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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비파사나 수행

마음지킴(sati)의 차제적 성격에 관한 일고찰

마음지킴(sati)의 차제적 성격에 관한 일고찰/임승택

2014-01-21 00:52:27

 

1. 시작하는 말

 

'마음지킴(念 sati)'이라는 용어는 북방 전통의 대승불교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일견 생소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초기불교에서 실천·수행에 관련한 대표적인 용어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이 술어를 들 수 있다.

팔정도의 'sammasati(正念)'라든가, 호흡 관법으로서의 'anapana sati(安般守意)'

그리고 '몸'과 '느낌' 따위를 매개로 하는 실천법으로서

'cattaro satipatthana(四念處)' 따위에는 한결같이 이 용어가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모두는 '마음지킴'의 수행체계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일찍부터 이 '마음지킴'의 개념에 주목하였던 바 [박사학위논문]에서 이미 상당 분량을 다루었고

이후 발표된 논문으로 [초기불교의 경전에 나타난 사마타와 위빠싸나]

[사띠의 의미와 쓰임에 관한 일고찰]등에서도 이 용어에 관련한 내용을 기술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논문을 발표한 이후 필자가 독창적으로 고안한 번역어인

이 '마음지킴'에 대해 이견을 펼치는 주장들을 접하였다.

이에 '마음지킴'의 수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anapanasati'라든가 'cattaro satipatthana'는 초기불교의 수행법을 전형적으로 대변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차후 발달된 여타의 불교 수행법을 바로 알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서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필자는 '마음지킴(sati)'의 전형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몇몇 경구들을 구체적으로 인용·검토해 보고자 한다.

경전 상에 나타나는 언급들을 직접 확인해 봄으로써 이 용어의 의미와 실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2. 마음지킴(sati)의 의미

 

마음지킴(sati)의 의미에 관해 필자가 발표한 이전의 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지킴'의 원어는 빨리어의 'sati'로서 산스끄리뜨어의 동사 원형 'sm(기억하다)'와 기원을 같이 한다.

 

사전에 나타난 'sati'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기억(memory)'이나 '회상(remembrance)'이고

둘째는 '주의집중(intentness of mind)' 혹은 '주의깊음(mindfulness)'이다.

 

첫 번째의 '기억'이나 '회상'은 이미 경험하여 개념적으로 고정된 사실에 대한 마음작용을 의미하고

두 번째의 '주의집중' 혹은 '주의깊음'은 현재의 사물에 대한 마음작용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sati'는 念·憶念·意止·持念·守意 등으로 한역되는데

念이라든가 持念, 憶念등은 첫 번째의 사전적 의미에 가깝고 守意와 意止 따위는 두 번째에 근접해 있다.

 

Visuddhimagga에서는 이 용어에 대해

"그것에 의해 (사람들이) 기억하거나 스스로 기억하므로 혹은 단지 기억 자체, 이것을 사띠라 한다"고 말한다.

 

즉 'sati'의 일차적인 의미를 '기억'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Visuddhimagga에는 다음과 같은 언급 또한 발견된다.

즉 "이것(sati)은 들뜨지 않음을 특징으로 하고 잊지 않는 것을 기능으로 한다.

보살핌을 나타남으로 하거나 대상을 향한 상태를 나타남으로 한다.

견고한 생각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고 몸 따위에 대한 사띠의 확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Visuddhimagga의 주석 역시 사전에서 설명된 두 의미 모두를 함장하고 있다.

이점을 고려할 때 이 용어는 '잊지 않음(sara a, asammoha)'이라는 마음의 '기능(ras )'을 통해

'들뜨지 않음(apil pana)'이라든가 '산란하지 않음(avikkhepa)'을 낳는 수행법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정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sati'에 대해 필자는 Patisambhidamagga에 나타나는 내용을 근거로

"특정한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anupass) 따라가는 것(anugacchan)으로서 마음의 방황을 멈추게 하고 나아가서는 부차적으로 감지되는(vidit) 여러 현상들을 통해 연기의 이법 등 진리에 대한 자각을 유도하는 행법"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정의는 이 용어가 '사마타(止 samatha)'와 '위빠싸나(觀 vipassana)' 양자 모두에 대해 깊은 연관이 있음을 나타낸다.

즉 '마음의 방황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는 말은 사마타와 직결된 것이고

'연기의 이법 등 진리에 대한 자각'은 위빠싸나와 통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소절에서 다시 한 번 다루겠지만,실제로 '마음지킴'은 '사마타'와 '위빠싸나' 모두를 발현하기 위한 요소로서 기능한다.

 

'sati'에 대해 '마음지킴'이라는 번역어를 선택하게 된 과정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필자는 이 용어를 번역하면서 현재적인 마음작용에 비중을 두면서도 기억 따위를 포섭할 수 있는 말을 선별하였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든 현재적인 '주의집중'이든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번역어는

'sati'의 온전한 의미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하여 위에서 제시한 정의에 바탕하여 '마음지킴'이라는 새로운 번역을 고안해 내기에 이르렀다.

 

새롭게 고안·번역된 '마음지킴'에서 '지킴'이란 '지키다'라고 하는 우리말 동사 기본형에 근거한다.

'지키다'의 사전적 의미는

"①잃지 않도록 살피다. 수호하다. ②눈여겨보다. 조심하여 보살피다.

③절개나 정조를 굽히지 않고 굳이 지니다. ④약속, 규칙, 법, 예의 등을 어기지 않고 그대로 준수하다"이다.

 

필자는 ①과 ④의 의미에 준하여 과거의 것에 대한 기억을 포함하면서도

다시 ①②③④ 전체의 의미에 준하여 현재의 대상에 대한 마음의 작용까지를 충분히 담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지킴'이라는 용례와 관련하여 Visuddhimagga에는

"(사띠란)··· 눈의 문(眼門=根門) 등을 지키므로 문지기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언급이 등장한다.

 

즉 사띠의 구체적인 쓰임에 관련된 용례로서 '지키다(rakkha ato)'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문지기(dov riko)'라고 하는 술어 또한 나타난다.

바로 이 대목은 '마음지킴'이라는 번역어가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용례 또한 갖춘 것임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Visuddhimagga의 용례는 Sanyuttanikaya 등에 나타나는 것으로 "

비구여, 문지기란 곧 이러한 마음지킴을 두고 하는 말이다

(Dov rikoti kho bhikkhu satiy eta adhivacana)"라는 표현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나아가 Nikaya 상에는 이러한 용례 이외에도

'indriyasa vara(감관의 억제)'·'indriyasa yutta(감관의 통제)'·

'indriyesu guttadv ro(감관의 문을 지킨)'·'indriyesu guttadv rat(감관의 문을 지키는 것)'·

'rakkhati cakkhundriya(눈 [따위]의 감관을 지킨다)'등의 표현이 무수히 나타난다.

이들 모두는 'sati'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마음지킴(sati)'의 의미와 쓰임에 관련하여 이와 같은 용례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 개념에 대해 우리말 번역을 시도했던 이전의 모든 번역자들이 간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은 이상과 같은 내용을 줄거리로 한 필자의 견해가 발표되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sati'의 의미와 이것의 번역어에 관련하여 제기된 이견들에 대해

바로 이들 용례를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 볼 것을 권한다.

 

3. 마음지킴의 차제적 성격

 

'마음지킴'은 '선정(jh na)' 혹은 '위빠싸나'와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수행도 전반에 걸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러한 점들에 대한 고찰은 앞 소절에서 언급한 마음지킴의 의미에 대해 더욱 분명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소절에서는 마음지킴의 차제적 성격을 드러내는 몇몇 문구를 인용·소개하고자 한다.

 

비구들이여, 마치 옷에 불이 붙어 있고 머리에 불이 붙어 있어 옷과 머리(의 불을) 끄려는 것과 같이

극단적인 바램과 노력과 정진과 맹렬함과 물러남이 없는 마음지킴(念 sati)과 알아차림(知 sampaja a)을 행해야 한다.

 

바로 그와 같이 비구들이여,

비구는 그러한 선한 법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바램과 노력과 정진과 맹렬함과 물러남이 없는 마음지킴과 알아차림을 행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연후에, 그는 안으로 마음의 가라앉음(內心寂止)과 탁월한 혜로써 보는 법(增上慧法觀)을 얻게 된다.

 

본 인용문에 따르면 '마음지킴(念)'이란 '알아차림(知)'과 더불어

'사마타(止=內心寂止)'와 '위빠싸나(觀=增上慧法觀)'를 낳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이 문장에서 '마음지킴'은 미래수동분사형의 '마땅히 행해야 한다(kareyya, kara ya)'는 말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용례는 마음지킴이 일차적으로 '의지적 노력의 대상'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불어 이 문장에서 마음지킴은 '극단적인 바램(adhimatta chanda)'라든가

'맹렬함(usso hi)' 따위의 수식어와도 동일한 격(case)을 이루고 있다.

 

나아가 '그러한 연후에(aparena samayena)' '사마타'와 '위빠싸나'를 얻을 수 있다는 언급까지 등장한다.

따라서 이 내용은 마음지킴의 수행이 본격적인

'위빠싸나 수행'과 '선정의 상태'에 들어가기 이전에 행해지는 것임을 내 비춘다.

 

필자는 지금까지, '선정의 상태'와 '위빠싸나' 자체에 대해

'adhimatta chanda'라든가 'usso hi' 따위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인용문에 등장한 '마음지킴'은 그들 양자가 발현되기 이전의 것임에 분명하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마음지킴'은 Mahasatipathana-Suttanta(大念處經, D.N. vol.2. pp. 290-315),

Satipathana-Sutta(念處經, M.N. vol.1. pp. 56-63)등에서도 한결같이 다음의 정형구로 묘사된다.

 

비구들이여,

여기에 한 비구가 있어 아란냐에 머물거나, 나무 아래에 머물거나, 비어있는 곳에 머물면서, 가부좌를 꼬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지킴을 확립한 후에, 그는 마음지켜 [숨을] 마시고, 마음지켜 [숨을] 내쉰다.

길게 [숨을] 마실 때에는 '길게 마신다'고 알아차린다. 길게 [숨을] 내쉴 때에는 '길게 내쉰다'고 알아차린다···

 

이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점은 "마음지킴을 확립한 후에(sati upa hapetv )"라는 구절인데

여기에서 'upa hapetv '는 절대분사로서 시간적인 선후의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마음지킴을 우선적으로 확립한 후에 본격적인 호흡의 관찰 수행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된다.

이들 정형구 또한 수행도에서 '마음지킴'의 예비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지킴의 수행'이 이상과 같은 예비적 수행의 차원에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니다.

Nikaya에는 '네 번째 선정(第四禪)'의 내용에 관련한 정형구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즐거움과 고통을 버리고, 이전의 기쁨과 근심이 소멸하여, 고통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은,

평정을 통한 마음지킴의 청정함이 있는, 네 번째 선정에 도달하여 머문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들 문구에 따르면 '마음지킴'의 수행은 '네 번째 선정(第四禪)'에 이르기까지 존속하는 것이다.

더불어 Patisambhida magga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첫 번째 선정(初禪)에는···

거친 사유(尋)가 수반되고, 미세한 사유(伺)가 수반되고, 기쁨(喜)이 수반되고, 즐거움(樂)이 수반되고,

마음굳힘(攝持)이 수반되고, 믿음(信)이 수반되고, 정진(勤)이 수반되고,

마음지킴(念)이 수반되고, 三昧가 수반되고, 慧가 수반된다.

 

두 번째 선정(第二禪)에서는···

또한 기쁨이 수반되고, 즐거움이 수반되고, 마음굳힘이 수반되고··· 내지··· 혜가 수반된다.···

 

세 번째 선정(第三禪)에서는··· 또한 즐거움이 수반되고, 마음굳힘이 수반되고··· 내지··· 혜가 수반된다.···

네 번째 선정(第四禪)에서는··· 또한 평정(捨)이 수반되고, 마음굳힘이 수반되고··· 내지··· 혜가 수반된다.

 

공간에 걸림이 없는 선정(空無邊處定), 의식에 걸림이 없는 선정(識無邊處定), 아무것도 없는 선정(無所有處定),

지각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선정(非想非非想處定) 등에서도···

또한 평정이 수반되고, 마음굳힘이 수반되고···내지··· 혜가 수반된다.

 

무상을 따라가며 보는 법(無常隨觀)에서는···,

흐름에 나아가는 경지(預流道)에서는···,

아라한에 나아가는 경지(阿羅漢道)에서는···

또한 거친 사유가 수반되고, 미세한 사유가 수반되고, 기쁨이 수반되고, 즐거움이 수반되고, 마음굳힘이 수반되고,

믿음이 수반되고, 정진이 수반되고, 마음지킴이 수반되고, 삼매가 수반되고, 혜가 수반된다.

 

본 인용문은 각각의 수행 단계에서 수반되는 심리적 내용들을 열거한 것이다.

인용문에 따르면 '마음지킴(念)'은 '마음굳힘(攝持, adhi h na)' 따위의 다른 '마음작용(cetasika)'과 함께 '색계의 선정(色界四禪)'에서부터 '무색계의 선정(四無色定)'·'위빠싸나(十八隨觀)'·'나아감의 경지(四道)'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수반된다.

 

따라서 '마음지킴'이란 앞 소절에서 언급했듯이 '사마타'와 '위빠싸나' 양자 모두에 대해 필수적인 것임이 확인되었다.

결론적으로 이상과 같은 내용을 지닌

'마음지킴'은 수행도의 예비적 단계에서부터 최종 관문에 이르기까지 동반되는 차제적 성격의 것임을 알 수 있다.

함께하는 다른 마음작용들과 더불어 각각의 수행 단계에서 그 농도를 달리하며 존속하는 심리적 요인인 것이다.

 

4. 마치는 말

 

이상과 같이 '마음지킴'의 의미와 성격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기에 기술된 내용의 상당 부분은 이미 이전에 발표된 필자의 논문을 간추린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한 까닭은 그러한 필자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거기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또 다른 글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마음지킴' 즉 'sati'라는 용어는 그 의미와 쓰임이 자못 심대하고 폭이 넓다.

따라서 모든 연구자가 이 개념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필자가 제시한 주요 인용문은 이 분야에 관련하여

가장 기본적이고도 특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전(sutta)'을 엄선한 것이다.

따라서 차후 이 용어에 관련하여 진행될 연구는 여기에 기술된 내용을 염두에 두고서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