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대웅종파하출사암주大雄宗派下出四庵主
대웅종파(大雄=百丈)의 문하에서 네 암주(은둔 수행자)가 배출했으니
대매백운大梅白雲 호계동봉虎溪桐峰
대매大梅·백운白雲·호계虎溪·동봉桐峰이다.
간타량인임마안친수변看他兩人恁麼眼親手辨
상대에 따라 임기응변하는 두 사람을 살펴보니 이처럼 눈으로 직접 보고 손수 분별하였다.
차도효와재십마처且道淆訛在什麼處 말해보라, 잘못이 어디에 있는가를.
고인일기일경古人一機一境 일언일구一言一句
옛사람의 한 기틀[一機], 한 경계[一境]와 한 말[一言], 한 구절[一句]이
수연출재림시雖然出在臨時 이처럼 수시로 나온다 해도
약시안목주정若是眼目周正 안목이 빈틈없고 바르다면
자연활발발지自然活鱍鱍地 반드시 생기발랄한 경지가 있을 것이다.
설두념교雪竇拈教 인식사정人識邪正 변득실辨得失
설두는 본칙공안을 거론해서 사람들에게
삿됨과 올바름을 알게 하고 잘잘못을 분별하게 하였다.
수연여차雖然如此 재타달인분상在他達人分上 수처득실雖處得失 각무득실卻無得失
그러나 달인達人(깨달은 이)이라면 득실이 있는 것 같지만 엄밀히 본다면 득실이 없다.
약이득실견타고인若以得失見他古人 즉몰교섭則沒交涉
만일 득실로 저 옛사람(동봉桐峰)을 살펴본다면 완전히 틀린다.
여금인如今人 그러나 요즈음 사람은
수시각각궁도무득실처須是各各窮到無得失處 반드시 자신이 잘잘못이 없는 경지에
연후然後 이득실변인以得失辨人 끝까지 이른 뒤에 잘잘못으로 남을 분별해야만 한다.
약일향若一向 거간택언구처용심去揀擇言句處用心
만일 그저 언구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데에만 마음을 쓴다면
우도기시又到幾時 득료거得了去 어느 시절에 깨달을 날이 있으랴.
불견운문대사도不見雲門大師道 듣지 못하였느냐, 운문의 말을.
행각한行腳漢 막지공유주렵현莫只空遊州獵縣
“행각승들과 괜히 이 고을 저 고을을 넘나들면서 유람하지 말라.
지욕득제닉한언어只欲得提搦閑言語 대로화상구동待老和尚口動
부질없는 말을 늘어놓아 노스님이 뭐라고 하길 기다렸다가
편문선문도便問禪問道 대뜸 선禪을 묻고 도를 묻고
향상향하向上向下 여하약하如何若何 향상과 향하가 어떤 니 저떤 니 지껄이고 싶어 한다.
대권초장거大卷抄將去 축향두피리복탁𡎺向肚皮裏卜度
그리고 방대한 소초疏抄를 뱃속에다 꼭꼭 채워두고 이를 헤아리면서
도처화로변到處火爐邊 삼개오개취두三箇五箇聚頭 거구남남지舉口喃喃地
이르는 곳마다 화롯가에서 삼삼오오 머리를 마주하고 재잘거리며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편도저개시공재어便道這箇是公才語
그리하여 (소초의) 이 말은 귀공자의 재치 있는 말이라고 하기도 하며
저개시취신타출어這箇是就身打出語 몸에서 흘러나온 말(체험)이라고 하기도 하고
저개시사상도저어這箇是事上道底語 현상의 일[事]을 이야기한 말이라는 둥
저개시체리어這箇是體裏語 몸속의 본분에서 한 말이라는 둥 하면서
체이옥리로야로낭體爾屋裏老爺老娘 이 집안의 아비와 어미(주인공)를 체득하려고 한다.
당각반료噇卻飯了 지관설몽只管說夢 편도아회불법료야便道我會佛法了也
밥 먹고 나면 오로지 꿈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불법을 알았노라’고 말한다.
장지임마행각將知恁麼行腳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이처럼 행각했다가는
려년득휴헐거驢年得休歇去 나귀 해(驢年)가 되어야 만이 망상을 쉴 수 있다는 점이다.
고인잠시간념롱古人暫時間拈弄 옛사람이 잠시 본칙공안을 들어 희롱했다지만
기유승부득실豈有勝負得失 시비등견是非等見 어찌 승부·득실·시비 따위의 견해가 있겠는가?
동봉견림제桐峰見臨濟 동봉은 임제를 친견하고
기시재심산탁암其時在深山卓庵
깨달은 후 본칙공안을 거론할 그때는 깊은 산에다 암자를 짓고 살 때였다.
저승도피중這僧到彼中 수문遂問 어느 스님이 그곳에 이르러 마침내 물었다.
저리홀봉대충시우작마생這裏忽逢大蟲時又作麼生
“여기에서 갑자기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어찌하시렵니까?”
봉편작호성峰便作虎聲 동봉이 “어흥” 하고 호랑이 울음소리를 냈는데
야호취사편행也好就事便行 이는 구체적인 호랑이를 이용하여 멋지게 응수한 것이다.
저승야회장착취착這僧也會將錯就錯 편작파세便作怕勢
스님 또한 이를 알고서 잘못을 (역이용)더더욱 잘못으로 나아가 바로 겁먹은 시늉을 하였다.
암주가가대소庵主呵呵大笑 승운僧云 암주가 껄껄거리며 크게 웃자 스님은 말하였다.
저로적這老賊 “이 도적아!”
봉운峰云 쟁내로승하爭奈老僧何 “노승을 어떻게 하겠는가?”
시즉시是則是 이구불료二俱不了 이 두 사람의 전략이 옳기는 옳지만 둘 다 깨닫지 못하여
천고지하千古之下 조인점검遭人點檢 천년이 지난 뒤에 설두의 점검을 당한 것이다.
소이설두도所以雪竇道 그러므로 설두가 말했다.
시즉시是則是 량개악적兩箇惡賊 지해엄이투령只解掩耳偷鈴
“옳기는 옳았지만 어리석은 두 도적이 귀를 막고 방울을 도적질할 줄만 알았다”
타이인他二人 수개시적雖皆是賊 그 둘은 모두 도적으로서 중요한 문제에 당면했으면서도
당기각불용當機卻不用 어찌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소이엄이투령所以掩耳偷鈴 귀를 막고 방울을 도적질한 것이다.
차이로此二老 두 늙은이는
여배백만군진如排百萬軍陣 마치 백만 군사의 진영을 배열해놓고서
각지투소추卻只鬪掃帚 문득 빗자루를 들고 다투는 꼴과 같았다.
약론차사若論此事 만일 ‘이 일’을 논하려면
수시살인須是殺人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도
부잡안저수각不眨眼底手腳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솜씨가 있어야 한다.
약일향若一向 종이불금縱而不擒 만약 한결같이 놓아주기만 하고 사로잡지 못하거나
일향一向 살이불활殺而不活 한결같이 죽이기만 하고 살리지 못한다면
불면조인괴소不免遭人怪笑 사람들의 비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연여시雖然如是 타고인역무허다사他古人亦無許多事
그러나 이와 같다 해도 옛사람들은 깨달음 외는 잡다함이 없었다.
간타량개임마看他兩箇恁麼 총시견기이작總是見機而作
두 사람의 이와 같은 일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문제의 핵심을 알고 움직였다.
오조도五祖道 오조법연이 말했다.
신통유희삼매神通遊戲三昧 혜거삼매慧炬三昧 장엄왕삼매莊嚴王三昧
이것은 무애자재의 경지며 지혜가 뛰어난 경지며 복덕과 지혜가 충만한 경지다.
자시후인自是後人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각근부점지腳跟不點地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살펴보지도 못하면서
지거점검고인只去點檢古人 편도便道 유득유실有得有失
옛사람을 점검하며 문득 득실이 있다고 한다.
유저도有底道 분명시암주락절分明是庵主落節 차득몰교섭且得沒交涉
어떤 이는 “분명히 동봉암주가 손해를 보았다”고들 하지만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설두도雪竇道 타이인상견他二人相見 개유방과처皆有放過處
설두는 “두 사람의 만남에는 모두 놓아버린 것이다”라고 하였다.
기승도其僧道 저리홀봉대충시우작마생這裏忽逢大蟲時又作麼生
스님이 “여기에서 갑자기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어찌하시렵니까?”하자
봉편작호성峰便作虎聲 차편시방과처此便是放過處
동봉암주가 대뜸 “어흥” 호랑이 울음소리를 냈던 것도 놓아버린 것이다.
내지도乃至道 쟁내로승하爭奈老僧何
또 끝에 가서 말하길 “노승을 어떻게 하겠느냐” 했으니
차역시방과처此亦是放過處 착착락재제이기著著落在第二機
이 역시 놓아버린 것으로 한 수 한 수가 모두 第二機에 떨어진 것이다.
설두도雪竇道 요용편용要用便用 설두는 “전략을 쓰고 싶으면 바로 즉시 써야 한다.”고 했다.
여금인문임마도如今人聞恁麼道 편도便道 요즈음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듣고서 말하기를
당시호여행령當時好與行令 “당시에 보기 좋게 법령을 시행했어야 했다”라고 말하지만
차막맹가할봉且莫盲枷瞎棒 봉사가 몽둥이 휘두르듯 얼토당토않은 짓을 하지 말라.
지여덕산입문편봉只如德山入門便棒
덕산의 경우는 문에 들어서기만 하면 대뜸 몽둥이질을 하였고
림제입문편갈臨濟入門便喝 임제는 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일갈一喝을 하였는데
차도고인의여하且道古人意如何 말해보라, 그들의 뜻은 무엇이었는가를.
설두후면雪竇後面 편지여차송출便只如此頌出 설두는 뒷 구절에서 이와 같은 점을 송하였다.
차도필경작마생면득엄이투령거且道畢竟作麼生免得掩耳偷鈴去
말해보라, 필경 어떻게 해야 귀를 막고 방울을 도둑질하는 것을 면할 수 있을는지를.
송운頌云 설두는 송하였다.
►대웅종파大雄宗派
주대웅봉住大雄峰(百丈山)백장회해지문류百丈懷海之門流
대웅봉(백장산)에 거주한 백장회해의 문류門流.
►사암주四庵主
림제법사유臨濟法嗣有 호계암주虎溪庵主 복분암주覆盆庵主 동봉암주桐峯庵主 삼양암주杉洋庵主
임제의 법사에 호계암주ㆍ복분암주ㆍ동봉암주ㆍ삼양암주가 있음.
대매백운미상大梅白雲未詳 백장회해법사유대매피안화상百丈懷海法嗣有大梅彼岸和尙
대매大梅ㆍ백운白雲은 미상이나 백장회해의 법사에 대매피안大梅彼岸 화상이 있음.
►안친수변眼親手辨=안판수친眼辦手親ㆍ안친수변眼親手辨
상대를 보고 거기 알맞게 대응하는 능력.
안광동작정확이신속眼光動作正確而迅速 안광과 동작이 정확하면서 신속함이니
지선인법안명예指禪人法眼明銳 선인禪人의 법안이 명예明銳하고
기봉신질機鋒迅疾 기봉이 신질迅疾함을 가리킴.
►주정周正 올바르다. 바르다.
►유주렵현遊州獵縣 (쓸데없이)여기저기 돌아다니다. ‘獵’ 경력經歷
지승인사방행각指僧人四方行脚 승인이 사방으로 행각함을 가리킴.
►제닉提搦 (언어를)구사하다. (쓸데없는)말을 지껄이다
►공재어公才語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의 말.
►취신타출어就身打出語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말.
►체리어體裏語 마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말.
옥리로야로낭屋裏老爺老娘 집안의 연로하신 부모님.
(여기서는)‘나 자신의 본래면목[主人公]’
►려년驢年 나귀의 해.
12支 가운데 나귀의 해는 없다. 그러므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해’
►념롱拈弄 옛 공안을 거론하다.
►신통유희삼매神通遊戲三昧 무애자재의 경지.
법화묘음품소설십륙삼매지일法華妙音品所說十六三昧之一
<법화 묘음품>에서 설한 바인 16삼매의 하나.
유제세간遊諸世間 자재화중생自在化衆生
모든 세간에 유희遊戲하면서 자재이 중생을 교화함.
►혜거삼매慧炬三昧 지헤가 뛰어난 경지.
►장엄왕삼매莊嚴王三昧 복덕과 지혜가 충만한 경지
►자시自是 원래부터
►각근부점지脚跟不點地=각근미점지又脚跟未點地.
발이 땅에 닿지 않다. ‘분명하게 알지 못하다’
각근脚跟 어선림상전지본래자아於禪林常轉指本來自我
각근은 선림에서 늘 전轉하여 본래의 자아를 가리킴.
각근부점지脚跟不點地 시대수행미순숙지용어是對修行未純熟之用語
각근부점지는 이는 수행이 순숙하지 못함에 대한 용어
►락절落節 손해. 손해를 보다.
►착착著著 (여기서는)한 동작 한 동작.
►행령行令 원리원칙대로 법령을 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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