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경청승사설봉鏡清承嗣雪峰 경청스님은 설봉雪峰스님의 법을 이어받았으니
여본인현사소산태원부배동시與本仁玄沙疏山太原孚輩同時
본인本人·현사玄沙·소산疎山· 태원부太原浮 등과 같은 시대의 인물이다.
초견설봉初見雪峰 득지후得旨後 처음 설봉스님을 뵙고 종지를 얻은 뒤
상이줄탁지기常以啐啄之機 개시후학開示後學 선능응기설법善能應機說法
항상 줄탁啐啄의 기연으로 후학을 일깨우니 근기에 딱딱 맞추어 설법을 하였다.
시중운示眾云 그는 대중 법문에서 이르기를
대범행각인大凡行腳人 수구줄탁동시안須具啐啄同時眼
“무릇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啐啄同時의 안목을 갖추고
유줄탁동시용有啐啄同時用 방칭납승方稱衲僧
줄탁동시의 작용이 있어야만이 바야흐로 衲僧이라 일컬을 수 있다.
여모욕탁如母欲啄 이자부득불줄而子不得不啐
이는 마치 어미닭이 쪼려 하면 병아리도 쪼지 않을 수 없고
자욕줄子欲啐 이모부득불탁而母不得不啄
병아리가 쪼려고 하면 어미닭도 쪼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하니
유승편출문有僧便出問 어떤 스님이 문득 앞으로 나와 물었다.
모탁자줄母啄子啐 어화상분상於和尚分上 성득개십마변사成得箇什麼邊事
“어미닭이 쪼고 병아리가 쪼면 화상의 경지에서는 무엇이 되겠습니까?”
청운清云 호개소식好箇消息 “좋은 소식이다.”
승운僧云 자줄모탁子啐母啄 어학인분상於學人分上 성득개십마변사成得箇什麼邊事
“반대로 병아리가 쪼고 어미닭이 쪼면 학인의 경지에서는 무엇이 되겠습니까?”
청운清云 로개면목露箇面目 “본래의 면목面目이 드러나지.”
소이경청문하所以鏡清門下 유줄탁지기有啐啄之機
이 때문에 경청스님의 문하에서는 줄탁의 기연이 있게 되었다.
저승역시타문하객這僧亦是他門下客 회타가리사會他家裏事 소이여차문所以如此問
이 스님 또한 그의 문하생인지라 그 집안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이처럼 물은 것이다.
학인줄청사탁學人啐請師啄
“학인이 줄啐할 터이니 스님께서는 탁啄을 해주십시오.”라는 이야기를
차문동하위지차사명기此問洞下謂之借事明機 나리여차那裏如此
동산스님의 문하에서는 현상적인 것을 빌려 기틀을 밝힌 것[借事明機]이라고 한다.
자줄이모탁子啐而母啄 그러나 어찌 병아리가 쪼면 어미닭이 쪼아주는 것처럼
자연흡호동시自然恰好同時 자연히 동시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으리오.
경청야호鏡清也好 경청스님 또한 훌륭하였다.
가위권척상응可謂拳踢相應 심안상조心眼相照
이른바 손과 발이 서로 맞고 마음의 눈이 서로를 척 알아보았다고 할 만하다.
편답도便答道 환득활야무還得活也無 그러므로 “살아날 수 있겠느냐?”고 대꾸하였다.
기승야호其僧也好 그러나 그 스님 또한 훌륭했다.
역지기변亦知機變 일구하유빈유주一句下有賓有主 유조유용有照有用 유살유활有殺有活
기연을 맞출 줄을 알고서 한 구절에 빈賓·주主와 조照·용用과 살殺·활活을 갖추었다.
승운僧云 약불활조인괴소若不活遭人怪笑
스님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을 것이다”고 하자
청운清云 야시초리한也是草裏漢 일등시입니입수一等是入泥入水
경청스님은 “역시 형편없는 놈이다”고 하여 함께 진흙과 물속으로 들어갔으니
경청부방악각수鏡清不妨惡腳手 경청스님의 솜씨가 참으로 거칠다 할 것이다.
저승기회임마문這僧既會恁麼問 이 스님이 이 정도의 질문을 할 줄 알면서도
위십마각도為什麼卻道 야시초리한也是草裏漢
무엇 때문에 “역시 형편없는 놈이라”고 말하였을까?
소이작가안목所以作家眼目 수시임마須是恁麼
그러므로 작가의 안목은 모름지기 이와 같아야 한다.
여격석화사섬전광如擊石火似閃電光 마치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아서
구득구부득構得構不得 미면상신실명未免喪身失命
(경청스님의 경지에) 도달했건 못했건 몸을 잃고 목숨을 뺏기게 되는 것이다.
약임마若恁麼 만약 이와 같다면
편견경청도초리한便見鏡清道草裏漢
곧 경청스님이 “역시 형편없는 놈이라”고 말했던 뜻을 알아차릴 것이다.
소이남원시중운所以南院示眾云
그리하여 남원南院스님이 대중 법문에서
제방지구줄탁동시안諸方只具啐啄同時眼 “여러 총림에서는 줄탁동시의 안목을 갖추었을 뿐
불구줄탁동시용不具啐啄同時用 줄탁동시의 작용은 갖추지 못했다”고 하자
유승출문有僧出問 어떤 스님이 나와 물었다
여하시줄탁동시용如何是啐啄同時用 “무엇이 줄탁동시의 작용입니까?”
남원운南院云 남원스님이 말하였다.
작가불줄탁作家不啐啄 “작가 선지식이라면 줄탁을 하지 않는다.
줄탁동시실啐啄同時失 줄탁을 한다면 동시에 죽게 된다.”
승운僧云 유시학인의처猶是學人疑處 “학인에게 의심이 있습니다.”
남원운南院云 작마생시이의처作麼生是爾疑處 “어떤 것이 그대가 의심하는 점인가?”
승운僧云 실失 “죽었습니다.”라고 하자
남원편타南院便打 남원스님이 갑자기 몽둥이로 쳤으나
기승불긍其僧不肯 원편간출院便趕出 그 스님이 수긍하지 않으므로 그를 쫓아내버렸다.
승후도운문회리거전화僧後到雲門會裏舉前話
그 스님이 뒤에 운문스님의 회하에 이르러 앞에 있었던 대화를 말하였더니
유일승운有一僧云 한 스님이 말하였다.
남원봉절나南院棒折那 “남원스님의 방망이가 부러졌습니까?”
(왜 너 같은 놈을 때려죽이지 않고 그냥 놔줬단 말인가?)
기승활연유성其僧豁然有省 그는 이 말에 환히 깨쳤다.
차도의재십마처且道意在什麼處 말해보라, 핵심이 어디에 있었는가?
기승각회견남원其僧卻回見南院 원적이천화院適已遷化
그 스님이 되돌아와 남원스님을 뵈려 했지만 남원스님은 이미 죽은 뒤였다.
각견풍혈卻見風穴 재례배纔禮拜
(그래서 남원의 법을 이은) 풍혈風穴(896-973)스님을 뵙고 절을 올렸더니
혈운穴云 풍혈스님은 말하였다.
막시당시문선사줄탁동시저승마莫是當時問先師啐啄同時底僧麼
“당시에 先師(남원스님)께 줄탁동시를 물었던 스님이 아니더냐?”
승운僧云 시是 “그렇습니다.”
혈운穴云 이당시작마생회爾當時作麼生會 “그대는 그때 어떻게 이해했느냐?”
승운僧云 모갑당초시某甲當初時 여등영리행상사如燈影裏行相似
“저는 처음엔 마치 등불의 그림자 속에서 걷는 것과 같았습니다.”
혈운穴云 이회야爾會也 “그대는 깨달았구나.”
차도시개십마도리且道是箇什麼道理 말해보라,
(“그대는 깨달았구나.”는) 이는 무슨 도리인가를.
저승도래지도這僧都來只道 이 스님이 말한 것이라고는 모두
모갑당초시某甲當初時 여등영리행상사如燈影裏行相似
“저는 처음엔 마치 등불의 그림자 속에서 걷는 것과 같았다”는 것뿐인데
인심마풍혈편향타도이회야因甚麼風穴便向他道爾會也
무엇 때문에 풍혈스님이 바로 “그대가 깨달았구나.”라고 말했을까?
후래취암념운後來翠巖拈云 훗날 취암翠巖스님은 이에 대해서
남원수연운주유악南院雖然運籌帷幄
“남원스님이 (장량처럼) 비록 장막 안에서 계획을 세워
천리 밖의 승부를 결판 짓는 솜씨가 있다고는 하지만
쟁내토광인희爭柰土曠人稀 지음자소知音者少
너른 땅에 알아보는 사람이 적은 것을 어찌하랴”라고 염拈하였으며
풍혈념운風穴拈云 풍혈스님은
남원당시南院當時 대타개구待他開口
“남원스님이 당시에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벽척편타劈脊便打 간타작마생看他作麼生
등줄기를 후려쳐서 그가 어떻게 하는가를 보았어야 했다”고 염하였다.
약견차공안若見此公案 편견저승여경청상견처便見這僧與鏡清相見處
이 공안을 알아차린다면 경청스님이 이 스님을 어떻게 인도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제인작마생諸人作麼生 면득타도초리한免得他道草裏漢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그가 말한 “형편없는 놈”이라는 소리를 면할 수 있을까?
소이설두애타도초리한所以雪竇愛他道草裏漢 편송출便頌出
이 때문에 설두스님은 그가 말한 “형편없는 놈”을 좋아하여 송을 하였다.
►본인本仁 백수본인白水本仁 오대후량승五代後梁僧 동산량개법사洞山良价法嗣
천부중天復中(901-903) 주고안백수원住高安白水院
천복天復 중(901-903) 高安 백수원白水院에 住했고
학자귀지學者歸之 인칭백수화상人稱白水和尙
학자가 그에게 귀의했으며 사람들이 백수화상으로 호칭했음
/송고승전宋高僧傳13 전등록傳燈錄17
►태원부太原孚 부상좌孚上座 오대승五代僧
초재양주광효사강열반경初在揚州光孝寺講涅槃經
처음에 양주 광효사에 있으면서 열반경을 강설했는데
인일선자지격발因一禪者之激發 수파강遂罷講 편력제방徧歷諸方
한 禪者의 격발激發로 인해 드디어 파강罷講하고 제방을 徧歷.
후지설봉後至雪峰 설봉심기지雪峰深器之
후에 설봉에 이르렀고 설봉이 깊이 법기로 여겼으며
사자도계師資道契 갱불타유更不他遊
사자師資의 도가 계합하여 다시 딴 곳을 유행遊行하지 않았고
종불출세終不出世 제방목위태원부상좌諸方目爲太原孚上座
마침내 출세하지 않았으며 제방에서 명목해 태원부 상좌라 했다
/오등회원五燈會元7
►동하洞下 동산문하洞山門下. 조동가풍曹洞家風을 말함.
►흡호동시恰好同時 쌍방이 동시에 의기투합하다.
►구득構得 到得. 경지에 도달하다.
‘구構(구覯)’ 명료明了. 령오領悟. 계합契合. 교합交合
►남원南院 남원혜옹南院慧顒(860-930)
오대림제종승五代臨濟宗僧 하북인河北人 흥화존장법사興化存獎法嗣
주여주住汝州(하남河南)보응선원남원寶應禪院南院
여주汝州(하남) 보응선원寶應禪院의 남원南院에 거주했으며
후전법어풍혈연소後傳法於風穴延沼
후에 풍혈연소風穴延沼에게 전법傳法했다.
<안종통편년按宗統編年18> <종통편년18>을 안험按驗컨대
사시적어후당명종장흥원년師示寂於後唐明宗長興元年(930)
스님은 후당後唐 명종明宗 장흥長興 원년(930)에 시적示寂했다 했고
<석씨통감釋氏通鑑12則> <석씨통감12>에는
사시적어후주태조광순이년師示寂於後周太祖廣順二年(952) 기여사적불상其餘事蹟不詳
곧 스님이 후주後周 태조 광순 2년(952)에 示寂했다 했음. 그 나머지 事蹟은 不詳.
/전등록傳燈錄12 석씨계고략釋氏稽古略3 련등회요聯燈會要11 증정불조도영增訂佛祖道影2
►풍혈風穴 풍혈연소風穴延沼(896-973) 38則을 보라
►도래都來 ‘都’ 전부全部 ‘來’ 후철後綴
►벽척劈脊=벽척擗脊 등을 노리는 것. 등을 목표로 해서.
► 취암翠巖 취암가진翠巖可眞(?-1064)
► 대待 ~하면, 그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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