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6
3 우설雨雪 비와 눈
6 추우서회秋雨書懷 가을비에 생각나는 것을 쓰다
일정추우점황혼一庭秋雨占黃昏 한 뜰의 가을비 황혼을 차지하였는데
정좌무료독엄문靜坐無聊獨掩門 고요히 앉아 할일 없어 문 닫았다.
계단란공의세초階短亂蛩依細草 섬돌 짧으니 벌레 떼들 가는 풀에 의지해 있고
첨심숙조취퇴원簷深宿鳥聚頹垣 처마 깊으니 잘 새들은 무너진 담에 모여든다.
일창지습청등소一窓紙濕靑燈小 한 창의 종이 젖어서 푸른 등 작아 보이고
기수풍소홍엽번幾樹風疎紅葉翻 몇 나무에 바람 소통하니 붉은 잎새 펄렁인다.
굴지십년유력처屈指十年遊歷處 손꼽아 십년 동안 놀며 지나던 곳 헤아리니
모운연수숙강촌暮雲煙樹宿江村 저문 구름 연기 낀 나무 강가 마을에서 잤네.
►추우秋雨 가을비
●추우秋雨 가을비는 내리고/혜정慧定(?-?)비구니
구월금강소슬우九月金剛蕭瑟雨 늦가을의 금강산에 쓸쓸하게 비 내리니
우중무엽불명추雨中無葉不鳴秋 빗속에서 가을날에 울지 않는 잎이 없네
십년독하무성루十年獨下無聲淚 십년 홀로 소리 없이 흘린 눈물이여
루습가의공자수淚濕袈衣空自愁 눈물 젖은 가사는 부질없는 시름일 뿐
►퇴원頹垣 무너진 담장
●천수사운天壽寺韻 2首/김수온金守溫(1409-1481)
퇴원파초암형비頹垣破礎暗螢飛 무너진 담, 깨진 추춧돌에 반딧불 날고 있으니
영득도인지점귀嬴得都人指點歸 도무지 사람에게 얻은 것은 마음 변하는 일 뿐
거사천년요학려去似千年遼鶴唳 문득 천년 세월 아득한 학 울음 듣는 것 같으니
산천여구석인비山川如舊昔人非 산천은 의구하되 사람만이 그 옛사람 아니었네
춘풍처처백화비春風處處百花飛 춘풍은 곳곳에서 백화를 흩날리니
의향송도필마귀擬向松都必馬歸 이건 마치 송도에 필마로 돌아온 듯
오백년간인물론五百年間人物論 오백년 인물들을 논하여 말하자면
미군오국정수비迷君誤國定誰非 나라를 그르친 것, 곧 그 누구의 잘못인가?
►굴지屈指 손가락을 꼽아 헤아림. 여럿 中에서 몇째 감.
●화예부인花蘂夫人
빙기옥골청무한冰肌玉骨清無汗 얼음 같은 살결 옥 같은 뼈는 해맑아 땀도 없고
수전풍래암향만水殿風來暗香滿 물 궁전에 바람 불자 향기가 가득하다.
수렴일점월규인繡簾一點月窺人 수놓은 주렴 사이로 한 점 달이 사람을 엿보고
의침채횡운빈란欹枕釵橫雲鬢亂 베개에 기댄 비녀 꽂은 구름머리는 흐트러졌다.
기래정호초무성起來庭戶悄無聲 일어나자 집안에 아무 소리 없어 걱정인데
시견소성도하한時見疏星渡河漢 성긴 별빛만 은하를 건넌다.
굴지서풍기시래屈指西風幾時來 서쪽 바람이 언제 불어오는지 손꼽으며
부도류년암중환不道流年暗中換 흐르는 세월이 조용히 바뀌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세전차시위화예부인작世傳此詩為花蕊夫人作
세상에서 이 시는 화예부인花蕊夫人의 작품이락도 전해오는데
동파상용차시작동선가곡東坡嘗用此詩作洞仙歌曲
소식이 일찍이 이 시를 활용하여 <동선가洞仙歌>의 곡을 지었다.
●궁사宮詞
중국시의 한 체體로서 궁정 내부의 비사秘事
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칠언절구의 형식으로 읊은 것.
당나라 왕건王建이 유명한 현종玄宗 황제의 궁정생활에 대해 고로古老들로부터 들은 것을
칠언절구의 형식으로 읊어 궁사 100수를 지은 것이 그 처음이라고 한다.
그 뒤 5대의 후촉시대後蜀時代에 촉왕蜀王 맹창孟昶의 왕비인 비씨費氏
즉 보통 화예부인花蘂夫人으로 알려진 부인이 왕건의 궁사체를 본떠서
스스로 경험한 궁정생활을 읊어 궁사 100수를 만들었다.
왕건과 화예부인의 이 작품이 말하자면 궁사의 정형이라 하겠다.
본래 왕건은 훌륭한 시인이었고 화예부인 또한 뛰어난 여류작가였으므로
이들은 다 같이 화려한 궁정생활의 숨은 이면을 훌륭하게 묘사했던 것이며
따라서 후세에 그들을 따르는 작가가 많아 드디어 중국시에 궁사라는 한 유형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송대宋代에는 왕규王珪의 궁사 100수가 유명한데
왕건·화예부인의 작품과 더불어 '삼가궁사三家宮詞'로 일컬어진다.
원대元代에는 양유정楊維禎의 궁사가 유명하고
명대明代에는 종실宗室의 영권왕寧權王이 지은 궁사 107수,
같은 종실의 주정왕周定王이 지은 <원궁사元宮詞> 100수,
그리고 진종陳悰이 지은 <천계궁중사天啓宮中詞> 100수 등이 뛰어나다.
진종의 궁사는 매 수마다 상세한 주석이 있어 시 속에 담긴 내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한층 더 흥미가 있어서 청조淸朝에 이르러 오성란吳省蘭의 <십국궁사十國宮詞> 등 이것을 모방한 것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고로들로부터 들었거나 스스로 경험한 일을 읊은 것이 아니고
사서史書나 수필 등에서 취재한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고래의 뛰어난 궁사를 편집한 것으로
청나라 주이존朱彛尊의 <십가궁사十家宮詞>가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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