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제11篇 선진先進
선진편은 공자가 제자들을 평가한 내용이 많으며
특히 안연의 죽음에 따른 공자의 슬픔과 장례에 대하여 공자와 제자들과의 의견차를 알 수 있다.
(11-1)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선진先進 어례악於禮樂 야인야野人也 “옛 사람들의 예법과 음악이 야인이라면
후진後進 어례악於禮樂 군자야君子也 지금 사람들의 예법과 음악은 군자라 할 수 있지만
여용지즉오종선진如用之則吾從先進 만일 쓰게 된다면 나는 옛 사람들을 따라하겠다.”
►선진先進·후진後進 벼슬하는 사람들 선후배
사람들이 옛날의 제도와 음악은 거칠고 투박하여 야인과 같다고 하였고
지금의 제도와 음악은 세련되고 훌륭하여 군자답다고 하고 있으나
공자는 옛 사람들의 예악을 따르겠다고 함으로써 형식보다 본질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11-2)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종아어진채자從我於陳蔡者 개불급문야皆不及門也
“나를 따라 진나라와 채나라에 함께 있었던 제자들이 모두 도착하지 않았다.
덕행德行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顔淵閔子騫冉伯牛仲弓 어질기로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요,
언어言語 재아자공宰我子貢 말재주에는 재아와 자공이며
정사政事 염유계로冉有季路 정치가로는 염유와 계로,
문학文學 자유자하子游子夏 문학에는 자유와 자하였다.”
►불급不及 도착하지 않다. 이르지 않다.
►안연顔淵 성은 안顔, 이름은 회回, 자는 자연子淵,
►민자건閔子騫 성은 민閔, 이름은 손損, 자는 자건子騫,
►염백우冉伯牛 성은 염冉, 이름은 경耕, 자는 백우伯牛,
►중궁仲弓 성은 염冉, 이름은 옹雍,
►재여宰予 성은 재宰, 이름은 여予, 자아는 자아子我,
►자공子貢 성은 단목端木, 이름은 사賜, 공자의 제자
►염유冉由 성은 염冉, 이름은 구求, 자는 자유子有,
►자로子路 계로季路라고도 한다. 성은 중仲, 이름은 유由,
►자유子游 성은 언言, 이름은 언偃,
►자하子夏 성은 복卜, 이름은 상商,
공자가 초소왕楚昭王의 초청을 받고 가던 도중 진·채나라의 대부들이 공자가 초나라로 가면
자신들이 위태로워질 것이라 여겨 공자로 하여금 초나라로 가지 못하게 하여 방해하는 바람에
위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때 헤어진 제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때 한 말이다.
(11-3)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회야回也 비조아자야非助我者也 “회는 나에게 도움을 주는 자가 아니다.
어오언於吾言 무소불열無所不說 나의 말에 기뻐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공자의 말투는 안연에게 서운함이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인즉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 (2-9)에서 공자가 안회를 보는 태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11-4)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효재孝哉 민자건閔子騫 인불간어기부모곤제지언人不間於其夫母昆弟之言
“효자로다, 민자건은. 그것이(효자라는 것이) 부모형제의 말이라고 하지만 남들이 트집을 잡을 수 없으니.”
►간間 틈, 트집
►곤昆 형(=兄)
공자가 민자건의 효행을 칭찬한 것이다.
민자건은 일찍이 어미를 여의고 계모에게서 태어난 두 아들과 함께 계모슬하에서 자랐다.
어느 날 계모가 민자건에게만 갈대 옷을 입히려 한 것을 아버지가 알고 계모를 내쫓으려 하자
민자건이 “어미가 있으면 나 하나가 춥지만 어미가 없으면 세 아들이 춥습니다.”고 하여
계모가 쫓겨나는 것을 면하였다.
이를 알게 된 계모가 그 후부터 어진 어미가 되었다.
(11-5)
남용南容 삼복백규三復白圭 공자이기형지자孔子以其兄之子 처지妻之
남용이 백규를 3번 되풀이하자 공자는 자기형의 딸을 그의 아내로 주었다.
►남용南容 성은 남궁南宮, 이름은 도縚, 자는 자용子容
►삼복三復 되풀이하여 외우는 것
►백규白圭 빛깔이 희고 맑은 옥. 말을 가려서 삼가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나 여기서는 <시경 大雅 억抑>편
“백규지점상가마야白圭之玷尙可磨也 사언지점불가위야斯言之玷不可爲也”를 말함.
남용이 공자의 조카사위가 된 이유로서 공야장 (5-1)에도 남용을 조카사위로 삼은 이유가 있다.
(11-6)
계강자문季康子問 제자숙위호학弟子孰爲好學 계강자가 묻기를 “제자들 중에서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대왈孔子對曰 공자가 대답했다.
안회자호학顔回者好學 불행단명사의不幸短命死矣 금야즉망今也則亡
“안회란 자가 배우기를 좋아했습니다만 불행하게도 단명하여 죽어 자금은 없습니다.”
►계강자季康子 성은 계손季孫, 이름은 비肥, 강康은 시호, 계환자季桓子의 뒤를 이어 노나라 대부가 되었다.
공자의 여러 제자들 중에서 오직 안회만이 배우기를 좋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질문을 옹야 (6-2)에서는 애공이 하였는데 여기서는 계강자가 하였다.
(11-7)
안연顔淵 사死 안로청자지거顔路請子之車 이위지곽以爲之槨 자왈子曰
안연이 죽자 안로가 공자의 수레를 팔아 덧널을 만들고 싶어 하자 공자가 말하였다.
재불재才不才 역각언기자야亦各言其子也 “재주가 있거나 없거나 역시 제 아들이라고 말하지.
리야사鯉也死 유관이무곽有棺而無槨 내 아들 리가 죽었을 때도 관은 있었으나 덧널은 없었다.
오부도행吾不徒行 이위지곽以爲之槨 내가 덧널을 만들기 위해 걷을 수 없는 것은
이오종대부지후以吾從大夫之後 불가도행야不可徒行也 내가 대부 신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걸어 다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안로顔路 안연의 아버지, 이름은 무요無繇, 자는 로路, 공자의 제자
►곽槨 덧널, 관을 담는 궤
►리鯉 공자의 아들, 자는 백어伯魚
►도행徒行 도보, 보행
공자가 평소 안회를 아낀 정을 생각하면 수레쯤 못내 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걸어 다닐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수레를 내주지 않은 것은
장례를 너무 성대하게 치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핑계를 대부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라니?
도무지 공자의 평소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11-8)
안연사顔淵死 자왈子曰 안연이 죽자 공자가 말했다.
희噫 천상여天喪予 천상여天喪予 “슬프다. 하늘이 나를 버렸다. 하늘이 나를 버렸다.”
►희噫 탄식하다.
►천天 상제천上帝天
안연의 죽음을 슬퍼하는 말이다.
이때 공자의 나이 이미 칠십이 넘었으므로 안연의 죽음은 제자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학풍을 이어갈 인재를 잃은 슬픔도 함께 했으리라 생각된다.
(11-9)
안연顔淵 사死 자곡지통子哭之慟 종자왈從者曰 안연이 죽어 공자가 서럽게 곡을 하자 종자가 말했다.
자통의子慟矣 “선생님께서는 너무 슬퍼하십니다.”
왈曰 (공자가) 말했다.
유통호有慟乎 “너무 슬퍼한다고?
비부인지위통非夫人之爲慟 이수위而誰爲 그 사람을 위해 슬퍼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슬퍼할 것이냐.”
►통慟 서럽게 울다. 큰 소리로 울면서 슬퍼하다.
공자가 안연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곁에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공자가 안연에 대한 기대와 애정의 깊이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11-10)
안연顔淵 사死 문인門人 욕후장지欲厚葬之 자왈子曰
안연이 죽어 문인들이 성대하게 장례를 잘 지내려 하자 공자가 말했다.
불가不可 “안 된다.”
문인門人 후장지厚葬之 자왈子曰 그래도 문인들이 성대하게 장례를 치르자 공자가 말했다.
회야回也 시여유부야 視予猶父也 “회는 나를 마치 아비처럼 대했으나
여부득시유자야予不得視猶子也 나는 그를 마치 아들처럼 대해주지 못했다.
비아야非我也 부이삼자야夫二三子也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것은) 내가 아니다. 저 제자들이다.”
►시視 보다, 대우하다.
►유猶 마치 ∼와 같다.
공자는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하였지만 제자들은 공자의 뜻을 어기고 성대하게 치렀다.
공자는 섭섭하기도 하고 제자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여겨 난감해 한다.
(11-11)
계로문사귀신季路問事鬼神 자왈子曰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말했다.
미능사인未能事人 언능사귀焉能事鬼 “사람도 섬기기 어렵거늘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나.”
감문사敢問死 왈曰 죽음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말했다.
미지생未知生 언지사焉知死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사事 일, 섬기다.
►귀신鬼神 인귀人鬼와 천신天神
공자는 귀신을 조상신으로 여기며 조상신에 대한 제례를 효의 연장으로 보았다.
따라서 살아있는 부모를 섬기는 것이 죽은 부모를 섬기는 것보다 우선한다고 한 것이다.
사람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공자는 다른 종교들처럼 내세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 살아있는 삶이 우선이고 죽음은 나중인 것이다.
(11-12)
민자閔子 시측侍側 은은여야誾誾如也 자로子路 행행여야 行行如也 염유자공冉有子貢 간간여야侃侃如也
민자건은 스승 곁에서 공손하고 조리 있게, 자로는 꿋꿋하게, 염유와 자공은 조용하게 있었다.
자락子樂 약유야若由也 부득기사연不得其死然
공자가 즐거워하면서도 “유(자로)같으면 어떻게 죽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은은誾誾 평온하게 토론하다.
►행행行行 강하고 꿋꿋하다.
►간간侃侃 화락하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약若 같다, 이와 같다.
공자는 자로의 성격이 지나치게 꿋꿋하여 제명에 죽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앞일을 걱정하였다.
얼마 후 과연 공자의 예측대로 자로는 위나라 내란 때 죽고 말았다.
(11-13)
노인魯人 위장부爲長府 민자건왈閔子騫曰 노나라 사람들이 장부를 고쳐 짓자 민자건이 말했다.
잉구관여지하仍舊貫如之何 하필개작何必改作 “옛것을 그대로 쓰면 되는데 어찌하여 꼭 고치는가.”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부인夫人 불언不言 언필유중言必有中 “저 사람은 말이 없지만 말을 하면 꼭 이치에 맞다.”
►장부長府 노나라에서 쓰던 창고
►잉仍 거듭
노나라에서 장부를 고쳐 짓느라고 백성들을 동원하였다.
그들의 노역을 보고 민자건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만일 장부를 고쳐 짓는 것이 백성들을 편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고쳐지어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공자가 민자건이 말을 하면 반드시 이치에 맞는다고 칭찬한 이유다.
(11-14)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유지슬由之瑟 해위어구지문奚爲於丘之門 “유(자로)는 비파를 어찌 내 집 문에서 켜느냐?”
문인門人 불경자로不敬子路 자왈子曰 제자들이 자로를 공경하지 않으니 공자가 말했다.
유야由也 승당의升堂矣 미입어실야未入於室也 “유는 당에는 올랐지만 아직 방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당堂 당상지악堂上之樂, 아雅 송頌과 같은 종류
►실室 방중지악房中之樂, 주남周南 소남召南 종류
공자는 자로의 비파가 아직 방중지악에 합치되지 못하였음을 얘기한 것으로
이를 잘못 이해한 제자들이 자로를 공경하지 않자 문인들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자로는 이미 당상지악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승당이라 하였으며
아직 방중지악에 합치되지 못하였으므로 미 입실이라 한 것이다.
(11-15)
자공문사여상야숙현子貢問師與商也孰賢 자공이 사(자장)와 상(자하) 중 누가 더 현명한지 물었다.
자왈子曰 사야師也 과過 상야商也 불급不及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하다.”
왈曰 연즉사유여然則師愈與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사가 더 나은가요?”
자왈子曰 과유불급過猶不及 공자가 말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라.”
►숙孰 누구, 어느, 무엇 ►유愈 낫다. 더 뛰어나다.
공자는 자장과 자하 두 사람 중 누가 더 낫고 못하고를 말하는 대신 지나침(過)이나 미치지 못함(不及)이나
중간이 아니라고 하면서 진정 현명한 사람은 중용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가르침이다.
(11-16)
계씨부어주공季氏富於周公 이구야위지취감이부익지而求也爲之聚歛而附益之 자왈子曰
계씨는 주공보다 더 부유함에도 구(염유)가 세금을 마구 거두어 들여서 더욱 부유하게 만들자 공자가 말했다.
비오도야非吾徒也 소자小子 명고이공지가야鳴鼓而攻之可也
“내 제자가 아니다. 얘들아, 북을 치며 그의 죄를 성토해도 좋으리라.”
►취렴聚歛 재물을 탐내어 마구 걷어 들이다.
►명고鳴鼓 북을 쳐 울리다. 예전에 죄를 지으면 그 사람 이름을 적은 북을 치고 다니며 널리 알렸다.
공자는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여 위정자들의 잇속을 채우는 일은
위정자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런데 자신의 제자가 그 일을 앞장서 하고 있으니 분개하여 한 말이다.
(11-17)
시야柴也 우愚 삼야參也 노魯 사야師也 벽辟 유야由也 언喭
시(자고)는 어리석고, 삼(증자)은 고지식하고, 사(자장)는 편벽하고, 유(자로)는 거칠다.
►자고子羔 성은 고高, 이름은 시柴, 자는 자고子羔,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 성은 증曾, 이름은 삼參, 자는 자여子與,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 성은 전손顓孫, 이름은 사師, 공자의 제자
►노魯 둔하다. 미련하다.
►벽辟 허물, 편벽하다.
►언喭 거칠다, 조잡하다.
공자가 제자들의 성격을 평하여 단점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이 공자는 제자들의 장단점을 꿰차고 있었다.
(11-18)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회야回也 기서호其庶乎 누공屢空 “회(안회)는 (도에) 가깝지만 가난하고
사賜 불수명不受命 이화식언而貨殖焉 억즉누중億則屢中
사(자장)는 천명을 받지 않고도 재물을 모았고 추측이 잘 맞았다.”
►루공屢空 자주 비다, 즉 가난하다는 말이다.
►식殖 번성하다, 키우다.
►억億 헤아리다, 추측하다.
앞에서의 네 제자들과 달리 안회와 자장은 이렇다 할 단점이 없다.
그러나 안회는 가난이 흠이고 자장은 추측일망정 재물을 모으는 운이 있는데 이것도 하나의 흠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11-19)
자장子長 문선인지도問善人之道 자왈子曰 자장이 사람을 잘 지도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가 말했다.
불천적不踐迹 역불입어실亦不入於室 “차근차근 밟아가지 않는다면 역시 방에까지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선인善人 천성이 착하고 선량한 사람
►천적踐迹 앞 자취를 밟다. 차근차근 뒤를 따르다.
►입어실入於室 방중지악房中之樂의 경지에 오르다
수기修己의 길은 차근차근 앞 사람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아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뜻이다.
(11-20)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논독論篤 시여是與 군자자호君子者乎 색장자호色莊者乎
“말하는 것만 가지고 군자라고 해야 하나 겉만 번드르르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논독論篤 말하는 것이 믿을 만하고 성실하다.
►시여是與 이에 더불어, 그 사람에게 편들어
►색장色莊 겉으로만 장엄한
말하는 것만 보아서는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없고 반드시 말과 행동이 같아야 군자라고 할 수 있으므로
사람을 판단 할 때에는 그의 말과 함께 행동까지 살피라는 말이다.
(11-21)
자로문子路問 문사행제聞斯行諸 자로가 묻기를 “들으면 바로 실행할까요?”
자왈子曰 유부형재有父兄在 여지하기문사행지如之何其聞斯行之
공자가 말했다. “부형이 계신데 어떻게 들었다고 바로 실행 할 수 있겠느냐”
염유문冉有問 문사행제 聞斯行諸 염유가 묻기를 “들으면 바로 실행할까요?”
자왈子曰 문사행지聞斯行之 공자가 말했다. “들으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공서화왈公西華曰 공서화가 말했다.
유야문由也問 문사행제聞斯行諸 자왈子曰 유부형재有父兄在
“유(자로)가 들으면 바로 실행할지 물으니 선생님께서는 부형이 계시다고 하시고
구야문求也問 문사행제聞斯行諸 구(염유)가 들으면 바로 실행할지 물으니
자왈子曰 문사행지聞斯行之 선생님께서는 들으면 바로 해야 한다고 하시니
적야혹赤也惑 감문敢問 적(공손화)은 어리둥절하여 감히 묻습니다.”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구야求也 퇴고退故 진지進之 유야由也 겸인고兼人故 퇴지退之
“구는 머뭇거리므로 나아가게 한 것이며 유는 남의 일까지 맡아서 하니 멈칫하게 한 것이다.”
►혹惑 의심하다. 어리둥절하다.
►고故 까닭, 이유, 고의로
►겸인兼人 한 사람이두 사람 구실을 하다.
►공서화公西華 성은 공서公西, 이름은 적赤, 자는 자화子華, 공자의 제자
공자의 교육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질문이라도 묻는 사람의 성격이나 학문의 성취도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11-22)
자외어광子畏於匡 안연顔淵 후後 자왈子曰 공자가 광 땅에서 난을 당하고 안연이 늦게 도착하자 공자가 말했다.
오이여위사의吾以女爲死矣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왈曰 자재子在 회하감사回何敢死 (안연이) 말하기를 “선생님이 계신데 회가 어찌 감히 죽겠습니까.”
광 땅에서의 위난은 자한 (9-5)에도 언급되어 있다.
공자의 용모가 광 땅에서 난폭한 짓을 많이 한 양호陽虎란 자와 비슷해서 백성들이 공자일행을 포위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 공자와 제자들은 흩어지게 되었는데 안연도 공자와 헤어졌던 것이다.
안연의 말은 스승이 뜻밖의 환란의 위험에 처했을 때는 목숨을 걸고 구해야 하겠지만
스승이 안전하게 피신한 바에야 어찌 죽음의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11-23)
계자연季子然 문問 중유염구仲由冉求 가위대신여可謂大臣與
계자연이 묻기를 “중유와 염구는 대신감이라 할 수 있습니까?”
자왈子曰 공자가 대답했다.
오이자위이지문吾以子爲異之問 증유여구지문曾由與求之問
“나는 다른 것을 물을 줄 알았는데 곧 유와 구에 대한 물음이군요.
소위대신자所謂大臣者 이도사군以道事君 불가즉지不可則止 금유여구야今由與求也 가위구신의可謂具臣矣
소위 대신이란 군주를 섬기다가 안 되면 그만두는 것인데, 이제 유와 구는 숫자만 채우는 신하라고나 할까요.”
왈曰 연즉종지자여然則從之者與 (계자연이) 묻기를 “그러면 하자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사람들입니까?”
자왈子曰 시부여군弑父與君 역부종야亦不從也 공자가 말했다. “아비와 군주를 죽이는 일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계자연季子然 계씨季氏 일족의 한 사람.
►증曾 일찍이, 곧, 이에
►구신具臣 신하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숫자나 채우는 신하
►종지從之 옳건 그르건 하자는 대로 하는
신하라면 제 구실을 제대로 하여야 진정한 신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하는 군주를 섬기다가도 군주가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간언하다가
군주가 이를 듣지 않으면 그 자리를 박차고 물러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인 것이다.
공자는 구와 유가 대신은 못될망정 옳지 않은 일에는 가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11-24)
자로사자고子路使子羔 위비재爲費宰 자왈子曰 자로가 자고를 비 땅의 읍재로 삼으려 하자 공자가 말했다.
적부인지자賊夫人之子 “남의 자식을 해치려드는구나.”
자로왈子路曰 자로가 말했다.
유민인언有民人焉 유사직언有社稷焉 “(그 곳에는) 백성들이 있으며 사직도 있습니다.
하필독서연후何必讀書然後 위학爲學 어찌 꼭 책을 읽어야만 공부한다 하겠습니까.”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시고是故 오부녕자惡夫佞者 “그러기에 말로 둘러대는 자를 미워하는 것이다.”
►부인지자夫人之子 남의 자식, 곧 자고를 가리킨다.
►녕佞 아첨하다, 말 재주
계씨가 노나라의 공유지인 비읍을 사유로 차지하고는 민자건을 보내
그 땅을 다스리려 하였으나 민자건은 극구 이를 사양하였다./옹야 (6-8)
그런 곳에 아직 배움이 부족한 자고를 보내려하자 공자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그런데 저간의 사정을 모를리 없는 자로가
자고를 읍재로 보내는 것에 대하여 합리화하려고 하자 말장난하고 있다고 책망한 것이다.
(11-25)
자로子路 증석曾晳 염유冉有 공서화公西華 시좌侍坐 자왈子曰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가 스승을 모시고 앉았을 때 공자가 말했다.
이오일일장호이以吾一日長乎爾 무오이야毋吾以也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많기 하지만 나를 개의치마라.
거즉왈居則曰 불오지야不吾知也 여혹지이如或知爾 즉하이재則何以哉
평소에 말하길 ‘나를 몰라준다.’하였는데 누군가 너희를 알아주면 어떻게 하겠느냐?”
자로솔이이대왈子路率爾而對曰 자로가 불쑥 나서서 대답했다.
천승지국千乘之國 섭호대국지간攝乎大國之間 가지이사려可之以師旅 인지이기근因之以饑饉
“천승의 나라가 큰 나라사이에 끼어서 군대가 침범하고 기근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더라도
유야위지由也爲之 비급삼년比及三年 가사유용可使有勇 차지방야且知方也
제가(유, 자로) 다스리면 3년쯤 되면 (백성들을) 용감하게 만들고 가야할 길을 알게 하겠습니다.”
부자신지夫子哂之 구求 이하여爾何如 공자가 빙긋이 웃으며 “구(염유), 너는 어떠냐?”
대왈對曰 (구가) 대답했다.
방육칠십方六七十 여오육십如五六十 구야위지求也爲之 “방 육칠십 또는 오륙십 되는 작은 나라를 제가 다스린다면
비급삼년比及三年 가사족민可使足民 3년쯤 되면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예악如其禮樂 이사군자以俟君子 예악은 군자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적赤 이하여爾何如 (공자가 물었다) “적(공손화), 너는 어떠냐?”
대왈對曰 (적이) 대답했다.
비왈능지非曰能之 원학언願學焉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싶습니다.
종묘지사宗廟之事 여회동如會同 단장보端章甫 원위소상언願爲小相焉
종묘의 일이나 제후들의 모임에서 예복을 입고 잔심부름이라도 원합니다.”
점點 이하여爾何如 (공자가 말했다) “점(증석), 너는 어떠냐?”
고슬희鼓瑟希 갱이사슬이작鏗爾舍瑟而作 대왈對曰 (점이) 북과 비파를 늦추고 비파를 내려놓고 일어나서 대답하였다.
이호삼자자지찬異乎三子者之撰 “세 사람이 늘어놓은 것과는 다릅니다.”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하상호何傷乎 역각언기지야亦各言其志也 “상관할 것 없다. 각자 자기 뜻을 얘기한 것뿐인데.”
왈曰 (점이) 말했다.
막춘자莫春者 춘복春服 기성旣成 관자오육인冠者五六人 “봄에 봄옷을 입고 어른 오륙 인,
동자육칠인童子六七人 욕호기浴乎沂 동자 육칠 인과 기수에서 목욕하고
풍호무우風乎舞雩 영이귀詠而歸 무우에 올라 바람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
부자위연탄왈夫子喟然歎曰 오여점야吾與點也 공자가 한숨 쉬고 감탄하면서 말하길 “나도 점처럼 하겠다.”
삼자자출三子者出 증석후曾晳後 증석왈曾晳曰 세 사람이 나가고 증석이 남아 말했다.
부삼자자지언夫三子者之言 하여何如 “저 세 사람의 말이 어떻습니까?”
자왈子曰 역각언기지야이의亦各言其志也已矣 공자가 말했다. “각자 자기 뜻을 얘기한 것뿐이다.”
왈曰 부자하신유야夫子何哂由也 (증석이)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어찌 유를 보고 웃으셨습니까?”
왈曰 (공자가) 말했다.
위국이례爲國以禮 기언其言 불양不讓 시고是故 신지哂之
“나라는 예로써 다스리는 것인데 사양하지 않고 (불쑥 나서서) 말을 하였기에 웃은 것이다.”
유구즉비방야여唯求則非邦也與 (증석이 말했다)“구(염유)가 말한 것은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안견방육칠십安見方六七十 여오육십이비방야자如五六十而非邦也者
(공자가 말했다)“대충 보더라도 방 육칠십 혹은 오륙십 이면 어찌 나라가 아니라고 하겠느냐.”
유적즉비방야여唯赤則非邦也與 (증석이 말했다.)“적(공손화)이 말한 것은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종묘회동宗廟會同 비제후이하非諸候而何 (공자가 말했다)“종묘의 일과 서로 만나는 일이 제후의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적야위지소赤也爲之小 숙능위지대孰能爲之大 적이 하는 일이 작다고 하면 누가 큰일을 감당할 것인가."
►증석曾晳 증자曾子의 부父, 이름은 점點, 자는 석晳, 공자의 제자
►일일장一日長 하루가 길다. 즉 나이가 많다는 말이다.
►무毋 말라. 없다. ►거居 살다, 거주하다, 지내다. ►이爾 너
►솔이率爾 경솔한 모습 ►가지可之() 병력의 침범 ►려旅 군사, 500명을 1대로 하는 군대
►신哂 빙긋이 웃다. 비웃다. ►사俟 기다리다. ►단장보端章甫 예관을 바르게 하다
►희希 바라다, 성기다.(물건의 사이가 뜨다)ㅜ►갱이鏗爾 비파를 던져놓은 소리
►찬撰 늘어놓다 ►모춘莫春 계절이 春三月이라 ►무우舞雩 기우제 또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
►영詠 노래하다 ►위喟 한숨 쉬다. ►안견安見 대충 보아서
공자와 제자들이 모여 각자의 포부를 말하였다.
공자와 제자들과의 친숙함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대화를 통하여 제자들의 성격을 알 수 있게 된다.
자로는 침착함은 부족하지만 용기가 있고 염유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공서화는 예에 밝은 사람이며 증석은 정사보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다.
공자가 증석의 의견에 동조한 것은 자신도 세상일을 떨쳐버리고 悠悠自適한 삶을 누려보고 싶다는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