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79
3 술회述懷
79 술고述古 옛 것을 말한 것 10首
1
자괴학유술自愧學儒術 유술儒術 배운 것 내 스스로 부끄러움은
문장다오신文章多誤身 문장文章으로 제 몸 그르침이 많아서이네.
형문황경초衡門荒徑草 사립문 앞길에 풀은 거칠었는데
갑제용차진甲第聳車塵 큰 집에는 수레 먼저 솟아오르네.
녕유진량책佞諛眞良策 교묘하게 아첨함은 참 좋은 방법이지만
청고이세인淸高異世人 맑고 고결한 체하는 것 딴 세상 사람이라오.
불여종세묵不如終歲嘿 한 해가 다 가도록 입 다물고서
수도색거빈守道索居貧 도道 지키며 가난하게 사는 것만 같지 못하다.
2
호탕건곤대浩蕩乾坤大 호호탕탕浩浩蕩蕩하게 하늘과 땅[乾坤]은 크기만 한데
소요천지관逍遙天地寬 소요逍遙 하면 세상[天地]도 널따랗구나.
언능수와각焉能守蝸角 달팽이 뿔 같은 집[媧角] 어찌 능히 지키리.
지시부붕단祗是附鵬摶 그래도 붕새[鵬] 날개에 붙는 것 옳으리.
락일황황원落日荒荒遠 떨어지는 해 아득하게 멀기만 한데
청계격격한淸溪激激寒 맑은 시냇물 철철 찬 소리 낸다.
공산유송백空山有松柏 빈 산에도 송백松栢 있어서
세모의반환歲暮倚盤桓 이 해 다가도록 의지하고 지낼 수 있네.
►호호탕탕浩浩蕩蕩 아주 썩 넓어서 끝이 없음.
3
차일하시진此日何時盡 이 날은 어느 때에 다할 것이랴?
명조우부래明朝又復來 내일 아침[明朝]되면 또 다시 올 것일세.
수명종불립脩名終不立 큰 이름은 끝내 나지 않을 터인데
회포위수개懷抱爲誰開 회포懷抱를 누구 위해 풀어 보리!
견월중소립見月中宵立 달 보노라 한밤중에도 서 있고
청천반야애聽泉半夜哀 샘물 소리 들으면 밤중에도 애달프다.
천성애가선泉聲哀可羨 샘물 소리 애달파도 부러운 것은
달해향봉래達海向蓬萊 바다로 흘러가서 봉래산 향함이네.
4
원기비무주園綺非無主 원기園綺에게 임금 없던 것 아니고
방량기핍시龐梁豈乏時 방량龐梁에게 때가 없던 것 아닐세.
소여여불합所如如不合 가는 곳이 합당하지 않을 것 같으면
차가가수의且可可隨宜 또 그대로 편한 것 따름이 옳은 일이네.
확서연장포攫鼠鳶長飽 쥐 움키는 소리개는 늘 배부르고
충천학루기沖天鶴屢飢 하늘 나는 두루미는 매양 주린다.
고금개약차古今皆若此 예전이나 이제나 다 그 같으니
추창독해위惆悵獨奚爲 나 홀로 서운해 한들 무엇 하리
►방량龐梁
방龐은 후한後漢 말의 방덕공龐德公.
유표劉表가 여러 번 불러도 응하지 않고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 일생 동안 나오지 아니하였다.
양梁은 양홍梁鴻.
후한後漢 혜제惠帝 때의 사람으로 오희가五噫歌를 지어서 유명하며
황제가 불렀으나 산중으로 도망가 나오지 아니하였다.
●오희가五噫歌
아주 비통함을 읊은 노래로 희噫 자를 5번 썼음.
후한의 양홍梁鴻이 동쪽으로 관關을 벗어나 서울을 지나며
세상의 비위非違를 보고 다음과 같이 지었다.
척피북망혜희陟彼北芒兮噫 저 북망산에 올라 아아!
고첨제경혜희顧瞻帝京兮噫 서울을 바라보며 아아!
궁궐최외혜희宮闕崔嵬兮噫 산 속에 솟은 궁궐 아아!
민지구로혜희民之劬勞兮噫 고생하는 저 백성 아아!
요료미앙혜희遼遼未央兮噫 고생은 언제 끝나나 아아!
예수직도조삼출預愁直道遭三黜 곧은 도가 세 번 쫓겨날까
선파광가부오희先把狂歌賦五噫 미리 걱정되어 오희가를 먼저 불렀네.
/<김극기金克己 초당서회草堂書懷>
5
부지무부망扶持無復望 붙들고 잡아도 다시는 희망 없는 일
성학태황당聖學太荒唐 성학聖學이 너무나 황당해졌다.
월로사장천月露詞章淺 달이니 이슬이니 하는 시귀詩句도 천박하고
비강훈고장秕穅訓詁長 쭉정이와 겨[秕穅]같은 주석註釋 길기만 하다.
유능첩과제惟能捷科第 오직 능히 과거에 합격할 것이니
불필거현량不必擧賢良 현량하다 쳐들 것 없네.
수식칠조의誰識漆雕意 칠조개漆雕開의 품은 뜻 그 누가 알아주리.
착원공예방鑿圓空枘方 끌[鑿]은 둥근데 자루[柄]만 공연스레 모져 있구나.
►훈고訓詁 구절의 뜻[訓]과 글자의 뜻[詁].
고문古文의 자구字句에만 주력하는 일, 곧 경서經書의 고증考證이나 해석解釋 및 주해註解 등.
양웅소이호학揚雄少而好學 양웅이 젊어서 학문을 좋아했는데
불위장구훈고통이이不爲章句訓詁通而已
글이나 구절의 훈고에 주력하지 않고 뜻이 통하면 그뿐이었다./<한서漢書 양웅전揚雄傳>
►칠조개漆雕開(BC540-?)
칠조개의 이름은 계啟이고 자는 자개子開, 자약子若, 자수子修이다.
춘추시대 말기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11세가 어린 제자로 덕행으로 유명했다.
일찍이 빈형臏刑(정강이를 베는 형벌)을 받았다.
공자에게 <상서>를 배웠는데 벼슬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자께서 칠조개에게 관직에 나갈 것을 권하자 칠조개가
‘저는 이것을 능히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니 공자께서 기뻐하셨다.”/<논어 공야장公冶長>
<한비자>에는 유가의 여덟 학파를 지정했는데
그는 자장(전손사), 자사(공급), 안씨(안영을 지칭), 맹씨(맹가를 지칭),
중량씨(중유를 지칭), 손씨孫氏, 악정씨樂正氏와 더불어 거론되었다.
칠조개는 공문 72현 중 한 사람이다.
현자로 우대받아 공자의 사당에 배향되었다.
당나라 개원開元 27년(739)에 ‘칠백膝伯’에 추봉되었고
송나라 대중상부大中祥符 2년(1009)에 다시 ‘평여후平輿侯’로 추봉되었다.
명나라 가정嘉靖 9년(1530)에 ‘선현칠조자先賢漆雕子’로 명칭이 바뀌었다.
저서로 <칠조자漆雕子> 13篇이 있다.
6
의욕유인세擬欲遊人世 인간 세상에 놀까 하여도 보았지만
세담감촉병世談堪觸屛 세론世論은 찌르고 배척함이 많다.
추염여구화趨炎如救火 세력에 좇는 것 불 끄려는 것 같고
질기숙부경疾技孰扶傾 재주를 미워하니 기울은 것 누가 붙들리.
상랭란선췌霜冷蘭先瘁 서리가 차면 난초 먼저 시들고
천한귤욕령天寒橘欲零 날씨가 차면 귤橘이 떨어지려 한다.
측신음독립側身吟獨立 몸 기울이고 시 읊으며 홀로 섰으니
요망사수병遙望四愁幷 먼 곳 바라보니 네 가지 근심[四愁]이 생긴다.
►사수四愁 네 가지 근심/<문선文選>29권에 나온다.
후한後漢의 장형張衡이 하간상河間相(太守와 같은 官職)이 되어 나라 일을 근심하여 지은 四愁詩
7
불욕유인세不欲遺人世 인간 세상 떨쳐 버리고
고고박묘명孤高薄杳冥 고고孤高하게 하늘에 닿은 체 않으련만
외도난착각畏途難着脚 길까지 겁나서 발붙이기 어렵고
운로역상령雲路易傷翎 구름길[雲路]도 날개 상하기 쉬워라.
백일애원유白日哀猿狖 대낮[白日]에 잔나비는 슬퍼하는데
황혼격진정黃昏激震霆 황혼에 천둥 벽력 격렬도 하다.
지지종거로遲遲終去魯 느리고 느리어도 끝내는 노魯를 떠나서
부해작표평浮海作飄萍 바다에 떠서 부평초 같이 되리라.
►진정震霆 천둥의 굉장宏壯히 요란擾亂하게 울리는 소리.
►노魯를 떠나서/<孟子 盡心 下>
공자지거孔子之去 왈曰 지지오행遲遲吾行
공자는 생국인 노魯나라를 떠날 적에 '나는 느릿느릿 가겠다.'
►표평飄萍 부평초
8
심의오쇠야甚矣吾衰也 심하구나, 나의 쇠로衰老함이여!
금기이의부今其已矣夫 이제는 말아야 할 것인 듯하다.
언지인의외焉知仁義外 어찌 알았으랴? 仁·義 외에
역유리명호亦有利名乎 또한 利ㆍ名(명예)가 있는 것을
염견빈중조厭見蘋中鳥 마름[蘋] 속의 새를 보기 싫어하고
공첨옥상오空瞻屋上烏 공연스레 지붕 위의 까마귀 바라본다.
승부부해일乘桴浮海日 예를 타고 바다에 떠나가는 날
유야가종무由也可從無 유由야! 그대는 좇겠는가, 않겠는가?
►쇠로衰老/<論語 述而>
공자가 말하기를 '심하구나! 나의 쇠로함이여.
구의久矣 불야몽견주공不夜夢見周公
이토록 오랫동안 주공을 다시 꿈에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빈중조蘋中鳥 마름 속의 새
오리 같은 새들이 마름 속의 진흙을 뒤지며 먹을 것을 구하려고 애쓰는 꼴이 보기 싫다는 말.
9
무투여구골毋投與狗骨 개에게 뼈다귀 던져 주지 말라.
집류란재애集類亂喍啀 그 무리 모여서 난잡하게 싸우나니
부독기군려不獨其群戾 홀로 그 무리만이 틀리는 것 아니고
종응여주괴終應與主乖 종당은 주인과도 어긋나게 될 것일세.
존주전전벌尊周專戰伐 주실周室 높인다고 마음대로 정벌하고
안한시영해安漢弑嬰孩 한실漢室 안정시킨다고 어린 임금 시해했네.
막약엄명분莫若嚴名分 명분名分을 엄정하게 하여서
근왕작지해勤王作止偕 근왕勤王하는데 그치고 함께함만 같지 못하네.
►재애喍啀
‘개 싸움할 재(채)喍’ 개가 싸움을 하다
‘마실 애啀’ (개가 물려고)으르렁거리다. 개가 싸움하다
►戾 어그러질 려(여), 돌릴 렬(열) 거스르다. 사납다, 포악暴惡하다
►‘함께 해偕’ 함께, 같이. 두루. 함께하다, 같이 살다
10
술고상천세述古傷千世 술고述古하다가 千世의 일 슬퍼졌는데
쟁영세모시崢嶸歲暮時 분명하게 한해 저물 때에 하누나.
후충의체초候蟲依砌草 후충侯蟲은 뜰 풀에 의지해 있고
상엽하정지霜葉下庭枝 상엽霜葉은 뜰 나무 가지에서 지네.
진채상오족陳蔡傷吾足 진채陳蔡에서는 내 발을 상하게 하고
제량막아지齊梁莫我知 제량齊梁에서는 나를 알지 못하리라.
천시구여차天時苟如此 천시天時가 진실로 이러한데
공맹역해위孔孟亦奚爲 공맹孔孟인들 또한 어찌 하리오!
►진채陳蔡/<論語 先進編>
<左傳> 애공哀公 6년에 오吳가 진陳을 치자 초楚가 진을 구했으며 성부城父에서 대치했는데
이때 공자孔子는 진陳과 채蔡 사이에서 양식이 떨어져 고생했다는 기사가 있다
►제량齊梁
맹자孟子는 제齊의 선왕宣王을 만나서 여러 번 王道政治를 역설하였고
양梁의 혜왕惠王을 만나서도 누차 말했지만 다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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