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대범도낭부발大凡挑囊負缽 바랑을 메고 발우를 지고서
발초첨풍撥草瞻風 풀을 헤치며 바람을 맞으면서
야수시구也須是具 행각안시득行腳眼始得 행각할 때는 반드시 안목을 갖춰야만 된다.
저승這僧 안사류성眼似流星 이 승은 안목이 (민첩하기가) 유성과 같았으나
야피암두감파료也被巖頭勘破了 암두스님에게 시험을 당하여
일관천각一串穿卻 한 꿰미에 뚫려버렸다.
당시약시개한當時若是箇漢 당시에 제대로 된 놈이었다면
혹살혹활或殺或活 때로는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살리기도 하면서
거착편용舉著便用 (종사가) 말해주면 바로 작용했을 것이다.
저승這僧 아랑당砑郎當 각도수득卻道收得
그러나 이 승은 변변치 못하여 대뜸 “황소의 검을 주웠습니다.”고 말했다.
사임마행각似恁麼行腳 염라로자閻羅老子 이처럼 행각을 한다면 염라대왕이
문이색반전재問爾索飯錢在 그대에게 행각 중에 얻어먹었던 밥값을 내라고 할 것이다.
지타답파다소초혜知他踏破多少草鞋 직도설봉直到雪峰
그는 얼마나 많은 짚신을 떨어뜨리면서 그 길로 설봉에게 이르렀는가?
당시약유사자안근當時若有些子眼筋 당시 조금이라도 안목이 있어 암두의 말을 듣는 순간
편해별지거便解瞥地去 대뜸 일어나 갔었더라면
기불쾌재豈不快哉 이 어찌 통쾌하지 않았겠느냐?
저개인연這箇因緣 유절각효와처有節角淆訛處
이런 본칙의 공안 속의 인연은 깐깐하여 (암두가 웃은 것) 간파하기 어렵다.
차사수연무득실此事雖然無得失 득실심대得失甚大
‘이 일’은 득실이 없다고는 하나 오히려 득실이 몹시 크다
수연무간택雖然無揀擇 비록 간택은 없지만
도저리到這裏 여기에(승과 암두의 문답처) 이르러서는
각요구안간택卻要具眼揀擇 또한 안목을 갖춰 간택할 필요가 있다.
간타룡아행각시看他龍牙行腳時 용아龍牙는 구도 행각할 때
치개문단致箇問端 문덕산問德山 의심을 일으켜 덕산德山에게 물었다.
학인장막사검學人仗鏌邪劍 의취사두시여하擬取師頭時如何
“학인이 막야鏌鎁)보검을 들고서 스님의 머리를 베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덕산인경근전운德山引頸近前云 화㘞 룡아운龍牙云
덕산이 목을 쑥 빼며 앞으로 다가서며 “얏!”하고 소리 지르자 용아는 말했다.
사두락야師頭落也 “스님의 머리는 떨어졌습니다.”
산山 편귀방장便歸方丈 덕산은 즉시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
아후거사동산牙後舉似洞山 동산운洞山云
용아는 그 뒤 이 일을 동산洞山에게 얘기하자 동산이 말했다.
덕산당시도십마德山當時道什麼 “덕산이 당시에 무어라고 말하던가?”
아운牙云 타무어他無語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동산운洞山云 동산이 말했다.
타무어즉차치他無語則且置 차아덕산락저두래간借我德山落底頭來看
“그가 말이 없었던 것은 그만두고 떨어진 덕산의 머리를 나에게 가져와 보게.”
아어언하대오牙於言下大悟 용아는 이 말에 완전히 깨닫고
수분향요망덕산례배참회遂焚香遙望德山禮拜懺悔
마침내 향을 사르면서 멀리 덕산을 바라보고 절을 올리며 참회하였다.
유승전도덕산처有僧傳到德山處 덕산운德山云
어느 승이 덕산의 처소에 이르러 이 일을 전하자 덕산이 말했다.
동산로한洞山老漢 불식호오不識好惡
“동산 늙은이가 좋고 나쁜 것도 구별할 줄 모르는군.
저한사래다소시야這漢死來多少時也 구득유십마용처救得有什麼用處
이놈이 죽은 지 한참 지났는데 구해준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저개공안這箇公案 여룡아저일반與龍牙底一般
이 본칙 공안을 살펴보면 용아의 경우와 매한가지이다.
덕산귀방장德山歸方丈 덕산이 방장실로 되돌아가 버렸던 것은
즉암중최묘則暗中最妙 곧 어둠 가운데서 가장 현묘한 것이었다.
암두대소巖頭大笑 타소중유독他笑中有毒
암두가 크게 웃었는데 그의 웃음 속에는 독(함정)이 있다.
약유인변득若有人辨得 천하횡행天下橫行
누구나 이를 알 수 있다면 천하를 누빌 것이다.
저승당시약변득출這僧當時若辨得出 이 승이 그 당시 알 수만 있었다면
천고지하千古之下 면득검책免得檢責 천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꾸지람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암두문하於巖頭門下 이시일장차과已是一場蹉過
그러나 그렇지 못했기에 암두의 문하에서 이미 한바탕 틀려버린 장면이 되었다.
간타설봉로인看他雪峰老人 시동참是同參
이를 살펴보면 설봉은 암두와 동참(모두 덕산의 제자)이기에
편지락처便知落處 곧 귀결점을 알고 있었으나
야불여타설파也不與他說破 지타삼십봉간출원只打三十棒趕出院
그에게 말해주지 않고 서른 방망이를 두들겨서 절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가이광전절후可以光前絕後 이는 전무후무의 경지라 할 만하다.
저개시념작가납승비공這箇是拈作家衲僧鼻孔 위인저수단為人底手段
이는 작가 납승의 면목을 나타내어 사람을 지도하는 솜씨이다.
갱불여타여지약하更不與他如之若何 교타자오거教他自悟去
그에게 이렇게 해주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스스로가 깨닫겠는가?
본분종사위인本分宗師為人 본분종사는 사람을 지도하되
유시롱조有時籠罩 불교이출두不教伊出頭
어느 때는 꼼짝도 못하게 가두어놓기도 하고
유시방령사랑당지有時放令死郎當地 각수유출신처卻須有出身處
어느 때는 놓아주어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 깨닫도록 해주었다.
대소대암두大小大巖頭 설봉雪峰 도피개끽반선화감파倒被箇喫飯禪和勘破
저토록 대단하신 암두·설봉은 거꾸로 밥통 같은 선객에게 감파를 당하였다.
지여암두도只如巖頭道 황소과후黃巢過後 환수득검마還收得劍麼
그건 그렇고 암두는 승에게 “황소가 지난 뒤에 칼을 얻었느냐?” 했는데
제인차도저리합하득십마어諸人且道這裏合下得什麼語 면득타소免得他笑
여러분은 말해보라,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해야 그의 웃음을 면할 수 있으며
우면득설봉행봉간출又免得雪峰行棒趕出
또한 설봉의 방망이에 쫓겨남을 면할 수 있을까?
저리효와這裏淆訛 약부증친증친오若不曾親證親悟
이 깐깐한 화두(암두의 웃음과 설봉의 30방)를 몸소 깨닫지 못한다면
종사구두쾌리縱使口頭快利 설령 입으로 통쾌하고 날카롭게 말하여
지구경투탈생사부득至究竟透脫生死不得
구경究竟의 경지에 이른다 하여도 투철하게 생사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산승山僧 심상尋常 교인처저기관전처教人覷這機關轉處
산승(원오)은 평소에 사람들에게 이 기관機關(핵심)이 전변하는 곳을 잘 살펴보게 하였다.
약의의즉원지원의若擬議則遠之遠矣
만약 머뭇머뭇 헤아린다면 멀고도 먼 이야기이다.
불견투자문염평승운不見投子問鹽平僧云
듣지 못하였느냐? 투자投子가 연평延平에게 물었던 것을,
황소과후黃巢過後 수득검마收得劍麼 “황소가 지난 뒤에 칼을 얻었느냐?”고 묻자
승이수지지僧以手指地 승이 손으로 땅을 가리켰다.
투자운投子云 투자는 말했다.
삼십년롱마기三十年弄馬騎 금일각피려자박今日卻被驢子撲
“30년 동안 마부 노릇을 하였지만 오늘 도리어 나귀한테 들이 받혔구나.”고
간저승看這僧 야불방시개작가也不妨是箇作家 살펴보면 이 승은 참으로 작가였다.
야부도수득也不道收得 “주웠다”고 말하지도 않고
야부도수부득也不道收不得 “줍지 못했다”고도 말하지 않았으니
여서경승與西京僧 서울[西京]의 스님네와는
여격해재如隔海在 저 바다 건너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진여념운真如拈云 이 공안에 대해 진여眞如가 평했다.
타고인他古人 일개주두一箇做頭 일개주미정야一箇做尾定也
“옛사람은 하나(투자)는 머리가 되고 하나(이 스님)는 꼬리가 되었다.”
설두송운雪竇頌云 설두의 송은 다음과 같다.
►발초첨풍撥草瞻風 풀을 헤치고 바람의 방향을 보다.
‘수행자가 행각을 떠나 눈 밝은 선사의 家風에 접하는 것’
‘갖은 고난을 무릅쓰고 스승을 찾아 행각하는 것’
►행각안行脚眼 수행자로서의 뛰어난 식견. 수행자로서의 올바른 안목.
►안사류성眼似流星
유지간파선법적안목여류성신질喩指看破禪法的眼目如流星迅疾
선법을 간파하는 안목이 유성 같이 신질迅疾함을 비유로 가리킴.
►아랑당砑郞當=아랑당訝郞當. 흐리멍덩하다. 야무지지 못하다.
랑자지의狼藉之義 낭자狼藉의 뜻.
우의괴지의又疑怪之義 또 의괴疑怪의 뜻.
►염라로자閻羅老子 염라대왕의 경칭.
즉염라왕卽閻羅王 우칭염마왕又稱閻魔王 곧 염라왕이니 또 명칭이 염마왕.
위귀세계지시조爲鬼世界之始祖 명계지총사冥界之總司 지옥지주신地獄之主神
귀세계鬼世界의 시조며 명계冥界의 총사總司며 지옥의 주신主神이 됨.
►색반전索飯錢 ‘索’ 청구請求 요구要求
의위참학일생意謂參學一生 뜻으로 이르자면 일생에 참학하여
불능오도不能悟道 능히 오도하지 못하면
도끽료시주적재반徒喫了施主的齋飯 도연히 시주의 재반을 먹고
사후염라왕장추수반전死後閻羅王將追收飯錢
사후에 염라왕이 장차 밥값을 追收한다 함이니
시선가상용척책어是禪家常用斥責語
이는 선가에서 상용하는 斥責語(責罵하는 말)임.
►지타知他 반어적인 의문 표현. 도대체 ~알 수 있겠는가(알 수 없다)
‘他’ 의미 없는 어조사(=任他, 從他, 管他)
►별지거瞥地去 별이瞥爾, 별연瞥然, ~하는 순간. ‘地’ 부사어미. ‘去’ 어조사
►학인장막야검學人仗鏌鎁劍 ‘의장 장仗’ ~을 가지고, ~으로
‘鏌鎁劍’ 고대의 명검.
►광전절후光前絕後=空前絶後. 前無後無
►여지약하如之若何 如之何. 우회적인 방법(방편)을 사용하다. 이러쿵저러쿵.
►방령放令 방교放敎. 그대로 ~하게 놔두다.
►사랑당지死郞當地 아주 형편없다. 지리멸렬하기 이를 데 없다.
‘死’ 郞當을 강조하는 접두어. ‘地’ 부사어미.
►끽반선화喫飯禪和 쓸데없이 밥만 축내는 수행자. ‘안목이 밝지 못한 수행자’
►저리합하득십마어這裏合下得什麽語 ‘合’ 도대체. 의문의 기분을 나타내는 부사.
►구두쾌리口頭快利 말을 잘하다.
►구경究竟=필경畢竟.
사리도법지극고심지처事理道法至極高深之處 사리의 도법이 지극하고 高深한 곳.
종극영항적진리終極永恒的眞理 종극의 영항永恒의 진리.
►투자문염평승投子問鹽平僧
‘投子大同(815-914)
염평당작연평鹽平當作延平(福建南平)
염평鹽平은 마땅히 연평延平(福建 南平)으로 지어야 함.
연평승延平僧 지소산광인법사소산증선사指疏山匡仁法嗣疏山證禪師
연평승延平僧은 소산광인疏山匡仁의 법사인 소산증선사疏山證禪師.
<전등록傳燈錄>20 소산증선사제이세주疏山證禪師第二世住
초참인화상初參仁和尙 득지후유력제방得旨後遊歷諸方
처음 인화상仁和尙을 참했고 득지得旨한 후 제방을 유력遊歷했다.
알투자동선사謁投子同禪師 투자문왈投子問曰
투자동선사投子同禪師를 참알하자 투자가 물어 가로되
근리십마처近離什麽處 최근에 어느 곳을 떠났느냐?
왈曰 연평래延平來 가로되 연평에서 왔습니다.
투자왈投子曰 환장득검래마還將得劍來麽
투자가 가로되 도리어 검을 가지고(將得; 得은 조사) 왔느냐?
왈曰 장득래將得來 가로되 가지고 왔습니다.
투자왈投子曰 정사로승간呈似老僧看 투자가 가로되 노승에게 정사呈似하여 보아라.
사내지면전지상師乃指面前地上 스님이 곧 면전의 땅 위를 가리켰다.
투자편휴投子便休 투자가 곧 쉬었다.
사수거師遂去 스님이 드디어 떠났다.
삼일후투자문주사三日後投子問主事 신도승재십마처新到僧在什麽處
3일 후에 투자가 주사主事에게 묻되 신도승新到僧이 어느 곳에 있느냐?
왈曰 당시거야當時去也 가로되 당시에 떠났습니다.
투자왈投子曰 삼십년학마기三十年學馬伎 작일피려박昨日被驢撲
투자가 가로되 30년 동안 마기를 배웠더니 작일 나귀에게 차임을 입었다.
►삼십년롱마기三十年弄馬騎 금일각피려자박今日却被驢子撲
법거양중法擧揚中 법을 거양擧揚하는 중에
선기피인식파禪機被人識破 선기禪機가 남에게 식파識破됨을 입거나
혹무언가대시용차어或無言可對時用此語 혹 가히 대답할 말이 없을 때 이 말을 사용함.
시일종자조是一種自嘲 이는 1종의 자조自嘲임.
우함불복기又含不服氣 또 복종하지 않는 기분을 함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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