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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錄/벽암록

벽암록 16칙 頌 評唱

【評 唱】

고불유가풍古佛有家風 설두일구송료야雪竇一句頌了也

“옛 부처는 가풍이 있었다.”라고 하여 설두스님은 한 구절로 송을 끝내버렸다.

 

범시출두래凡是出頭來 직시근방부득直是近傍不得

대개 머리를 내밀어 엿보아도 곁에 얼씬도 할 수 없다.

 

약근방착若近傍著 즉만리애주則萬里崖州

만일 가까운 곁에 이르렀다 해도 아득히 멀다.

 

재출두래纔出頭來 편시락초便是落草 머리를 내밀어 엿보았다 하면 벌써 천박해진 것이다.

직요칠종팔횡直饒七縱八橫 불소일날不消一捏 설령 종횡무진 하여도 조금도 힘들일 필요는 없다.

 

설두도雪竇道 고불유가풍古佛有家風 불시여금임마야不是如今恁麼也

설두스님의 “옛 부처님에게는 가풍이 있다”는 말은 요즈음이 이렇다는 것이 아니다.

 

석가로자釋迦老子 초생하래初生下來 석가 노인은 처음 탄생하자마자

일수지천一手指天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일수지지一手指地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목고사방운目顧四方云 눈으로는 사방을 돌아보면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천상천하에 나 홀로 존귀하다”고 말씀하셨다.

 

운문도雲門道 이에 운문스님은

아당시약견我當時若見 “내가 그 당시에 그걸 보았더라면

일봉타살一棒打殺 한 방망이로 쳐 죽여서

여구자끽각與狗子喫卻 개가 먹도록 던져주어

귀요천하태평貴要天下太平 오로지 천하의 태평을 도모했을 것이다” 하였다.

 

여차방수득흡호如此方酬得恰好

이처럼 해야지만 바야흐로 잘 응수하는 것이라 하리라.

 

소이줄탁지기所以啐啄之機 개시고불가풍皆是古佛家風

그러나 줄탁의 기연은 모두가 옛 부처의 가풍인 것이다.

 

약달차도자若達此道者 이 도를 통달한 자는

편가일권권도황학루便可一拳拳倒黃鶴樓 한 주먹으로 황학루黃鶴樓를 거꾸러뜨리고

일척척번앵무주一踢踢翻鸚鵡洲 한 발길로 앵무주鸚鵡洲를 걷어차 버리리라.

 

여대화취如大火聚 이는 큰 불더미와도 같아서

근지즉료각면문近之則燎卻面門 가까이하면 얼굴을 데이고

 

여태아검如太阿劍 태아太阿의 보검과도 같아서

의지즉상신실명擬之則喪身失命 머뭇거리면 목숨을 잃게 된다.

 

차개유시투탈득대해탈자此箇唯是透脫得大解脫者 방능여차方能如此

이는 오직 투철하게 벗어나 완전한 해탈을 얻은 자만이 이럴 수 있다.

 

구혹미원체구苟或迷源滯句 혹 근본에 혼미하여 언구에 막혔다면

결정구저반설화부득決定搆這般說話不得 이 같은 말을 지어내려 해도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양조폄박對揚遭貶剝 “(제자를 위해) 거량을 하다가 깎아 내림을 당했다”는 것은

즉시일빈일주則是一賓一主 일문일답一問一答 한 손님[賓]과 한 주인[主]이 일문일답을 하면서

 

어문답처於問答處 편유폄박便有貶剝 문답하는 곳에서 깎아내림[貶剝]을 당했으므로

위지대양조폄박謂之對揚遭貶剝 이를 “거량을 하다가 깎아내림을 당했다”고 말한 것이다.

 

설두심지차사雪竇深知此事 소이지향량구하所以只向兩句下 송료頌了

설두스님은 이 일을 깊이 알았기에 두 구절로 송을 끝낸 셈이다.

 

말후지시락초末後只是落草 위이주파為爾注破

이 뒤로부터는 자비로 수준을 낮추어 그대를 위하여 설명해준 것이다.

 

자모불상지子母不相知 시수동줄탁是誰同啐啄

“어미와 새끼가 서로 모르는데 어느 누가 줄탁의 기연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은

 

모수탁母雖啄 불능치자지줄不能致子之啐 어미가 쪼아준다 해도 새끼가 쪼지 못하고

자수줄子雖啐 불능치모지탁不能致母之啄 새끼가 쫀다 해도 어미가 쪼아주지 못하니

 

각불상지各不相知 각각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당줄탁지시當啐啄之時 시수동줄탁是誰同啐啄

줄탁을 하더라도 동시에 줄탁을 할 주체가 어디에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약임마회若恁麼會 만일 이렇게 이해한다면

야출설두말후구也出雪竇末後句 부득재不得在

설두스님의 마지막 말씀을 뛰어넘으려 해도 벗어날 수 없다.

 

하고불견何故不見 왜냐하면 듣지 못했는가?

향엄도香嚴道 향엄香嚴스님의 말을.

 

자줄모탁子啐母啄 자각무각子覺無殼

즉 “새끼가 쪼고 어미가 쪼아대니 새끼는 껍질이 없다고 느낀다.

 

자모구망子母俱忘 응연불착應緣不錯

새끼와 어미가 모두 껍질이 없다고 여겨 기연에 감응함이 어긋나지 않는다.

 

동도창화同道唱和 묘현독각妙玄獨腳

같은 길을 가는 사람끼리 노래 부르지만 현묘한 길은 홀로 걷는다.”

 

설두불방락초雪竇不妨落草 타갈등도탁打葛藤道啄

설두스님은 자비로 몹시 수준을 낮추어 언어문자를 써서 이르기를 “쪼았다”라고 하였다.

 

차일자此一字 송경청답도환득활야무頌鏡清答道還得活也無

이 말은 경청스님이 대답한 “살아날 수 있겠느냐?”라는 구절을 노래한 것이다.

 

각覺 “알아차렸다!”라고 한 것은

송저승도약불활조인괴소頌這僧道若不活遭人怪笑

이 스님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을 것이다”고 말한 것을 노래한 것이다.

 

위십마설두각편도為什麼雪竇卻便道 유재각猶在殼

무엇 때문에 설두스님은 “아직도 껍데기 속에 있다고 말했을까?

 

설두향석화광중별치소雪竇向石火光中別緇素

설두스님이 돌 부딪치는 불빛 속에서 흑백을 구별하고

 

섬전기리변단예閃電機裏辨端倪

번개 치는 기틀 속에서 실마리를 분별한 것이다.

 

경청도鏡清道 야시초리한也是草裏漢

경청스님은 또한 “형편없는 놈”이라고 말했는데

 

설두도雪竇道 중조박重遭撲 자난처사자者難處些子

설두스님은 “거듭 얻어맞았다”고 했으니 이렇게 힐난한 것은 조금은 옳다고 하겠다.

 

시경청도야시초리한是鏡清道也是草裏漢

경청스님은 또한 “형편없는 놈”이라 했는데

 

환작경청환인안정득마喚作鏡清換人眼睛得麼

경청스님은 사람의 눈동자를 바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 불러도 되겠느냐?

 

저구막시유재각마這句莫是猶在殼麼

이 구절이 “아직도 껍데기 속에 있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차득몰교섭且得沒交涉 그러나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나리여차那裏如此 도대체 뭐가 같단 말인가?

 

약회득若會得 만약 알아차릴 수 있다면

요천하행각繞天下行腳 천하를 두루 돌아 행각하면서

보은유분報恩有分 은혜에 보답할 자격이 있으리라.

 

산승임마설화山僧恁麼說話 야시초리한也是草裏漢

산승이 이처럼 말한 것 또한 “형편없는 놈”에 해당한다.

 

천하납승도명막天下衲僧徒名邈

“천하의 납승은 부질없이 겉모습만 더듬는다.”고 하였는데

 

수불시명막자誰不是名邈者

어느 누가 겉모습을 더듬는 놈이 아니겠는가?

 

도저리到這裏 여기에 이르러서는

설두자명막불출雪竇自名邈不出 각갱루타천하납승卻更累他天下衲僧

설두스님은 더더욱 천하 납승들에게 누를 끼쳤다.(물리칠 각卻, 却의 本字)

 

차도경청작마생시위저승처且道鏡清作麼生是為這僧處

말해보라, 경청스님의 어느 점이 이 스님을 제접했던 곳인가?

 

천하납승도불출天下衲僧跳不出

천하의 납승들이 뛰어본들 벗어나지 못한다.

 

 

►범시凡是 대개, 도무지. 전면, 모조리

►만리애주萬里崖州=천지현격天地懸隔. 궁벽한 벽지.

의위여선의상격극원意謂與禪義相隔極遠

뜻으로 이르자면 선禪의 뜻과 서로 막힘이 극히 멂.

 

애주崖州 지명地名 재금해남성남부해안애현일대在今海南省南部海岸崖縣一帶

애주는 땅 이름이니 지금의 해남성 남부 해안의 애현崖縣 일대에 있음.

 

►귀요貴要=貴欲 오로지 ~하고자 한다.

희망希望 귀貴 욕야欲也

희망希望이니 귀貴는 욕欲임.

 

►일권권도황학루一拳拳倒黃鶴樓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20 해회연海會演

석일선사昔日先師(지백운수단指白雲守端)송림제삼돈봉운頌臨濟三頓棒云

석일에 선사先師(白雲守端)가 임제 3돈방三頓棒을 송해 이르되

 

일권권도황학루一拳拳倒黃鶴樓 한 주먹에 황학루를 때려 거꾸러뜨리고

일적적번앵무주一趯趯飜鸚鵡洲 한 번 차서 앵무주鸚鵡洲를 차 엎었다

유의기시첨의기有意氣時添意氣 의기 있을 때에 의기를 더함이며

불풍류처야풍류不風流處也風流 풍류 아니할 곳에서 또한 풍류다.

 

►황학루黃鶴樓 호북성 무창에 있는 누각.

루명樓名 재호북성무창서남변在湖北省武昌西南邊

누명樓名이니 호북성 무창武昌 서남변西南邊에 있음.

 

<황학루黃鶴樓/최호崔顥(?-?)>

석인이승황학거昔人已乘黄鶴去 옛사람은 이미 황학을 타고 가버렸으니

차지공여황학루此地空餘黄鶴樓 이 땅엔 덩그러니 황학루만 남았네

황학일거불부반黄鶴一去不復返 황학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백운천재공유유白雲千载空悠悠 흰구름만이 천 년간 하늘을 떠돌았네.

 

청천력력한양수晴川歷歷漢陽樹 양광 비친 강 너머로 한양의 나무 선명하고

방초초초앵무주芳草萋萋鸚鵡洲 앵무주엔 방초가 무성하도다

일무향관하처시日暮鄉關何處是 날은 저물었는데 내 돌아갈 고향은 어디 메냐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 강 위의 물안개는 날 시름케 하는구나

 

당대唐代에 지어진 칠언율시七言律詩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걸작으로

성당盛唐 시인 최호崔顥는 이 한 수로 대시인이 되었다.

 

황학루는 악양루岳陽樓, 등왕각藤王閣과 더불어 江南三大名樓에 속하며

天下江山第一樓라고까지 불리는 명소로 수많은 詩人墨客들이 앞 다퉈 누에 올라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황학루에 관한 시를 읊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이백 역시 황악루에 올라 주변의 경치에 감탄하여 시를 쓰려다 최호의 시를 보고는

더 이상의 시를 쓰는 것은 군더더기여서 한마디 던지고는 황학루를 떠나고 만다.

 

안전유경도부득眼前有景道不得 눈앞에 절경이 있어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구나.

최호제시재상두崔顥題詩在上頭 최호가 읊은 시가 머리 위에 걸려 있으니.

 

세월이 지나 이백이 <앵무주鸚鵡洲> 시를 지었고 황학루에서 쓰지 못한

심정을 담아 칠언절구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를 썼다

 

이후 칠언율시로 <황학루>와 <등금릉봉황대>를 비교하며 즐겨 우열을 논하였다.

南宋때의 평론가 엄우嚴羽가 그의 평론집 <창랑시화滄浪詩話>에서 말했다.

 

당인칠언률시唐人七言律诗 당나라 사람들이 지은 칠언율시 가운데

당이최호황학루위제일当以崔颢黄鹤楼为第一 최호의 <황학루>를 제일로 치는 것이 마땅하다

 

►앵무주鸚鵡洲 황학루와 마주하고 있는 명승지로 경관이 빼어나다.

주명洲名 재호북성무창서남지하중在湖北省武昌西南之河中

주명洲名이니 호북성 무창武昌 서남의 하중河中에 있음.

 

<앵무주鸚鵡洲/이백李白>

앵무래과오강수鸚鵡來過吳江水 앵무새가 날아와 오강의 물을 지나니

강상주전앵무명江上洲傳鸚鵡名 강 위의 모래섬을 앵무주라 이름 전하네.

앵무서비롱산거鸚鵡西飛隴山去 앵무새는 서쪽을 날아 농산으로 갔지만

방주지수하청청芳洲之樹何青青 무성한 모래섬의 수목은 어찌 이리도 푸른가!

 

연개란엽향풍난煙開蘭葉香風暖 연기 걷히자 따뜻한 바람에 난초잎 향기 풍겨오고

안협도화금랑생岸夾桃花錦浪生 강 언덕의 복사꽃에 비단 물결 일렁인다.

천객차시도극목遷客此時徒極目 떠도는 나그네 부질없이 먼 곳만 바라보는데

장주고월향수명長洲孤月向誰明 긴 모래섬에 외로운 달은 누구를 향하여 밝은가

 

►대화취大火聚

대화취어일처자大火聚於一處者 큰 불이 한 곳에 모인 것.

이비불가촉저지물체以譬不可觸著之物體 가히 접촉하지 못할 물체에 비유함.

 

<지도론智度論>18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 비여대화염譬如大火焰

반야바라밀은 비유컨대 큰 화염과 같아서(如大火焰)

 

사변불가취四邊不可取 무취역불취無取亦不取

사변四邊을 가히 취하지 못하며 무취無取도 또한 취하지 않는다.

 

일체취이사一切取已捨 시명불가취是名不可取

일체의 취取를 이미 버리면 이 이름이 가히 취하지 않음이다.

 

불가취이취不可取而取 시즉명위취是卽名爲取

가히 취하지 않으면서 취하면 이것을 곧 이름 해 취取다.

 

►면문面門 면부面部 얼굴 부위部位.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3

 

면문자面門者 제덕유삼석諸德有三釋 면문이란 것은 여러 숙덕이 세 해석이 있다.

일운시구一云是口 1은 이르되 입이다.

 

일운시면지정용비별구야一云是面之正容非別口也

1은 이르되 이 얼굴의 정용正容이며 다른 입이 아니다.

 

광통사운光統師云 비하구상중간시야鼻下口上中間是也

광통율사가 이르되 코 아래와 입 위의 중간이 이것이다.

 

►구搆=구構, 구覯. 명료明了 령오領悟 계합契合

얽을 구搆 이해 못 할 구搆 얽다. (집을)짓다. 이루어지다

얽을 구構 닥나무 구構 얽다. (생각을)얽어 짜내다. (거짓을)꾸며대다

 

만날 구覯 (우연히)만나다. 이루다, 구성構成하다. 합合치다.

 

►락초落草 사족蛇足. 불필요한 말.

►치소緇素 흑백. 승복僧服과 속복俗服 또는 승려와 속인.

►주파注破=주파註破. 끝까지 설명하다.

‘破’ 조사助詞니 득得ㆍ료了ㆍ착著에 상당함.

 

►단예端倪 어떤 일의 시작과 끝

시말始末 단서端緖 ‘예倪’ 단야端也

‘어린이 예/다시 난 이 예倪’ 어린이. 우리들. 끝, 가, 가장자리

 

►작마作麼 ~해도 되겠는가? ~해도 좋겠는가?

/2014-08-06 07: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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