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도和陶 도시陶詩에 화답하여
1) 화연명음주시和淵明飮酒詩 20首
도연명의 음주시에 화답하여 20首를 짓다
其一
첨피옥상조瞻彼屋上鳥 지붕 위의 저 새를 바라보노니
고시장안지鼓翅將安之 나래 치며 앞으로 어딜 가려나?
세도다험희世道多險巇 세상살이 험난함이 많고도 많으니
앙시희황시仰視羲皇時 우러러 복희 시절 생각해 보네.
원언문불상願言文不喪 원컨대 이 글이 안 없어져서
사도상재자斯道常在玆 사도斯道가 여기에 항상 있게 하소.
세무주여공世無周與孔 세상에 주공·공자 없으셨다면
부임진아의敷袵陳我疑 부구敷求하고 옷깃 닮에 내 의심해라.
이의막아지已矣莫我知 아서라, 나 아는 이 없다 하고서
취취인부지取醉人扶持 술 취하니 사람들이 붙들어 주네.
►‘험준할 희巇’ (同字)희隵. 𡾟, 𡾞, 隵. 험준險峻하다. 틈, 틈새. 빈틈.
‘옷섶 임袵’ (同字)임衽. 𢂧, 衽, 䇮
1. 옷섶(깃 아래쪽에 달린 길쭉한 헝겊)
2. 솔기(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지을 때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
3. 자락, 치맛자락(치마폭의 늘어지거나 드리워진 부분)
其二
아재고반간我在考槃澗 내 시내서 악기 타며 즐겨하는데
궐미비북산蕨薇肥北山 고사리는 북산에서 살쪄 가더라.
하사장거옹何事長裾翁 무슨 일로 긴 옷 입은 저 늙은이는
일세다공언一世多空言 한 세상에 빈 말을 많이 하였나?
사문이적요斯文已寂寥 사문斯文은 이미 쓸쓸해져서
광의지기년曠矣知幾年 텅 빈 것 알은 지 몇 해이던가?
수인천재하誰人千載下 누가 천년 뒤 오늘에 있어
사속수사전似續洙泗傳 사수泗洙의 연원을 이을까 보냐?
►장거옹長裾翁 공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락 거/의거할 거裾’ (옷의변 의衤) + (살 거居)
자락(옷이나 이불 따위의 아래로 드리운 넓은 조각) 거만倨慢하다. (목을)빳빳이 하다. 곧다. 의거依據하다.
►사문斯文 유교儒敎의 도의나 또는 문화를 말한다.
►사수泗洙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사수泗水와 수수洙水 두 강江을 말하는 것인데 유교儒敎를 달리 일컫는 말.
사수와 수수가 공자孔子의 고향 가까이에 있었으므로 생긴 말이다.
其三
대도기불행大道旣不行 대도大道는 이미 세상에 행하지 아니하니
수여서중정誰與抒中情 뉘와 더불어 속마음을 펴볼 건가?
주가거천려酒可祛千慮 술만은 모든 근심 풀을 만하니
불고신후명不顧身後名 사후의 이름일랑 돌보지 않네.
자작부자음自酌復自飲 제가 붓고 제가 또 마셔버리며
소요환평생逍遙歡平生 즐겁게 한평생을 소일하누나.
이견도리화已見桃李花 복숭아 꽃· 오얏 꽃 보고 나니
홀이추풍경忽爾秋風驚 어느새 가을바람에 놀라게 되네.
염염시대서冉冉時代序 덧없이 시절은 바뀌어 가는데
엄류공무성淹留空無成 머물러서 헛되이 성공만 없네.
其四
명성하찬찬明星何粲粲 밝은 별은 어찌 그리 빤짝이는가?
월상오작비月上烏鵲飛 달이 뜨자 까막까치 날아드누나.
반봉명서당蟋蟀鳴西堂 귀뚜라미 서쪽 당에서 울고 있으니
세모공자비歲暮空自悲 세모에 부질없이 슬퍼 만지는구나.
황부추야장况復秋夜長 더욱이 가을밤은 길어만 가니
정서다의의情緖多依依 정서에 안타까움 많고 많으네
류후종적송留侯從赤松 장량張良은 적송자赤松子를 따라가고
연명부래귀淵明賦來歸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 지었네.
봉혜부봉혜鳳兮復鳳兮 봉황이여 봉황이여! 또 봉황이여
운하덕지쇠云何德之衰 어찌하여 그 덕이 쇠하였다 하오?
차거청산중且去靑山中 나 또한 靑山 속으로 들어나 가서
소요종막위逍遙終莫違 소요逍遙하며 끝까지 아니 어기리라.
►귀거래사歸去來辭
진晉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의 현령이 되었을 때 郡의 長官이 속대束帶하고 拜謁하라고 함에 분개하여
“내 오두미五斗米의 俸給으로 인하여 허리를 굽히고 村의 小人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고
그날로 사직辭職하고 귀향歸鄕한 것을 적은 글이다.
其五
일모산갱혼日暮山更昏 날 저물자 산도 더욱 어두워지니
북림서작훤北林捿鵲喧 북쪽 숲에 깃든 까치 지저귀누나.
아차어조물我且語造物 내 또한 造物主께 말을 하노니
부성수물편賦性須勿偏 천성을 부여할 땐 편벽偏僻치 마오.
연명성기주淵明性嗜酒 도연명은 천성이 술을 즐겼고
반량심애산潘閬深愛山 반량潘閬은 매우 산을 사랑하였네.
나여취명정那如醉銘酊 어찌하여 같을 소냐? 술에 취함이
벽산망왕환碧山忘往還 푸른 산에 들어가 오고 감을 잊음과
차중유진취此中有眞趣 이 가운데 참된 흥취 있는 그것을
ᆞ일일수여언ᆞ一一誰與言 하나하나 누구와 말하여 보리?
►반랑潘閬(?-1009)
송宋나라 대명大名 사람. 자호는 소요자逍遙子다.
일찍이 낙양洛陽에서 약을 팔고 살았다.
태종 지도至道 초에 시를 잘 지어 부름을 받아 황제를 만나고 진사 급제가 하사되어 國子博士에 임명되었다.
나중에 왕계은王繼恩의 옥사에 연루되자 망명하여 달아났다.
진종眞宗 때 체포되었지만 용서받고 저주참군滁州參軍에 기용되었다.
시풍은 청경쇄탈淸勁灑脫하고 낙락落落한 풍치가 있어 왕우칭王禹偁과 소식蘇軾이 모두 칭찬했다.
저서에 <소요집逍遙集>이 있다.
섬서陜西에 와서 화산華山의 경치를 몹시 사랑해서 읊은 시가 유명하다.
고애삼봉삽태허高愛三峯揷太虛 화산의 세 봉우리 공중에 솟은 것을 사랑해
앙두음망도기려昻頭吟望倒騎驢 머리 쳐들고 보느라 나귀를 거꾸로 탔네.
미학승표열未學乘颷列 열자列子가 바람 타고 날아다님을 못 배웠으니
공희애화반空希愛華潘 부질없이 반랑이 화산을 사랑한 것같이 산을 그리워하네
/석원감釋圓鑑 <고열음苦熱吟>
其六
중인경훤효衆人競喧囂 여러 사람 다투어 시끄러운 건
비비여시시非非與是是 그른 것과 옳은 것 그것뿐이라.
시지상여예是之相與譽 옳으면 서로서로 칭찬을 하고
비지상여훼非之相與毁 그르다면 서로서로 헐뜯는다네.
대도기륜몰大道旣淪沒 큰 도가 이미 벌써 사라졌으니
훼예공명이毀譽功名爾 칭찬과 헐뜯음도 功名일 뿐일세.
계이신추기誡爾慎樞機 그대에게 추기樞機를 삼가라 하노니
발언수불기發言須不綺 발언에는 모름지기 기담綺談하지 마오.
其七
추풍하처처秋風何凄凄 가을바람 왜 그리 차기만 한가?
미상점국영微霜粘菊英 무서리가 국화꽃에 담뿍 내렸네.
하인철기영何人掇其英 그 누가 국화꽃을 주우려 하여
숙연리세정倏然離世情 훌쩍 세상 인정을 떠나갈거나?
독조자지환獨鳥自知還 외로운 새 스스로 돌아옴을 알고
락일서산경落日西山傾 지는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졌네.
봉조상불하鳳鳥翔不下 봉황새는 날아서 내리지 않고
혼아접부경昏鴉接復驚 까마귀만 저물녘에 다시 놀라네.
묵묵차지지嘿嘿且止止 잠자코 또 잠잠히 그쳐 버리니
아이족평생我已足平生 나는 벌써 일평생이 넉넉하구나.
►‘주울 철掇’ (재방변扌=手) + (연할 철叕)
►‘날개 찢어질 소, 빠를 유, 빨리 나는 모양 숙翛’ (바 유攸) + (깃 우羽)
其八
송계각무정松桂却無情 솔과 계수桂樹 도리어 무정하지만
치위도리자恥爲桃李姿 도리桃李 모습 지음을 부끄러워하네.
동재역무심桐梓亦無心 오동 가래 또한 그 마음 없을 손가?
치위양류지恥爲楊柳枝 버들가지 되는 것은 부끄러우리라.
지인불고군至人不顧群 지인至人은 군중을 돌보지 않아
의기다괴기意氣多瑰奇 의기가 많이도 진기하여서
타사세인간唾謝世人間 속세의 인간과는 침 뱉어 끊고
창황언부위蒼黃焉復爲 창황하게 또 다시 무엇 하려나?
소이기린아所以麒麟兒 그러므로 기린의 새끼라 해도
여견양불기與犬羊不羈 견양犬羊과 더불어 구속 안 받네.
►불기不羈 남에게 아무 구속拘束을 받지 아니함. 남에게 매이지 아니함.
‘굴레 기/나그네 기羈’ (同字)기羇ㆍ기䩭.
(그물망머리部罒 그물의 벼리와 그물코의 모양)+ (가죽 혁革)+ (말 마馬)로 가죽 끈으로 말을 잡아 맴.
其九
조래불계관朝來不啓關 아침 돼도 닫은 문을 열지 않지만
시유풍자개時有風自開 때로는 바람 불어 와 절로 열리네.
주일와북창晝日臥北窓 낮에는 북창 밑에 누워 있으니 가히
가이관오회可以寬吾懷 내 마음 너그럽게 하는구나.
사여세상위事與世相違 일과 세상 서로가 어긋나가고
도여시다괴道與時多乖 도와 때도 흔히들 어그러지누나.
모자가이오茅茨可以娛 띠로 이은 오두막서도 즐길 수 있고
형문가이서衡門可以棲 싸리문 단 집에서도 살 수 있다네.
중인산아우衆人訕我迂 여러 사람 나를 오활하다 비방하기를
하불굴기니何不淈其泥 어찌 그 진흙탕을 흐리게 하지 않는가?
수연하리곡雖然下里曲 그렇지만 하리곡下里曲을 내가 가지고
불여양춘해不與陽春諧 양춘곡陽春曲과 더불어 화해하지 않으리.
인위아능광人謂我能狂 남들은 나더러 잘 미친다 해도
아원인불미我願人不迷 내 소원은 남들이 안 홀리고져.
소이군자지所以君子志 그러므로 군자의 지조志操 말한다면
강강난가회剛强難可廻 굳세고 강하여 돌리기 어렵다오.
►헐뜯을 산訕 꾸짖다, 헐뜯다, 나무라다
►흐릴 굴淈 흐리다. 어지러워지다. 다하다, 없어지다
►하리곡下里曲 시골의 속된 노래.
►양춘곡陽春曲 초楚나라 가곡歌曲의 이름.
其十
일락서산봉日落西山峰 해는 서산 봉우리로 떨어져 가고
월출동명우月出東溟隅 달은 동해 모퉁이로 올라오누나.
완적임의가阮籍任意駕 완적阮籍은 마음대로 수레 몰았으나
미면곡궁도未免哭窮途 궁한 길 통곡함을 면치 못하였네.
물고각유우物固各有遇 만물은 본래 제 각기 만남 있으니
수능추이구誰能箠以驅 뉘 능히 채찍질해 몰고 갈 건가?
행락차자진行樂且自盡 행락行樂도 스스로 다함 있지만
상심수유여賞心須有餘 상심賞心은 모름지기 여유 있다네.
시이무사인是以無事人 그러므로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야
적이상독거寂爾常獨居 고요하게 항상 홀로 거처한다오.
►완적阮籍 삼국시대三國時代 위魏나라 사람 우瑀의 아들. 자字 사종嗣宗.
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며 관官은 종사중랑從事中郞.
술을 매우 좋아하였고 영회시味懷詩 80 여 편을 남기었다.
其十一
책가물첩경策駕勿捷徑 말을 몰되 첩경捷徑으로 가지 말라.
안구수대도安驅須大道 안전하게 몰아서 大道로 가라.
대도령인수大道令人壽 대도는 사람을 수壽하게 하고
첩경령인로捷徑令人老 첩경은 사람을 늙게 한다네.
담탕좌불언淡蕩坐不言 담담히 온화하게 앉아서 말을 안 하니
탑연형여고嗒然形如槁 우두커니 섰는 모양 마른 나무인 듯
진기무소성進旣無所成 나아가도 벌써 이룬 일이 없으니
퇴장종오호退將從吾好 물러가서 내 좋아함 따르려 하네.
기기복조력騏驥伏皂櫪 기기騏驥는 외양간에 엎드렸음에
변화읍지보卞和泣至寶 변화卞和가 지보至寶라고 울었다 하네.
원언수아졸願言守我拙 원컨대 나만은 옹졸함 지켜
장왕산림표長徃山林表 영구히 산림 밖에 가서 살리라.
►기기騏驥 몹시 빨리 달리는 말. 현인賢人을 비유比喩(譬喩)하여 이르는 말.
‘준마 기騏’ ‘천리마 기驥’
►변화卞和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
변화가 寶玉을 얻어 楚王에게 바치자 거짓이라 하여 양 다리를 자르니 변화가 그 보옥을 품고 울었다고 한다.
►‘갈 왕徃’ (俗字, 本字)왕往. 가다. 보내다. 향向하다.
其十二
척교여구가跖蹻與丘軻 도척盜跖 장교莊蹻와 공자·맹자는
피차개일시彼此皆一時 피차에 모두 다 제 한 때이라.
급기운명괴及其運命乖 그 운명이 어그러짐에 이르러서는
성철유불사聖哲猶不辭 성철聖哲도 오히려 거절 안했네.
채국견남산採菊見南山 국화 뜯으며 남산을 바라보노니
청흥부재자淸興復在玆 맑은 흥취 또 다시 여기에 있네.
승화종귀진乘化終歸盡 승화乘化하고 마침내 다 돌아가니
지명차물의知命且勿疑 천명 알고 또 다시 의심 말아라.
소이군자심所以君子心 그러므로 군자들이 지닌 마음은
왕왕무자기汪汪無自欺 넓고 깊어 스스로 속임 없다네.
비여중류주譬如中流舟 비유하면 중류에 뜬 배와 같아서
가랑임소지駕浪任所之 물결 타고 가고 싶은 대로 간다오.
►도척盜跖•盜蹠
척跖은 척蹠으로도 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 賢人 대부大夫 유하혜柳下惠의 동생.
무리 9천 명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고 다니면서 제후諸侯를 공격하고 약탈해 나중에 도척으로 불렸다고 한다.
일설에는 황제黃帝 때의 대도大盜 이름으로 이 때문에 도척으로 불렸다고 한다.
공자를 위선자라고 비판 했다.
공자와 같은 성인과 대조되는 악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선을 행하는 사람은 순임금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고,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도척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순임금과 도척의 차이는 다른 것이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는가, 선을 추구하는가의 차이이다”/<맹자孟子 진심>上
태산泰山 기슭에서 사람의 간을 회로 썰어 먹었다 함/<장자莊子 잡편 도척雜篇盜跖>
안항침굉사일점顔巷枕肱食一簟 안회顔回는 누항陋巷에서 팔을 베고 한 도시락 밥을 먹었고
동릉주선포인간東陵晝膳脯人肝 도척은 동릉에서 낮에 사람의 간을 회를 쳐서 먹었네.
/이인로李仁老 <속행로난續行路難>
►장교莊蹻(장갹莊蹻) 초楚의 장갹莊蹻.
‘발돋움할 교/짚신 갹蹻’(발족 족𧾷) + (높을 교喬)
위수이혼혜謂隨夷溷兮 은殷 나라의 어진이 변수卞隨와 백이伯夷를 더럽다 하고
위척갹렴謂跖蹻廉 도척과 장갹을 청렴하다 하며
막야위둔혜莫邪爲鈍兮 막야 같은 명검을 무디다 하고
연도위섬鉛刀爲銛 납으로 만든 칼을 날카롭다 하네./가의賈誼 <조굴원부弔屈原賦>
척갹폭려跖蹻暴戾 도척이나 장갹은 모질고 악했지만
기도송무궁其徒誦無窮 그 부하 패거리들은 그 두 사람의 신의를 늘 칭송했다.
유차관지由此觀之 이로 미루어 본다면
절구자주竊鉤者誅 혁대 고리를 훔친 자는 처형되고
절국자후竊國者侯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든가
후지문인의존侯之門仁義存 비허언야非虛言也 인의란 항상 제후편에 있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다.
/<史記 권124 유협열전卷百二十四游俠列傳>
<목불견첩目不見睫>
눈은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남의 허물은 볼 줄 알아도 자신을 제대로 보지는 못함을 의미하는 말.
춘추시대 말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이 월越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였다.
이에 직언을 잘했던 현명한 신하 두자杜子가 알현하여 말했다.
"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월나라를 치려고 하십니까?"
장왕은 말했다.
"월나라는 정치가 혼란스럽고 군대가 약하기 때문이오."
이에 두자가 말했다.
신환지지지여목야臣患之智之如目也 "저는 지혜가 눈과 같은 것이 걱정입니다.
능견백보지외이불능자견기첩能見百步之外而不能自見其睫
눈으로 백보 너머의 사물은 볼 수 있으면서 자신의 눈썹은 보지 못합니다.
왕의 군대는 진秦나라와 진晉나라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수 백리의 땅을 잃었으니 군대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나라 안에 장교莊蹻란 자가 도적질을 일삼고 있는데 관리들이 막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정치가 혼란한 것입니다.
이 나라가 정치가 혼란하고 군대가 약한데도 월나라의 수하에 있지 않은데 오히려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니
이런 지혜는 눈이 눈썹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장왕은 정벌하려던 계획을 멈추었다.
한비韓非는 이 고사를 두고 말하였다.
지지난知之難 부재견인不在見人 재자견在自见
"아는 것의 어려움이란 다른 사람을 보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을 보는 데 있다."
즉 남의 허물을 보는 것은 쉬워도 자신의 허물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그러기에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 진정 명철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 유로喻老>
其十三
아본인외인我本人外人 내 본래 인간 밖의 사람으로
우심인외경偶尋人外境 우연하게 인간 밖의 경치 찾았네.
취향차도연醉鄉且陶然 취향醉鄕에서 기분 좋게 취하여
올이불원성兀爾不願醒 우뚝하게 깨어 있음 원치 않으오.
의기파자득意氣頗自得 의기는 퍽이나 자득自得했지만
동작무소령動作無所領 동작은 거느림이 없다 하시오.
차신혹소오此身或笑傲 이 몸은 어쩌다가 웃고 즐기나
차심상오영此心常悟穎 이 마음은 언제나 깨어 있다오.
앙시우주간仰視宇宙間 우러러 우주 간을 바라보노니
지리성환병至理誠煥炳 지리至理는 진실로 환히 밝더라.
►취향醉鄕 술이 거나하여 즐기는 별천지別天地.
►자못 파頗 (간체자)颇, (同字)叵, 𩑼. 자못. 꽤, 상당相當히. 매우, 퍽
其十四
만상영아모萬像盈我眸 만상萬像이 내 눈에 가득하지만
분분잡답지紛紛雜沓至 어지럽고 잡답雜沓함은 한이 없어라.
구아취향중驅我醉鄉中 나를 취향醉鄕 속으로 몰아넣고서
권아불사취勸我不辭醉 나에게 사양 말고 취함 권했네.
세인성차란世人醒且亂 세상 사람은 깨었어도 어지럽건만
여취실유차汝醉實有次 그대는 취하여도 차례 있다네.
성자변현황醒者辨玄黃 깨인 자는 천지[玄黃]를 불별 하지만
분분불족귀粉粉不足貴 어지러워 귀貴하다고 할 수가 없네.
여취와퇴연汝醉臥頹然 그대 취해 퇴연頹然하게 눕는다 해도
올오진유미兀傲眞有味 교만하고 주적거려 참맛이 있네.
其十五
세인애생업世人愛生業 세상사람 생업生業을 사랑하여서
구구점전댁區區占田宅 구구하게 밭과 집을 차지하지만
아취일배주我醉一杯酒 나는야 한 잔 술에 취해 가지고
림천지회적林泉知晦跡 임천林泉에 종적 감춘 것 알고 있다네.
정상천지간靜想天地間 가만히 천지간을 생각해 보니
인생불만백人生不滿百 인간 일생 백년도 차지 못하네.
방희록운빈方喜綠雲鬢 방금 푸른 구름머리 기뻐하다가
홀탄상화백忽歎霜華白 문득 서리 맞은 백발 한탄하누나.
방광수적의放曠須適意 구속 없음 모름지기 뜻에 맞으니
차일하족석此日何足惜 이날을 어찌하여 아깝다 하랴?
其十六
영일찬시사永日撰詩史 긴긴 날엔 시사詩史를 편찬하구요
등하수다경燈下修茶經 등불 밑선 다경茶經을 닦아 갑니다.
호고점지취好古漸知趣 옛 것 좋아 취미를 점점 알지만
박학무소성博學無所成 박학해도 성공한 것 하나 없다네.
분좌여산인分座與山人 자리를 산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퇴취동전경頹醉同田更 취해 누움 전경田更과 같이 하였네.
상우수후원霜芋收後園 서리 맞은 토란 후원에서 거둬들이자
추국영전정秋菊盈前庭 가을 국화 앞뜰에 가득하였네.
인이분잡훤人以紛雜喧 사람들은 분잡하게 지껄이는데
아이견백명我以堅白鳴 나만은 견백堅白 땜에 울고 있다네.
유유국선생唯有麴先生 오직 한 분 국선생麴先生이 여기 있어서
천고지아정千古知我情 천고에 내 뜻을 알아주누나.
►견백堅白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 공손룡公孫龍이 내어 건 일종의 궤변詭辨.
눈으로 돌을 볼 때에는 빛이 흰 것은 아나 굳은 것은 모르고
손으로 돌을 만질 때에는 그 굳은 것은 아냐 흰 것은 모른다.
따라서 견백석堅白石의 존재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개념의 논법으로서
시是를 비非라 비非를 시是라 동同을 이異라 이異를 동同이라고 우겨대는 변론이다.
견백동이지변堅白同異之辯을 말한다.
►국선생麴先生 술의 별명. <국선생전麴先生傳>/이규보李奎報(1168-1241)
其十七
이이산중운怡怡山中雲 화하고도 화한 것은 산중의 구름
범범숭란풍泛泛崇蘭風 흔들리고 흔들림은 숭란崇蘭의 바람
세관각유취細觀各有趣 자세히 살펴보니 제각기 취미 있어서
자락천지중自樂天地中 스스로 천지간에 즐거워하네.
차작아준주且酌我樽酒 내 두루미 술을 또 부어 마시되
불수지방통不須遲龐通 모름지기 방통龐通에 뒤지지 않네.
세간망여득世間亡與得 세상에서 잃고 또 얻는 것이란
흡사오호궁恰似烏號弓 까마귀가 활을 부름과 흡사하다네.
►방통龐通(龐統)
후한後漢 말기의 방덕공龐德公 즉 방공龐公은 평생 城 안으로 가 본 적이 없는 은사隱士로
유비가 謀士로 두었던 와룡선생臥龍先生 제갈량과 봉추鳳雛 방통龐統의 스승이다.
방통은 방공의 제자이자 방통은 또한 방공의 조카이기도 하였다.
성을 방龐 이름을 통統이라 했다.
대단한 인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단명한 탓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진수의 '정사 삼국지'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보다는 오히려 야사 등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그가 처음 유비의 아래에 들어가 뇌양현이라는 조그마한 고을을 맡아 다스릴 때의 이야기이다.
뇌양현에 부임한 방통은 매일 술만 마시며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이에 유비는 장비를 내려 보내 방통의 근무상태를 시찰하게 했다.
장비가 내려와 방통의 불량
한 근무상태를 지적하자 방통은 "그 동안 밀린 일이 있으면 이리 가져오라" 하며
불과 반나절 만에 밀린 일들을 전부 마무리 지었다.
장비가 그것을 보고 분명히 속임수가 있으리라 생각하여
방통을 시험하기로 마음먹고는 데리고 온 수행원 열명과 상의하여 방통을 찾아갔다.
방통의 앞에서 장비가
"내가 고소장을 올리겠소.
오른쪽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나의 쇠고기 다섯 근을 훔쳐 먹었고,
왼쪽에 있는 여덟 사람 중의 누군가가 내 장팔사모를 훔쳤소.
이것을 판결해 주시오." 라고 말하자
방통은 먼저 도부수를 시켜 오른쪽 두 사람의 배를 갈라서 쇠고기를 먹었는지를 확인하게 했다.
그러자 겁이 난 한 사람이 자백하고 말았다.
그리고 방통은 재차 여덟 장의 똑같은 크기의 종이를 들고
"이것은 신성한 종이이므로 물건을 훔친 사람이 손에 들면 길어지리라" 라고 말하며
여덟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각자 동헌 건물을 한 바퀴 돌고 오게 했다.
그러자 그 중 한 사람의 종이가 다른 사람보다 짧아져 있었다.
자신의 종이가 길어질 것을 염려하여 종이를 얼마간 잘라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을 모두 잡아낸 방통이 그들에게 태형을 내리려 하자 장비는
"방통 선생, 저들을 용서해주시오. 이것은 모두 내가 꾸민 일이오.
내가 선생을 시험해 보려고 했던 것이오. 선생의 재주가 이토록 높으신 줄을 미처 몰랐소이다." 라고 사죄하였다.
장비는 되돌아가서 유비에게 보고를 올렸다.
"방통은 비록 일을 밀렸으나 밀린 일을 반나절 만에 처리하고 아무리 난해한 문제라 할지라도 간단히 알아내니
이것은 가히 신의 재주와 통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장비의 보고를 들은 유비는 자신의 부덕을 한탄하며 방통을 모셔와 부군사 자리로 승격시켰다고 한다.
여기에서 신통방통神通龐統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방통의 재주를 칭송하는 말이었으나 차차 시간이 흐르며
'어떠한 일을 매우 대견하고 칭찬해 줄 만큼 훌륭히 해내다'라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iN ascallas님 답변
신통神通하다라는 말은 원래는 불교 용어로서
선정을 통한 수행으로 얻어지는 걸림 없이 자재한 초인적인 능력을 뜻하는 말입니다.
오신통이니 육신통이니 해서 수행을 많이 쌓으면 그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일반에 많이 쓰이면서 일단은 점이나 약효 같은 게 아주 영험하고 묘하다는 뜻으로 바뀌었죠.
무당이나 의사보고 신통하다고 한 겁니다.
더욱 일반화되어 훌륭한 일을 하거나 어려운 일을 잘 해내면 신통하다고 하게 되었고요.
어린 아이들이 기특한 일을 해도 신통하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쓸 경우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을 내기 위해서
'신통' 뒤에다 '방통'이라는 뜻 없는 말을 집어넣어 장단을 맞추었습니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비슷한 발음의 말을 집어넣어 운율을 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표현의 말로 세월아 네월아, 미주알고주알 등이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iN yyhome53님 답변
우선 신통神通의 뜻은 "신통력이 있다."이, 신통력神通力이란 "신과 통하는 능력"이지요.
방통旁通의 뜻은 '자세하고 분명하게 앎'입니다.
즉 신통방통의 뜻은 '신과 통하는 능력이 있어서 자세하고 분명하게 알고 있다'가 되겠지요.
여기에서 "신과 통한다"의 의미는 무속인들이 점을 치거나 궂을 하기 위해서는
신의 힘을 받아야 되는데 이것을 <신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 무당이 되면 "신이 내렸다." 또는 "신과 통했다."라고 하는 것이고요.
<신통방통>에서 유래되어 어떤 것을 잘 아는 사람을 <신통한 사람>
또는 <그 사람 참 신통방통하다>라고 말하게 된 것이지요.
►네이버 국어사전
신통神通방통하다 [형용사] 매우 대견하고 칭찬해 줄 만하다.
其十八
실지아자실失之我自失 잃어도 내 스스로 잃는 것이요
득지아자득得之我自得 얻어도 내 스스로 얻는 것이나
유유군자인唯有君子人 오직 군자인 사람에 있어서 만은
득실무소혹得失無所惑 득실에 미혹됨이 없을 것이네.
화복상의의禍福相依倚 화와 복은 서로가 의지하기를
유여마실새猶如馬失塞 새옹塞翁의 실마失馬와 오히려 같네.
석유피주인昔有被酒人 옛날에 술에 취한 사람 있어서
몽입괴안국夢入槐安國 꿈속에 괴안국槐安國을 들어갔다가
각래오전몽覺來悟前夢 잠이 깸에 먼저 꿈도 깨어나지니
상상잠수묵床上暫睡默 침상에서 잠깐 동안 잠을 잠이라.
►괴안국槐安國 개미의 나라.
당唐나라의 순우분淳于禁의 故事에 있는 꿈속의 나라를 말한다.
其十九
궁경독서생窮經讀書生 경서를 궁구하며 글 읽는 서생
백두유미사白頭猶未仕 백발 되도 오히려 벼슬 안하고
파책분고유把册焚膏油 책을 들고 등잔 기름 불사르면서
고학유위기苦學猶爲己 고학苦學함은 오히려 나를 위함이네.
구구박명리區區泊名利 구구하게 名利에 골몰하여서
지진부지치知進不知恥 벼슬 알아 부끄러움 모르는 자는
자과의부금自誇衣夫錦 비단 옷 입은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양양과린리揚揚過隣里 양양해서 이웃을 돌아다니네.
시비훼예간是非毁譽間 시비是非와 훼예毁譽의 사이에 있어
로로송년기勞勞送年紀 괴롭게도 세월을 보내이나니
불여사요요不如謝擾擾 시끄러움 사절하고 흐름을 타서
승류우감지乘流遇坎止 감지坎地를 만나 머물음만 같지 못해라.
취와시량도醉臥是良圖 취하여 눕는 것은 좋은 도모니
공명비소시功名非所侍공명을 믿을 것이 아니라 하오.
其二十
괘관차소오掛冠且笑傲 갓을 걸고 웃으며 교만 부리니
기락하청진其樂何清真 그 즐거움 얼마나 청진淸眞도 한가?
안득천재하安得千載下 어찌 얻나? 천년의 뒤에 있어서
만회삼대순挽回三代醇 삼대三代의 순후함을 만회하기를
북창와청풍北窓臥淸風 북창 밑 청풍淸風에 누워 있으니
일월의잠신日月疑暫新 해와 달도 잠시 동안 새로 왔는가?
희황서이구羲皇逝已久 복희씨는 벌써 간 지 오래 됐으니
분분경기진粉粉經幾秦 분분하게 진秦나라는 얼마 지냈나?
거세개분추舉世皆奔趍 온 세상 모두 다 분주히 달려 ►趍 달아날 추, 재촉할 촉, 느릴 치
골골혼니진汨汨混泥塵 번잡하게 진흙 속에 섞여 버렸으나
다능로사구多能魯司寇 다능多能하신 노나라 공자께서는
회인하순근誨人何諄勤 교회함이 어찌 그리 순근諄勤하였나?
륙적수천고六籍垂千古 육적六籍을 千古에 드리웠지만
확락수능친濩落誰能親 확락濩落하니 그 누가 친할 수 있으며
불여퇴산림不如退山林 물러가 산림에서 세상 피함이
피세시요진避世是要津 긴요한 나루 됨만 같지 못하다.
소금무현탄素琴無絃彈 소금素琴은 줄이 없이 타야하며
록주용갈건漉酒用葛巾 술 걸름에 칡 수건 써야만 하네.
시상팽택옹柴桑彭澤翁 시상柴桑의 도팽택陶彭澤 어른이야말로
백세진가인百世眞可人 백세百世에 참으로 좋은 이로세.
►순근諄勤 거듭 일러주며 교육하기를 부지런히 하는 것을 말한다.
►확락濩落 텅 비어있는 모양을 말한다. ‘퍼질 호/삶을 확濩’
►'거를 록(녹)漉' (同字)渌, 𣼟. 거르다(액체만 받아 내다) 받다. 치다
►시상柴桑 도연명陶淵明이 거처하던 지명地名. 곧 도연명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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