夷那竭城에서 파바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복귀(Pukkus)가 “lrassa klmassa svako” 즉 아라라가라마阿羅邏迦羅摩의 제자弟子로 되어 있다.

►8kusinra이며 앞에서는 구이성拘夷城이라 하고 뒤의 문장에서는 구시성拘尸城이라 하였다.

 

도중에서 나무 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는데 그 용모가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며 마음[意]을 잘 다스려 최상이요 제일가는 寂滅을 얻은 모습이었다. 마치 큰 龍과 같고 맑고 깨끗해 더러움이 없는 물과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곧 즐겁고 기쁘고 착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집을 떠나 수행하는 사람이 맑고 깨끗한 곳에서 한가히 지냄을 즐기는 것은 매우 기특한 일입니다.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가도 그것을 듣거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언젠가 저의 스승께서는 구이나갈성과 파바성 중간쯤 되는 곳의 길 가 나무 밑에서 고요히 앉아 계셨습니다.

그 때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지만 그는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제 스승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조금 전 수레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보지 못했소.'

 

'소리는 들었습니까?.'

'듣지 못했소.'

 

'당신은 분명 여기에 있었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있었습니까?'

'여기 있었소.'

 

'당신 정신이 멀쩡합니까?'

'제정신이오.'

 

'당신은 깨어 있었습니까, 자고 있었습니까?'

'자지 않았소.'

 

그 때 그 사람은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이 일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집을 나와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을 한곳에 모아 정진하는 것이 이와 같구나.

저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다니.'

 

그리고는 곧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조금 전 500대의 수레가 이 길을 따라 지나갔습니다.

그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도 오히려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소리를 듣겠습니까?'

 

곧 스승에게 예배하고는 기뻐하면서 떠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마음대로 대답해보라.

 

많은 수레가 진동하며 지나갔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과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되느냐?”

 

복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천만 대의 수레 소리라 한들 어찌 우레 소리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수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언젠가 아월阿越촌을 유람하면서 어떤 초막에 있었다.

그 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뇌성과 함께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때 나는 초막에서 나와 거닐며 經行하고 있었다.

그 군중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내게 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한 뒤 나를 따라 경행하였다.

나는 알면서도 일부러 그에게 물었다.

 

'저 대중들이 저렇게 모여 무엇을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깨어 계셨습니까,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나는 이곳에 있었고 자지도 않았다.'

 

그 때에 그 사람은 '부처님처럼 선정[定]을 얻은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뇌성벽력 소리가 온 천지에 요란한데 혼자 고요히 선정에 들어 깨어 계시면서도 듣지 못하시다니' 하고 감탄하고는 곧 나에게 말했다.

 

'아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 뇌성과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중들이 모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곧 법의 기쁨을 얻어 내게 예배하고 떠나갔느니라.”

 

그 때 복귀는 백천 냥의 가치가 있는 황금빛 나는 두 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 옷을 세존께 바칩니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옷 한 벌은 내게 주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어라.”

 

그 때 복귀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한 벌은 여래에게 바치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주셨다.

 

그 때 복귀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차근차근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그를 이롭게 해 주시고 기쁘게 해 주셨다.

즉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애욕은 큰 재앙이요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가장 큰 번뇌로서 장애가 될 뿐이니 이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복귀의 마음이 기쁨에 차고 부드러워져 모든 와 전이 없어지고 쉽게 교화될 줄을 아셨다.

►10전纏이 있다. 개蓋와 전纏 모두 번뇌를 지칭한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대로 곧 복귀를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를 연설해 주셨다.

 

그러자 복귀는 信心이 맑고 깨끗해졌는데 마치 흰 천이 쉽게 염색되는 것처럼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괴로움을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法眼이 생겼다.

그래서 법을 깨닫고 법을 얻어 결정코 바르게 머물러 나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스님들에게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그는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돌아다니시며 교화하시다가 파바성에 오시게 되거든 원하옵건대 뜻을 굽히시어 저희 촌락에 들러주소서.

왜냐 하면 저희 집에 있는 모든 음식과 의복과 침구류와 탕약을 세존께 바치고 싶어서입니다.

만일 세존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우리 집안은 안락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말은 참 훌륭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복귀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그러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기뻐하면서 떠났다.

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난이 곧 황금빛 옷을 여래에게 올렸다.

여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입으셨다.

 

그 때 세존의 용모는 조용하였고 위엄의 광명이 불꽃처럼 빛났으며 모든 감관[根]은 청정하였고 얼굴빛도 화열和悅하셨다.

아난은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부처님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었지만 지금껏 부처님 얼굴이 저토록 광택이 있고 황금빛을 내는 것은 뵌 적이 없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었으나 아직까지 부처님 얼굴의 광명이 황금처럼 빛나는 것은 뵌 적이 없습니다.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원하옵건대 그 까닭을 들려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인연이 있을 때 여래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다.

 

첫 번째는 부처가 처음으로 도를 얻어 위없는 정진正眞의 깨달음을 이룬 때요,

두 번째는 멸도하기 위해 생명을 버리고 반열반에 드는 때이다.

 

아난아, 이 두 가지 인연이 있을 때 여래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니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황금빛 옷은 찬란하게 빛나고 부드럽고 곱고 깨끗하구나.

복귀가 그 옷을 나에게 바쳤나니 백호白毫의 광명 눈처럼 희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내가 목이 마르구나. 물을 먹고 싶으니 너는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이 아뢰었다.

“조금 전에 上流에서 500대의 수레가 물을 건너갔습니다.

그 흐려진 물이 아직 맑아지지 않아 발은 씻을 수 있어도 마실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분부하셨다.

“아난아,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이 아뢰었다.

“구손拘孫강이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해 마실 수도 있고 목욕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에 雪山에 살면서 불도를 독실히 믿는 귀신이 있었다.

그는 곧 발우에다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맑은 물을 떠다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여덟 가지 음성으로 아난에게 물을 가져오라 하였네.

►팔종범음성八種梵音聲이라고도 한다. 이는 여래의 청아한 음성이 여덟 가지 수승한 공덕을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

여덟 가지 공덕은 극호음極好音ㆍ유연음柔軟音ㆍ화적음和適音ㆍ존혜음尊慧音ㆍ불녀음不女音ㆍ불오음不誤音ㆍ심원음深遠音ㆍ불갈음不竭音이다.

 

나는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다.

물을 마시고 구시성拘尸城으로 가자.

 

부드럽고 온화하고 맑은 그 음성 말을 하면 사람 마음 즐겁게 한다네.

곁에서 나를 시봉하는 아난은 이내 부처에게 이렇게 말하네.

 

조금 전에 500대의 수레가 강을 건너 저 언덕으로 갔습니다.

그것이 이 물을 흐려 놓아 마시면 몸에 이롭지 않나이다.

 

구손강은 여기서 멀지 않고 그 물은 참으로 맑고 시원하니

거기 가시면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또 몸소 목욕도 할 수 있나이다.

 

설산에 사는 어떤 귀신이 여래에게 물을 가져다 바치니

그 물을 마신 뒤에 힘이 솟아나 여러 대중 앞에서 사자 걸음 걸었네.

 

그 강은 신룡神龍이 사는 곳 맑고 깨끗해 더러움 없네.

성인은 雪山같은 얼굴빛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구손강 건너리.

 

 

그 때 세존께서는 곧 구손강으로 가시어 물을 마시고 또 목욕도 하신 뒤에 대중들과 함께 거기서 떠나셨다.

가시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쉬다가 주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승가리僧伽梨를 네 겹으로 접어 여기에 깔아라. 나는 등이 아파 잠깐 쉬고 싶구나.”

►3衣 가운데 대의大衣이다. 3의는 승가리僧伽梨ㆍ안타회安陀會ㆍ울다라승鬱多羅僧이다.

 

주나가 분부를 받고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 앉으셨다.

주나는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적절한 때인 줄을 알라.”

 

이에 주나는 곧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에 들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가 구손강에 이르러보니 맑고 시원하며 더러움 없었네.

사람 중에 높은 이 물에 들어가 목욕을 마친 뒤 저 언덕으로 건너갔네.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 되는 주나에게 명령하였네.

나는 지금 몹시 피곤하니 너는 속히 자리를 깔아라.

 

주나가 이내 분부를 받고 네 겹으로 옷을 접어 자리를 깔자,

여래는 이내 거기서 쉬었고 주나는 앞에 나와 앉아서 곧 세존께 말하였네.

 

저는 멸도에 들고자 합니다.

사랑도 없고 또 미움도 없는 곳 저는 이제 그곳으로 가렵니다.

 

바다처럼 한량없는 공덕을 지닌 가장 훌륭한 이 그에게 말하였네.

너는 너의 할 일을 이미 마쳤으니 지금이 바로 적절한 때인 줄 알라.

 

부처가 이미 허락한 것 보고 주나는 몇 곱으로 정진을 더해

모든 行을 남김없이 멸했으니 기름이 다한 등불 꺼지듯 하였네.

 

그 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장례葬禮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잠자코 너의 할 일이나 생각하라.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원해 처리할 것이다.”

 

그 때 아난은 다시 세 차례나 거듭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뒤 장례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례의 법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이 하라.”

 

아난이 또 아뢰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먼저 향탕香湯으로 몸을 씻고 새 무명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붓는다. 다음에는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鐵槨]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 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闍維한다.

 

►jhpeti의 음역으로 사비야유闍毘耶維ㆍ야순耶旬ㆍ다비茶毘라고도 쓴다.

소연燒燃ㆍ소신燒身ㆍ분소焚燒라고 한역하며 화장火葬한다는 뜻이다.

 

화장을 마친 뒤에는 사리舍利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法王의 탑을 보게 하여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한다.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하여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sarira이며 설리라設利羅 또는 실리라室利羅라고도 쓰고 신골身骨 혹은 유골遺骨로 한역한다.

►탑塔 꼭대기에 세우는 당간幢竿을 말한다. 찰刹은 찰다라刹多羅(kṣetra)의 준말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세존에게 말했네.

여래께서 이제 멸도하시고 나면 마땅히 어떤 법으로 장사지내야 합니까.

 

아난아, 너는 우선 잠자코 네가 행할 일이나 잘 생각하라.

이 나라의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즐거이 처리하리라.

 

아난이 이렇게 세 번 청하자부처는 전륜왕의 장례법을 말했네.

여래의 몸을 장사지내려 하거든 천으로 싸서 관곽棺槨에 넣고

네거리에는 탑묘塔廟를 세워 중생을 이익 되게 하라.

그것을 예배하는 모든 사람은 무량한 복을 모두 얻으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에는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으로 공양할 만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여래如來로써 마땅히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울 만하다.

두 번째는 벽지불辟支佛이요,

세 번째는 성문聲聞들이요,

네 번째는 전륜왕이다.

 

아난아, 이 네 종류의 사람은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을 공양할 만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울 만한 자로는

첫 번째는 부처님 다음은 벽지불과 성문聲聞

그리고 전륜성왕 그는 사역四域을 다스리는 임금이다.

 

이 넷은 마땅히 공양 받을 만하기에 여래께서 말씀하셨네.

부처님과 벽지불 그리고 성문 그 다음은 전륜왕의 탑이라고.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구시성 말라의 쌍수雙樹 사이로 가자.”

 

“예.”

 

아난은 곧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에워싸고 길을 걸어갔다.

그 때 구시성에서 파바성으로 가던 한 범지梵志가 있었다.

 

도중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부처님의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였다.

이 모습을 본 그는 곧 기쁨이 넘치고 착한 마음이 일어났다.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옵건대 구담瞿曇이시여, 그 마을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소서.”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너는 이제 나에게 이미 공양하였다.”

 

그 때 범지는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부처님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다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내 뒤에 있다. 너는 그에게 네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아난에게 나아가 인사를 한 뒤 한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옵건대 구담께서는 그곳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범지여, 그대는 이미 우리에게 공양하였소.”

 

범지가 세 번이나 간청하자 아난이 다시 대답하였다.

“지금은 날이 너무 덥고 또 그 마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 몹시 피곤해 하시니 수고롭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 사정을 판단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깨끗한 눈[淨眼]인 부처가 길을 걷다 몹시 지쳐 쌍수로 향하는데

범지가 멀리서 부처를 보고는 곧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가까우니 가엾이 여기시어 하룻밤만 머무소서.

이른 아침에 공양을 올리리니 그것 받으시고 저 성으로 향하소서.

 

범지여 내 몸이 몹시 피곤한데 길마저 멀어서 들릴 수 없구나.

저 시봉하는 자 내 뒤에 있으니 그에게 너의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고 곧 아난의 처소로 갔다네.

오직 원컨대 저희 마을로 가시어 이른 아침에 공양 받고 떠나소서.

 

아난은 말했네. 그만두오. 그만두오.

지금은 날이 더워 갈 수 없소.

 

세 번을 청하고도 원을 풀지 못하자 범지의 마음은 안타깝고 답답했네.

아아, 이 세계의 모든 有爲法 흘러 변하고 항상 머물지 않나니

이제 나는 저 두 나무 사이에서 번뇌가 없어진 몸 아주 없애리.

 

부처와 벽지불 그리고 성문들 일체는 모두 반열반에 들어가나니

무상은 가리는 것 없어서 마치 불이 산 숲을 태우듯 하네.

 

그 때 세존께서는 구시성으로 들어가 말라족의 本生處인 쌍수 사이를 향해 가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쌍수 사이에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는 북쪽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냐 하면 내 법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대장경에는 '북北'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남南'으로 되어 있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자리를 깔았다.

그 때 세존께서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쪽 옆구리를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 때 쌍수 사이에 살면서 부처님을 독실히 믿던 귀신은 때 아닌 꽃을 땅에 흩뿌렸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쌍수의 신들은 때 아닌 꽃을 나에게 공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면 어떤 것을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법을 받아 그 법을 잘 행하면 그것을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가 쌍수 사이에서 옆으로 누우니 마음이 어지럽지 않네.

마음 깨끗한 나무 神이 부처 위에 꽃을 뿌렸네.

 

아난이 부처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을 공양이라 합니까.

법을 받음과 법을 행함과 깨달음의 꽃을 공양이라 하느니라.

 

수레바퀴만한 자금紫金의 꽃을 부처님께 뿌려도 공양 아니요

陰ㆍ界ㆍ入에 나[我]라는 것 없다 함이 에 나[我]라는 것 없다 함이 바로 첫째가는 공양이 되느니라.

 

 

그 때 범마나梵摩那는 부처님 앞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물러가라. 내 앞에 있지 말라.”

►Upavna이며 비구의 이름이다. 부처님을 가까이에서 시봉했던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러자 아난은 잠자코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이 범마나는 항상 부처님의 측근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왔다.

그는 반드시 여래를 존경하여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제 부처님께서는 최후에 다다르셨다.

마땅히 그가 지켜보도록 해야 할 텐데 물러가라 하시니 무슨 까닭일까?'

 

그래서 아난은 곧 옷을 가지런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범마나는 언제나 부처님 곁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부처님을 공경하고 부처님을 뵈옵기 싫증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최후이십니다.

마땅히 그가 부처님을 지켜보도록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물러가라 명령하시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구시성 밖 12유순은 모두 大神天들이 사는 집으로서 빈틈이 전혀 없다.

이 모든 大神들이 이 비구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왜냐 하면 '지금은 부처님께서 최후를 맞이하여 곧 멸도에 드시려 하고 있으니 우리들 모든 신은 부처님을 한 번 뵈옵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비구는 큰 위엄과 덕이 있어 그 광명이 눈부셔 우리들이 부처님을 친근하고 예배하고 공양할 수 없게 하는구나' 라고 말하고들 있기 때문이다.

 

아난아,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명령하여 물러가라고 한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거룩한 비구는 원래 어떤 덕을 쌓았고 어떤 행을 닦았기에 지금 그런 위엄과 덕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91겁 전에 이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비바시였다.

그 때 이 비구는 환희심으로 손수 풀로 횃불을 만들어서 그 탑을 비추었다.

이 인연으로 지금 그의 위엄 있는 광명이 위로 28天에 사무치고 모든 하늘 신의 광명이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 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보잘것없이 작은 성, 거칠고 허물어진 땅에서 멸도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보다 큰 나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첨파瞻婆대국ㆍ비사리국ㆍ왕사성王舍城ㆍ바기婆祇(跋祇)국ㆍ사위舍衛국ㆍ가유라위迦維羅衛ㆍ바라나국 등이 있습니다.

 

►탄생하신 곳으로 가비라위迦毘羅衛ㆍ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蘇都ㆍ가비라迦毘羅라고도 하고 황두거처黃頭居處ㆍ묘덕妙德ㆍ창색蒼色이라고 한역한다.

 

그 땅에는 백성들도 많고 불법을 즐겨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반드시 그 사리를 잘 공경하고 공양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런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땅을 보잘것없는 곳이라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옛날 이 나라에 大善見이라는 왕이 있었다.

이 성은 당시 이름이 구사바제拘舍婆提였고 대왕의 도성都城으로서 길이는 480리 너비는 280리 였다.

 

그 당시 천하게 여길 정도로 쌀과 곡식이 풍성했고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하였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고 성을 둘러싼 난간도 또한 일곱 겹이며 무늬를 아로새기고 조각[刻]하고 사이사이 마다 보배 방울을 달았다.

 

그 성은 기초의 깊이가 세 길에 높이는 열두 길이었다.

성 위의 누각은 높이 열두 길에 기둥 둘레는 세 길이었다.

 

금성金城에는 은문銀門, 은성에는 금문, 유리성에는 수정문, 수정성에는 유리문을 달았다.

그 성 주위는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고 사이사이 마다 난간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금다락에는 은방울을 은다락에는 금방울을 달았다.

 

보배 참호도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우발라화ㆍ발두마화ㆍ구물두화ㆍ분다리화 등의 연꽃이 피어 있었고 밑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으며, 사잇길 양쪽에는 다린多隣20)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tla이며 고송수高竦樹라고 한역하는데 즉 패엽貝葉(貝多羅葉)을 말한다.

 

금나무에는 은잎과 은꽃과 은열매요, 은나무에는 금잎과 금꽃과 금열매며, 수정나무에는 유리꽃과 유리 열매요, 유리나무에는 수정꽃과 수정열매가 열렸다.

 

다린나무 사이에는 여러 욕지浴池가 있었는데 그 물은 맑고 깊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었고 네 가지 보배 벽돌로써 그 가장자리를 둘러놓았다.

 

금사다리에는 은발판, 은사다리에는 금발판, 유리 사다리의 층계는 수정으로 발판을 만들고 수정 사다리의 층계는 유리로 발판을 만들었다.

 

에워싼 난간은 빙 둘러 서로 이어져 있었고 그 성의 곳곳에는 다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금나무에는 은잎ㆍ은꽃ㆍ은열매요, 은나무에는 금잎ㆍ금꽃ㆍ금열매며, 수정 나무에는 유리꽃ㆍ유리 열매요, 유리 나무에는 수정꽃ㆍ수정열매가 열렸다.

 

나무 사이에는 또 네 가지 보배 못이 있는데 네 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거리와 골목은 잘 정돈되어 줄이 서로 맞았고 바람이 불면 온갖 꽃들이 길가에 어지럽게 흩날렸다.

실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보배 나무에 불어오면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 나왔는데 마치 하늘 음악 같았다.

 

그 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로 더불어 그 나무 사이에서 놀면서 스스로 즐겼다.

그 나라에는 언제나 열 가지 소리가 있었으니 고동소리ㆍ북소리ㆍ소고소리ㆍ노래소리ㆍ춤소리ㆍ악기소리ㆍ코끼리소리ㆍ말소리ㆍ수레소리, 음식을 먹으면서 장난하고 웃는 소리가 그것이었다.

 

그 때에 대선견왕에게는 7寶가 갖추어져 있었고 또 왕은 4德이 있어 4天下의 주인이었다.

 

어떤 것을 7보라 하는가?

첫 번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두 번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세 번째는 감마보紺馬寶이고, 네 번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 번째는 옥녀보玉女寶이고, 여섯 번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 번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선견대왕은 금륜보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왕은 언제나 보름날 달이 밝을 때면 香湯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올라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에워싸여 있는데 저절로 輪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고 광택이 구족했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 물건이 아니었다.

순금으로 되어 있었고 바퀴의 직경은 14척이었다.

 

대선견왕은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일찍이 덕이 높은 노장에게서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머리에 물을 부어 새로이 왕이 된 찰리족刹利族의 왕이 보름날 달이 밝을 때 향탕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자들이 둘러싸고 金輪이 스스로 갑자기 앞에 나타난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으며 광택이 난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 물건이 아니며, 순금으로 되어 있고, 바퀴의 직경은 14척이다.

이와 같으면 곧 그를 전륜성왕이라 한다.>

 

이제 이 바퀴가 나타난 것도 그런 일이 아닐까?

이제 나는 이 윤보輪寶를 시험해 보리라.'

 

그 때 대선견왕은 곧 4을 모으고 금륜보金輪寶를 향해 오른 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금륜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굴러 항상한 법칙을 어기지 말라.'

►2거느리는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을 말한다.

 

수레바퀴는 곧 동으로 굴렀다.

그 때 선견왕은 곧 4병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랐고 금륜보 앞에서는 네 神이 인도하였다.

수레바퀴가 멈출 때에는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 때에 동방의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곡식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곡식을 담아 왕에게 찾아 와서 머리 숙여 절하고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이 동방의 토지는 기름지고 풍성하며 백성들도 불꽃같이 왕성합니다.

백성들은 성질이 어질고 온화하며 자애롭고 효성스러우며 충성스럽고 유순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여기서 나라를 다스려 주십시오.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시며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선견대왕은 그들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해 마쳤소.

다만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되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며 온 나라 안에 법답지 못한 일이 없게 하시오.

이렇게 하는 것이 곧 내가 다스리는 법이라오.'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가르침을 받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수레바퀴가 가는 곳마다 모든 국왕들이 각각 그 국토를 바치는 것이 동방의 여러 작은 왕들과 같았다.

 

이 때에 선견왕은 금륜을 따라 4海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道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다시 본국 구사파성으로 돌아왔다.

 

그 때 금륜보는 궁문 위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대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이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금륜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백상보白象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正殿에 올라가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상보象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났다.

그 털은 새하얗고 일곱 군데[두 손바닥ㆍ두 발바닥ㆍ양 어깨ㆍ정수리]가 편편하며, 힘은 능히 날아다닐 만했다.

그 머리는 잡색이고 여섯 어금니는 가늘고 곧았으며 순금으로 사이가 메워져 있었다.

 

그 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코끼리는 순하고 영리하다.

만일 잘 길들일 수 있는 자만 있다면 타고 다니기에 좋을 것이다.'

 

곧 시험해 훈련시켜 보니 모든 능력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 때 선견대왕은 자신이 코끼리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것을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와 4海를 두루 돌았는데 식사시간 쯤에는 벌써 돌아와 있었다.

 

그 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흰 코끼리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백상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마보馬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맑은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마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몸은 검푸른 빛이었고 갈기와 꼬리는 붉었으며 머리와 목은 코끼리와 같았고 힘은 능히 날아다닐 만하였다.

►'두경여상頭頸如象'으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두경여마頭頸如馬'로 되어 있다.

 

그 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말은 온순하고 영리하다.

만일 잘 길들일 수 있는 자만 있다면 타고 다니기에 적당할 것이다.'

 

곧 시험해 훈련시켜 보니 모든 능력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 때 선견왕은 자신이 마보를 시험하고자 곧 그 위에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가 4해를 두루 돌았는데 식사시간 쯤에는 벌써 돌아와 있었다.

 

그 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검푸른 말은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감마보紺馬寶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신주보神珠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신주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탕과 빛은 맑고 투명하며 흠도 티도 없었다.

 

그 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구슬은 묘하고 좋다.

만일 광명을 내뿜으면 이 궁전 안을 비출 것이다.'

 

그 때 선견왕은 이 구슬을 시험하고자 곧 4병을 불러 이 보배 구슬을 높은 깃대 위에 두었다.

어두운 밤에 깃대를 들고 성을 나서자 그 구슬 광명은 모든 군사들을 마치 대낮처럼 비추었다.

또 군사들 바깥으로도 두루 뻗치어 1유순由旬까지 비추었다.

그 때 성중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대낮인 줄 착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 때 선견왕은 이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제 이 신비한 구슬은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신주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옥녀보玉女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옥녀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안색은 조용하고 얼굴은 단정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으며 검지도 희지도 않고 억세지도 여리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차가웠으며 온몸의 털구멍에서는 전단의 향기가 나고 입에서는 우발라優鉢羅꽃 향기가 났다.

 

말씨는 부드럽고 연하며 거동은 편안하고 상냥하였으며 먼저 일어나고 뒤에 앉는 등 그 예의범절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선견왕은 맑고 깨끗해 집착이 없어 마음속에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았거늘 하물며 다시 친근 하려 했겠는가?

 

그 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옥녀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옥녀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거사보居士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거사 장부가 갑자기 스스로 나타났는데 그들의 보물 창고에는 저절로 쌓인 財寶가 한량없이 많았다.

거사가 과거에 지은 복으로 얻은 눈은 능히 땅 속에 묻혀 있는 보물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주인이 있는 것인지 주인이 없는 것인지 다 보아 알았다.

 

주인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가져다가 왕에게 주어 쓰게 했다.

 

그 때 거사보가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재물이 필요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마련하겠습니다.'

 

그 때 선견왕은 거사보를 시험하고자 곧 명령해 배를 준비하게 하여 배를 타고 나가 놀다가 왕이 거사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황금이 필요하다.

너는 빨리 내게 황금을 가져오라.'

 

거사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잠깐만 기다리소서.

곧 언덕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왕은 또 재촉했다.

'나는 여기서 쓸 데가 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오라.'

 

그 때 거사보는 왕의 엄한 명령을 받고 곧 배 위에 꿇어앉아 오른손으로 물속을 더듬었다.

물속에서 보물이 든 병이 손을 따라 나왔다.

 

마치 벌레가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같이 그 거사보도 역시 그러하여 손을 물속에 넣으면 보물은 손을 따라 올라왔고 어느새 배에 가득했다.

 

그래서 왕에게 아뢰었다.

'조금 전 쓸 재물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필요합니까?'

 

선견왕이 거사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나는 필요 없다.

아까는 그저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너는 이제 내게 공양해 마쳤다.'

 

그 때 그 거사는 왕의 말을 듣고 곧 모든 보물을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 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거사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거사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주병보主兵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주병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지혜와 꾀가 있고 씩씩하고 용맹스럽고 영특한 지략으로 혼자 서 일을 결단하였다.

 

그는 곧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토벌討罰할 일이 있으시다면 걱정하지 마소서.

제가 스스로 처리하겠습니다.'

 

선견왕은 주병보를 시험하고자 곧 4병을 모아 놓고 그에게 명령했다.

'너는 지금 이 군사를 부려 보아라.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라.

아직 경계를 엄하게 하지 못한 자는 엄숙하게 하고 이미 경계를 엄하게 한 자는 풀어 주라.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멈추게 하라.'

 

주병보는 왕의 말을 듣고 곧 4병을 부려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었다.

아직 경계를 엄하게 하지 않은 자는 경계를 엄하게 하고 이미 경계를 엄하게 한 자는 풀어 주었다.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멈추게 하였다.

 

그 때 선견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주병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아난아, 이것이 선견전륜성왕이 7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아난아, 어떤 것을 네 가지 神德이라 하는가?

첫 번째는 오래 살고 일찍 죽지 않음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요,

두 번째는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음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요,

세 번째는 얼굴 모양이 단정함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고,

네 번째는 보물 창고가 가득 참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전륜왕이 성취한 7보와 4공덕이라 한다.

 

아난아, 그 때에 선견왕은 오랫만에 수레를 타고 뒷동산으로 놀러 나가 곧 마부에게 말했다.

'너는 수레를 잘 몰아 편안하고 조용하게 가라.

왜냐 하면 나는 국토와 인민이 안락하여 근심이 없는가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다.'

 

길에 늘어서 왕의 행차를 보던 백성들도 시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좀 더 천천히 가시오.

우리는 거룩한 왕의 위엄스런 모습을 자세히 뵙고 싶소.'

 

아난아,

그 때에 선견왕은 백성들을 사랑해 기르기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듯이 하였고, 국민들이 왕을 사모하기는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우러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보물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원컨대 받아 주시어 마음대로 써 주소서.'

 

그 때에 왕은 대답했다.

'그만두어라, 백성들이여.

내게는 보물이 있다. 그대들이나 써라.'

 

또 어느 때 왕이 '내가 지금 궁전을 지어야 겠다'고 생각하면 백성들은 왕에게 와서 각각 아뢰었다.

'저희들이 이제 왕을 위하여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이 대답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의 공양을 받은 것으로 하겠다.

내게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충분한 재물이 있다.'

 

그 때 백성들은 되풀이해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도 왕과 함께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이 백성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뜻에 따르리라.'

 

그 때 백성들은 왕의 허락을 얻자 곧 8만 4천 대의 수레에 금을 싣고 와서 구사파성에 법전法殿을 지었다.

그러자 도리천의 묘장천자妙匠天子는 생각했다.

'오직 나만이 능히 선견왕과 같은 정법전正法殿을 세울 수 있다.'

 

아난아, 그래서 묘장천은 정법전을 지었는데 길이는 60리, 너비는 30리이며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다.

밑바닥 기초는 평평하고 반듯하였으며 일곱 겹의 보배 벽돌로 그 계단을 쌓았다.

 

그 법전의 기둥은 8만 4천 개였는데 금 기둥에는 은주두銀株頭, 은 기둥에는 금주두, 유리와 수정으로 된 기둥의 주두도 또한 그러했다.

 

법전의 둘레를 에워싼 사방의 난간은 모두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고 네 개의 섬돌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다.

 

그 법전 위에는 8만 4천개의 보배 누각이 있는데 금누각에는 은으로 창을 만들고 은누각에는 금으로 창을 만들었으며 수정과 유리 누각의 창도 또한 그러했다.

 

금누각에는 은평상을 두고 은누각에는 금평상이 두어 곱고 부드러운 금실로 짠 자리를 그 위에 깔았다.

수정과 유리 누각의 평상도 또한 그러했다.

그 법전의 광명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했는데 마치 태양이 너무 밝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았다.

 

선견왕은 혼자서 생각하였다.

'내 이제 이 법전의 좌우에 다린동산의 연못[多隣園池]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 못을 만드는데 길이와 너비는 각각 1유순이나 되었다.

 

또 생각했다.

'이 법전 앞에는 법못[法池]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 그것을 만드는데 길이와 너비는 각각 1유순이었다.

그 물은 맑고 깨끗하고 조촐하여 더러움이 없었다.

 

네 가지 보배 벽돌로 그 바닥과 벽을 쌓았고 연못 사방에는 난간을 둘렀는데 모두 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의 네 가지 보배를 합해 만들었다.

그 못물 가운데에는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다리꽃 등 갖가지 꽃이 피어 미묘한 향기를 내어 사방에 풍겼다.

►'파두마화波頭摩華'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모두 '발두마화鉢頭摩華'로 되어 있다.

 

그 못 4면의 육지에도 꽃이 피어났으니 아혜물다阿醯物多꽃ㆍ첨복瞻蔔꽃ㆍ파라라波羅羅꽃ㆍ수만타須曼陀꽃ㆍ파사가婆師迦꽃ㆍ단구마리檀俱摩梨꽃들이었다.

 

사람을 시켜 못을 맡아보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목욕하며 시원함을 즐기고자 하면 그들의 뜻에 따라주었다.

마실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마실 것을 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주었으며 衣服이나 車馬나 香華나 財寶도 사람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았다.

 

아난아, 그 때 선견왕에게는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寶珠로 고삐를 만들었는데 제상왕齊象王이 제일이었다.

 

또 8만 4천 마리의 말이 있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보주로 고삐를 만들었는데 그 중에 力馬王이 제일이었다.

 

또 8만 4천 대의 수레가 있었다.

사자 가죽 고삐에 네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금륜보金輪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명의 구슬이 있었는데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이었으며 8만 4천 명의 玉女가 있었는데 玉女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居士寶가 제일이었으며 8만 4천 명의 찰리가 있었는데 主兵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개의 城이 있었는데 구시파제拘尸婆提성이 제일이었고 8만 4천 개의 궁전이 있었는데 正法殿이 제일이었다.

8만 4천 개의 다락이 있었는데 大正樓가 제일이었고

8만 4천 개의 평상이 있었는데 모두 황금과 백은 등 온갖 보배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그 위에는 곱고 부드러운 담요와 털자리를 깔았다.

 

8만 4천 억 벌의 옷이 있었는데 초마의初摩衣ㆍ가시의迦尸衣ㆍ겁파의劫波衣가 제일이었고 8만 4천 가지 음식이 날마다 차려졌는데 그 맛은 각각 달랐다.

 

아난아,

그 당시 선견왕은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 중에서 제일가는 제상齊象을 타고 이른 아침에 구시拘尸성을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다.

 

8만 4천 마리 말 중에서 제일가는 力馬寶를 타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다.

 

8만 4천 대의 수레 중에 제일가는 金輪車에 역마보를 메어 타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으며

 

8만 4천 가지 神珠 중에 제일가는 신주보로써 궁전 안을 비추어 밤낮으로 언제나 환하게 밝았다.

8만 4천 명의 玉女 중에 제일가는 착하고 현명한 옥녀보가 그 좌우에서 시중들었고

8만 4천 명의 居士가 있었으니 재물을 쓸 일이 있으면 거사보에게 맡겼다.

8만 4천 명의 찰제리가 있었으니 토벌할 일이 있으면 주병보에게 맡겼고,

8만 4천 개의 성을 다스리는 도읍은 항상 구시성拘尸城으로 하였다.

 

8만 4천 개의 궁전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正法殿이었고

8만 4천 개의 누각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大正樓였다.

8만 4천 개의 자리 중에서 왕이 항상 앉는 자리는 파리좌頗梨座였으니 선정에 들기에 편안했기 때문이었으며

8만 4천억 벌의 옷은 제일 묘한 보배로 장식했는데 아무렇게나 입는 것은 부끄럽기 때문이다.

8만 4천 가지 음식 중에서 왕이 항상 먹는 것은 자연반自然飯이었으니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가 왕의 앞에 나타나 때로는 뛰고 밟아 서로 충돌해 중생을 다치게 한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 때 왕은 생각했다.

'이 코끼리들이 자주 찾아오면 손상되는 것이 많겠구나.

지금부터는 100년에 한 마리씩 나타나는 것만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차례로 100년에 한 마리씩만 나타났고 차례가 다 돌아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