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2-14
2 주야晝夜 낮과 밤
14 월야月夜 달밤
락위직상하絡緯織床下 여치가 평상 아래에서 베 짜는데
월백청야영月白淸夜永 달 밝아 맑은 밤이 길기도 하다.
령대담여수靈臺淡如水 영대靈臺는 담담하기 물 같은데
만상삼부정萬像森復靜 만상은 많고도 또 고요하다.
베짱이가 평상 아래서 쓱~쌕 베를 짜고
달빛이 환하여 말갛고 긴긴 밤.
내 마음 물처럼 담백하여
삼라만상이 정적 속에 들었네.
풍동조요몽風動鳥搖夢 바람 움직이니 새 꿈이 흔들리고
로적학송경露滴鶴竦驚 이슬 떨어지니 학 놀라 움츠린다.
물루불상침物累不相侵 물질의 누累 서로 침노하지 않으니
개시초제경箇是招提境 그것이 바로 초제招提의 지경일세.
부는 바람이 새를 흔들어 깨우고
이슬방울 소리에도 학은 놀라서 경계하네.
인간의 번뇌는 떨쳐지지 않으니
이래서 승방에는 사방의 수행승이 모여든다오.
►락위絡緯 베짱이. 방사랑紡紗娘(베 짜는 아가씨).
●추래秋來 가을이 오니/이하李賀(790-816)
동풍경심장사고桐風驚心壯士苦 오동나무 잎에 부는 바람에 괴로운데
쇠등락위제한소衰燈絡緯啼寒素 스러진 등불 아래 베짱이는 싸늘한 가을날 우는구나
수간청간일편서誰看靑簡一編書 푸른 대쪽에 쓴 나의 시를 읽어서
불견화충분공두不遣花蟲粉空蠹 좀먹지 않게 해줄 이 누구인가?
사견금야장응직思牽今夜腸應直 이런 저런 생각에 이 밤 애간장 꼿꼿해지는데
우랭향혼조서객雨冷香魂弔書客 차가운 빗발 사이로 옛 문인의 향혼이 나를 위로하네
추분귀창포가시秋墳鬼唱鮑家詩 가을날 무덤 속에서 귀신이 되어 포조 시를 읊조리면
한혈천년토중벽恨血千年土中碧 한 맺힌 피는 천년 내내 땅속에서 푸르리라
►영대靈臺 마음. 심령心靈
<莊子 경상초庚桑楚>篇의 “불가내어령대不可內於靈臺”란 註에 “영대靈臺란 마음이다.”고 하였다.
►만상삼萬像森 삼라만상參羅萬像. 宇宙의 온갖 事物과 現象
►송경竦驚 놀라서 목을 뺌
►물루物累 몸을 얽매는 世上의 온갖 괴로운 일. 사람을 옭아매는 번민煩悶, 物質에 얽매임.
어득수서魚得水逝 물고기는 물을 만나 헤엄치지만
이상망호수而相忘乎水 물이 있음을 잊고 있고
조승풍비鳥乘風飛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이부지유풍而不知有風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하니
식차識此 이 이치를 알면
가이초물루可以超物累 사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이락천기可以樂天機 자연의 기틀을 즐길 수 있느니라.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 68.
►침노할 침侵 침노侵擄하다. 범犯하다. 어기다..엄습掩襲하다
►개시箇是 차시此是. 이것. 이래서.
►초제招提 사방의 중들이 모여 사는 곳,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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