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則과 着語】
거舉 거론하다.
암두문승巖頭問僧 암두가 한 스님에게 물었다.
십마처래什麼處來 “어느 곳에서 왔느냐?”
미개구시납패결료야未開口時納敗缺了也 입을 열기 이전에 벌써 저버렸다.
천과촉루穿過髑髏 해골을 뚫어버렸다.
요지래처야불난要知來處也不難 온 곳을 알려 한다면 어렵지 않지.
승운僧云 서경래西京來 “서경西京에서 왔습니다.”
과연일개소적果然一箇小賊 예상했던 대로 좀도둑이었군.
두운頭云 황소과후黃巢過後 환수득검마還收得劍麼 “황소黃巢가 지난 뒤에 칼을 주웠느냐?”
평생부증주초적平生不曾做草賊 평소에 좀도둑질은 하지 않았구나.
불구두락不懼頭落 편임마문便恁麼問 호대담好大膽
모가지 떨어질까 두려워하지도 않고 이처럼 물어다대니 담력이 퍽이나 크구나.
승운僧云 수득收得 “주웠습니다.”
패야敗也 졌구나.
미식전신처未識轉身處 몸을 피할 줄을 몰랐구나.
모광한여마사속茅廣漢如麻似粟 멍청한 놈들이 삼대 같고 좁쌀처럼 많다.
암두巖頭 인경근전운引頸近前云 화㘞
암두가 목을 그의 앞으로 쑤욱 빼면서 “얏!”하고 소리치자
야수식기의시득也須識機宜始得 반드시 적절한 기연을 알아야 한다.
함호지기陷虎之機 범을 잡는 덫이군.
시십마심행是什麼心行 이 무슨 수작인가?
승운僧云 사두락야師頭落也 스님이 말했다. “스님의 머리가 떨어져버렸습니다.”
지견추두리只見錐頭利 송곳 끝이 날카로운 것만 알지
불견착두방不見鑿頭方 끌의 끝이 네모난 줄은 모르는군.
식심호오識甚好惡 (네 주제에) 무슨 좋고 싫은 것을 따지는가!
착야著也 한 수 두었다.
암두巖頭 가가대소呵呵大笑 암두가 껄껄대고 크게 웃었다.
진천하납승불내하盡天下衲僧不奈何 온 천하의 납승이라도(암두) 어찌할 수 없다.
기살천하인欺殺天下人 천하 사람은 속일지 몰라도
심저로한두락처부득尋這老漢頭落處不得 이 늙은이의 머리가 떨어진 곳은 못 찾는다.
승僧 후도설봉後到雪峰 승이 그 뒤 설봉雪峰에게 이르자
의전만안몽동依前顢頇懞懂 여전히 어리석구나.
저승왕왕십분납패결거這僧往往十分納敗缺去 이 스님이 늘 완전히 지기만 하는구나.
봉문峰問 십마처래什麼處來 설봉이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불가불설래처不可不說來處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지.
야요감과也要勘過 반드시 시험해보아야 한다.
승운僧云 암두래巖頭來 “암두에서 왔습니다.”
과연납패결果然納敗缺 예상했던 대로 지고 말았네.
봉운峰云 유하언구有何言句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거득불면끽봉舉得不免喫棒 이야기를 해도 방망이 맞는 것을 면치 못하리라.
승거전화僧舉前話 스님이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편호간출便好趕出 곧바로 쫓아냈어야 했다.
설봉타삼십봉간출雪峰打三十棒趕出 설봉이 서른 방망이를 쳐서 쫒아 내버렸다.
수연참정절철雖然斬釘截鐵 비록 (속발하는) 못을 끊고 쇠를 자르기는 했으나
인심지타삼십봉因甚只打三十棒 무엇 때문에 서른 방망이만 쳤느냐?
주장자야미도절재拄杖子也未到折在 주장자가 아직도 부러지지 않았다.
차미시본분且未是本分 이는 아직 본분 소식이 아니다.
하고何故 조타삼천朝打三千 왜냐하면 아침에 3천 방망이
모타팔백暮打八百 저녁에 8백 방망이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
약불시동참若不是同參 쟁변단적爭辨端的 동기동창이 아니라면 어떻게 또렷한 뜻을 분별하랴.
수연여시雖然如是 차도且道 이와 같긴 하지만 말해보라,
설봉암두락재십마처雪峰巖頭落在什麼處 설봉과 암두의 귀결점은 어디에 있는가를.
►납패결納敗缺 실패하다.
►서경西京 당의 수도 장안.
►황소黃巢(820-884)
<조정사원祖庭事苑>2 황소黃巢
안당서전按唐書傳(구당서舊唐書200 황소전黃巢傳)
당서唐書(구당서200 黃巢傳)의 전傳(經書의 說明)을 안험컨대
소巢 조주원하인曹州寃何人 본이판염위사本以販鹽爲事
황소는 조주曹州 원하寃何 사람이며 본래 소금 판매 일을 했다.
건부중乾符中(874-879)
잉세흉황仍歲凶荒 인기위도人飢爲盜 하남우심河南尤甚
여러 해 흉황이라 사람들이 굶다가 도적이 되었는데 하남이 더욱 심했다.
소여제황규곤중팔인巢與弟黃揆昆仲八人
황소가 동생 황규와 더불어 곤중昆仲(맏이 곤昆) 8인이
솔도수천率盜數千 의리인상양依里人尙讓
도적 수천을 거느리고 이인里人 상양尙讓에게 의지했는데
월여月餘 중지수만衆至數萬 월여月餘에 무리가 수만에 이르렀으며
양내여군도讓乃與群盜 상양이 이에 군도群盜와 더불어
추소위왕推巢爲王 황소를 추대해 왕으로 삼아
왈충천대장군曰衝天大將軍 가로되 충천대장군衝天大將軍이라 했고
잉서관속仍署官屬 인해 관속官屬을 두었다(署).
번진불능제蕃鎭不能制 이지어절거경사以至於竊據京師
번진蕃鎭이 능히 제압치 못해 경사京師(서울)에 절거竊據하기에 이르렀으며
번략궁묘燔掠宮廟 천자위지분주天子爲之奔走
궁묘宮廟를 번략燔掠했고 천자가 분주奔走했다.
국호칭제國號稱齊 년칭금통年稱金統
국호를 제齊라 칭하고 연호年號를 금통金統이라 칭했다.
조정이리극용솔관군토지朝廷以李克用率官軍討之
조정에서 이극용李克用을 써 관군을 거느리고 그를 토벌했다.
중화사년中和四年(884) 5月
대패지大敗之 적산연운계賊散兗鄆界 소입태산巢入泰山
크게 그를 패퇴시키자 도적은 연운兗鄆의 경계로 흩어지고 황소는 태산에 들어갔다.
관군견장포지官軍遣將捕之 지랑호곡至狼虎谷
관군이 장병을 보내 그를 체포하려 했고 낭호곡狼虎谷에 이르자
소장림언巢將林言 참소급이제업규등斬巢及二弟鄴揆等
황소의 장군 임언林言이 황소 및 두 동생인 업鄴, 규揆 등
칠인수병처자七人首幷妻子 함송서주函送徐州
7인의 머리와 아울러 처자를 베어 서주徐州에 함송函送했다.
►과후過後 황소의 난이 평정된 뒤.
►수득收得 (어떤 물건을)얻다. 손에 넣다.
►환수득검마還收得劍麽 칼을 주워 갖고 왔느냐?
세상이 어지러워 인심이 흉흉한 唐말기에 소금장수 황소가 혼란한 세상을 틈 타
친구 왕선지와 함께 약탈단을 조직, 수만의 민중을 규합하였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칼을 주웠는데 ‘天賜黃巢’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 글에 자신을 얻어 스스로 ‘衝天將軍’이라 부르며
장안을 함락하고 ‘大齊皇帝’라 자칭하여 연호를 ‘金統’으로 고쳤다.
그러나 4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암두의 말은 하늘이 황소에게 내린 劍뿐만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가 지니고 있는 圓成智劍을 말한 것이다.
‘어떠냐? 너는 그 智劍으로 일체를 잘라 버리고 見性했느냐?’
►초적草賊 좀도둑
여초절동與草竊同 초절草竊(좀도둑. 훔칠 절竊).
초야지적야草野之賊也 초야草野의 도적.
<삼국지三國志>60 오서吳書
주방왈周魴曰 주방周魴이 가로되
산서초장山棲草藏 산에 살고 풀 속에 숨어서
란심유존亂心猶存 난심亂心이 오히려 존재한다.
►모광한茅廣漢=망로한莽鹵漢.
모광한謨廣漢. 허풍쟁이. 얼간이. 얼빠진 놈. 멍청한 놈.
언행조솔적인言行粗率的人 언행이 조솔粗率(거칠고 경솔함)한 사람.
일본무착도충갈등어전日本無著道忠葛藤語箋 일본 무착도충의 갈등어전.
인고초引古鈔 방어方語 고초古鈔를 인용하되 방어方語니
무분효無分曉 분효分曉(환하게 밝음)가 없음이다.
비정세인야非精細人也 정세精細하지 아니한 사람이다.
►인경근전引頸近前 목을 늘이고 다가가다. ‘ 자, 내목을 한 번 쳐보게’
►화㘞 놀랐을 때 내지르는 외마디 소리(여기의 뜻) 힘을 줄 때 나오는 소리.
►지견추두리只見錐頭利 불견착두방不見鑿頭方
송곳[錐頭]의 날카로움만 알고 끌[鑿頭] 모난 것은 모른다.
‘한쪽 면만을 알고 전혀 융통성이 없다’
비유견소불견대比喩見小不見大 작은 것만 보고 큰 것은 보지 못하며
지고소리只顧小利 다만 소리小利만 돌아보고
불고대해不顧大害 대해大害는 돌아보지 않음에 비유함.
►가가대소呵呵大笑
‘화㘞’하는 그 순간에 목도 칼도 얻었다는 망상도 일시에 다 날아가 버렸을 텐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치기稚氣와 현기衒氣가 가득한 질문을 한 것을 조소하다.
►간출趕出 쫓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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